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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

이상헌 지음
생각의힘

2025년 05월 01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5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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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3.94MB)   |  약 16.4만 자
ISBN 979119488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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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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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논리와 인간의 존엄 사이에서 ‘삶의 의미로서의 일’을 재정의하는 책이 출간되었다.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 이상헌이 ‘일하는 삶의 경제학’이라는 시리즈를 통해 오늘날 일자리 문제의 본질을 규명한다. 숫자 너머를 보기 위해, 불화 속에서 길을 찾기 위해 지금 여기에서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와 정면으로 마주한다. 지난 30년간 국제기구, 정책 현장, 경제학 연구의 최전선에서 정책 개발과 조언을 업으로 삼아온 그가 학문적 고찰과 실천적 고민을 함께 담은 일자리 입문서를 선보인다.
시리즈 첫 책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는 똑떨어지게 답이 나오는 경제학적 분석을 뛰어넘어, 노동과 고용이라는 좁은 개념 밖에 존재하는 ‘일하는 삶’의 가치를 다시 묻는다. 총 아홉 장으로 구성된 책은 각각의 장에서 ‘좋은 일자리’를 둘러싼 다층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 나라의 일하는 삶을 생생히 묘파하고 곳곳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강구한다. 실업, 일자리의 사회적 가치, 대가 또는 임금, 최저임금, 노동시간, 기술변화, 이주노동, 정부와 기업의 역할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우리가 일과 일자리를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부터 뒤흔든다. 각종 경제 이론과 연구 결과, 최신 국제 사례를 바탕으로 기존 경제학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통찰을 제공하며, 우리 앞에 놓인 복잡한 퍼즐을 함께 맞추어가는 흥미롭고도 보람 있는 여정으로 독자를 이끈다.
추천의 글
들어가며

1장 실업: 하나의 현실, 갈라지는 생각들
노동시장과 수요와 공급의 불화|실업은 노동의 탓 또는 정부의 잘못?|‘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보이는 손’: 애덤 스미스가 알려준 ‘세상물정’|실업은 자본의 전략적 도구?|실업은 자본주의의 고질병이지만 불치병은 아니다?|정부는 돌팔이 의사인가?|완전고용의 재해석: ‘자연스러운’ 실업?|간추리는 말: 왜 실업에 대한 생각이 다른가?

2장 일의 세계: 고용과 노동을 넘어
고용이란 무엇인가|실업: 또 다른 모호한 세계|고용인가, 아니면 일인가?|간추리는 말: 도대체 ‘일’은 무엇인가?

3장 일자리의 가치: 사회적 가치와 기여적 정의
실업이라는 반복적 고통|실업이라는 전염병|실업의 비참함은 증오를 키운다|좋은 일자리를 과소평가하고 나쁜 일자리를 과대평가하는 노동시장|일자리와 사회적 정의: 기여적 정의|간추리는 말: 일의 사회적 가치를 사회와 경제의 주춧돌로 삼기 위해

4장 일의 대가: 너무 높은 임금, 너무 낮은 임금
백범 김구의 고민: 임금(품삯)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구멍이 숭숭 뚫린 노동계약|‘과학적’ 임금 결정?: 그다지 과학적이지 않은 ‘과학적 관리’|태만한 노동자, 화답하는 노동자|계약의 구멍을 메우는 목소리와 협상|작아지는 목소리, 커지는 불평등: 뛰어가는 생산성, 기어가는 임금|임금 인상 절제라는 흔하고도 잘못된 처방|기울어진 운동장은 모두를 위태롭게 한다: 불평등의 부메랑|인플레이션 에피소드: ‘저들의 말을 믿지 말라’|간추리는 말: ‘너무 높은 임금 때문에’라는 신화

5장 낮은 일의 대가: 최저임금은 축복인가, 실수인가
임금 세계의 분열 그리고 저임금 일자리|최저임금은 따뜻한 스웨터인가, 어설픈 악마인가|부정적 고용효과?: 강한 이론적 주장, 부족한 실증적 증거, 암묵적 편향|최저임금이 ‘생산적’인 이유|최저임금이 오히려 시장의 비효율성을 줄이는 이유: 수요독점과 시장 실패|어떻게 운용하는가, 그것이 문제다|간추리는 말: 최저임금은 조심스러운 축복이다

6장 일하는 시간: 노동시간 단축의 꿈과 좌절
낙관은 왜 실패하는가|노동시간은 저절로 줄지 않는다: 구하라, 그리하면 얻을 것이다!|장시간 노동의 비경제성: 장시간 노동은 건강하지도 생산적이지도 않다|노동시간에 대한 법적 규제는 왜 필요한가?|너무 긴 시간, 너무 짧은 시간: 단시간 노동은 덕인가, 덫인가|가사노동의 시간: 보이지 않는 시간, 불평등한 시간|일하는 시간은 줄이고 일자리는 늘리자?: 일자리 나누기의 가능성과 한계|간추리는 말: 일하는 시간의 이중적 과제

