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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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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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기자 출신 소설가들이 그랬듯, 강보라 또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형성하는 사회에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강보라 소설은 한층 유려하고 세밀한 톤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미시적인 관계망을 그려나간다. 그의 작품은 각자가 현재 서 있는 자리는 결코 동일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개인적인 취향부터 살아온 시대나 누릴 수 있는 자본의 범위까지, 인간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가 천차만별이기에 우리 눈에 타인은 말 그대로 ‘나와 다른 사람’ ‘같지 않아 낯선 사람’일 수밖에 없다. 강보라의 인물들은 이 낯선 존재들로 빽빽한 정글에서 상처 입지 않으려 긴장한 채 주위를 살피고, 먹이사슬 속 포식자와 피식자의 자리를 민첩하게 오가며 상황에 맞춰 스스로를 정체화하기도 한다.
소설집의 제목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은 이 ‘낯섦’이 유발하는 긴장관계를 암시하고 있다. 뱀과 양배추는 1960년대 프랑스에서 사회학자 부르디외의 주도로 진행된 설문조사 연구 결과 어떤 이들에게는 호기심을, 다른 어떤 이들에게는 불쾌감을 안긴 피사체였다. 텅 빈 기표로 제시되었을 뿐인 그것들에서 뭔가를 읽어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마음과 아무것도 읽을 수 없어 당혹스러워하는 마음 양쪽을 들여다보며, 강보라는 타인의 시선 속에서 피사체가 되며 살아가는 인간 내면의 야생동물처럼 생동하는 감정을 포착해낸다.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_037
신시어리 유어스 _083
바우어의 정원 _135
빙점을 만지다 _171
직사각형의 찬미 _221
아름다운 것과 아름답지 않은 것 _253
해설|인아영(문학평론가)
운명을 사랑하는 세 가지 방식 _303
작가의 말
꽁지깃을 치켜세움 _323
추천의 말 _326
이제 나는 남들이 웃으면 같이 웃음을 터뜨리고 남들이 심각해하면 함께 미간을 찌푸린다. 야생에 던져진 초식동물처럼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포식자들의 기분을 살핀다. 이런 내 태도가 필요 이상으로 방어적이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리고 수혜가 필요 이상으로 낙천적이라는 것도.(「티니안에서」, 27~28쪽)
호경은 굿판을 벌이는 무당처럼 타악기 소리에 맞춰 장내를 휘젓고 있었다. 이제 막 자신의 초능력을 인지한 사람처럼 경외감에 찬 얼굴이었다. 눈앞이 어지러웠다. 타악기 소리가 가슴을 쿵쿵 두드렸다. 나를 발견한 호경이 땀에 젖은 얼굴로 다가왔다. 머리를 빙빙 돌리고, 망설임 없이 이를 드러내고, 어린애처럼 엉덩이를 흔들고, 몸을 사리지 않고, 추하게, 옆에 있는 사람을 향해 컹컹 짖고 혼자 데굴데굴 구르다가 덮치듯 내 위에 몸을 무너뜨렸다. 나는 호경의 밑에 깔린 채 웃기 시작했다. 가슴을 들썩이며 온 힘을 다해 웃기 시작했다. 타악기 연주가 절정으로 치달았다.(「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75~76쪽)
저기 있다! 알밤이 저기요! 하루가 외쳤을 때 나는 이미 초원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안개 저편에 한가롭게 궁둥이를 흔들며 걸어가는 밤색 말이 가물거렸다. 내 발소리에 알밤이가 속력을 높이며 다시 안개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나는 타닥거리는 말발굽 소리를 따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다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초원을 헤매는 사이 방향감각이 빠르게 사라졌다.(「신시어리 유어스」, 128~129쪽)
“그 말을 들으니 나는 속상해. 왜 벌써 떨어졌다고 생각해? 너만큼 실력 있는 애가 어딨다구.”
정림이 창문에 머리를 기대며 대답했다.
“그 말을 들으니 나는 기뻐. 하지만 오디션은 떨어진 게 확실해. 심사위원들 반응 보니 알겠더라. 하기야 그런 일을 겪고 차라리 잘됐다며 안도하는 엄마라니 누가 공감하겠어.”
