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은 것들의 정원

크리스티나 로제티 시선집: 사랑과 죽음의 정원에서

크리스티나 로제티 지음 | 은호 옮김

작가와 2025년 05월 09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잃은 것들의 정원: 크리스티나 로제티 시선』
사랑하고, 기다리고, 잃어버린 것들에 바치는 가장 조용한 시집

『잃은 것들의 정원』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 시인이자 라파엘 전파의 유산을 계승한 크리스티나 로제티의 대표 시 42편을 엮은 시선집이다. 사랑과 죽음, 기억과 기다림, 침묵과 믿음—그녀의 시는 감정을 격렬하게 외치기보다 조용히 다듬고, 찬란한 문장보다 단정한 리듬으로 독자의 마음을 흔든다.

“사랑한다면, 잃을 준비를 해야 한다.” 로제티의 시는 한때 곁에 있었으나 지금은 더 이상 닿을 수 없는 것들을 향한 시적 애도의 기록이다. 《Dream-Land》에서의 죽음은 두려움이 아니라 평온의 상태로, 《No, Thank You, John》에서는 여성 주체의 단호한 거절이 낭만주의적 구애보다 더욱 강력하게 자리한다. 고백보다는 침묵이, 절규보다는 기다림이 더 깊은 진실을 품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시를 통해 조용히 말해준다.

원문과 번역을 함께 실은 이 시집은 잃어버린 것들을 기억하려는 독자, 혹은 기억할 준비가 된 독자를 위한 책이다. 한 장 한 장, 시의 정원을 거닐다 보면, 언젠가 놓쳐버린 감정들과 조우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비로소, 잃는다는 일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임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목차

IN THE ROUND TOWER AT JHANSI, June8, 1857 5
잔시의 둥근 탑에서 (1857년 6월 8일) 7
꿈의 땅 (DREAM-LAND) 10
AT HOME 12
집에서 (AT HOME) 14
FROM SUNSET TO STAR RISE 16
해 지고 별 뜨기까지 (FROM SUNSET TO STAR RISE) 17
LOVE FROM THE NORTH 18
북쪽에서 온 사랑 (LOVE FROM THE NORTH) 20
WINTER RAIN 22
겨울비 (WINTER RAIN) 24
A DIRGE 26
애도가 (A DIRGE) 27
CONFLUENTS 28
합류 (CONFLUENTS) 30
A BIRTHDAY 32
생일 (A BIRTHDAY) 33
REMEMBER 34
기억하라 (REMEMBER) 35
AFTER DEATH 36
죽음 이후 (AFTER DEATH) 37
AN END 38
끝 (AN END) 40
SONG 41
노래 (SONG) 42
A SUMMER WISH 43
여름 소망 (A SUMMER WISH) 45
AN APPLE GATHERING 46
사과 수확 (AN APPLE GATHERING) 48
SONG 50
노래 (SONG) 51
ECHO 52
메아리 (ECHO) 53
WINTER: MY SECRET 54
겨울: 나의 비밀 (WINTER: MY SECRET) 56
ANOTHER SPRING 57
또 하나의 봄 (ANOTHER SPRING) 59
A PEAL OF BELLS 60
종소리 (A PEAL OF BELLS) 62
FATA MORGANA 64
신기루 (FATA MORGANA) 65
"NO, THANK YOU, JOHN." 66
아니에요, 존 ("NO, THANK YOU, JOHN.") 68
MAY 70
5월 (MAY) 71
A PAUSE OF THOUGHT 72
생각의 멈춤 (A PAUSE OF THOUGHT) 74
SONG 75
노래 (SONG) 76
SONG 77
노래 (SONG) 78
DEAD BEFORE DEATH 79
죽기 전의 죽음 (DEAD BEFORE DEATH) 80
BITTER FOR SWEET 81
달콤함 뒤의 씁쓸함 (BITTER FOR SWEET) 82
"THE MASTER IS COME, AND CALLETH FOR THEE" 83
"주님께서 오셔서 너를 부르신다" 85
("THE MASTER IS COME, AND CALLETH FOR THEE.") 85
REST 86
안식 (REST) 87
THE FIRST SPRING DAY 88
첫 번째 봄날 (THE FIRST SPRING DAY) 89
UP-HILL 90
오르막길 (UP-HILL) 91
A BETTER RESURRECTION 92
더 나은 부활 (A BETTER RESURRECTION) 94
THE THREE ENEMIES 95
세 가지 적 (THE THREE ENEMIES) 98
ONE CERTAINTY 100
하나의 확실성 (ONE CERTAINTY) 101
SYMBOLS 102
상징들 (SYMBOLS) 104
"CONSIDER THE LILIES OF THE FIELD." 105
“들의 백합을 보라” ("CONSIDER THE LILIES OF THE FIELD.") 106
THE WORLD 108
세상 (THE WORLD) 109
AMEN 110
아멘 (AMEN) 111
SPRING QUIET 112
봄날의 평화 (SPRING QUIET) 114
A PORTRAIT 115
초상 (A PORTRAIT) 117
ONE DAY 118
어느 하루 (ONE DAY) 120
해설 122

