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화라는 환상
2025년 04월 09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4월 0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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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71716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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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1장 다시 찾은 평면 세계
2장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
3장 고지대 사막의 교회
4장 메타포의 붕괴
5장 가짜 신들
6장 최적화의 배반
7장 골드러시가 끝나고
8장 바빌로니아
감사의 말
주
나이가 지금의 절반이었을 때쯤, 동생이 바짝 약이 올라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최적화에 그만 좀 집착해.”
그때 우리는 잘 모르는 소도시를 걷고 있었다. 몇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고 몇 군데 둘러볼 곳이 있었다. 우리가 들를 곳은 식료품점과 장비 가게, 점심을 먹을 식당이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이었고, 우리는 지도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나는 되도록 시간을 적게 들여 목적지를 다 방문할 가능성이 극대화되는 경로를 수다스럽게 계획했다. 그러자 동생은 그냥 입 다물고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라고 했다.
동생이 옳았다. 화창한 그날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좋은 날씨와 산책과 대화를 즐기는 것 말고는 딱히 없었다. 최적화를 좇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18쪽)
이야기나 메타포처럼 모델도 현실을 형상으로 빚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렇게 빚어진 현실은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형성하고, 그대로 굳어 선택된 틀을 강화한다.
우리는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측정할 수 없고 최적화할 수 없는 것들을 배제한 뒤 최적화라는 메타포가 다른 세계관들을 잡아먹도록 두었다. 최적화로 최적화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스스로를 기만했다. 그 결과, 역설적으로 우리의 변화 능력이 정체되었다. (57쪽)
세 번째 전환은 앞선 두 전환을 합쳐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개인의 행동을 체계화하는 것이다. 주간 고속 도로 시스템부터 슈퍼컴퓨터까지 미국에서 일어난 여러 거대한 발명들은 굳이 이러한 사고방식에 의지하지 않고도 발생했을 테지만, 만일 그랬다면 미국인의 국민정신에 이렇게까지 크게 와닿지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추진력, 경제 성장과 풍요의 추구, 더욱 올바른 통치 시스템 관리처럼 몹시 미국다운 이상들은, 좀 더 완전한 존재를 설계해 우리가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과 관련이 깊다.
이러한 전환의 성격은 대놓고 종교적이지는 않을지라도 초창기 미국을 지배한 프로테스탄트 신앙과 밀접하게 묶여 있다. 최적화를 복음으로, 777 제트기가 버려진 사막같이 최적화를 물리적으로 표상하는 장소를 성지라 말하는 것은 과장인지도 모르겠다. 최적화의 역사는 생각보다 피상적이며, 최적화의 신도들은 자신들이 최적화를 숭배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최적화는 공동의 규칙과 관습을 통해 물질세계를 가공한다는 점에서 신앙과 유사하다. 동시에 최적화는, 더 빨리 가고, 더 많이 집어넣고, 돈을 절약하고, 퇴직금을 모으고, 생산성을 높이고, 남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은 일상적 관행의 집합이기도 하다. (105~106쪽)
셋째를 출산한 곤도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는 걸 깨달았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언제나처럼 진심을 담아 메시지를 전한다. “그때 그 환상을 본 후로 인생에서 즐거움을 위한 시간을 무엇보다 우선시하기로 했고, 바쁠수록 더욱 그렇게 한다. 나는 즐기고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낸다.”
곤도는 우리 시대의 산물이자 전형이다. 그는 탁월한 최적화인이다. 그러나 동시에, 정리정돈을 통해 우리의 빈곤한 언어에 즐거움과 심미안을 되찾아준, 진정한 신봉자이기도 하다.
넷플릭스 쇼에서 곤도가 청소를 도운 로스앤젤레스 랜치 주택의 가족이 요즘은 어떻게 살고 있을지 참 궁금하다. 옛 방식으로 돌아가 예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새로운 쓰레기 더미가 쌓인 집에서 살고 있을까? 혹은 정반대로 변해 극도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고 있을까? 아니면 그 중간 어디쯤이려나? (134쪽)
2008년 금융 위기로 신용 부도 스와프가 불어나면서 플로리다 랜치 주택에 대한 채무 불이행이 천천히 퍼지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에서 화재 관리는 수십 년간 점점 소홀해졌고, 불이 잘 붙는 나무들로 가득한 삼림을 교외 주택들이 서서히 잠식했다. 금세기 초엽부터 공급망에 작은 균열이 생겨났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이터지기 전까지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붕괴가 갑작스러워 보였다.