7장 기술 변화: 풍요와 그늘, 분화하는 일자리와 분열하는 일터
새로운 기술은 전체 일자리를 줄인다는, 어쩔 수 없는 편견|왜 예측은 실패하는가: 비관과 낙관 사이|일자리의 소멸과 탄생 그리고 양극화의 위험|교육훈련의 이율배반: 너무 중요하지만 정작 투자는 하지 않는다?|사회적 지원의 경제적 합리성: 고용보험이라는 방파제|간추리는 말: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술의 이용과 선택

8장 국경을 넘는 노동: 이주노동, 오해, 편견
일자리를 찾아 국경을 넘는 사람들|필요해서 부른 노동,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노동|이주노동이 내 일자리를 빼앗고 내 임금을 낮춘다?|노동시장의 약자가 또 다른 약자인 이주노동자를 두려워하는 이유|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세 가지 가능성|간추리는 말: 편견과 오해를 넘어 이주노동자와 같이 일하며 살아가기

9장 일하는 삶에 투자하는 사회
일자리 하나를 키우려면 온 동네가 필요하다: 마리엔탈의 실험|좋은 일자리를 키우는 사회를 향한 첫걸음: 기여적 정의를 위한 투자|일할 권리, 헌법적 권리|통화정책의 목표로서의 일자리|일자리를 위한 재정정책|일자리 친화적인 산업정책|일자리 친화적인 기술정책|사회 서비스 일자리에 대한 공공투자|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정의로운 전환과 좋은 일자리|좋은 일자리를 만들거나 유지하는 기업의 지원|나쁜 일자리를 줄이는 정책: 최저임금, 노동시간, 산업안전, 고용 안정|좋은 일자리를 일구는 텃밭 작업: 교육훈련 투자|좋은 일자리를 골고루 나누는 사회|누구에게나 일자리를!: 보편적 일자리 보장(jobs guarantee)의 가능성과 한계|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노동시장 정책의 효과적 운용|좋은 일자리를 말하고 소통하고 전파하기: 서사(narrative)의 대결

나가며

참고문헌

문제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일자리는 왜 부족한가”라고 묻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아프리카의 가난한 마을에 가면 모든 사람이 일한다. 숫자로 보면, 이곳은 ‘완전고용’ 상태다. 일하지 않으면 먹고살 수가 없으니 길거리에 나가 밤새 만든 목공품이라도 내다 팔아야 한다. 실업이 ‘사치’인 곳에서는 모두가 일해야 하고, 그래서 숫자상으로는 일자리가 부족하지 않은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생긴다.
부족한 것은 ‘좋은’ 일자리다. 부자 나라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최저임금에 겨우 미치는 돈을 받으면서 고통과 위험을 감내해야 하는 일은 넘친다. 특히 청년층, 여성층, 노년층에게는 흔한 일상이다. 따라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왜 ‘좋은’ 일자리는 부족한가”이다.
_14쪽, 들어가며

노동시장은 어떻게 ‘시장’이 되는가? 복잡하게 말하자면 한없이 복잡한 것이 시장의 정의이므로, 아주 간단하게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과 거래량이 결정되는 곳’이라고 하자. 물론 시장이라고 해서 꼭 백화점과 같이 얼굴을 맞대고 거래하는 물리적 공간만을 지칭하지는 않는다. 컴퓨터 자판을 누르는 순간 국경을 넘어 수백만 달러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거래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는 주식시장도 시장이다.
일자리를 찾아 시장에 온다는 것은 이 수요· 공급의 논리에 제 몸을 맡긴다는 뜻이다. 알아두는 것이 좋으니 차근차근 설명하겠다. 노동에 대한 대가(편의상 ‘임금’)가 오르면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일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노동공급이 늘어난다. 이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임금 증가와 함께 노동량이 늘어나서 오른쪽 위로 올라가는 선이 그려진다. 어려운 말로, 노동공급곡선이다. 그런데 기업의 입장은 반대다. 임금이 오르면 그만큼 비용이 늘어나기에, 다른 조건에 변화가 없는 한 기업은 고용을 줄이려 한다. 이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임금이 오를수록 고용이 줄어드는 방향 즉 오른쪽 아래로 내려가는 선이 그려진다. 역시 어려운 말로, 노동수요곡선이다.
_31~32쪽, 1장 〈실업: 하나의 현실, 갈라지는 생각들〉

