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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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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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물도 독극물도 되지 못하는 세상에서
수많은 시가 태어나도 달라지지 않는 이 세상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중심을 뚫고 흘러나오는 나지막한 목소리
우리의 시대와 시는 어떠해야 하는지 엄중히 묻는 발화들
세포들/ 거미불가사리/ 닭과 나/ 지렁이를 향해/ 진딧물의 맛/ 옥시토신/ 멸치들/ 누군가의 이빨 앞에서/ 슴새를 다시 만나다/ 밤과 풀/ 발람의 나귀/ 물의 눈동자가 움직일 때
2부 파편들
여섯번째 멸종/ 플라스틱 산호초/ 얼음 시계/ 아보카도/ 물의 국경선/ 물풀한계선/ 소리풍경/ 물구나무종에게/ 바다와 나비/ 파편들/ 깨진 창문들/ 무겁고 투명한/ 카즈베기에는 저녁이 오고
3부 피와 석유
시와 물질/ 피와 석유/ 역청이 있었다/ 조지 오웰의 장미/ 시인과 은행/ 샌드위치/ 광장의 재발견/ 존엄한 퇴거/ 강물이 요구하는 것/ 하미에 갔다/ 평화의 걸음걸이/ 머리카락 깃발/ 사과의 날
4부 산호와 버섯
세계 끝의 버섯/ 산호와 버섯/ 바람의 음악/ 유리창 너머/ 눈의 대지/ 눈 밟는 소리/ 오늘의 햇볕/ 이올란타/ 허공의 방/ 주머니를 만들기 위해서는/ 내 가장자리는 어디일까/ 이 숟가락으로는/ 손과 손으로
해설 | 가없는 휴머니즘 박동억(문학평론가)
각주처럼 사족처럼 돋아나는 풀
포크레인의 날처럼 생긴 풀
칼날 하나 품고 자객처럼 숨어 있는 풀
검은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 풀
밤에만 꽃잎을 여는 풀
아무도 먹지 않는 열매를 달고 있는 풀
자동차 바퀴에 뭉개져도 다시 일어나는 풀
갑자기 쏟아지는 빗방울에 화들짝 놀라는 풀
지나는 발들을 향해 말을 걸어오는 풀
독 빠진 뱀처럼 기어가는 풀
밤과 발과 뱀과 풀은 나아가고 있다
태양 없이도
_「밤과 풀」에서
─────
대체 무엇을 나라고 부를 수 있을까
방금 어깨를 부딪치며 지나간 사람,
그를 돌아보는 동안에도 세포 몇 개가 사라졌겠지
진화는 세포들 사이의 사건,
우리가 생물학적으로 아름답고 복잡한 것은
박테리아와 미토콘드리아 덕분이라고 마굴리스는 말했지
진화의 가지런한 가지는 도무지 없다고
_「세포들」에서
─────
미안해요, 물구나무종이 되기에는
몸이 너무 무거워졌어요
머리에 피가 쏠리는 걸 견디기 어렵고
팔목은 발목보다 훨씬 취약해요
두 팔을 땅에 대고 한 걸음도 나아갈 수가 없어요
직립보행의 나날이 너무 길었나봐요
물구나무종, 당신은
손으로 걸어다니는 새로운 인류
_「물구나무종에게」에서
─────
광장에서 공원으로, 다시 광장으로
여의도는 재발견되었다
계엄과 탄핵의 나날 속에서
새벽에 국회의사당으로 달려간 시민들에 의해서
추위를 뚫고 걸어서 대교를 건넌 발길들에 의해서
여의도는 더이상 섬이 아니게 되었다
잃어버린 광장의 기억이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_「광장의 재발견」에서
─────
그들은 말한다
석유나 가스에도 정신이 있다고,
고갈과 종말에 대한 공포를 가르치는 대신
새로운 신을 섬기게 하고
타오르는 불꽃의 아름다움을 알게 해야 한다고
피처럼 붉게
피보다 붉게
마침내 피로 붉게
세상을 물들이는 자들이여,
더이상 석유를 위해 피를 흘리지 말라
피는 붉고 석유는 검지만
피와 석유는
포르피린이라는 같은 혈통을 지녔다
_「피와 석유」에서
─────
구멍이 숭숭 뚫린 숟가락도 만들고
조개껍데기를 이어붙인 조개 숟가락도 만들면서
그는 생각했을 것이다
이 순한 숟가락들이야말로 가장 정직한 무기라고
한술 한술 누군가 떠먹이며 살아야겠다고
