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멜의 은둔자

철학자 산타야나의 시적 고백

조지 산타야나 지음 | 언어의 숲 옮김

해밀누리 2025년 05월 30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시란, 이성이 감정과 만나 조용히 불러내는 영혼의 음악이다.”

『카르멜의 은둔자』는 조지 산타야나가 철학자가 아닌 ‘시인’으로서 세상에 남긴 대표 시집이다. 1901년에 출간된 이 시집은 표제시 「카르멜의 은둔자」를 비롯해 자연, 신앙, 철학, 고독, 죽음 등을 주제로 한 정제된 서정시들을 담고 있으며, 철학자 산타야나의 내면 깊숙한 사유와 감정이 문학의 언어로 형상화된 고전이다.

산타야나는 철학을 학문의 언어로만 말하지 않았다. 그는 사유의 깊이를 시로 전환하는 법을 알았고, 감정의 흔들림을 이성으로 붙들 수 있는 문장을 구사하였다. 이 시집에서 그는 시인이면서도 철학자였고, 철학자이면서도 시인이었다. 그가 그리는 자연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인간 정신의 반영이었고, 그가 읊조리는 신앙은 특정 교리를 넘어선 존재의 근원에 대한 경건한 응시였다.

표제시 「카르멜의 은둔자」는 종교적 상징성과 영적 고독을 다룬 시로, 외면적 은둔이 아닌 내면적 초월을 그려내었다. 이 시는 신과 인간 사이, 자연과 정신 사이, 침묵과 고백 사이에서 길을 찾는 한 존재의 고독한 노래이다. 이 밖에도 삶의 덧없음, 시간의 흐름, 죽음의 초월 등 다양한 주제가 고요한 리듬 속에 펼쳐진다.

『카르멜의 은둔자』는 단지 시집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철학적 자서전이며, 고독 속에서 피어난 사색의 언어이다. 이 책은 시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철학적 깊이를, 철학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시적 감성을 선물할 것이다.

목차

1.카르멜 산의 은둔자

2.기사의 귀환. 카르멜 산의 은둔자 속편

3.애가 및 서정시

예감
유아론
시바리스
아빌라
킹스 칼리지 예배당
미완성 조각상에 부쳐
한밤중
그랜트체스터 초원에서
덧없음
아킬레우스 조각상 앞에서
오디 에트 아모
바닷가 성당들
몽 브레방
연극 보는 시골뜨기
부활

4.번역

미켈란젤로로부터
알프레드 드 뮈세로부터: 추억
테오필 고티에로부터: 예술

5.연회 및 기념 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름다운 하버드
대학 술 노래
여섯 현명한 바보들
운동 찬가
병과 포도주
시적 매체
젊은 새미의 첫 방탕
아메리카 속의 스페인
청춘의 불멸

출판사 서평

『카르멜의 은둔자』는 시와 철학의 경계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조지 산타야나는 이 시집을 통해 사유의 언어가 어떻게 서정의 울림으로 변주되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에 담긴 시들은 자연의 이미지와 존재에 대한 성찰, 인간의 유한성과 내면의 진실을 조용히 노래하며, 독자를 ‘읽는 사람’이 아니라 ‘묵상하는 사람’으로 이끈다.

산타야나는 시를 통해 철학적 명제를 증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철학이 미처 말하지 못한 감정, 논리로는 붙잡을 수 없는 진실을 시의 언어로 드러낸다. 그의 시는 화려하지 않지만 단단하고, 감상적이지 않지만 깊이 있으며,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다. 삶의 이면과 영혼의 어둠, 사색의 고요함 속에서 그는 시를 썼고, 그것은 마치 자신의 고백이자, 한 철학자의 ‘영혼의 기록’처럼 읽힌다.

『카르멜의 은둔자』는 시와 철학을 함께 사랑하는 독자에게 단 하나의 책이 되어줄 수 있다. 감각과 사유가 동시에 깃든 이 작품은, 조용히 꺼내어 읽을 때마다 다른 울림으로 다가오는 ‘내면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조지 산타야나

1863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태어나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친 조지 산타야나는 철학자이자 시인이며, 20세기 초반을 대표하는 지성 중 한 명이다. 실용주의적 환경에서 자랐지만, 그는 고전주의적 미학과 존재론적 관조를 바탕으로 철학과 문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저작 활동을 펼쳤다.

그의 철학 저작이 이성과 문명을 깊이 통찰한 결과물이었다면, 시집은 그의 감성과 존재의식을 섬세하게 드러낸 표현이 되었다. 그는 철학이 삶과 연결되어야 한다고 믿었으며, 시 또한 단순한 감상이나 유희가 아니라 사유의 고유한 언어라고 보았다.

대표 저서로는 『생각하는 인간의 길』,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사상의 바람 속에서』, 『한 철학자의 혼잣말』 등이 있으며, 그중 『카르멜의 은둔자』는 그의 문학적 재능과 철학적 감성이 가장 조화롭게 드러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1952년 로마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번역 언어의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