그런데 세상에는 ‘거래’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사회적으로 유용한 형태의 노동이 많다. 애써 멀리에서 찾아볼 것도 없이 우리 일상을 보면 된다. 돌봄노동을 비롯한 대부분의 가사노동은 인류의 생존과 행복에 결정적으로 중요하지만, 어떤 형태의 명시적 보상은 없다. 희생과 의무의 영역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앞서 살핀 고용의 정의에 따르면 이러한 노동은 ‘고용’이 아니다. 그런데 꼭 그런 걸까?
생각해보자. 한동안 집에서 병든 어머니를 돌보던 여성이 있는데, 아이를 갖게 되면서 상황이 어려워졌다. 어쩔 수 없이 기존에 어머니를 돌보던 일을 간병도우미에게 월급을 주며 맡기게 되었다. 이런 경우, 어머니를 돌보는 일 자체는 동일하지만 ‘비고용’이던 것이 ‘고용’으로 바뀌게 된다. 즉 돌봄노동의 내용에는 아무 변화가 없지만, 이에 대한 사회경제적 인식과 분류가 달라진다. 이제 이 여성의 아이가 돌을 지나면서 상황이 또 달라졌다고 해보자. 출산과 육아로 집에서 돌봄노동을 수행하던 그가 취업 전선에 복귀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이번에는 가사도우미를 고용했다고 하자. 그 결과, 통계상 취업자가 두 명 늘어난다. 금전적 경제활동은 두 배 늘어났지만, 이로 인한 사회적 편익이 얼마나 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만약 그 가사도우미가 일을 하는 동안 그의 초등학생 아이를 집에 혼자 두어야 하고, 취업 전선에 복귀한 여성이 월급의 상당 부분을 가사도우미에게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 해보자. 사회 전체적인 편익의 계산법은 복잡해진다.
_74쪽, 2장 〈일의 세계: 고용과 노동을 넘어〉

외부성의 논리는 일자리에도 적용된다. 앞서 살펴본 대로, 일자리가 노동자 본인과 가족, 공동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금전적인 보상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설령 반영된다 하더라도, 대부분 즉각적이고 단기적인 영향에 대한 보상이고 중장기적인 영향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현재의 일자리 상실이 장기적으로 장래의 일자리와 소득에 막대하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월급봉투에는 이런 사정이 고려되지 않는다. 물론 일자리의 사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차이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는 추정하기 쉽지 않다. 비금전적 측면을 측정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개인적· 사회적· 문화적· 국가적 상황에 따라 그 차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실업의 사회적 비용 중 약 85~93%는 비금전적 비용이고 7~15%만이 금전적 비용이라고 한다(Winkelmann & Winkelmann, 1995).
일의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의 논리만으로 일자리의 규모가 결정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사회적 최적 수준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 즉 노동시장은 늘 일자리를 과소공급하게 된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일자리를 줄이는 행위(예컨대 해고)는 언제나 과도한 수준에서 이루어진다. 2014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장 티롤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시장경제는 “노동자들을 너무 자주 해고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Tirole, 2017). 일의 사회적 외부성을 고려하지 않게 되면, 일자리를 만드는 데는 노력이 부족하고 느리지만 일자리를 파괴하는 데는 지나치게 신속한 상황이 생긴다는 것이다.
_94~95쪽, 3장 〈일자리의 가치: 사회적 가치와 기여적 정의〉

어려움은 다른 데서도 온다. 바로 경제정책이다. 앞서 살펴본 분배 악화의 부메랑 효과는 통상적인 경제정책에 반영되지 않는다. 오히려 정반대로, 임금 인상 뉴스가 있을 때마다 경제학자와 정책 관련자들은 화들짝 놀란다. 물가가 올라갈 것이라는 걱정이다. 이는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적 상승’을 걱정하는 논리의 일부이기도 하다. 게다가 지금 통화정책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악순환적 상황의 교과서적 현실이라 할 수 있는 1970~198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을 기억하고 있다. 이들은 복잡하고 현란한 숫자의 세계에서 결정을 내린다고 하겠지만, 기억의 힘을 무시하기는 힘들다. “어떤 사람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이 스무 살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 스무 살에 프랑스 혁명을 경험한 나폴레옹이 한 말이다.
임금과 인플레이션 문제는 실타래처럼 얽힌 사안인 만큼 각 이해관계자의 생각이나 판단도 제각각일 것이다. 경제적이지만 정치적인 사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 이후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을 겪은 지난 몇 년(2022~2024)은 옛적 경험이란 그저 낡은 과거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_140~141쪽, 4장 〈일의 대가: 너무 높은 임금, 너무 낮은 임금〉

