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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그라드 홍수 연대기

레조넌스 (3부)
백동인 지음
한국미네르바출판사

2025년 05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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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4.18MB)   |  약 22.0만 자
ISBN 9791199197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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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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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끝자락, 허물어진 돔 자리에 서린 물비늘이 도시의 폐허를 비춘다; 이고르는 운하 수위를 재며 벽에 숫자를 새기고, 그 떨림 위로 나디야의 붉은 선이 새벽마다 번진다; 옐레나는 붕대 감긴 발목으로 금이 간 공기를 흔들고, 베라는 깨진 유리 파편에 사라진 도서관의 곡선을 다시 그리며, 보리스는 잉크 번진 필름에서 잔광을 건져 올린다; 물은 천천히 차오르고 침묵은 파문처럼 번져, 작은 숨 한 줄기가 도시 전체를 흔든다.

《레조넌스 3》은 숫자와 물, 빛과 균열이 겹쳐 빚어낸 미세한 생존의 서사다; 인물들은 거대한 억압을 향해 함성을 지르는 대신 연필심이 벽을 스치는 소리, 얼룩진 물감 한 방울, 삼켜진 박동 하나로 서로를 깨우고 이어 준다; 한밤 골목에 더해진 ‘+1’이라는 작은 표식은 무너져 가는 도시에도 봄이 스며들 수 있음을 속삭인다; 파편일수록 빛은 더 산란하고, 침묵일수록 숨은 더 멀리 닿는다.

이 소설은 흔들리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떨림을 포착한다; 균열 속으로 스며든 빛은 분열이 아니라 연결의 징후이며, 파편 속에 흩어진 목소리는 결국 하나의 호흡으로 돌아온다; 독자는 침묵의 합주를 따라가며, 우리 내부에 아직 지워지지 않은 온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차례

헌사
책 서문
책을 여는 글
레닌그라드, 침묵을 파고드는 물결
시놉시스
프롤로그

제1장. 금이 간 둑
1. 겨울 끝자락에 번지는 붉은 메아리
2. 겨울 장막 아래로 내리 딛는 발자국
3. 베일에 가려진 하늘 아래 잿빛 날개
4. 새벽의 붉은 먼지
5. 붉은 실, 그리고 조용한 다짐
6. 겨울 속에 피어나는 유리 태피스트리
7. 겨울, 깨진 유리로 엮어낸 태피스트리
제2장. 안개 속의 도서관
1. 서릿빛 북방에서 맞이하는 유리의 결판
2. 말로 하지 못한 헌신의 물결
3. 한겨울의 유리 진혼곡
4. 붉은 우표와 가려진 아치
5. 봉인되지 않은 마음들의 황혼
6. 진홍빛 메아리의 아다지오
7. 서리 낀 지배의 일식
제3장. 유리와 피의 공명
1. 유리가 가린 일식
2. 침묵의 홍수 속 레닌그라드
3. 마지막 심장선
4. 얼어붙은 파도의 일식
5. 갈라진 파도의 일식
6. 가려진 일식: 세 막으로 엮인 비극

