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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소설

위픽(WEFIC)
이연숙 지음
위즈덤하우스

2025년 03월 24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3월 1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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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1.93MB)   |  약 2.5만 자
ISBN 9791171716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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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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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를 분해하고 연결하는 10년 차 비평가이자 예술과 여성, 퀴어와 가난을 소재로 비참한 유머를 선보여온 닉네임 ‘리타’, 문제와 화제의 중심에 놓인 작가 이연숙의 첫 소설 《아빠 소설》이 위즈덤하우스 위픽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비평가 ‘엘릭’은 “인생에서 가장 크고 무겁고 오래된 숙변 중 하나”인 아빠에 대해서 쓸 때가 왔다고 직감한다. 그러나 지난 10년, 이렇게나 ‘아빠’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글은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 물론 소설을 써본 경험도. 깜박거리는 커서를 노려보며 엘릭은 깨닫는다. “이렇게까지 쓰고 싶지 않다면 분명 거기에는 뭔가 이유가 있다고. 쓰지 않는다면 결코 알 수 없을 그런 이유가.”
아빠 소설
작가의 말
이연숙 작가 인터뷰

‘왠지 지금이라면 쓸 수 있을 것 같아. 완전 가능. 지금까지 쓴 건 다 엎자.’
엘릭은 마감일이 이미 훌쩍 지났지만 절반 이상 쓰지 못한 원고를 떠올리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 망할 놈의 원고 때문에 지난 일주일간 집 반경 2킬로미터 이상을 벗어나본 적이 없었다. 마트에서 생필품을 사고 집 근처 카페에서 미팅을 하고 최소한의 걷기를 위해 산책을 하는 것 빼고는 전부 다 사치였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여태 마감이 아무리 늦어도 진심으로 화낸 적 없던 사람 좋은 편집자는 며칠 전 결국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건조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선생님 바쁘신 건 알지만 저희 쪽에서도 이 이상 일정을 늦출 수는 없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마지막 문장은 온점이 찍히지도 않은 채 왔다. 알다시피 온점은 인내심의 반영이다. 온점을 찍지 않았다는 건 너 같은 새끼를 참아줄 여유가 점점 바닥나고 있다는 완곡한 표현이다.(8~9쪽)

여자가 아닌 다른 성별에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여유도 없었다. 그러다 푸고를 만나는 ‘사건’이 생겼고 엘릭은 30대가 되어서야 성정체성에 뒤늦은 혼란을 겪었다. 레즈비언 정체성은 엘릭에게 고향이나 마찬가지였다. 남자 친구가 생겼다고 해서 당장 살림살이를 모두 싸 들고 나와 이성애자 동네로 이사 갈 수는 없었다. 갑자기 이성애자 동네에서 이성애자 섹스를 하고 이성애자 식사를 하고 이성애자 언어로 말할 수는 없었다. 엘릭은 그제야 정체성이라는 건 연애 상대의 성별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라는 걸-그렇게 ‘퀴어 이론’을 읽었는데도-온몸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24~25쪽)

엘릭은 말이 나온 김에 약간 식은 홍차를 홀짝이며 막 떠오른 소설의 줄거리를
푸고에게 써서 보내기로 했다.

엘릭: 무슨 내용으로 쓸지는 일단 다 정했음
엘릭: 그니까 내가 아빠에 대한 소설을 쓰기 전에 렌이랑 너랑 엄마하고 대화를 하는 내용인 거야
엘릭: 근데 이제 아빠가 갑자기 귀신이 돼서 등장함
엘릭: 아빠랑 무규칙 격투기 함
엘릭: 내가 아빠 이김
엘릭: 아빠 죽음
엘릭: 어때
엘릭: ?

엘릭은 연쇄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면서 혼자 피식거렸다. ‘아니 이런 거, 진짜 전혀
안 읽고 싶은데?’(29~30쪽)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면 엘릭은 늘 처음처럼 가슴이 미어졌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엘릭은 제 연민이 아빠에 대한 다른 감정들을 모두 집어삼킬까 봐 두렵기도 했다. 그렇게 쉽게 아빠를 용서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만큼이나 잊고 싶지도 않았다.(34쪽)

이제야 엘릭은 자기가 왜 소설을 쓸 수 있다고 느꼈는지 알 것 같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왜 소설이 아니면 안 된다고 느꼈는지 알 것 같았다. 엘릭은 아빠 문제를 다루고 싶으면서도 아빠를 진짜 문제로 만들고 싶지 않았고, 아빠에게 복수하고 싶으면서도 아빠를 완전히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고 싶지 않았으며, 아빠를 용서하고 싶으면서도 아빠 탓을 멈추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 모든 짓거리를 더 이상 안 하고 싶어질 때까지 반복하고 싶었다.(47쪽)