그가 만든 어떤 숟가락은 작은 새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숟가락으로는 무엇을 먹을까 먹일 수 있을까
_「이 숟가락으로는」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가며 “저는 가능주의자가 되려 합니다. 불가능성의 가능성을 믿어보려 합니다”(『가능주의자』)라고 노래했던 나희덕 시인. 그의 신작 시집 『시와 물질』이 문학동네시인선 229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와 물질』은 소외되고 침묵을 강요받은 존재들의 맨얼굴과 목소리들이 전면에 나서게 되는 무대와도 같다. 이곳에서 거미불가사리, 닭, 지렁이, 버섯 등 비인간 존재들이야말로 실은 지구와 인간을 지탱해온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시인은 인간이 점차 잃어가고 있는 생명과 연대 감각의 회복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위해 이들의 목소리를 귀히 담는 한편으로, 오늘날 시와 시인의 역할을 엄정히 따지는 질답을 통해 서로 다른 모습과 마음을 가진 존재들이 비로소 연결되는 방법을 타진한다.
요즘 내가 궁금한 것은
진딧물의 맛
개미의 더듬이가 진딧물을 스칠 때
진딧물은 어떤 표정을 지으며 즙을 내뿜는지
과연 개미는 개미 자신을 위해서만
진딧물은 진딧물 자신을 위해서만 물기어린 손을 잡는지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것인지
_「진딧물의 맛」 부분
오늘날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며 비인간 존재를 부각하는 문학 작품은 드물지 않다. 하지만 『시와 물질』은 그 비판의식과 동경의 태도를 주저하는 사랑으로 보여주기에 고유하다. “오랫동안 시인들이 행해왔던 자연 묘사의 방식”으로서 자연이 어떠한 존재라고 ‘확언’하거나, 자연에게서 이타적인 마음을 배제시키는 진화생물학자의 관점에 오롯이 동의하는 대신, 제3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이 시의 ‘사랑’은 인간의 실존을 초월하는 실존적 탐구”(박동억, 해설에서)가 된다. 정확을 기하기 위해 주저하는 시인은 사랑을 말하려고 부단히 성실해진다. 생물학·생태학·사회학을 망라하는 참고문헌은 물론이고 에세이·미술·설치·사진 등 다양한 작가, 작품들과 교류하며 상호텍스트성을 체현하는 이 시집은 그 자체로 세계를 향해 열린 거대한 창이 된다.
그 창을 통해 시인은 생태와 인간을 착취하고 있는 현대사회의 구조가 더는 지속 불가능한 위기에 놓여 있음을 직시한다. 피와 같은 성분을 지닌 석유를 시추하기 위해 인간이 피를 흘려야 한다는 모순을 고발하는 「피와 석유」, 제빵 공장에서 참담한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를 생각하는 「샌드위치」, 삶의 막다른 곳에서 자신의 장례 비용을 남겨놓고 스스로 숨을 거둔 기초생활수급자의 이야기인 「존엄한 퇴거」, 12·3 비상계엄 사태 전후의 여의도의 모습을 생생한 현장감을 더해 다룬 「광장의 재발견」 들에선 시대를 향한 시인의 비판의식이 각고히 벼려져 빛을 발한다.
시와 물질,
또는 시라는 물질에 대해 생각한다
한 편의 시가
폭발물도 독극물도 되지 못하는 세상에서
수많은 시가 태어나도 달라지지 않는 이 세상에서
_「시와 물질」 부분
시인의 문제의식이 가리키는 방향에 시와 시인도 예외일 수 없다. 이런 암담한 현실에서 시는 무엇을 하는가. 그에게 시는 단순히 아름다운 언어들의 조합이 아니라 물질과 마찬가지로 세상과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변형되는 존재와 같다. 표현의 도구로서의 언어를 넘어, 시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역동적인 힘이어야 한다는 인식은 그렇다면 시인은 어떠해야 하는가 묻는 질문을 외면하지 않는다.