점진적으로, 추상화와 자동화가, 마른 연료와 과도한 대출이 축적된다. 점진적으로, 여분이 사라지고 취약성이 자란다. 점진적으로, 시스템의 책임자들이 시스템의 설계도와 취약점을 놓친다. 점진적으로, 우리는 문제들을 숨기기 급급해진다.
그러다 갑자기, 전기가 나가고, 배관이 얼어붙는다. (139쪽)
최적화란 경계가 지어졌을 때, 제로섬 게임일 때, 가장 순탄하게, 가장 순수하게 작동한다. 판에 말을 더하거나 뺄 수 없어야 하고 게임 바깥에 있는 사람과 거래할 수 없어야 한다. 석유나 황금 같은 천연자원이 무한해 보인다면 그건 탐험가의 게임이다. 하지만 땅을 측량하고 광산을 캐고 나면, 판은 영토를 관리하고 지도를 익힌 경영자에게 넘어간다. 오랫동안 우리는 끝없는 자원과 무한 성장의 가능성에 눈이 가려져 이 전환점을 간과했다.
2022년 초 주식 시장 붕괴를 두고 금융 전문가 피터 애트워터는 이렇게 말한다. “이것은 ‘기술주 매도’가 아니다. 추상화에 대한 대대적인 가격 조정이다. 우리의 꿈에 거품이 끼었던 거다.” 효율성 신화를 두고도 비슷하게 말할 수 있다. 우리가 효율성에 꾸준히 열광했던 것은 유한한 시스템에서 영원히 성장을 뽑아낼 수 있다는 꿈, 그 잘못된 추정에 일부 기인했다. (145쪽)
오픈AI를 머스크와 공동 창립했을 당시, 올트먼은 AI를 멋진 도구이자 세상을 구원할 대안으로 보았다. AI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터였다. 올트먼은 인터넷에 글을 올려 머지않아 이 기술로 모든 성인이 매년 1만 3500달러를 받을 수 있을 만큼 부가 생성될 것이라 주장했고, 그의 주장은 주요 언론 매체에 보도되었다. 그러나 이후에 그는 이 숫자는 근거 없는 주장이었다고 나에게 털어놓는다. 정확히 그렇다는 뜻은 아니었다는 거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유효하다. 자동화는 인간이 창조적인 활동을 즐기며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데 생산력을 쏟을 수 있도록 지금보다 훨씬 많은 여가를 보장해줄 것이다. (191쪽)
최적화와 떨어져 이곳으로 온 내 마음도 진심이었다. 그러나 나는 나의 이주가 의존적이었음을 알았다. 네이선과 세이지가 섬에서 빵집을 운영하기 위해 철도에 의존하는 것과 똑같은 이치로, 나는 여전히 믿고 있으나 궁극적으로 빠져나갈 대상으로서 최적화라는 시각에 빚지고 있다.
비단 나만 그런 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새로운 무언가를 붙들려 하고 있으나 그게 무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우리는 그저 메타포와 반대쪽 주장만 알 뿐이다. 가담하거나, 빠져나오거나다. 중간은 모든 게 불확실하다. 〈월 스트리트 저널〉 기사를 보면 최근 들어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현상이 유행한다고 한다. 이는 잘리지 않을 만큼만 적게 일한다는 뜻이다. 한 청년은 이 개념을 이렇게 설명한다. “한계를 넘어 일한다는 생각을 거부한다. (중략) 일이 곧 삶이 되어야 한다는 허슬(hustle) 문화 중심의 사고방식을 더는 따르지 않는다.” 기사에 따르면 많은 청년이 “생산성이 모든 것의 우위라는 생각을 거부한다. 그에 걸맞은 보상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효율성을 거부하는 것조차 효율성의 틀로 뒷받침된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과연 보상은 무엇인가? (254~255쪽)
제인 제이컵스는 이렇게 적는다. “사회가 지금보다 훨씬 가난했을 때에도 우리는 사회의 존속에 본질적으로 따라붙는 비용과 비효율성을 감당할 수 있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가난하지만 활기찬 문화가 지금도 존속할 수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최적화는 우리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준 게 아니라 가짜 과잉을 주입했다. 제이컵스는 자신이 던진 질문에 이렇게 자답한다. 우리가 통제의 고삐를 늦춘다면 약간의 여유와 장소를, 혹은 “다양한 방식으로 문화에 들어맞고 보탬이 되는 다양한 개인들을” 되찾을 수 있다고. 즉 작은 집단들의 잉여성과 폐쇄성은 전체의 활력에 도리어 보탬이 된다. (259쪽)
전 세계를 장악한 최적화
절실히 필요해진 새로운 접근 방식
“놀랍도록 시의적절한 책!”_칼 뉴포트
“응용 수학자가 모든 것을 최적화하려는 시대정신에 도전한다.”_애덤 그랜트
최적화의 메카 실리콘 밸리를 탈출한 수학자가
데이터 바깥세상을 횡단하며 길 위에서 목격하고 생각한 것들
최적화는 현대 세상을 작동시키는 원칙이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저렴하고 신속하게 물건을 만들고 운송할 수 있다. 최적화된 모델은 항공기 운항 일정부터 데이트 상대 매칭 사이트까지 모든 것을 떠받들고 있다. 이제 최적화는 우리의 물질적 현실은 물론 우리가 거기서 생산해내는 것들을 구성하게 된 기술과 사고방식에까지 깊이 스며들어 있다. 어떻게 하나의 수학적 개념이 이토록 거대한 문화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을까? 그리고 효율성을 얻는 바람에 우리가 잃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코코 크럼은 수학적 모델에 매혹되어 MIT에서 수학을 공부했고 실리콘 밸리에서 데이터 과학자로 일했으며 과학 컨설팅 업체를 차려서 운영했다. 한때 열정을 불태우며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많은 모델을, 더 많은 해법을” 추구했으나 왠지 모르게 그 낭만이 차츰 시들해졌다. 세상이 최적화에 열광할수록 크럼의 내면에서 불신이 깊어졌다.