대디 이슈가 있는 여성과 마미 이슈가 있는 여성의 전형화는 바로 이런 현실을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고착시킨다. 밈이라는 게 다 그렇지만 페미니스트로서는 문제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변명의 여지가 없게도 나는 그런 편견만이 줄 수 있는 저항할 수 없는 어두운 기쁨으로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나 자신을 줄곧 발견한다. 내가 단 한 번도 말하거나 쓴 적 없고 심지어 인정한 적도 없는 내 삶의 진실을 그 일차원적인 편견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진실이란 바로 내가 아빠의 일부 신체 부위가 망쳐놓은 밀가루 반죽이라는 것이다.(60~61쪽)

“하지만 세상에는 ‘아버지의 어딘가 좀 망가진 자식’도 있는 법이다”
아빠를 죽일까? 죽이지 말까? 아빠를 원망해도 될까? 이대로 용서해버릴까?
상처 입고 망가져도 다시 한번 ‘진격’하는 닉네임 ‘리타’ 이연숙 첫 소설!

텍스트를 분해하고 연결하는 10년 차 비평가이자 예술과 여성, 퀴어와 가난을 소재로 비참한 유머를 선보여온 닉네임 ‘리타’, 문제와 화제의 중심에 놓인 작가 이연숙의 첫 소설 《아빠 소설》이 위즈덤하우스 위픽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비평가 ‘엘릭’은 1년 전 ‘사람 좋은 편집자’로부터 쓰고 싶은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는다. 그 말을 듣자마자 드디어 때가 왔다고, “인생에서 가장 크고 무겁고 오래된 숙변 중 하나”인 아빠에 대해서 쓸 때가 왔다고 직감한다. 그러나 엘릭이 수많은 글을 써온 지난 10년, 이렇게나 ‘아빠’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글은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 물론 소설을 써본 경험도.
막연히 매기 넬슨의 《블루엣》, 안드레아 롱 추의 《피메일스》 같은 ‘자기 이론’에 가까운 에세이를 쓰겠다고 마음먹지만, 곧 “누구도 첫 페이지부터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줄리아 크리스테바 같은 이름이 등장하는 글 같은 건 읽고 싶지 않을걸”이라는 생각이 엘릭의 손을 멈추게 하고, 사람 좋은 편집자와의 손절 위기가 코앞까지 다가오는 듯하다.
진짜_최종_최종_최종_최종_마감을 사흘 앞두고 엘릭은 ‘진짜’ 소설을 쓰기로 한다. 한 번도 제대로 써본 적 없는 대상을,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글의 형식으로. 깜박거리는 커서를 노려보며 엘릭은 깨닫는다. “이렇게까지 쓰고 싶지 않다면 분명 거기에는 뭔가 이유가 있다고. 쓰지 않는다면 결코 알 수 없을 그런 이유가.”
일기를 엮은 첫 산문집 《여기서는 여기서만 가능한》을 비롯해 이연숙의 글을 따라 읽어온 독자라면 그간 작가가 천착해온, 그러나 제대로 쓰기에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아빠’에 관한 첫 글을 기다렸을 것이다. 소설의 형태로 나타난 것에 의문을 갖거나 《아빠 소설》을 과연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심하는 독자도 있을 테다. 의심과 의문은 여성과 퀴어를 비롯한 소수자들과 지겹도록 함께해왔다. 《아빠 소설》은 익숙한 불신과 의구를 노련하게 피하는 대신 자신이 놓인 “저항할 수 없는 어떤 구덩이 같은 곳”으로 독자들을 데려온다. “정체성이라는 건 연애 상대의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라는 걸-그렇게 ‘퀴어 이론’을 읽었는데도-” 남자 친구 ‘푸고’를 만나고서야 온몸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엘릭처럼, 독자들은 《아빠 소설》을 만나는 ‘사건’ 뒤에 제대로 물을 수 있게 된다. ‘진짜’ 소설이란 무엇인가? 엘릭의 아빠는 어린 엘릭에게 이렇게 말한다. “뭐든지 궁금한 게 있으면 스스로 책에서 답을 찾아야 돼.” 책은 엘릭에게 이렇게 답했다. “그냥, 받아들여…….”
이연숙은 ‘우리’가 있는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듯하다가도 곧 ‘이쪽’도 ‘저쪽’도 비웃으며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 머무른다. 그간 이연숙의 글이 페미니스트의 얼굴을 점점 딱딱하게 굳게 만든 이유다. 《아빠 소설》 속 엘릭의 얼굴도 좀처럼 펴지지 않고, 엘릭은 자신이 가야 할 곳을 찾지 못하는 듯하다. 자신의 사랑을 배신한 아빠를 죽일지 죽이지 말지 마음을 다잡지 못한다. 아빠를 원망하고 동시에 연민하며 아빠가 자신을 “망쳐놓은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그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문제 앞에서 우리는 “그냥, 받아들”이라는 책의 가르침을 곧바로 따르지 못한다. 그래서 엘릭은 저항하기 위해 한껏 노력하고, 결국엔 저항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저항할 수 없음을 깨닫는 것은 애초부터 저항하지 않는 것과는 다르다. 저항하고자 했기 때문에 비로소 “그냥, 받아들”임이 가능해진다. 불명쾌의 명쾌함,《아빠 소설》과 이연숙이 우리를 데려다놓는 “저항할 수 없는 어떤 구덩이 같은 곳”의 또 다른 이름이다.

