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와 암실
2025년 06월 05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5월 0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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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7061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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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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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이
대안학교
비디오키드
로사
이층침대
새벽
사진작가
위로
지은
빛망울
열화복제
회전교차로
악마의 씨
여학교의 비밀 : 호수
암실
영우학당
산책
해설 | 씐 것과 쓰는 것_박인성
작가의 말
내가 그 학교 출신이라는 사실이 아직도 몹시 불편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연보랏빛 얼굴들 중 오직 기억나는 고유명사 하나가 로사라는 것도 인정해야 했다. (……)
그때부터 그녀와 헤어지던 날까지 나를 사로잡던 강렬한 혐오감은 이후 다른 누구에게 느낀 것보다 강렬했다. 나는 로사가 내게 생애 최초로 혐오라는 감정을 제대로 가르쳐준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_51~52쪽
“너희가 몰라서 그러는데 생각보다 아저씨들, 별것 아니야.”
(……) 어쨌든 그렇게 아저씨들이랑 어울리다가 좋은 아저씨들뿐만 아니라 질이 좀 낮은 아저씨들과도 어울리게 되고 같은 학교 여자애들을 꾀어내 성매매를 알선한 일이 로사가 저지른 범죄였다. 로사는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를 빤히 쳐다보기도 했다. 예쁘고, 가난해 보이는 애들. 그렇게 쳐다보면 소름이 끼쳤다. 파충류 눈 같다고 생각했다. 예쁘고 가난한 애들이라니, 그런 말은 엄마에게도 수없이 들은 말이었다. _64~65쪽
그 시절 로사를 보면서 나는 엄마와 비슷하다고도 생각했다. 나를 낳고 길렀지만, 결코 나를 보호할 생각이 없었던 여자. 개명하기 전 자기 이름을 딸에게 물려주는 여자. 나는 살면서 그런 사람을 본 적 없다. 엄마는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했던 자기 이름을 나에게 주었다. 자기가 잃어버린 빛나는 시절을 내 육체를 통해 재현하려고 했다. _65쪽
“그때 나는 만 열일곱 살이었어. 고3 생일 지나기 전이니까. 그런데 청바지만 입고 찍으려면 청바지만 입은 채 적응해야 한다는 거야. 사진처럼. 아무것도 안 걸치고.”
(……) 머릿속에 재이의 청바지 화보가 반짝 떠올랐다.
“난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어. 모델이니까. 그런데 그 상태로 밥까지 먹을 줄은 몰랐어. 턱수염이랑 둘이서.”
“뭘 먹었는데?”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이상한 질문을 했다. 재이는 막힘없이 대답했다.
“컵라면.”
그런 길고 풍성한 머리를 늘어뜨린 채 먹기에 가장 부적절한 음식이었다. _92~93쪽
“까치밥이라고 알아, 언니?”
너무 뜬금없는 말이라서, 나는 하마터면 몰라, 말할 뻔했다. (……)
“그래서?”
“까치밥으로 남겨둔 바알간, 뭐 그 여자는 늘 그러더라고, 빨간도 아니고 바알간, 이라고.”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듣게 말해줘.”
“내 전남편이랑 만난, 아니 여전히 만나는, 아니 이제는 같이 사는 여자. 그 여자가 까치밥 보자고 날마다 산에 가자고 했거든. 바알간 까치밥을 보는 게 좋다면서. 씨발, 뭔 개 같은 소린지. 그런데 그 발간인지 벌건인지 보려고 나도 날마다 산에 갔어. 걔네들이랑.” _119~120쪽
차가 폭발할 듯 굉음을 낼 때 나는 몹시 당황해서 소리를 질렀다. 조수석에 앉은 시험관은 한심하다는 듯 노려보며 내리라고 했다. 그는 아마 결코 상상하지도 못할 것이다. 자기 옆에 앉은 사람이 미성년 나이에 거침없이 액셀을 밟아 사람을 치어 죽였다는 사실을. _144쪽
나는 시체가 있는 물에서 수영하는 내 몸에 세균이 번식할까 봐 무섭다는 생각을 했어. 그 생각을 하자마자 냅다 물에서 빠져나왔어. 친구도 더는 나를 잡지 않았어. 마치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것처럼. 물을 뚝뚝 흘리며 방에 돌아왔고 밤새 울었어. 그리고 다짐했어. 나는 내 방식대로 진실을 찾고 내 방식대로 복수하리라고.