차가 로터리에서 큰 커브를 그리며 돌자 두 여자의 몸이 한 방향으로 느리게 기울었다.
“그 말을 들으니 나는 오히려 위로가 돼. 나도 유산했을 때 비슷한 기분이었거든.”
정림이 고개를 돌려 은화를 똑바로 쳐다봤다. 차 안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바우어의 정원」, 163~164쪽)
사랑하는 사람이 책다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 남은 반생을 함께하고 싶은 여자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 같은 책이 아닌, 다디단 설탕물을 입힌 탕후루 같은 책에만 이끌린다는 것. 일평생 언어를 사고의 근본으로 여기며 살아온 내게 그건 좀 치명적인 결함이었다. 2019년과 2020년산 샤르도네의 질감 차이에는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양서良書와 악서惡書의 차이에는 놀랄 만큼 무감한 양미가 나는 정말이지 이해가 안 가고 실망스럽고 짜증나고 귀엽고 섹시하고 사랑스럽고……(「빙점을 만지다」, 176~177쪽)
시작은 창문 안쪽 창턱에 놓인 매화나무 분재였다. 며칠 후 같은 자리에 새 모양의 투박한 목각 장식품-정확히는 오리 모양 조각-이 놓인 것을 보고 나는 분재가 거실 한가운데에 있는 테이블로 옮겨졌음을 깨달았다. 다음에는 오리 조각이 사라지고 전에 없던 도자기 꽃병이 새로이 모습을 드러냈다. 소파에 놓여 있던 둥근 벨벳 쿠션이 어느새 네모난 것으로 교체되기도 했다. 마치 내가 훔쳐보는 걸 알고 주인이 일부러 공들여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 터무니없는 추측이었지만 당시 내겐 그것이 정말로 나만을 위해 고안된 일종의 틀린 그림 찾기 게임처럼 다가왔다.(「직사각형의 찬미」, 226쪽)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원인 모를 오류를 더듬는 동안 몸무게가 오 킬로그램 가까이 줄었다. 나는 살이 내린 얼굴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눈앞에서 중요한 무언가가 사라졌고 지금도 사라지고 있었다.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덧없이 사라지는 것이 그들의 권리라면 그 덧없음을 달아나지 못하도록 붙드는 건 나의 권리라고.(「아름다운 것과 아름답지 않은 것」, 293쪽)
취향, 세대, 계층……
각자를 가르는 보이지 않는 경계선
서로의 눈에 조금씩 이상한 우리는
그러나 이토록 아름답다
작가는 데뷔작 「티니안에서」로 젠더, 인종, 국적 등 고정된 절댓값처럼 안고 살아야 하는 굵직한 정체성을 아울러 짚어낸 바 있다. 주인공 ‘민지’는 친구 ‘수혜’와 함께 티니안섬으로 떠난 여행에서 모르는 백인 남성들의 접근에 동양인 여성으로서 위협감을 느끼고, 같은 한국인 남성 앞에서도 그들의 시선으로 재단된 채 존재한다. 강대국의 패권 다툼으로 새겨진 상흔이 고스란히 남은 섬 안에서, 민지는 남들의 시선은 아랑곳없이 있고 싶은 모습으로 자유로이 여행을 즐기는 수혜에게까지 거부감과 경계심을 느끼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소설집의 전반부에 배치된 작품들은 우리가 서로를 낯설어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점차 세세한 영역까지 가시화한다.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신시어리 유어스」는 사회·문화·경제적 자본의 격차가 밝혀지며 서로의 위상이 뒤집히는 미묘한 갈등의 순간을 건져올린 수작이다.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의 미술 계통 종사자 ‘재아’는 중산층 ‘순혈’ 문화인에 속하는 남편에게 은근한 열등감을 느끼며 남편의 미학관을 베껴 써왔지만 여행차 방문한 발리에서 평소라면 멸시했을 배낭여행자들과 어울리며 그들에게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고 끌림을 느끼기도 한다. 과연 발리 여행자들이 잠자코 멸시의 대상으로만 남아 있을까. 재아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세계는 어느 쪽일까.