경제학의 교과서적 주장은 최저임금이 부정적 고용효과를 초래한다고 강하게 말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지난 40여 년 동안 최저임금 제도는 더 많은 나라에 더 널리 퍼져 나갔다. 말하자면, 최저임금의 ‘정치적’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은 정치인들이 고용 감소라는 큰 비용을 감수하며 저지르는 철없는 자책골 같은 것인가? 그러니까 최저임금은 실제로 고용을 줄이는가? 상황이 역설적인 만큼, 이에 대한 답도 역설적이다. 최저임금에 대한 경제학의 이론적 ‘예언’을 두고 경제학자들이 부지런히 실증연구를 해왔는데, 결과는 대체로 “예수를 증거할 자”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즉 최저임금이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경제학적 예측을 입증할 실증적 증거는 대체적으로 부족하다.
나 또한 2010년경에 수십 년간의 실증연구를 검토한 바 있지만, 최저임금이 고용을 줄인다는 주장의 실증적 근거는 매우 약했다(ILO, 2010). 가장 기념비적인 연구는 2021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데이비드 카드와 앨런 크루거의 연구다. 이들은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에 있었던 최저임금 변화의 고용효과를 보다 엄격한 기법을 이용하여 측정하였는데,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최저임금 덕분에 임금은 유의미하게 올랐는데, 고용에 대해서는 어떠한 유의미한 부정적 영향도 없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고용이 오히려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수요공급론의 ‘상식’을 벗어난 결과를 두고 숱한 논쟁이 벌어졌지만, 이들의 결론을 뒷받침하는 실증연구가 뒤따랐다. 그들이 연구 결과를 모아 낸 책은 그 제목만으로도 내용을 익히 짐작할 수 있었다. 《신화와 측정: 새로운 최저임금 경제학(Myth and Measurement: The new economics of the minimum wage)》(Card & Krueger, 1995). 통상적 경제이론을 ‘신화’로 격하시키고, 현실에 대한 정확한 ‘측정’을 통한 ‘새로운’ 최저임금의 경제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_158~159쪽, 5장 〈낮은 일의 대가: 최저임금은 축복인가, 실수인가〉

한국의 경험도 다르지 않다. 한때 3,000시간에 달하던 노동시간이 점차 줄어서, 2008년에는 2,228시간, 2023년에는 1,872시간으로 내려갔다. 15년 만에 약 350시간 단축되었다. 40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하면 9주, 약 2개월에 달한다. 이러한 변화는 소득 증가와 함께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단선적 과정은 아니었다. 법정 노동시간이 실제 노동시간을 제대로 규제하지 못한다는 불만은 계속 존재했지만, 사회정치적 압력으로 법정 노동시간이 48시간에서 44시간(1989년) 그리고 40시간(2003년)으로 단축될 때마다 실제 노동시간도 제법 규모 있게 줄었다. 즉 노동시간 단축의 과정은 매끈하게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라기보다는 폭이 넓은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과 같다. 한 번 크게 내려선 뒤 평평하게 걷다가 다시 한번 크게 내려가는 모습이다(Lee & McCann, 2011).
진전은 있었지만, 한국의 노동시간은 상대적으로 높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도 도드라진다(그림 6-2). 여전히 OECD 평균을 훌쩍 넘고, 지금은 미국 수준에 가깝다. 한국과 미국의 연간 노동시간이 엇비슷한 이유 중 하나는 유급휴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독특하게도 유급휴가를 보장하는 연방법이 없다. ‘괜찮은’ 직장에서는 고용계약을 통해 유급휴가가 제공되지만, 그렇지 못한 많은 일자리에는 유급휴가가 없다. 한국은 법정 유급휴가가 보장되어 있으나, 이를 실제로 찾아 쓰는 비율이 낮은 편이다. 2024년 조사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상용 노동자들에게 평균 16.6일의 연차휴가가 주어졌는데, 소진율은 76%에 불과했다. 법으로 보장되었으나, 현실적으로는 충분치 않은 것이다. 법적 보장이라는 것도 결국 요구하고 찾지 않으면 보장되지 않는다. 요컨대 “구하라, 그리하면 얻을 것이다”라는 마태복음의 구절만큼 노동시간의 역사를 절묘하게 요약한 말은 없다.
_188~190쪽, 6장 〈일하는 시간: 노동시간 단축의 꿈과 좌절〉

