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매일 여는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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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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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싫증을 잘 내고, 포기가 빠르고, 모든 것을 편식하는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강세형 작가는 산책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는 자신보다 천천히 걷는 이의 건강을 염려하고, 임시휴업 안내가 붙은 가게의 존폐를 걱정한다. 주먹보다 작은 참새를 보며 세상의 모든 약한 존재들을 떠올린다. 노점 할머니에게 2천 원어치 풋고추를 사며 아무 일 없이 보낸 하루에 감사하며, 평온한 행복을 수집한다. 소소한 뿌듯함, 작은 기쁨, 하찮은 즐거움들을 수집한다. 그리고, 진정으로 회복한다.
강세형 작가는 말한다. 걷고, 생각하고, 기록한 자신의 소소한 일상이 누군가에게 작은 응원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고. 자신이 ‘닫힌 현관문’을 열었듯, 이 책을 읽은 누군가가 자기 앞을 막고 선 ‘닫힌 무언가’를 열어 보기를 바란다고. 봄을 걸으며 소멸을 생각하고, 겨울을 걸으며 시작의 설렘을 느끼는 그의 글은, 예측하지 못하는 순간, 마음속에 숨겨 둔 감정들을 태우게 하는 작은 불씨가 되어 줄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
에필로그_나는 아직, 현관문을 열고 매일 걷고 있다
아주 오래전 어떤 친구가 길에서 이제 막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작은 아이들을 보면 무섭다고 했던 기억도 난다. “내가 혹시 못 보고 밟을까 봐….” 그땐 그 친구의 말이 잘 이해가 안 됐다. ‘네가 어떻게 밟아. 개미도 아니고, 못 볼 수가 없잖아.’
나보다 작고 약한 존재를 해할까 두려워하던 친구의 그 조심스러운 마음을 요즘 종종 떠올리곤 한다. 내가 아무리 작고 약한 존재라 해도, 세상엔 나보다 더 작고 약한 존재가 분명 있다. 내가 조금만 발을 잘못 디뎌도, 내가 조금만 무례해져도, 나로 인해 상처받을 나보다 약한 존재가 있다는 걸, 요즘은 산책길에 만나는 이 주먹보다 작은 참새들을 보며 생각한다.
내가 너무 약해져 있을 때,
초라한 내가 한없이 작게 느껴질 때도,
나만 보는 사람, 나밖에 볼 수 없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나보다 약하고 작은 존재는, 언제나 어디에나 있을 테니까.
-20쪽, 2023년 5월 8일 월요일
한번은 나보다 더 느린 내 또래 남자를 만났는데, 정말 아주아주 천천히 걷다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 그 그분에게 눈이 갔다. 최근에 무슨 수술이라도 받고 재활 중이신 걸까. 통증을 가까이에 둔 삶을 살기 시작한 후 자꾸 아픈 사람에게 눈이 간다.
그분의 사연이 궁금해졌지만,
마음속으로만 그분에게 건투를 빌며,
나 또한 보통 사람들보단 느린 걸음으로 그분을 지나쳤다.
그러고 보니 나는 요즘
사방에 건투를 뿌리고 다니고 있는 것만 같다.
항상 집에만 있다 세상 밖으로 나오니, 슬픈 표정, 아픈 표정, 지친 표정의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에 자꾸만 놀란다. 그리하여 어쩐지 자꾸만 건투를 빌게 된다. 한편으론 그 건투가 그냥, 나의 오지랖이길 바라며.
-29쪽, 2023년 5월 12일 금요일
밤거리에서 큰소리로 다투고 있는 젊은 남녀, 서로 부둥켜안고 꺼이꺼이 소리 내 울고 있는 젊은 연인을 만난다. 한 여자는 길에 주저앉아 울고 있다. 가만히 서서 여자를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의 표정은 몹시 지쳐 보인다. 반대로 이번엔 한 남자가 울먹이며 무언가를 열심히 호소하고 있다. 그에게 손목을 잡힌 채 여자는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여자의 얼굴에 떠오른 저 복잡한 표정은 슬픔인지, 고단함인지, 아니면 그럼에도 사랑인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 모두일 수도 있겠지.
