릿터 52호 : 타이완 소설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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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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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제의 시집 『물보라』의 박지일 시인 인터뷰
* 디지털 페인팅계의 스타 람한 작가 인터뷰
* 이민진, 박대겸 단편소설 발표"
9 Cover Story: 타이완 소설이 뜬다
10 — 15 정우주 망가진 삶들의 증언
16 — 20 김효진 타이완 소설의 지금
21 — 25 백지운 타이완 문학이란 무엇인가
26 — 31 고운선 반(反) 디아스포라, 시노폰 문학과 타이완 문학
31 — 38 허유영 뒤늦은 애도식
39 — 44 최말순 ‘늪’과 ‘무덤’
45 — 49 문경연 ‘타이완’은 누구인가
51 Essay
52 — 57 정은귀 나의 에밀리 15회
58 — 63 황희승 나만 귀여워? 갯가재 3회
67 Interview
68 — 79 박지일 X 소유정 시가 아니어도 좋을
80 — 91 람한 X 안동선 환상과 기억의 교차점
95 Short Story
96 — 116 이민진 겨울의 윤리
118 — 134 박대겸 아버지 죽빵 날리기
139 Poem
140 — 144 이효영 바람
145 — 146 신이인 벽난로 가의 번영
147 — 147 황인숙 서정시를 찾아서
148 — 149 조성래 부끄러움을 모르는 병
153 Review
154 — 156 안세진 『무지개 눈』
157 — 163 민가경 『기대 없는 토요일』
164 — 167 박혜진 『우리가 본 것』
168 — 172 최원호 『증명과 변명』
173 — 176 조예은 『에너미 마인』
178— 179 Epilogue"
"타이완 소설을 읽는 한국
2023년 출간된 소설가 천쓰홍의 장편소설 『귀신들의 땅』은 국내 독자들에게 타이완 소설의 존재를 강하게 각인시켰다. 귀신처럼 애통한 기억과 존재 들의 이야기를 아프도록 생생히 그려 낸 소설 『귀신들의 땅』. 이 책을 읽다 보면 지금 손에 쥔 책이 다름 아닌 ‘타이완’의 작가가 쓴 소설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자각하게 된다. 도입부부터 타이완 용징의 풍경이 세세히 묘사되고 주인공 톈홍은 독일에 머물 때면 고향 타이완과 그곳의 사람들을 끊임없이 떠올린다.
이국의 소설을 다 읽은 뒤 가장 먼저 깃든 감상은 뜻밖에도 ‘동류의식’이었다. 특정 사건과 인물 들 때문이라기보다는, 문장과 문장 사이를 흐르는 감각과 정서적 조응이 일어난 탓이었다. 소설에 대해서라면 수많은 감상이 가능하지만 이처럼 감각적 동류의식이 피어오른 것은 무척 생소한 일이었다. 매일같이 피부로 느끼는 대한민국과 타이완 용징을 묘사한 문장들 사이 예상치 못한 동질감은 대체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이 감각을 출발점 삼아 타이완 소설의 세계로 더 깊이 들어가 봤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국내에 점점 더 활발히 번역 출간되고 있는 타이완 소설 신작들이다. 또한 타이완과 한국이 일제 식민 지배와 계엄 통치, 급격한 산업 개발과 독재 권력의 검열 등 거울 같은 역사를 지녔다는 사실이 보인다. 때마침 2025년 서울국제도서전의 주빈국이 타이완이라는 반가운 소식마저 날아들자 점점 더, 이 세계가 궁금해진다.
《릿터》 52호에서는 국내 출판 시장에서 점차 그 영향력을 넓혀 가고 있는 타이완 소설을 조명했다. 개별 작품에 대한 감상, 타이완 문학의 경향성, 그리고 타이완 문화의 특징에 대한 글들을 소개한다. 먼저, 정우주 문학평론가에게 『귀신들의 땅』을 중심으로 한 작품 감상을 청해 들었다. 정우주 평론가는 타이완 소설이 소외된 이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는 방식이 한국의 현실과 정확히 공명한다는 점을 화제의 이유로 꼽았다. 출판사 마르코폴로의 김효진 대표는 국내에 출간되었거나 출간 예정인 타이완 소설의 경향과 목록을 훑어 주었다. 타이완 소설은 중국어로 쓰인 가장 뛰어난 소설에 주어지는 상인 ‘홍루몽 문학상’ 10회 중 3회를 거머쥐었을 만큼 그 문학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여성 작가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효진 대표의 리스트는 타이완 소설이 이제 막 궁금해진 독자들에게 이정표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한편 타이완 소설을 정의할 때 공통적으로 꼽히는 특징이 있다면 자기 정체성에 대한 끈질긴 고뇌와 경계의 안과 밖을 끝없이 넘나들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백지운 연구자는 타이완이 역사적 분수령마다 스스로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묻도록 강요받아 왔다는 맥락을 정리하였으며, 고운선 연구자는 타이완이 지닌 역사적 혼종성이 이제는 비료가 되어 새로운 문학을 갱신해 나갈 수 있으리라고 예견했다. 우밍이를 비롯한 타이완 소설을 직접 기획·번역해 온 허유영 번역가는 애도의 시기를 놓친 타이완의 굴곡진 역사에 관해 “기억에는 상징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소설가 우밍이의 작품을 소개한다. 우밍이의 작품은 사물을 매개로 세대와 역사적 사건 들을 엮어 나가며 비로소 진정한 애도에 이르는 데 성공한다.
문경연 교수는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타이완이 외적으로는 크게 번영한 한편, 내적으로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복잡한 정체성을 중심에 두고 있음을 짚으며 어느 곳에 시선을 두느냐에 따라 읽어 낼 수 있는 타이완의 모습이 다를 것이라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최말순 교수는 타이완과 한국 간 근대사의 유사성을 펼쳐 보이며 국내 독자들이 타이완 소설에 느끼는 정서적 동질감의 기원을 설명한다. 이번 호가 타이완 소설을 작품 안팎으로 더욱 풍성하게 읽을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타이완 소설을 읽는 한국 독자들에 대해 독해할 수 있는 단서도 되어 주리라 기대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민음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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