기술 변화에 따라 일자리가 분화 또는 양극화되고 있다면, 일자리의 위치(place)를 간단히 여겨서는 안 된다. 세계화의 파고가 높았을 때, 경제학자들과 정책 입안자들은 ‘일자리가 어디에서 없어지고 어디에서 만들어지는가’ 하는 문제를 부수적으로 생각했다. 예컨대 미국 미시간에서 일자리가 없어지고 실리콘밸리에서 새로 생기거나, 혹은 중국으로 옮겨가더라도 이를 대체할 만한 일자리가 다른 어디에선가 만들어지면 된다고 믿었다. 세계화 과정에는 어차피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인데, 승자의 이익과 패자의 손해를 합친 결과가 전체적으로 이익이 되면 괜찮다고 봤다. 평균에 대한 이러한 과도한 믿음 때문에 세계화의 역풍이 거셌다.
일자리 문제는 보다 심각하다.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일자리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 즉 일자리란 사람이 가족, 친구, 공동체, 사회 등으로 형성된 물리적 공간을 기반으로 특정한 생산적 행위를 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이다. 이러한 일자리의 ‘물리성’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나 도시에서 일자리가 없어지고 멀리 떨어진 도시에 생겨도 좀체 이동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Goldstein, 2017). 특히 지역 간 사회적· 문화적 격차가 클수록 이런 경향은 더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 변화 등으로 어느 도시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타격을 받으면, 이 도시가 실업, 긴장, 폭력이 넘치는 폐허가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즉 일자리의 양극화가 곧 지역의 양극화를 초래하는 것이다. 3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일자리의 사회적 가치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따라서 기술적 충격으로 일자리 파괴가 일어나면 이를 완전히 복원할 수는 없겠지만, 해당 도시나 공동체에서 적극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이 있는 곳에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요컨대 사람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영국의 복지국가를 설계한 베버리지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람이 아니라 일자리가 기다려야 한다Jobs, rather than men, should wait”(Beveridge, 1944).
_230~231쪽, 7장 〈기술 변화: 풍요와 그늘, 분화하는 일자리와 분열하는 일터〉

바로 따져볼 문제가 있다. 이주노동은 왜 늘어나는가? 경제학의 통상적인 접근 방식은 ‘수요요인인가, 공급요인인가’를 따지는 것이다. ‘또 이런 뻔한 이야기’라고 빈축을 살 수 있겠지만, 이번에는 이 차이가 중요하다. 거칠게 표현하면 이주노동자는 ‘떠밀려 온 사람인가, 아니면 불러서 온 사람인가’라는 질문인데, 이 간단한 물음이 가진 정치적 파장은 매우 크다. ‘떠밀려 온 사람’이면 국경 통제와 이민 관리의 문제가 되는 것이고, ‘불러서 온 사람’이면 수용과 환대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못사는 나라의 사람들이 자국에서 쓸 만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벌이가 훨씬 좋은 우리 나라로 몰려와서 이주노동자가 늘어났다.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정책과 정치의 책임이 크다. 전형적인 공급주도론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기업과 가계가 모두 어렵다. 나라 바깥의 인력을 들여오지 않으면 경제와 살림이 한층 더 어려워질 것이다. 적극적으로 외국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 전형적인 수요주도론이다.
_253쪽, 8장 〈국경을 넘는 노동: 이주노동, 오해, 편견〉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 마을은 여전히 그때를 기억한다. 추억은 기억하되, 고통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도 잊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 실업자가 늘어나는 기미가 보이자, 마을은 모든 사람에게 일자리를 보장하는 사업을 한시적으로 도입했다. 장기실업 상태에 놓인 사람들이 8주 정도의 훈련 과정을 거친 뒤 민간 기업에 취직하거나 마을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도록 돕는 사업이다. 민간 기업에 취직하면 고용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어떤 경우든 월급은 최저임금 이상이 되도록 했다. 대부분 사회적 기업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강제성은 전혀 없다.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만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원하지 않는 경우는 실업급여를 계속 받으면 된다. 일종의 일자리 보장 사업인데, 공식 명칭은 ‘마리엔탈 일자리 보장 시범사업’이다.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의지가 모두 잘 담긴 이름이다. 마을의 온갖 정책도 조율되어 이 사업을 지원한다. 일자리 만들자고 온 마을이 소매 걷고 나선 것이다.
일자리 보장 사업을 총괄하는 사무실은 옛 섬유공장의 터에 자리 잡았다. 역사와 경험이 그렇게 이어진다. 그리고 이 사업을 벌인 장본인인 마을 시장은 마리엔탈의 역사적 경험에 관해 석사 논문을 쓴 사람이다. 그의 말은 거침없다. “당신도 애덤 스미스는 알겠지. 그 양반은 언제나 시장(market)이 옳다고 했단 말이야. 일자리가 없으면 돈을 덜 받고 일하면 된다고 하겠지만, 완전히 틀린 소리야. (…) 일자리 자체가 없는데 무슨 소리인지.” 스미스로서는 이런 오해에 다소 억울할 수 있겠으나, 마을 시장의 의지는 그만큼 굳건하다. 이 마을의 야심 찬 사업은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동네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프리카 속담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어느 작은 마을 마리엔탈에서는 아이 키우듯 일자리를 키우고 있다.
_279쪽, 9장 〈일하는 삶에 투자하는 사회〉