다들 열심히 사랑을 하고 있다.
저리도 사람을 지치게, 슬프게, 아프게 하는 사랑을,
모두들 열심히 하고 있다.
-31쪽, 2023년 5월 14일 일요일
그저 나이 먹어 기억력이 감퇴했다고 말하기엔, 나의 뇌도 취향이라는 것이 생겨 기억하고 싶은 것만 저장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렇지 않은 것들은 저 뒤 어느 구석진 서랍에 가둬 두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때가 종종 있다. 그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무엇이든 새롭고 무엇이든 기억이 자동 저장되고 자동 재생되던 시절, 물론 좋은 일도 많았지만 아픈 일도 많았다. 매일매일이 아프기만 했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아픈 일도 서랍에 넣어 두고 아주 가끔씩만 꺼내 볼 수 있는 나이가 됐다. 쉽게 감동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래서 더 그런 마음이 들게 하는 작품을 반가워하게 됐다. 그럼에도 또 가끔은,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요동치던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72쪽, 2023년 6월 18일 일요일
어쩌자고 이렇게까지 식물을 늘려 온 걸까. 감당하지도 못할 애들을 끝도 없이 늘려 온 내가 정말 미쳤나 싶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에겐 그게 필요했다. 끝없이 쏟아져 오는 외부 자극으로부터 나를 보호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온전히 혼자가 될 수 있는 나만의 시간, 나만의 보호막이 필요했는데, 그것이 나에겐 식물이었다.
아주 날카로웠던 시기가 지나가고,
이젠 조금 날카로운 시기를 겪고 있는 나는 요즘,
산책을 한다.
집 안에서 식물들과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밖으로 나가 바깥 식물들과 바깥세상을 구경한다. 여전히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조금의 보호막은 남겨 놓은 상태로 나가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현관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니, 그렇게 될 수 있는 데까지 나를 도와줬던 식물들을 무작정 다 내칠 수는 없다. 나는 여전히 식물들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까지만 키워야지, 라고 분명 다짐을 하긴 했는데….
애들이 점점 자란다.
수는 줄었지만 애들이 자꾸만 자라나니,
우리 집은 다시 정글이 됐다.
-92쪽, 2023년 6월 28일 수요일
나는 오로지 나의 눈으로만 세상을 본다. 타인의 눈으로는 절대 단 한 번도 세상을 볼 수 없을 것이기에 죽을 때까지도 확인할 수 없는 일이긴 한데, 가끔 의문이 든다. 우리는 모두 같은 것을 보고 있는 건 맞을까? 여러 사람과 여행을 하다 보면 같은 장소에 가도 서로 다른 것을 보고 온 경우가 허다하다. 서로의 사진을 교환하다 보면 놀란다. 여기 이런 게 있었어? 네 눈엔 이런 게 보이는구나. 내 눈엔 이런 게 보이는데.
고흐의 그림 속 파란 밤하늘도 그렇지만, 모네의 뿌연 수련 시리즈도 그가 노년에 앓았던 백내장의 영향일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에도 그가 앓고 있던 간질에서 비롯된 망상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있다. 정말 그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썼다는 거다. 사실 그런 정신 질환이 예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과 글들은 너무 많다. 그래서 가끔은 정말 궁금하다. 그들의 눈에는 정말 세상이 이렇게 보이는 건 아닐까. 그들의 머릿속에선 정말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건 아닐까. 다수의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걸 보고, 조금 다른 걸 생각하고, 조금 다른 걸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예술가라면, 망상과 예술은 결국 한 끗 차이인 건 아닐까.