내 방식이 무엇이었냐 하면, 소문을 내는 거였어. _222쪽
‘우리 일’은 핼리혜성이 다시 오는 2061년 이후에도 끝나지 않을 일이다.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후까지. 한문 번역 AI 기술이 상용화되면 좀 더 앞당겨질 수 있으리란 예측은 10년 전에도 있었다. 그저 조금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뿐이었다. 《승정원일기》 번역은 나의 온 생애를 걸어야 하는 사명을 받은 일이었다. 나는 그렇게 키워졌다. 너무나도 진지했던 나의 스승으로부터. _235쪽
재이를 촬영하는 남자들, 미간을 찌푸린 놈들의 모습을 나는 멀찌감치 서서 바라보고 있다. 주먹을 불끈 쥐고 벽에 기대서 사진을 찍는 재이를, 가슴과 엉덩이가 한 컷에 담길 수 있게 포즈를 잡는 재이를 나는 그보다 더 멀찌감치 서서 바라본다. 재이에게 어떤 자세를 취하게 하는 남자들, 그저 키가 크거나 작거나 살쪘거나 말랐거나 털이 많거나 그렇지 않을 뿐인 존재들을. 그러나 재이와 마주 앉아 컵라면을 먹는 인간은 턱수염이라는 특정한 존재여야 하는데, 어느덧 그 얼굴은 킴이었다. _239~240쪽
“내가 언니를 어떻게 생각했느냐고? 말해줄까?”
재이는 떠보듯 은근하게 말했지만 기분 나쁘지 않았다.
“뭔데?”
“양말 안 신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나는 내 발을 내려다봤다. 운동화를 신었지만 여전히 맨발이었다.
“(……) 이제 그만 잊어버려. 어렸을 때 일들은. 사진도 다 찢어버리고. 그리고 언니, 이제 양말 좀 신고 다녀……. 남 걱정 그만하고.” _267~268쪽
“사진도 없고 영상도 없지만 너에게는 기억이 있어.
오직 너만 알 수 있는 감정이란 게 있어.”
감춰진 비밀을 공유하는 기억의 공간 ‘호수’와 ‘암실’
『호수와 암실』은 과거에 존재했던 공간인 ‘호수’와 ‘암실’로부터 이어지는 두 가지 기억의 궤적을 따라 전개된다. 주인공 ‘나(서연화)’는 대학 부설기관인 ‘승정원일기번역연구소’에 소속되어 고전 문헌을 번역하는 연구자다. “핼리혜성이 다시 오는 2061년 이후에도 끝나지 않을”(235쪽) 지난한 작업을 수행하며 변화 없는 나날을 보내지만 끔찍한 악몽이 뒤엉켜 만들어내는 아상블라주처럼 과거의 기억을 끊임없이 반복해 떠올린다. 어린이모델 시절, 촬영 현장에서 자신을 희롱하던 스태프를 차로 치어 죽인 기억이 그것이다.