국제기구, 정책 현장, 경제학 연구의 최전선에서
일과 일자리, 일하는 삶의 본질을 새롭게 정의하다

일자리는 귀하고 중하다. 우리는 생계를 위해, 자아실현을 위해, 사회와 연결되기 위해, 그 안에서 자기만의 자리를 찾기 위해, 나아가 이런저런 복잡한 사정으로 인해 일자리를 원한다. 그러나 일자리가 있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낮은 임금, 열악한 복지, 곳곳에 도사리는 해고 위험 등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고용 환경 속에서 ‘좋은 일자리’는 한층 더 귀하고 중하다. 이 시대의 일자리 문제란, 간단히 ‘있느냐, 없느냐’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 책은 시장의 논리와 인간의 존엄 사이에서 ‘삶의 의미로서의 일’을 재정의한다.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 이상헌이 다시 한국 사회와 마주 서서 오늘날 일자리 문제의 본질을 규명한다. ‘일하는 삶의 경제학’이라 이름 붙인 시리즈를 통해 숫자 너머를 보려, 불화 속에서 길을 찾으려 애쓰며 지금 여기에서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를 해결하는 일에 집중한다. 시리즈 첫 번째 책인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는 똑떨어지게 답이 나오는 경제학적 분석을 뛰어넘어, 노동과 고용이라는 좁은 개념 밖에 존재하는 넓고도 온전한 ‘일하는 삶’이라는 시각에서 ‘일’의 가치를 재발견한다.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땀과 눈물과 먼지로 번들거리는 일자리의 현실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지난 30년간 국제기구, 정책 현장, 경제학 연구의 최전선에서 정책 개발과 조언을 업으로 삼아온 그가 학문적 고찰과 실천적 고민을 함께 담은 일자리 입문서를 선보인다. 각종 경제 이론과 연구 결과, 최신 국제 사례를 바탕으로 기존 경제학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분석과 통찰을 제공하며 우리 앞에 놓인 복잡한 퍼즐을 함께 맞추어가는 흥미롭고도 보람 있는 여정으로 독자를 이끈다.


“내 이름은 로제타, 나는 일자리를 찾았어.”
경제학이 외면한 ‘삶의 의미로서의 일’에 관하여

책은 스무 살이 채 되지 않은 여성의 고단한 삶을 그려 20세기 마지막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다르덴 형제의 영화 〈로제타〉로 문을 연다. 수습을 마치자마자 공장에서 해고된 로제타는 자격 요건이 되지 않아 실업 급여도 받지 못한다. 버려진 캠핑카에서 알코올 중독의 어머니와 함께 사는 그는 유일한 구원인 일자리만을 기다린다. 밤마다 자장가 삼아 “내 이름은 로제타, 나는 일자리를 찾았어”라고 말하지만, 그 구원은 좀체 오지 않는다. 이상헌은 이를 스크린 속 허구와 과장의 이야기로 치부하지 않는다. 되려 한 발자국 나아가 “로제타는 어디에나 있다”고 말한다. “유럽의 작은 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로제타는 어디에나 있다. 유럽의 어느 나라에도, 미국에도, 여기 한국에도 있다. 그리고 젊은 로제타도 있고, 나이 든 로제타도 있다. 로제타는 영화처럼 여성의 모습으로도, 남성의 모습으로도 나타난다. 공장에도, 가게에도, 사무실에도, 공사장에도, 도로 위에도, 논과 밭에도 그리고 집 안에도 있다. 로제타는 일자리에서 밀려난 모든 사람을 부르는 보통 명사다.”(12쪽)
곧이어 무엇이 문제인지 명확히 직시할 것을 제안한다. 이상헌에 따르면,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왜 일자리는 부족한가”가 아니라, “왜 좋은 일자리는 부족한가”이다. 경제학적 접근을 넘어, 삶의 의미로서의 ‘일’을 사유하고 재정의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는 그간 경제학 책에서 쉬이 찾아볼 수 없던 논의이다. 이상헌은 ‘노동’을 상품으로 바라보는 관점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모든 것은 본디 ‘상품이 아닌’ 노동이 상품으로 취급되고 거래되면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노동시장’ 이야기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노동시장을 공급과 수요가 만나 균형을 이루는 공간으로 정의한다. 따라서 실업을 비롯한 모든 일자리 문제는 자연스럽게 조정되며 절로 해결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노동자는 상품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인간인 까닭이다. 따라서 일자리의 가치는 임금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적 기여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상헌은 노동시장이 태생적으로 불완전하며, 말끔한 시장 논리만으로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날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자동화와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며 어제의 새로운 기술이 오늘의 지루한 기술이 되는 지금, 과거와 같은 안정적인 일자리 개념은 더는 굳건하지 못하다.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계약직 등 다양한 고용 형태가 확산되며 노동의 개념 또한 급격히 변화하고 있지만, 우리의 정책적·사회적 대응은 아직 한참 부족하다. 논의조차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과서적 경제학 이론의 한계를 지적하며, 꿈틀거리는 ‘일자리 정치경제학’을 고민하고 ‘좋은 일자리’란 무엇인지 묻는 이 책은 반갑고 값지다.