-153쪽, 2023년 8월 8일 화요일
그 기간 내내, 나는 공부를 하고 가족들에게 사실을 전달했다.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제시하고, 다른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견을 조율하고 취합했다. 내가 그 역할만을 하는 동안, 그 역할밖에 할 수 없음을 깨달을 때마다, 내가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딱 하나였다. 나는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모르는구나. 그래서 아버지를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를, 나는 정말 모르겠다는 생각.
그 기간 내내 그러했지만, 장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나는 여전히 답을 몰랐다. 친하지 않았던 아버지와 이별하는 법. 그리고 사실,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그저, 예전보다 아버지를 생각하는 시간이 늘었다. 어떤 날엔 길을 걷다 문득 멈춰 선다. 이 길로 더 가면, 그 식당이 보일 것을 알기에 멈춰 선다. 아버지와 함께 갔던 식당. 어떤 날엔 불을 끄고 누워서도 한참을 뒤척인다.
-200쪽, 2023년 9월 19일 화요일
매일 걷던 길인데도,
새로운 풍경에 추운 줄 모르고 걷는다.
오래 사랑하는 법은 한 대상과 여러 번 사랑에 빠지는 것이라고 하던데, 매일매일 달라지는 풍경이 나로 하여금 현관문을 열게 한다.
-297쪽, 2023년 12월 19일 화요일
나는 지금 제자리에 있는 걸까, 아니면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이미 오래전에 나의 제자리를 놓쳐 버린 건 아닐까. 혹 내 물건들에 대한 나의 제자리 집착 또한 나의 이런 불안함의 발현은 아닐까.
마흔이 넘어서도 여전히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나의 제자리는 어디일까.
-303쪽, 2023년 12월 24일
언제나 포기가 빠른 편이었다.
내가 가질 수 없을 것 같으면, 내가 잘할 수 없을 것 같으면, 나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 어차피 내가 설득할 수 없는 관계라면, 어차피 내가 이룰 수 없는 일이라면, 늘 쉬이 돌아서 버리곤 했다. 그 대상이 물건이든, 취미든, 사람이든, 일이든, 꿈이든.
포기 또한 재능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어서, 포기가 빨라 좋았을 때도 많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가끔은 의심이 든다. 혹 내가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포기도 재능이란 말로 합리화하며 너무 쉬이 덮어 버리진 않았을까.
-321쪽, 2024년 1월 19일 금요일
어느 날 문득, 소리 소문 없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에는,
늘 마음을 뺏긴다.
새들의 무덤 또한 본 적이 없다.
고양이들의 무덤도 본 적이 없다.
이 많은 새들과 고양이들은 또 다들 어디로 가는 걸까.
소멸을 앞둔 봄을 걷는다.
내일이면 사라져 버릴 꽃잎들을 보며 걷는다.
결국은 또 모든 것이 떠나갈 것을 알지만.
그래도 인간의 욕심이 마음 한편에서 삐쭉 고개를 드민다.
조금 천천히, 떠나갔으면 좋겠다.
이 봄도, 소멸을 앞둔 모든 생명들도.
-378쪽, 2024년 4월 8일 월요일
“뛰지는 못합니다.
저는 오로지 걷지요.
그것도 아주 느리게, 느리게.”
-본문 중에서
70만 독자가 사랑한 작가 강세형, 5년 만의 신작 에세이
걷고 생각하고 적어 낸, 작고 반짝이는 일상의 기록
“여전히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나의 제자리는 어디일까.”
현관문을 여는 날보다 안 여는 날이 더 많은 사람. 집에서 일하고 집에서 밥 먹고 집에서 식물을 돌보는, 자신에게 최적화된 공간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 반기는 이들과의 약속이지만 약속이 취소되면 어쩐지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 지인들로부터 ‘히키코모리’라 놀림 받는 사람. 여행을 좋아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현관문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역시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람. ‘공감의 작가’라 불리며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희한한 위로》 등의 에세이를 통해 70만 독자의 큰 사랑을 받은 작가 강세형이 조금 특별한 글을 모아 냈다. ‘나는 생각을 하기 위해 걷는 걸까. 생각을 멈추기 위해 걷는 걸까.’ 갸웃하며, 1년간 매일 꼬박 걷고 기록한 반짝이는 일상에 대한 글이다. 그리고 이제 그는 책 제목처럼 ‘현관문을 매일 여는 사람이 되었다’.
