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해밀누리 2025년 03월 27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살인은 우연이 아니라, 고요한 절망에서 피어나는 운명이다.”

『살인자』는 오스트리아의 작가 아르투어 슈니츨러가 남긴 심리소설로, 어느 날 갑작스럽게 살인을 저지른 한 남자의 내면을 잔혹할 만큼 정밀하게 해부하는 작품이다. 슈니츨러는 범죄의 외양보다는 그 내부에서 조용히 자라나는 정념의 파열을 응시하며, 일상의 균열이 어떻게 극단적 행위로 이어지는지를 독자에게 차분히 설득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죄의식과 자의식, 욕망과 자기기만이 뒤얽힌 한 인간의 심리가 있으며,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기까지의 과묵한 흐름은 도리어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슈니츨러 특유의 서술 기법—내면 독백, 간접화법, 감정의 세분화—은 이 작품에서 절정에 이르며, 범죄를 둘러싼 도덕적 판단 이전에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모순적이고 복잡한가를 독자에게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살인자』는 단순한 범죄소설이 아닌, 인간 정신의 지하실을 통과하는 고백록이자, 고독한 심연을 건드리는 심리 문학의 정수이다.

출판사 서평

『살인자』는 표면적 줄거리보다 그 이면에 깔린 심리의 미세한 파문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슈니츨러는 한 인간이 범죄에 이르는 과정을 정죄하지도, 변명하지도 않는다. 그는 오직 관찰하고, 기록하며, 그 인간의 심연을 독자가 직접 내려다보도록 만든다.

작은 감정의 흔들림 하나가, 사소한 무관심과 외면이, 말하지 못한 충동이 어떤 비극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그는 날카로운 문장으로 서술한다. 그리하여 독자는 작품이 끝난 뒤에도 불편한 여운을 떨쳐낼 수 없게 된다.

『살인자』는 지금 이 시대에도 통한다. 우리는 수많은 ‘왜?’를 묻지만, 인간 내면의 진실은 논리로 풀리지 않는다. 슈니츨러는 바로 그 답 없는 질문들 속에 숨어 있는 진실의 조각을 문학의 방식으로 들여다본다. 이 책은 도덕적 판단을 유예한 채, 인간의 가장 깊은 곳까지 도달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건네는 진지한 문학적 제안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아르투어 슈니츨러

아르투어 슈니츨러 (Arthur Schnitzler, 1862–1931)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의사이자 극작가, 소설가. 프로이트와 동시대에 활동하며 무의식, 억압된 욕망, 자아의 균열을 문학적으로 탐색한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꿈 이야기(Traumnovelle)』, 『라운드 댄스(Reigen)』 등으로 대표되는 그의 작품은 도덕과 감정의 경계를 넘나드는 위험하고도 정밀한 사유를 보여준다. 『살인자』는 슈니츨러의 심리 분석 기법이 응축된 중편으로, 특히 의도되지 않은 범죄, 내면의 붕괴, 사후적 죄의식이라는 주제를 통해 그의 문학 세계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로서 그는 인간의 내면을 가장 예리하게 파고든 탐구자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