여전히 깊은 모멸감으로 남아 있는 그 기억은 시시각각 현재의 시간으로 침범해 들어오려는 두 여성의 존재로 인해 ‘현재’의 공포로 되살아난다. 촬영 현장에서 어린 자신을 학대하듯 방치한 ‘엄마’와 그 사건으로 입소하게 된 정화여학교(소년원학교)에서 만난 ‘로사’다. “예쁘고, 가난해 보이는”(64쪽) 아이들을 표적 삼아 성매매를 알선한 죄로 그곳에 오게 된 ‘로사’는 ‘나’에게 “최초로 혐오라는 감정을”(51쪽) 가르쳐준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로사’와 재회하게 된 것은 ‘나’와 동류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재이’를 통해서다. 한때 인기를 끌었지만 이제는 한물간 패션모델이 된 ‘재이’는 만 17세의 미성년 시절, 일명 ‘턱수염’이라 불리는 사진작가 앞에서 청바지만 입은 채 상반신은 머리카락으로 가리고 화보 촬영을 했었다. 게다가 그 상태로 “길고 풍성한 머리를 늘어뜨린 채 먹기에 가장 부적절한 음식”인 “컵라면”(93쪽)까지 먹어야 했다. ‘재이’는 자신에게 모멸감을 준 세미누드 촬영을 자랑스러운 필모그래피라고 내세우는 ‘턱수염’에게 분노하지만 과거를 폭로하고 고발하는 데는 여전히 주저한다. 그런 ‘재이’에게 ‘나’는 그날 현장에서 겪은 모욕을 또렷이 기억하고, 과거의 순간과 반드시 대면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도 없고 영상도 없지만 너에게는 기억이 있어. 오직 너만 알 수 있는 감정이란 게 있어. 고통스럽다고 해도 정확하게 생각해내야 해. 떠오를 때마다 기록하고.” (107쪽)
“한순간에 찍히는 삶, 산산이 부서뜨려 박제하는
모멸과 정염과 절멸의 순간.”
자신을 잃고 ‘유령의 마음’으로 떠도는
공포에 점령되어가는 비일상적 세계
과거를 외면하고 싶어 하는 ‘재이’를 대신해 ‘턱수염’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한 ‘나’는 인터넷 세계에 공허하게 떠도는 그의 흔적을 추적해나간다. 그 과정에서 ‘턱수염’과 그의 동료 ‘킴’이 남성적 구조와 권위의 힘을 앞세워 상대를 얼마나 손쉽게 점령해왔는지 알게 된다. 그것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상대에게 빙의시키듯, 그를 취약하고 유순한 상태로 만들어 어떤 대항도 하지 못하게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마치 스스로를 잃고 귀신에 씐 듯, 모욕과 모멸감조차 느끼지 못한 채 떠도는 ‘유령의 상태’처럼. 그리고 그것이 비단 ‘턱수염’과 ‘킴’만의 방식이 아니라 과거에 ‘엄마’가 어린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로사’가 미성년 소녀들에게 했던 것처럼, 그리고 지금 ‘로사’가 ‘재이’에게 행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방식임을 깨닫는다. 이렇듯 우리는 좀처럼 소거되지 않는 언캐니한 목소리들과 언제나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작가는 ‘턱수염’과 ‘킴’이 감추고자 하는 학창 시절의 비밀스러운 공간인 ‘암실’과 ‘나’와 ‘로사’의 과거 기억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호수’라는 상징적 공간의 대비를 통해 이 이야기를 ‘남성과 여성’ ‘여성과 여성’ 간의 단순한 대결 서사에 머물게 하지 않는다. “호수는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을 비추는 반면, 암실은 무엇도 비출 수 없는 폐쇄적인 공간이다.”(해설, 270쪽) ‘암실’이 진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한 공간이라면 ‘호수’는 자신의 모습을 비추며 그 아래 가라앉아 있는 심연과 마주할 수 있는 ‘투영’의 공간인 것이다. 그러므로 『호수와 암실』은 그렇게 거머쥔 진실을 통해 “우리의 삶과 일상이 해결하기 어려운 저주와 빙의로 가득 찬 오컬트 세계가 되어버렸음을 한탄하기보다 그 너머에 더 나은 풍경”(해설, 289쪽)으로 기억되길 원한다.
작가정보
작가의 말
연화가 얼마나 신뢰할 수 없는 화자인지 독자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나는 그 부분이 이 이야기의 승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신뢰할 수 없는 화자는 연화이기도 하지만 작가인 나 자신이기도 하다. 이 차갑고 덤덤한 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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