걷는 동안 수많은 단어들이 나에게 와 말을 걸어, 못 이기는 척 한글창을 열고 받아 적기 시작했지만, 그 기록들 또한 하루하루의 기록일 뿐 대단한 이야기도 아니었다.
어떤 날엔 그저 친구들의 무해한 농담을 떠올리며 걸었다. 어떤 날엔 ‘세상은 거대한 놀이터인데, 어른이 되어 가면서 모두 그걸 잊어버리지’라는 영화 속 대사를 떠올리며 걸었고, 또 어떤 날엔 ‘이 짓이라도 안 하면 이 지루한 일상을 어찌 견디랴, 웃을 일이 없어서 내가 나를 웃기려고 쓴 것들이 대부분이다’라는 노 소설가의 글을 떠올리며 걸었다. 어떤 드라마에서 생각이라는 걸 해야 할 때마다 하염없이 걷는 여자를 떠올리며, 나는 생각을 하기 위해 걷는지, 생각을 멈추기 위해 걷는지 궁금해하기도 했고, 꽤 많은 날엔 아버지를 생각하며 걸었다. -본문 중에서
강세형 작가는 대단한 변화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10여 년 전, 자가면역질환 베체트의 발병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통증이 시작되었고, 통증은 바깥세상의 소요를 견디지 못하게 만들었다. 통증을 다스리며 침잠해 있던 시간이 지나고, 이제 조금씩 운동을 시작해 봐도 좋겠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새기며, 펜데믹 이후 일상으로 복귀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운동 부족이라는 글자가 가득한 건강 검진 결과지를 펼치며, 자꾸만 현관문을 향하는 자신의 시선을 느끼며, ‘산책’이라는 단어가 귀에 와 닿기 시작했다. 작가는 말한다. “내 삶의 어떤 특정한 시기에 그 모든 사소한 일들이, 우연과 같이 동시에 나를 찾아왔을 뿐이다.”
어떤 날엔 공원에서 만나는 검은 얼룩 고양이의 안부가 궁금해 현관문을 열었고, 또 어떤 날엔 붕어빵 아주머니의 오늘이 궁금해 현관문을 열었다. 계절이 바뀌며 변해 가는 공원의 색이 궁금해서, 해가 짧아지면서 달라지는 가로등 켜지는 시간이 궁금해서 산책을 나섰다. 대단한 계기, 결연한 의지 같은 건 없었지만, 매일 현관문을 열고 바깥을 걸으며 그의 내면은 쨍한 파란 밤하늘처럼 깊은 색으로 물들어 갔다.
항상 집에만 있다 세상 밖으로 나오니, 슬픈 표정, 아픈 표정, 지친 표정의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에 자꾸만 놀란다. 그리하여 어쩐지 자꾸만 건투를 빌게 된다. 한편으론 그 건투가 그냥, 나의 오지랖이길 바라며. -본문 중에서
“일상의 순간순간들이 모여 행복이 쌓여 간다.
모두가 그렇게 열심히 행복을 수집해 간다.”
산책하며 수집한 평온의 풍경들, 생의 아름다움
현관문을 열고 길을 나선 그는 발견한다. 빠른 걸음으로 앞질러 가는 ‘낮의’ 할머니들과, 어디서 구한지 모르겠는 형광 조끼를 입고 폐지를 모으는 ‘밤의’ 할머니들을, 스치듯 지나는 무례한 사람의 행동과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의 몸짓을, 길 한가운데 서서 울며 다투며 그럼에도 사랑을 하는 이들을, 소멸하는 꽃잎들과 있는지도 몰랐던 강가의 왜가리들과 매일 안부를 묻게 되는 고양이들을. 그리고 생각한다. 뱉어내 버린 미성숙한 말들을, 친구들의 다정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조언들을, 어느 한 시절을 버티게 해 준 낯선 사람들과 그들이 내민 손길을, 떠난 이들과 그리고 정말로 떠나 버린 아버지를.