에필로그: 빛으로 번지는 균열
저자 소개
출판사 서평

소설의 에필로그: 빛으로 번지는 균열
어두운 골목에 바람이 밀려들 때, 벽에 그어진 숫자들은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의 호흡을 오래전부터 기록해 온 것처럼, 그 자국들은 기울어진 담벼락 위에서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8에서 11로, 그리고 다시 3.1로 내려앉은 수치는 이고르가 매일같이 운하 수위를 재며 적어 넣은 흔적이었다. 그는 물이 불어난 날에도, 물이 빠져나간 날에도 연필을 놓지 않았다. 정작 본인은 늘 작게 숨을 몰아쉬었지만, 숫자만큼은 정확했다. 어쩌면 그 정밀함으로부터 그도, 우리도, 안도의 한숨을 건져 올리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어느 밤, 벽을 살짝 스치는 손끝에 이고르의 시선이 머물렀다. 그 손끝은 그녀의 것이었다. 창문 너머에서 들어오는 빛을 머금은 머리칼이 물결같이 흩어졌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물결 사이에 숫자가 아닌 언어가 깃들어 있었다. 물과 몸, 그리고 그녀의 시선이 겹치는 지점에서, 이고르는 늘 아주 작고 분명한 떨림을 느꼈다. 수조 속 물고기는 여전히 둥글게 파문을 일으켰고, 벽에 새겨진 자국은 마치 다음 자릿수를 기다리는 듯 흔들렸다. 그러나 그들은 연필을 더 이상 들지 않았다. 지금의 불완전한 선이 오히려, 서로에게 충분한 그릇임을 알게 되었으므로.
그 즈음, 다른 어느 골목에선 나디야가 붉은 선을 그리고 있었다. 돌바닥을 따라 미끄러진 붓끝이 깊어진 균열을 채우려는 듯 번지고, 이내 지워졌다가도 어딘가에 살포시 흔적을 남겼다. 군인들의 거친 고함이 광장을 휩쓸고 지나갈 때, 옐레나는 발목에 감긴 붕대를 잡아당기며 숨을 고르곤 했다. 0.40이란 숫자가 그녀의 움직임마다 따라붙었지만, 그녀는 기어코 그 발목으로 다시 춤을 추었다. 통증과 기억, 어느 한쪽도 놓을 수 없는 그녀의 몸은, 붉은 선 끝에서 작은 떨림으로 세상의 소음을 갈아엎듯 새 리듬을 만들었다.
그 광장 한편엔 베라가 있었다. 도서관이 무너져 나오며 떨어져 나간 유리 파편들을 손에 꼭 쥔 채, 그녀는 한때 돔 형태였던 설계도를 부드럽게 펼쳐 들고 있었다. 종이는 습기를 머금어 뒤틀렸으나, 그 뒤틀림조차 그녀는 놓지 않았다. 깨진 유리 조각으로 들어오는 빛이 일렁일 때마다, 그 산산조각들이 오히려 더 밝은 섬광을 품었다. 마치 ‘깨진 것이 원래 목적이었던’ 농담처럼, 파편일수록 빛은 더 갈라져, 돌바닥 구석구석을 비추었다. 베라는 그 파편들을 허물어진 도시의 지붕 위에 조심스레 얹어 보이기도 했다. 이고르의 숫자, 나디야의 붉은 선, 옐레나의 발목을 옭아맨 0.40의 통증, 베라의 유리 파편은 저마다 다른 모습이었으나, 모두가 도시의 균열을 비추는 또 하나의 언어처럼 이어져 있었다.
어느 해 질 녘, 낮게 깔린 구름 아래로 물안개가 피어났다. 도시를 뒤덮은 그 물안개는 홍수처럼 거세지도 않았고, 이내 사라지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제각각의 숨을 죽인 채, 왠지 모르게 그 물안개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더는 1.25라는 숫자를 말하거나, 우유 값을 헤아리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골목마다 생겨난 잔물결이, 벽마다 그려진 연필 자국과 붉은 선을 서서히 적셔나갈 뿐이었다. 잔물결은 이고르가 그린 수평선을 삼키고, 나디야가 물감으로 남긴 흔적을 흐릿하게 번지게 했다. 옐레나의 붕대까지도 어느새 습기를 머금어, 더 늦기 전에 새것으로 갈아야 할 상황이었지만, 그녀는 붕대 속에 녹아드는 물감의 색깔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그때, 광장의 일부 사람들이 성당 옆에 모여 ‘해산’을 명령받았다. 돌바닥에 부딪혀 퍼지는 목소리는 예전 같으면 당장 땅속 깊이까지 울렸겠지만, 이번에는 힘을 잃은 듯 텅 빈 채 사방으로 퍼졌다. 마치 이미 한 번 부서진 음절들이 더 이상 어디에도 안착할 수 없다는 듯. 그런데도 그 명령에 선뜻 움직이지 못하는 이들 사이로, 단 한 번의 박수가 번졌다. 거친 틈이 아닌 살결과도 같은 소리였다. 짧고도 부드러운 그 박수 소리에, 사람들은 잠시 눈을 떼지 못했다. 숫자 2.50이 적힌 포스터가 벽에서 떨어져 나와 바람에 흩날렸고, 옐레나는 그 뒤편에 번진 잉크물 같은 흔적을 살폈다. 그것은 붉은 물감이 아직 제 모양을 갖추지 못한 채 흔들리는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옐레나가 발끝으로 돌바닥을 누르는 순간, 심장 속 박동이 돌바닥에 닿아 되돌아오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 땅이 흔들린 것이 아니라, 그녀의 마음이 스스로 흔들려 균형을 잃었을 뿐이지만, 그 진동이 붓끝으로 이어져 나디야의 선과 만났다. 둘은 한 걸음 더 다가가지도, 물러서지도 않은 채 서로의 온기를 머금었다. 그 사이로 베라의 설계도 위에서 빛이 흘러 내려 붉은 선에 닿았고, 마치 수면 위로 부서지는 햇살처럼 종이 위에 흔적을 새겼다. 그러자 먼지가 일 듯, 작은 숨결들이 사람들 사이를 감싸기 시작했다. 아무 말도 건네지 않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같은 결을 호흡하고 있었을 것이다.