나의 환멸은 테크 업계의 과잉에 뿌리를 내린 것이었으나 거기서 시작되거나 끝나는 감정이 아니었다. 나는 회사 일정의 짐스러움을 개탄했고, 10년 가까이 당당하게 구식 플립 폰을 고집했다. 실리콘 밸리 탈출을 궁리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세계를 어떻게 하면 무너뜨릴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10쪽)
크럼은 불현듯 2020년, 정답처럼 추종해왔던 ‘최적화’와 ‘효율성’이라는 가치에 의구심을 품고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최적화라는 환상》은 그 흥미로운 탐구와 모험의 결과물이다. 이 책에서 크럼은 실리콘 밸리를 대표하는 기업가 샘 올트먼, 라이프 스타일 구루이자 정리 전문가인 곤도 마리에부터 GMO 재배를 반대하는 농부, 멸종 위기 버펄로 복원에 인생을 건 토착민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훑으면서 미국의 건국 원칙에 뿌리를 내리고 현대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최적화의 놀라운 역사를 추적한다.
세상의 모든 것을 숫자로 바꾸면 영원히 성장하리라는 착각
효율성과 수익성의 탈을 쓴 최적화의 불도저가 ‘여유’와 ‘장소’와 ‘규모’를 파묻어버렸다!
“더 많이. 더 좋게. 더 빨리.” 이 표현이 비즈니스뿐 아니라 일상까지 장악해버렸다. 매년 업그레이드되는 신형 스마트폰은 더 빠른 속도, 더 선명한 화질을 약속한다. 수많은 다이어트와 건강 관련 업체는 단기간에 원하는 몸무게와 체형을 가질 수 있다고 장담한다. 작은 가게를 하는 사업가는 언제 규모를 키워서 확장할 거냐는 질문을 반드시 받는다. 이렇듯 최적화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가 되었다.
그 결과 우리는 모든 것을 쪼개서 바라보고, 비교 우위와 실적과 생산성을 따지고, 온갖 루틴을 어떻게든 효율적으로 다듬는다. 자연을 활용하고 주변 세상을 설계하며, 관찰에서 통제로 초점을 옮겨놓았다. 무엇보다 우리는 계속 상승하는 운명을, 더 높은 것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진보를 기대하며 영원한 성장을 꿈꾸게 되었다.
이러한 최적화의 기세는 미국에서 단연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미국은 최적화로 흥한 나라, 효율성의 성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헨리 포드를 필두로 등장한 효율성 전문가 군단과 민중 영웅들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더욱더 잘살 수 있다는 믿음을 미국 정치인과 대중에게 심어놓았다. 그 산물 중 하나가 극도로 대형화된 미국 농업이다. 크럼이 최적화를 탐구하기 위해 처음으로 찾은 곳이 엄청난 양의 설탕을 생산하는 다코타 평원의 사탕무 농장인 이유다. 인력을 대신할 기계, 튼튼한 종자, 병충해를 막아줄 화학 물질 덕분에 농지는 끝없이 확장되었고 먹거리는 한없이 풍성해졌다. 그 대가로 기계가 토양을 고갈시키고, 화학 물질이 인간의 건강에 해롭고, 비료가 식수를 더럽힌다는 사실은 너무나 쉽게 외면당했다.
