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과 조우하는 서정처럼

임승민 지음

이스턴퍼블리싱 2025년 05월 15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임승민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어둠과 조우하는 서정처럼』은 2016년 첫 시집 『장항읍』 이후 9년 만에 선보이는 귀한 결실이다. 첫 시집이 젊은 날의 방황과 장년의 고뇌를 담았다면, 이번 시집은 그 시간들을 건너온 시인이 도달한 맑은 해탈의 경지를 노래한다. 오랜 침묵 끝에 도착한 그의 시편들에는 깊은 사유와 함께 응축된 정서가 담겨 있다. 현대적 이미지 속에서도 전통 서정시의 결을 유지하는 그의 시는 독자에게 번뇌를 맑게 지우는 지우개처럼 다가온다. 어둠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며, 그 속에서 길어 올린 서정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울림으로 일상에 지친 독자들에게 서늘한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목차

Ⅰ.
오리온자리
여덟 시의 무사들
해감
나의 우아한 커피 빈
부머 베이비부머예요
하얀 이팝나무
림스치킨
지느러미
선율
홍시
낮잠
아주 조용한
기억하는 방법
모든 지중해
신전 판테온
화장

Ⅱ.
만리동 성우 이용원
치유
바깥
후포
붓꽃
지구 맑음
윤곽
모든 것의 뒤
월례 아줌마
봄
얼룩
숨
인쇄 골목
예순
형사법정
남로당원증

Ⅲ.
애기수련
흔적
선흘리 동백꽃
어리연꽃
인사동 길
마을 별방진
양재천 여기
최순우 옛집
위리안치 추사체
백약이 오름
애기재첩
외할머니
물담길 오조리
월평포구
곶자왈
아버지

해설│연결과 비늘의 미학│백승권

책 속으로

사회주의자였을까 길거리 불빛들을 빌려 원서를 읽었을 그 지게꾼의 마지막 숨이 허름한 전신주 아래가 아니었기를 늘 바랐다

새벽이 그를 받아들였다면 그는 오리온자리 어디쯤에서 환하게 책을 읽고 있을 것이다

-「오리온자리」에서

생각하면 부끄러움이 앞서지만
어쩔 수 없이 오늘까지만 아쉬웠다 치고
이제 더는 뒤돌아다보지 않을 거예요
나도 숨을 쉬어야 하니까요
모래톱 물이 스몄다 빠지듯 물새가 떴다 가라앉듯
그렇게 갈래요
어때요 내 뒷모습이
법성포 고운 유채 빛 비늘
뭐 그런 게 좀 묻어 있나요

-「부머 베이비부머예요」에서

후박나무 그늘 옹기 항아리 뚜껑에서
장독대 돌 틈 민들레 하나 노란 위로
툭 빗방울 튀어 내리는 저물녘이었다

-「아버지」 전문

출판사 서평

첫 시집 『장항읍』 이후 9년 만에 돌아온 임승민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어둠과 조우하는 서정처럼』이 출간되었다. 삶의 어둠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한 이 시집은, 깊은 관조 속에서 피어나는 서정의 언어로 독자들에게 조용한 울림을 전한다.시집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이미지는 ‘비늘’과 ‘연결’이다. 시인은 날카롭지만 아름다운 비늘을 통해 상처와 회복, 존재의 누적된 시간을 상징화하며, 현대 사회에서 단절되고 흔들리는 관계의 가능성을 시로 이어 붙인다.「오리온자리」, 「해감」, 「지느러미」 등 주요 시편들은 잘 읽히는 이야기와 상징적 이미지가 교차하며, 독자의 깊은 감상과 사유를 유도한다. 전통 서정시의 결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각과 언어로 구성된 이번 시집은, 혼란의 시대를 건너는 이들에게 작지만 소중한 위로가 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임승민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6년 시집 『장항읍』으로 시단에 나왔다. 은퇴 후 여러 나라들을 떠돌며 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