‘일하는 삶을 위한 경제학’
아홉 개의 장, 하나의 문제의식

총 아홉 장으로 구성된 책은 각각의 장에서 ‘좋은 일자리’를 둘러싼 다층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 나라의 ‘일하는 삶’을 생생히 묘파하고 곳곳에서 대안을 강구한다. 1장 “실업: 하나의 현실, 갈라지는 생각들”에서는 경제학이 일자리의 상실, 즉 ‘실업’을 어떻게 다루는지 살펴보며 고용을 시장 논리로만 해석하는 한계와 역사적 논쟁을 짚는다. 같은 실업률이라도 분석과 처방이 갈리는 이유는, 노동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시장이 실업을 자연스럽게 조정한다고 보는 시각과 오히려 문제의 원인이라는 시각이 맞선다. 흥미롭게도 시장주의의 상징인 애덤 스미스조차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의 불균형을 걱정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장 “일의 세계: 고용과 노동을 넘어”는 고용률이나 실업률 같은 수치가 놓치고 있는 ‘일의 질’에 주목한다. 통계가 포착하지 못하는 일상의 노동을 돌아보며 지불되지 않거나 과소평가되는 사회적으로 유용한 일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궁극적으로 일자리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이렇듯 1장과 2장은 경제학 이론과 개념적 토대를 정리한 장으로, 전체 논의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인 동시에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독자들에게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3장부터는 일터에 있는 우리에게 한층 가까운 언어로, 보다 본격적이며 실질적인 탐구가 펼쳐진다. 3장 “일자리의 가치: 사회적 가치와 기여적 정의”는 ‘좋은 일자리’의 기준을 임금이 아닌 사회적 기여로 확장한다. 좋은 일자리에는 긍정적 외부성이, 나쁜 일자리에는 부정적 외부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여적 정의(contributive justice)라는 개념을 통해 일자리의 생산 과정 자체에 의미 있게 기여하는 것의 중요성을 주장한다. 이는 경제의 주춧돌로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법에 관한 깊이 있는 논의로 이어진다.
4장 “일의 대가: 너무 높은 임금, 너무 낮은 임금”에서는 임금이 단순히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지적한다. 임금 결정 과정에서 작용하는 힘의 불균형을 다루는데, 노동자의 논리와 기업의 논리가 충돌하는 지점에 대해 탐구한다. 특히 최근의 경제적 추세에서 노동자의 교섭력이 약화되고, 임금은 생산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분석한다. 저임금층과 저소득층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다루며, 일의 대가가 사회적 공정성을 갖추기 위한 조건을 제시한다.
5장 “낮은 일의 대가: 최저임금은 축복인가, 실수인가”는 최저임금을 다루며, 이를 둘러싼 찬반 논쟁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관련 연구 결과를 통해 최저임금이 저임금층의 삶을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제도 운영에 있어 신중함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이어지는 6장 “일하는 시간: 시간 단축의 꿈과 좌절”에서는 또 하나의 중요한 키워드, 노동시간을 말한다. 경제 성장과 소득 증대에도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를 구조적으로 분석한다. 장시간 노동의 반인간성과 비경제성을 다루며, 단시간 일자리와 관련된 새로운 과제들을 탐구한다. 또한 가사노동 분담과 사회적 지원을 검토하며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논의한다.
7장 “기술 변화: 풍요와 그늘, 분화하는 일자리와 분열하는 일터”는 기술 변화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살핀다. 기술이 변화함에 따라 일자리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고임금 일자리와 저임금 일자리가 함께 늘어나는 현상을 분석한다. 나아가 기술 발전이 일자리에 미치는 사회경제적 효과에 대해 이야기하며, 기술에만 투자할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투자로 균형을 맞춰야 함을 강조한다.
8장 “국경을 넘는 노동: 이주노동, 오해, 편견”은 이주노동을 둘러싼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는다. 이들은 불청객이 아니라 ‘우리가 필요로 해서 온 사람’이라는 점을 역설하며, 이주노동에 대한 두려움과 차별이 어떻게 부메랑처럼 우리에게 돌아오는지 설명한다. 이주노동이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임금을 낮춘다는 주장은 근거가 약하다는 점을 확실히 짚는다.
마지막 9장 “일하는 삶에 투자하는 사회”에서는 앞선 논의를 바탕으로, 우리의 대안과 선택을 논한다. 기여적 정의와 사회적 지원 등 다양한 정책과 제도, 투자를 통해 일자리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가능성을 모색한다.