우리는 효율성과 수익성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좇으며 최적화의 혜택을 누렸다. 경제가 성장했고 인구가 늘었으며 세상이 발전했지만, 뭔가가 허전하다. 사탕무 수확물로 뒤덮인 다코타 평원이 왠지 공허해 보인다. 바로 그것이 최적화의 이면이다. 우리는 여유(slack), 장소(place), 규모(scale)를 잃었다. 외부에서 받는 충격을 완화해줄 여유를, 다양한 농법을 적용할 만한 장소(토지)를, 작든 크든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각자의 상황에 따라 선택되는 규모의 감각을 상실했다. 우리가, 사회 전체가, 알았든 몰랐든, 이 흥정에 기꺼이 응했다. 한때 우리는 그 달콤한 과실을 정신없이 누렸으나 지금은 그 대가가 서서히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누구에게 묻느냐에 따라 답은 달라질 테지만, 지금 우리는 불안의 시대, 나르시시즘의 시대, 제4의 전환 또는 제국의 몰락을 지나고 있다. 신자유주의 질서와 성장이 끝나가고, 권위주의가 발흥하고, 암흑기 또는 기후 재앙의 서막이 올랐다. 종말의 감각이 깨어나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아포칼립스 이전(pre-apocalypse)’을 주제로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최적화가 우리의 시간과 관심을, 심지어는 미래를 몽땅 집어삼켰다. 우리의 배와 일정을 두둑이 채웠으나 왜라는 질문에 관해서는 공백을 남겨놓았다. (13쪽)
“최적화를 강화하는 것도, 최적화에서 탈출하는 것도 답이 될 수 없다면 어떡해야 할까?”
무한한 개발과 지속적 성장이 멈춘 시대, ‘최적화라는 환상’을 똑바로 바라보자는 결심
과도한 효율성에 대한 환멸은 굳이 수학자가 아니어도 많이들 공감할 것이다. 시간과 돈을 최대한 낭비 없이 생산적으로 쓰려고 갖은 애를 쓰지만, 어느 순간 압도감에 숨이 막히고 최적화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에 부딪힐 때 불만감이 솟구친다. ‘지금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나? 옳은 일은 대체 뭐지?’ 이 감정은 하늘 높이 치솟는 우울증과 불안증 발병률, 점점 가시화되는 공급망과 사회의 붕괴, 고비용의 대도시 직장 생활, 급격히 추락하는 결혼율과 출산율 같은 증상으로 나타난다.
고삐 풀린 성장이 우리를 위한 게 아니며, 값싼 생산물과 고층 건물처럼 숱한 최적화의 산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어느 정도 주체성을 상실했다는 감각이 만연하지만, 뾰족한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최적화의 신도들은 오히려 효율성을 강화해 이런 불만감을 잠재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효율성에서 탈출하거나 그것을 총체적으로 무효화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그런데 문제는, 두 방법 모두 최적화의 우위를 영속화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방법은 탈최적화의 방법으로서 도리어 최적화를 공고히 하며, 두 번째 방법은 현시점에 가진 칩을 과거의 기준에다 몽땅 욱여넣는다는 점에서 최적화의 우위를 지속한다. 최적화를 강화하는 것도, 최적화에서 탈출하는 것도 답이 될 수 없다면 어떡해야 할까?
우리의 생계와 삶의 질, 사람들과 맺는 관계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모두 최적화에 기대고 있다. 하지만 최적화를 영영 떠날 수 없다고 해서, 끓어오르는 불만감, 병들고 피폐해져가는 자연과 세상을 외면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크럼은 최적화에 휘둘리거나 끌려가지 않고 나아가려면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하는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부터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불법 점거한 저택과 항공 물류 허브가 지어지는 땅 밑에 층층이 쌓인 폐허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완전한 화해나 해체가 아니라, 바라보는 시각을 선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278쪽)
크럼은 이 책에서 온 세상을 집어삼킨 ‘최적화’라는 세계관에 집요하게 물음표를 던진다. 그리고 그 끝에 맹목적인 수용도 급진적인 저항도 답이 아니며 우리를 둘러싼 ‘최적화’의 언어 자체를 내려놓자고 과감하게 제안한다. 숨가쁠 정도로 빠른 기술 발전에, 성장과 개발을 향해 맹렬히 달려가는 욕망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최적화라는 환상》은 막연한 문제의식을 다채로운 경험과 사례를 통해 선명하게 구체화하는 지적 즐거움의 시간을, 깨뜨리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틀에 박힌 관점 전환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작가정보
대학에서 영문학과 국제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비교 문학을 전공했다.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며 의미 있는 책들을 한국어로 옮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매니악》 《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책》 《장벽 너머》 《GEN Z》 《언캐니 밸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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