한편, 이고르가 다시 수조 속 물고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의 수위는 요동치듯 오르락내리락했고, 그의 키를 잴 때마다 벽에 새겨진 자국은 희미하게 떠올랐다. 8.1, 11, 3.1—이 모든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그는 알 수 없었다. 숫자는 늘 솔직하다 말했지만, 정작 그것을 읽는 우리가 어떠한 마음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숫자는 불안이 되기도, 희망이 되기도 했다. 물고기의 꼬리가 수면을 톡 두드릴 때마다, 파문은 이고르의 가슴께로 잔잔히 퍼져 들어왔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그녀의 숨결이 밀려들었다. 마치 창문 너머 붉은 해가 떠오르듯, 시린 바람까지 조금은 따뜻하게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시 한복판에 남은 균열들은 이제 새벽마다 빛을 머금었다. 숫자가 전부가 아님을, 사람들은 더디게 깨닫고 있었다. 그렇다고 숫자를 버릴 수도 없었으므로, 서로에게서 나온 물과 숨결, 미미한 파편과 그 끝에 어린 빛들로 저마다의 무게를 떠받쳤다. 무너진 도서관 자리에 쌓인 유리 조각들은, 파편이어서 더 자유롭게 빛을 내뿜었다. 파편 하나하나가 또 다른 길을 열어주듯, 도시 곳곳에 예상치 못한 구원의 흔적이 생겨났다. 누군가 “이유 없이 계속 문을 두드리는 사람처럼”이라고 말했듯, 그 문은 사실 우리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시, 밤. 보리스가 반쯤 고장 난 카메라로 어두운 필름을 현상해 보였다. 아무것도 뚜렷이 잡히지 않은 사진 속엔, 번진 빛과 어둠이 교차하며 무의미해 보이는 선들만 가득했다. “상처도 스토리야.” 보리스는 중얼거렸고, 옐레나는 그 말을 등에 짊어진 듯 한동안 창가에 가만히 섰다. 사람들은 이제 어쩌면 상처를 실컷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붉은 선과 숫자, 파편을 통해 함께 호흡할 수 있음을 깨달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 후, 도시에는 미세한 봄 기운이 스며들었다. 수조에서 물은 조금씩 줄어들었지만, 그만큼 사람들의 목소리는 다시금 생기를 찾았다. 장부 속 물기는 점차 말라가며 희미해졌고, 잉크가 번진 자리마다 연필 자국과 붉은 선은 겹겹이 어우러졌다. 1.25를 적던 키오스크의 칠판은 지워졌고, 대신 꽃이 활짝 핀 화분이 놓였다. 그 꽃의 개수를 세어보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필요한 만큼 보고, 소리 없는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베라는 설계도를 다시 펼쳐 보였다. 제대로 복원될 수 없는 선들이 금빛 빛으로 물들어 가며, 그 위로 옐레나가 손을 살짝 올렸다. 움켜쥐지 않아도, 붕대 아래 맥박치는 숨이 그 작은 공간을 덮었다. 설계도 위에 그려진 곡선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처럼 보였다. 누군가 숫자를 새로 적을 수도, 언젠가 붉은 선이 겹쳐지며 또 다른 빛의 균열을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파편일수록 더 아름답게 빛이 갈라지는 법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마지막으로, 이고르가 벽에 새겨진 연필 자국 옆에 조그맣게 ‘+1’을 그려 넣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아무도 묻지 않았다. 아마도 심장이나, 아직 열리지 않은 이야기들, 혹은 미처 인지하지 못한 그리움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1’이 있기에 우리는 아직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숫자로도, 말로도 완전히 설명할 수 없는 잔열과 숨결, 그 모든 것들이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가 될 테니까.
새벽녘의 빛이 골목마다 깃들고, 붉은 선과 숫자와 파편들이 조용히 반짝이는 그 순간, 도시의 기척은 마치 느린 호흡으로 살아났다. 그 호흡은 침묵 속에서 더 큰 소리를 만들어내고, 부서진 돔 모형 틈새로 흘러드는 바람으로도 이어졌다. 그렇게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서로를 키우고, 서로의 숨으로 살아갈 준비를 해나갔다. 숫자는 변함없이 벽에 남겠지만, 이미 우린 그곳에 작은 동그라미 하나를 그려 넣을 줄 알았다. 끝을 정하지 않으면, 그 이야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이어짐 속에서, 우리 모두는 한 뼘씩 자라날 것이다—물고기 꼬리가 수면을 톡 건드리는 그 순간처럼, 아주 작은 진동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듯이.

