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수 없는 문장들

KUNST FUER DAS LEBEN

안리타 지음

홀로씨의 테이블 2023년 03월 21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쓸 수 없는 문장들』은 문장과 삶 사이, 세계와 나 사이를 오가며 마주한 본질적인 고민과 개인의 철학, 사유의 결을 담은 작업 노트에 가까운 글입니다. 글을 쓰는 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내면 깊은 우물을 길어올리고, 사유의 지층을 파내는 시간을 거치게 됩니다. 이 책은 그런 고요하고도 치열한 사유의 과정 속에서 쓰였습니다.

코로나 시기의 긴 침묵과 고립의 시간 동안, 무엇을 써야 할지, 왜 써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되묻던 시간들이 이 책의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작가는 줄곧 글을 쓴다는 일에 대해, 그 책임의 무게와 작가의 태도에 대해 깊이 고민해왔습니다. 『쓸 수 없는 문장들』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8권의 책을 써내려오는 동안 한 줄의 문장을 적기 위해 견뎌야 했던 인내와 고뇌, 글쓰기라는 행위의 본질에 대한 질문들로 가득한 고백의 기록입니다.

나는 과연 무엇을 쓰고 있었는가. 나는 무엇을 쓰려 했는가. 그리고 무엇을 위해, 그러니까 왜 쓰려 했는가. 이 책은 그 질문들 앞에서 멈추지 않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작가의 응시이자, 여전히 쓰고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한 진지한 사유의 여백입니다.

책 속으로

다시금 깊고 사나운 문장 안으로 나를 다 밀어 넣는다. 그 속에서 무엇을 듣고 무엇을 보았는가. 그것을 적는다.
나는 나의 심중 한가운데로 끝없이 긴 줄을 내린다. 어떤 모습의 내가 절박하게 그 줄을 잡을 것인가, 기다리며.

말할 수 있는 것은 말해요. 실컷 말해요. 그러고 나면 말할 수 없는 것이 남아요.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것. 아무도 모르는 것.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것. 더 이상 입 밖에 꺼낼 수 없는 것. 그것을 써요. 말은 배설이 되지만 그것은 글이 되요. 그것이 많을수록 문장이 돼요.
그러나 그것을 글이라 할 수는 없어요. 아무도 쓰지 말고 바라봐요. 오래 바라봐요. 볼 수 없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 쓸 수 없는 것을. 그건 눈빛이에요. 가득찬 섬광.
그 안에 머물러요. 당신은 이제 그것이에요.

삶이라는 티끌, 그 티끌 밖에는 명명할 수 없는 거대한 침묵들, 말할 수 없는 것은 왜 이렇게 광활한가. 나는 그것을 자주 봐요.
내가 도무지 할 수 없는 말을요. 그것은 이 속에만 있어요. 우주만큼 가득하지요.

＜쓸 수 없는 문장들＞ 중에TJ

작가정보

저자(글) 안리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