주디스 버틀러는 아동 학대가 문제적인 이유가 아동의 생존에 필요한 필수적인 사랑을 성인이 착취하는 데에 있다고 봤다. 아동은 가까운 성인이 아무리 쓰레기여도 어떻게든 사랑할 구석을 찾아낸다. 사랑을 줄 수 없다면 아동은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아빠가 배신한 건, 주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는 그런 사랑이었다. 내 사랑은 남용당했다. 나는 상처 입었다._ 〈작가의 말〉 중에서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구병모 〈파쇄〉,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안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최진영 〈오로라〉 등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하며,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시즌 1 50편에 이어 시즌 2는 더욱 새로운 작가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시즌 2에는 강화길, 임선우, 단요, 정보라, 김보영, 이미상, 김화진, 정이현, 임솔아, 황정은 작가 등이 함께한다. 또한 시즌 2에는 작가 인터뷰를 수록하여 작품 안팎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1년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펼쳐 보일 예정이다.

∥위픽 시리즈 소개∥

위픽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작은 조각이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새로운 한 조각이 되기를,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당신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한 조각의 문학이 되기를 꿈꿉니다.
한 조각의 문학, 위픽
구병모 《파쇄》
이희주 《마유미》
윤자영 《할매 떡볶이 레시피》
박소연 《북적대지만 은밀하게》
김기창 《크리스마스이브의 방문객》
이종산 《블루마블》
곽재식 《우주 대전의 끝》
김동식 《백 명 버튼》
배예람 《물 밑에 계시리라》
이소호 《나의 미치광이 이웃》
오한기 《나의 즐거운 육아 일기》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도진기 《애니》
박솔뫼 《극동의 여자 친구들》
정혜윤 《마음 편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워크숍》
황모과 《10초는 영원히》
김희선 《삼척, 불멸》
최정화 《봇로스 리포트》
정해연 《모델》
정이담 《환생꽃》
문지혁 《크리스마스 캐러셀》
김목인 《마르셀 아코디언 클럽》
전건우 《앙심》
최양선 《그림자 나비》
이하진 《확률의 무덤》
은모든 《감미롭고 간절한》
이유리 《잠이 오나요》
심너울 《이런, 우리 엄마가 우주선을 유괴했어요》
최현숙 《창신동 여자》
연여름 《2학기 한정 도서부》
서미애 《나의 여자 친구》
김원영 《우리의 클라이밍》
정지돈 《현대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죽음들》
이서수 《첫사랑이 언니에게 남긴 것》
이경희 《매듭 정리》
송경아 《무지개나래 반려동물 납골당》
현호정 《삼색도》
김현 《고유한 형태》
김이환 《더 나은 인간》
이민진 《무칭》
안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조현아 《밥줄광대놀음》
김효인 《새로고침》
전혜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면》
김청귤 《제습기 다이어트》
최의택 《논터널링》
김유담 《스페이스 M》
전삼혜 《나름에게 가는 길》
최진영 《오로라》
이혁진 《단단하고 녹슬지 않는》
강화길 《영희와 제임스》
이문영 《루카스》
현찬양 《인현왕후의 회빙환을 위하여》
차현지 《다다른 날들》
김성중 《두더지 인간》
김서해 《라비우와 링과》
임선우 《0000》
듀나 《바리》
한유리 《불멸의 인절미》
한정현 《사랑과 연합 0장》
위수정 《칠면조가 숨어 있어》
천희란 《작가의 말》
정보라 《창문》
이주란 《그때는》
김보영 《헤픈 것이다》
이주혜 《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
정대건 《부오니시모, 나폴리》
김희재 《화성과 창의의 시도》
단요 《담장 너머 버베나》
문보영 《어떤 새의 이름을 아는 슬픈 너》
박서련 《몸몸》
금정연 《모두 일요일이야》
박이강 《잡 인터뷰》
김나현 《예감의 우주》
김화진 《개구리가 되고 싶어》
권김현영 《수신인도 발신인도 아닌 씨씨》
배명은 《계화의 여름》
이두온 《돈 안 쓰면 죽는 병》
김지연 《새해 연습》
조우리 《사서 고생》
예소연 《소란한 속삭임》
이장욱 《초인의 세계》
성해나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을 때》
장진영 《김용호》
이연숙 《아빠 소설》

작가정보

저자(글) 이연숙

닉네임 리타. 대중문화와 시각예술에 대한 글을 쓴다. 2015 크리틱엠 만화평론 우수상, 2021 SeMA-하나 평론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진격하는 저급들》 《여기서는 여기서만 가능한》을 썼고, 공저로 《퀴어 미술 대담》 《미친, 사랑의 노래》 등을 썼다. 블로그(https://blog.naver.com/hotleve)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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