그 어떤 특별한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는 좋은 걸까, 나쁜 걸까.
조금 더 어렸을 땐 지루하다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은 아니다. 이 고요와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요즘의 나는 그렇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 고맙다. 어제와 같은 오늘의 내가 기특하다 느껴질 때도 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을 나는 인간사에 적용하고 싶지 않다. 비 따위 안 맞을 수 있다면 안 맞는 게 좋은 삶이다. 고생 끝에 낙 같은 소리도 믿지 않는다. 몸고생이든, 마음고생이든, 피할 수 있는 하루가 좋은 하루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하루를 보낸다. 특별히 좋은 일도 특별한 다짐 따위도 없었지만, 특별한 고생도 없었던 하루가,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저물어 가고 있다. -본문 중에서
스스로 ‘싫증을 잘 내고, 포기가 빠르고, 모든 것을 편식하는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강세형 작가는 산책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이제는 ‘히키코모리 프로산책러’라는 놀림을 받으며, 매일 현관문을 연다. 그는 자신보다 천천히 걷는 이를 발견하면 그의 건강을 염려하고, 임시휴업 안내가 붙은 가게를 보면 가게의 존폐를 걱정하고, 주먹보다 작은 참새를 보며 자신보다 약한 존재들을 떠올린다. 노점 할머니에게 2천 원어치 풋고추를 사며 아무 일 없이 보낸 하루에 감사하며, 평온한 행복을 수집한다. 소소한 뿌듯함, 작은 기쁨, 하찮은 즐거움들을 수집한다. 그리고, 진정으로 회복한다. 강세형 작가는 말한다. 걷고, 생각하고, 기록한 자신의 소소한 일상이 누군가에게 작은 응원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고. 자신이 ‘닫힌 현관문’을 열었듯, 이 책을 읽은 누군가가 자기 앞을 막고 선 ‘닫힌 무언가’를 열어 보기를 바란다고. 봄을 걸으며 소멸을 생각하고, 겨울을 걸으며 시작의 설렘을 느끼는 그의 글은, 예측하지 못하는 순간, 마음속에 숨겨 둔 감정들을 태우게 하는 작은 불씨가 되어 줄 것이다.
요즘 나는 매일 현관문을 연다.
마음도, 머리도, 조금씩 딱딱해져 가는 내가 지루하다 느껴진 걸까. 무엇을 보고 웃게 될지, 무엇을 보고 또 아파할지, 내 안의 어린아이를 찾아 현관문을 연다. 놓치면 또 지나가 버릴 오늘의 밤하늘을 기억하기 위해, 깜빡 눈을 감았다 뜨면 또 사라져 버릴 오늘 하루를 기억하기 위해, 한글창을 열고 기록을 남긴다. -본문 중에서
작가정보
공감의 작가, 강세형.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라디오 작가로 활동했다.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나를, 의심한다》,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 《희한한 위로》를 썼다. 느리지만 꾸준히, 책으로 독자에게 안부를 전한다. 위안과 휴식을 주는 그의 문장들은 70만 독자의 큰 사랑을 받았다.
현관문 밖을 잘 나서지 않는, 집에서 일하고 집에서 쉬고 집에서 식물을 돌보는 ‘히키코모리’ 같은 삶을 살던 그가 어느 날 현관문을 열고 바깥세상으로 나가 걷기 시작했다. 대단한 변화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조금 궁금한 것들이 있었고,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면 차곡차곡 걸음 수가 늘어났다. 그는 지금도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매일 걸으며, 전과는 아주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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