「신시어리 유어스」의 잡지사 피처 에디터 ‘단’은 한발 앞서 돋보이는 커리어를 쌓고 윤택한 삶에 안착한 ‘시내 선배’를 선망하면서도 쉽게 성공할 수 있었던 듯 보이는 앞 세대를 향한 박탈감 또한 느낀다. 시내 선배의 삶의 양태를 이해하지 못하던 친구 ‘문태 언니’가 시내 선배와 함께 서울과 제주도를 오가며 기성세대의 안정과 여유에서 비롯된 선행(지인의 ‘반려마馬’ 돌보기)으로 단은 포함될 수 없는 유대를 쌓기 시작하면서 세 사람의 관계는 전과 다른 양상으로 흘러간다.
뜨겁고 습한 비일상적 공간을 무대로 하는 이 ‘열대 3부작’ 이후, 강보라는 소설쓰기에 대해서만큼은 익숙한 패턴을 만들지 않겠다는 듯 작품세계에 조금씩 변화를 준다. 「빙점을 만지다」와 「직사각형의 찬미」는 돈이라는 속되지만 구체적인 가치를 전면에 놓고 그 밖의 거창하지만 추상적인 가치들과 저글링하는 듯한 작품들이다.
「빙점을 만지다」에서는 ‘문학 하는 삶’을 살겠다는 순정한 꿈을 이뤄 문화적으로는 풍부하나 경제적으로는 공허하던 ‘동표’가 자신보다 더 순수한 문학도였음에도 어느새 몰라보게 속세에 물든 듯한 대학 선배 ‘해규’와 재회하여 자본주의사회의 현실적 여건 속에서 각자가 디디려는 삶의 균형점을 탐색한다.
「직사각형의 찬미」에서는 대기업에 근무하는 남편과의 부유한 삶을 꿈꾸며 낡은 빌라에서 대단지 아파트로 이주하고 싶어하는 ‘나’가 비슷하게 허름한 맞은편 빌라에 사는 여자의 직사각형 창문 안을 훔쳐보며 그 정연한 풍경을 흠모하게 된다. 아직 생활에 찌들지 않은 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새신부 ‘나’를 집주인 여자는 아니꼽게 여긴다. 이 세 여자가 주고받는 혐오와 애정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이 있는 그대로 소설에 담겨 전해져온다.
「아름다운 것과 아름답지 않은 것」 「바우어의 정원」에서는 강보라가 인간 존재에 대한 애정을 보다 진솔하게 표현하기 시작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름다운 것과 아름답지 않은 것」은 좋은 예술가로 거듭나기 위해 자신만의 고독한 길로 나아가기 직전, 두 미술작가 ‘민홍’ ‘이재’와 한 소설가 지망생 ‘주영’이 서로를 독려하고 밀어붙이기도 했던 짧은 시간을, 「바우어의 정원」은 유산이라는 아픔을 겪어냈고 이제는 그 아픔을 연극 배역을 따낼 발판으로 삼아야 하는 두 배우 ‘은화’와 ‘정림’의 마주침을 그린다.
이 소설들에 이르러 인물들 각자의 차이는 서로를 경계하고 불편히 여길 근거가 아니라 깊이 이해하며 존중할 고유한 특성으로 다가온다. 민홍과 이재의 예술관은 각각 독자적으로 아름답고, 주영이 구축할 작품세계는 오로지 주영만이 결정할 수 있으며, 은화와 정림의 개별적인 아픔은 결코 연출가의 한두 마디로 단순화되거나 손쉽게 동일시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각자가 지닌 차이를 아름답고 독창적인 지문의 무늬로 끌어안으며, 강보라 소설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묵직한 울림까지 획득해냈다. 이제 막 첫 소설집을 펴낸 이 완성형 신인은 앞으로 어떤 근사한 작품을 선보일까. 강보라의 지문이 가득 담긴 이 소설집에는 그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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