출판사 서평

"레닌그라드 홍수 연대기』는 숫자와 빛, 물이 살아 숨 쉬며 한 편의 이야기를 이루는 데이터-리얼리즘 소설이다. 숫자는 여기서 단순히 기록되지 않는다. 빵값이 1.20에서 1.40으로 오르는 동안, 독자의 심장 박동도 조금씩 빨라진다. 운하의 수위가 11cm 상승하는 순간, 보이지 않던 균열이 도시의 깊숙한 곳에서부터 서서히 떠오른다. 숫자가 숨결을 얻는 순간, 삶은 기묘하게 현실성을 더해간다.
이 작품은 평범한 사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신유물론적 세계를 정교하게 그려낸다. 물은 인물처럼 의지를 가지고 움직인다. 유리는 깨지며 의미를 잃는 대신, 파편 하나하나가 더 넓은 면적으로 빛을 반사해 이야기를 확장시킨다. 잉크가 흐르면 거기서 침묵과 진실이 함께 번져 나온다. 사람과 사물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도시 전체가 거대한 생명체로 고동친다.
형식적 혁신도 돋보인다. 소설 안에서 숫자는 단지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를 구성하는 혈관과도 같다. 통계가 드라마로 변모하고, 데이터가 감정이 된다. 저자는 일상의 수치를 섬세한 감각으로 묘사해, 독자로 하여금 숫자의 서정적 힘을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여러 개의 시선과 기록들이 중첩되는 멀티-아카이브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용수의 몸짓, 사진사가 몰래 현상한 사진, 거리 아티스트가 벽에 남긴 그림 등이 각자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끈다. 독자는 마치 전시장에 발을 디딘 것처럼 입체적이고 다차원적인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그래픽 노블이나 AR 전시 같은 매체로도 쉽게 확장될 수 있을 만큼 작품이 가진 하이퍼텍스트적 잠재력은 탁월하다.
작가는 팩트와 정념 사이의 간극을 우아하게 메우는 포스트-아카이브 미학의 정점을 구현한다. 현실의 파편이 다시 모여 빛이 되고, 침묵은 서서히 균열되어 언어가 된다. 도시 표면 아래 숨겨졌던 진실은 얼음이 깨지듯 갑작스럽고 강렬하게 독자 앞에 나타난다.
"레닌그라드 홍수 연대기』는 현실을 잔잔하게 두드리는 0.45의 미세한 온기 같은 소설이다. 독자에게 이 온기를 놓치지 말라는 작가의 속삭임이 책장마다 새겨져 있다. 간결하지만 긴 여운을 주는 문장 사이에서, 당신은 이 책이 건네는 조용한 파문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백동인

백동인은 제주도의 작은 예배당에서 첫 설교문을 썼다. 소금에 핀 녹이 책상에 얼룩졌고, 잉크 냄새는 손끝에 오래 머물렀다. 그 냄새가 그를 프랑크푸르트의 회색 지붕 아래로, 얼어붙은 러시아 강변으로, 그리고 다시 자신만의 램프가 있는 방으로 데려왔다. 그는 신학과 정치, 삶과 언어를 한 땀씩 잇고자 했지만, 바느질 자국마다 미세한 숨이 새어 나왔다. 바로 그 떨림이 『레조넌스』 연작이 되었다. 거리는 폐점 시간처럼 잠겨 있었고, 이야기는 고요 속에서 발아됐다.
한국·러시아·오스트리아에서 가르친 세월은 그에게 “믿음과 생각이 가장 조용히 만나는 방”을 찾게 했다. 그 방은 거창한 강단이 아니라, 돌 하나·빛 한 줄기·깨진 유리 조각이 마음 깊은 곳을 울리는 곳이었다. 그 울림을 잊지 않기 위해 그는 다시 글로 돌아왔다. 돌담 사이의 습기, 겨울 운하 위를 가르는 서리, 그리고 도시의 숨결을 적시는 물의 상승.
『레조넌스 3: 레닌그라드 홍수 연대기』는 균열에서 잘라낸 세 번째 그림자다. 무너진 도서관의 유리 파편, 검열이 남긴 공백, 홍수가 총성보다 큰 침묵을 만든 광장. 그곳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스스로 품고 있던 침묵이 옆에서 숨 쉬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저자는 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작은 속삭임으로, “경계 없는 한마디가 우리를 다시 일으킨다”고만 말한다.
그는 독자에게 한 가지 조용한 부탁을 전한다. 해 뜨기 전 강가에 서서 물비린내를 깊게 들이쉬어 달라고. 그 차가운 공기 속에 살아 있는 몸들의 온기, 돌이 지닌 낮은 숨, 희미하게 깜빡이는 램프의 빛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미세한 떨림 하나면, 긴 밤이 느슨해질 때까지 등잔불은 꺼지지 않는다.
https://www.amazon.com/dp/B0F85W845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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