시인은 시대의 목격자이자 참여자이어야 하지만, 대출 담당자 앞의 시인은 무력한 시처럼 자신이 “국경을 넘어/ 돈을 물어나르는 매개”에 불과함을 절감한다. 김광균의 시를 떠올리며 “은행에 대해서는/ 시 한 편 쓰지 못했다고 중얼거리”(「시인과 은행」)는 시인의 모습은 드높은 이상을 꿈꿀 순 있지만 현실에서는 갈 곳을 잃은 현대인을 정확히 표상한다. 한편 베트남 사공의 비참한 현실을 “좀더 리얼하게/ 좀더 예술적으로” 찍으려다가 핸드폰을 강물에 떨어뜨린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관음증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 감상적인 동일시를 인정할 수 없다는 듯/ 강물은 배를 흔들어 손에 든 핸드폰을 삼켜버렸다”(「강물이 요구하는 것」). 이처럼 시와 시인에게조차 성역 없는 묘사와 비판은 『시와 물질』 속 순정한 목소리들을 귀기울여 듣게 하는 바탕이 된다.
너는 마악 손으로 떠낸 실테를
내 앞에 내민다
잘 받아내려고 나는 한껏 몸을 기울인다
아이를 받아내는 산파처럼
더 나빠지든 더 좋아지든
더 모아지든 더 흩어지든
어찌되었든 이 실뜨기를 이어가야 해
우리는 한 줄기 실이나 몇 가닥 머리카락으로 연결되어 있어
_「손과 손으로」 부분
강고한 비판들을 목도하며, 과연 인간에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막막해진 독자에게 『시와 물질』의 4부는 든든한 손길이 되어줄 것이다. 어둠 속에서도 끝내 희망과 연대를 발견하려는 시인의 고투가 독자를 맞이한다. 버섯의 포자, 바람만이 연주할 수 있는 하프의 소리, 누군가의 귀를 간지럽히고자 카메라를 들었던 사울 레이터의 사진, 세상의 모든 나무로 만든 숟가락 들은 모두 멀리 떨어져 있는 것들을 그 스스로 매개체가 되어 연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술 한술 누군가 떠먹이여 살아야겠다고”(「이 숟가락으로는」) 결심하는 손으로 시인은 시집의 대단원에서 실테를 독자에게 건넨다. 모양도 길이도 서로 다른 손가락들이 자아내는 연약하고 위태로운 “실뜨기는 자주 어그러지지만”, 괜찮다. 끊기지 않는 실테처럼 짜인 “우리는 다시 손가락에 실을 걸기 시작”(「손과 손으로」)할 테니까. 그 믿음을 보증하는 시집 『시와 물질』이 2020년대의 한가운데에서 우리에게 도착했다.
“세상에 무엇을 건넬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나희덕 시인이 그리는 삶의 자세는 인간을 포기하거나 인간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넓히고 인간 그 이상으로 다시 그리는 일에 가깝다. 시인이 ‘마음 한 조각’을 버리고 얻는 것은 다시 타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림이다. 인간은 인간이 아닌 존재를 향해 자기 마음까지 증여할 수 있는가. 이러한 물음에 자신을 내던질 때 비로소 인간은 인간 그 이상일 수 있을 것이다.”
_박동억 해설, 「가없는 휴머니즘」
작가정보
작가의 말
사람은 걷고 말하고 생각하는 무기질인 동시에
멈추고 듣고 느끼는 유기체.
살아 숨쉬는 물질로서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온몸이 귀로 이루어진 존재가 되고 싶었다.
경청의 무릎으로 다가가
낯선 타자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지친 손과 발을 가만히 씻기고 싶었다.
타고난 자질이 아니라 길러진 열정으로서의 연민,
그 힘에 기대어 또 얼마간을 살고 썼다.
이 시집을 이루고 있는 모든 물질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2025년 3월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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