책 속으로

“많이 아플까요?”—“아니, 나의 그대,그 고통을 대신 짊어졌으면 좋겠소.”“차라리 나 혼자 그 아픔을 겪었으면—용기를 내요, 여보, 난 두렵지 않아요.”

입맞춤 또 입맞춤: “이렇게 입 맞추며 죽는 것은 아프지 않아요.한 번만 더.”—“또 한 번 더.”—“안녕.”—“안녕.”

시 '잔시의 둥근 탑에서 (1857년 6월 8일)' 중에서

출판사 서평

『잃은 것들의 정원』은 크리스티나 로제티의 시 중에서 상실과 기억, 고요한 감정의 파동을 중심에 둔 42편을 엄선하여 수록한 시선집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대표 시인이자, 라파엘 전파와 상징주의의 경계에 서 있던 로제티는 정념보다는 절제, 과시보다는 침묵의 시학을 택한 작가였다. 이 시집은 그녀의 정동적 언어가 얼마나 단단하고 은밀한 울림을 갖는지를 새롭게 조명하고자 기획되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 일’이라는 전언처럼, 이 시집은 붙잡지 않고 놓아주는 감정의 윤리를 담는다. 『Dream-Land』, 『Echo』, 『Winter: My Secret』 등 대표작들은 죽음과 이별을 일종의 정서적 환기로 변환시키며, 시적 주체의 고통을 비극화하지 않고 깊은 침묵으로 끌어안는다. 이와 같은 정서는 오늘의 독자에게도 오래도록 유효하다. 관계의 끝, 시간의 끝, 기억의 끝에 서 있는 이들이 로제티의 언어를 통해 위로와 호흡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번역자는 원문의 미세한 결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현재 한국어 시어의 감각에 어긋나지 않는 균형을 유지한다. 영문 원문과 나란히 배열된 구성은 독자가 원문과 번역 사이를 오가며 시어의 흐름과 정서를 직접 음미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시를 읽는 것이 곧 삶의 감각을 되찾는 일이라면, 이 책은 조용한 회복의 장이 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크리스티나 로제티

크리스티나 로제티 (Christina Rossetti, 1830–1894)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내면의 신비와 상실의 정서를 고요한 언어로 직조한 작가. 1830년 런던에서 태어나 이탈리아계 지식인 가정에서 성장했으며, 형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와 함께 라파엘 전파(Pre-Raphaelite Brotherhood)의 정신적 영향권 아래 있었다.

그녀의 시는 삶과 죽음, 여성성과 종교, 침묵과 기다림 같은 주제를 섬세하게 탐구하며, 자전적인 고뇌와 기독교적 명상, 여성 주체의 내적 윤리를 결합하는 독자적 시세계를 구축했다. 대표작 「고블린 시장」(Goblin Market, 1862)을 포함한 시집 『시와 전언』(Poems), 『은총의 시편들』(The Prince’s Progress and Other Poems) 등을 발표하며 비평가와 독자 양쪽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여성 시인으로는 드물게 강한 거절의 언어(「No, Thank You, John」), 비밀과 감정의 은유(「Winter: My Secret」), 죽음 이후의 평온(「Dream-Land」) 등을 통해 빅토리아 시대의 정조를 벗어난 정동의 시학을 구현했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며 신앙과 병약함 사이에서 작품을 이어간 그녀는, 1894년 64세로 생을 마감했다.

크리스티나 로제티는 오늘날까지도 ‘영국 여성 시가 가장 고요하고도 단단했던 순간’을 대표하는 존재로 기억된다.

번역 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