일하는 사람, 일할 사람
모두가 읽어야 할 일자리 입문서

모두를 위한 입문서이지만, 가볍게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실업, 최저임금, 노동시간, 기술변화, 이주노동, 정부와 기업의 역할 등 일자리와 관련한 굵직한 쟁점들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까닭이다. 때로는 몰랐기에 아프고, 때로는 알고도 외면했기에 서먹서먹하다. 이상헌은 독자들이 그 어떤 지면에서도 이해를 포기하지 않도록 작고도 살뜰한 장치를 곳곳에 마련했다. 9장을 제외한 모든 장 말미에는 간추린 내용을 수록해두었고, 다소 복잡한 개념이나 쟁점은 가능한 한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냈다. 또한 경제학 교과서의 통념을 반박하거나 전에 없던 새로운 질문을 던질 때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인용했다. 학문 내부의 다양한 관점이 실린 주요 저널 논문을 토대로 논의를 전개하면서도 독자 친화적인 서술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 책은 빤한 경제학 서적이 아니다. 단순한 진단에 그치지도 않는다. 일하는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을 더 깊숙이 들여다보게 한다. 희망의 불씨이다. 실업과 고용 불안정이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과 공동체의 미래까지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임을 강조하며, 독자를 새로운 이해와 인식의 지점으로 이끈다. 나아가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독자는 일자리 문제를 둘러싼 구조적 원인과 해결책을 새로이 발견하는 것은 물론, 경제학이 숫자의 학문이 아니라 사회학적·철학적 논의를 포함해 인간의 삶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학문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9장에서 언급되는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마리엔탈’의 경험은 특히 인상적이다(275쪽). 좋은 일자리 하나를 키우려면 온 동네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전하며 세계 각국의 관심을 모은 마을의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로제타〉 상영 이후 벨기에를 비롯한 유럽 곳곳에서는 청년고용촉진법을 뜻하는 ‘로제타법’이 제정되었다.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 또한 현실의 ‘로제타들’이 함께 모여 고민하고 더 나은 일하는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단단한 디딤돌을 놓는다. 도처에서 실마리를 찾아 묻고, 파고들고, 제안하고, 희망하며 결국 더 나은 선택의 가능성을 우리 앞에 놓아둔다. 일터는 곧 삶터임을 역설한다. 좋은 일자리는 왜 늘 부족할까? 아프지만 외면할 수 없는 질문들과 그 너머에 놓인 가능성을 함께 품은 책. 지금 한국 사회에 참으로 시의적절하게 도착했다. 시장의 논리와 인간의 존엄 사이에서 길을 찾는 지적 탐험과 ‘내 일’의 주인 자리로 독자를 이끈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 삼천포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닌 뒤 서울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운 좋게 일찍 결혼하여 가족을 이루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마쳤다. 그 후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ILO에서 일하면서 여러 직책을 거쳤다. 노동시간, 임금, 고용에 관한 포괄적인 연구와 정책 개발을 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정책 조언을 한다. 전공 분야는 노동경제학이지만, 노동에 대한 단편적인 경제학적 접근에 비판적이다.
지난 30년 동안 연구 논문과 저서를 꾸준히 냈다. 〈세계임금보고서(Global Wage Report)〉, 〈세계고용사회전망(World Employment and Social Outlook)〉, 〈ILO 노동세계 모니터(ILO Monitor on the World of Work)〉를 비롯한 ILO의 주요 보고서를 주도했고, ‘양질의 일자리를 위한 규제 연구 네트워크(Regulating for Decent Work)’의 창립 멤버로서 노동시장 규제에 대한 분석을 이어가고 있다. 산문을 모아 《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2015)와 《같이 가면 길이 된다》(2023)를 냈고, 초등학교 동창인 아내 옥혜숙과 《우린 열한 살에 만났다》(2022)를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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