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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건

세계문학전집 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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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2월 26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2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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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4.58MB)   |  약 7.6만 자
ISBN 9788937497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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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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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영화, 뮤지컬로 끊임없이 각색되어 사랑받는 고딕호러의 고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건』(1886)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우리에게 『보물섬』의 작가로 익히 알려진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문학사적으로 뒤늦게 재평가받는, 계속 새로운 면모가 발견되고 있는 작가다. 그는 살아생전 큰 인기를 누렸으나, 사후에 버지니아 울프 부부와 같은 고급 문학 작가들에게 신랄한 비판과 경멸의 대상이 되었다. 『보물섬』 같은 ‘아동 문학’과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건』 같은 ‘공포 문학’을 쓰는 작가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그와 교유했던 헨리 제임스와 후대 작가들인 베르톨트 브레히트, 어니스트 헤밍웨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이탈로 칼비노와 같은 작가들에게 끊임없이 호명되어 21세기에 이르러 『노튼 앤솔로지』 2006년 판부터 수록되기 시작하는 등 재평가받고 있으며, 찰스 디킨스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역되는 작가 26위에 올랐다. 또한 인간과 당대 사회에 대한 통찰력이 남다른 작가를 넘어, 남태평양 섬들의 식민 시대사의 증인이자 휴머니스트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문(門) 이야기 9
하이드 씨를 찾아서 20
지킬 박사, 뜻밖에 여유작작 35
커루 살인 사건 40
편지 사건 49
래니언 박사와 관련한 놀라운 사건 57
창가에서 일어난 일 64
마지막 밤 68
래니언 박사의 편지 87
사건 전모에 대한 헨리 지킬의 진술 100

작품 해설 131
작가 연보 141

“묘사하기 쉽지 않습니다. 외모에 뭔가 잘못된 점이 있어요. 어딘지 불쾌하고, 아주 혐오스러운 점이요. 그렇게 고약한 느낌을 주는 사람은 처음 봤습니다. 하지만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어딘가 기형인 것이 틀림없습니다. 기형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거든요.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디가 기형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특이하게 생긴 사람인데, 구체적으로 어디가 이상하다고 말할 수가 없어요. 파악이 안 됩니다. 묘사가 불가능해요. 그렇다고 기억이 안 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르니까요.” (17~18쪽)

“다른 뭔가가 더 있는 거야.” 어터슨 씨는 당혹감에 사로잡혀 말했다. “내가 콕 집어 말하지 못해서 그렇지 뭔가 더 있는 게 틀림없어. 하느님 맙소사, 거의 사람 같은 느낌이 안 들었어! 유인원 같다고나 할까? 아니면 옛이야기에 나오는 펠 박사? 아니면 단지 추악한 영혼이 육체를 관통해 그의 모습을 변모시킨 것일까? 아마 마지막 경우겠지. 오, 불쌍한 내 친구 헨리 지킬! 내가 사탄의 이름이 적힌 얼굴을 본 적 있다면, 자네 새 친구의 얼굴이 바로 그것이로군.” (30쪽)

‘‘아무래도 큰 곤경에 처한 게 아닌가 싶어 걱정되는군! 분명 아주 오래전이긴 하지만 젊었을 때 함부로 놀았던 게지. 하지만 하느님의 법 앞에 공소 시효 같은 건 없지. 그래, 그 문제일 거야. 오래전에 저지른 죄의 유령, 숨겨진 수치스러운 일에서 비롯된 암, 더 이상 기억도 나지 않고 자기애로 제 잘못을 다 덮어주었는데 수년 후 절룩거리며 나타난 처벌.’ (33쪽)

그러나 어터슨 씨는 밤이 되어 혼자가 되자마자 그 쪽지를 보관하기 위해 금고 속에 넣었다. ‘맙소사!’ 그는 생각했다. ‘헨리 지킬이 살인자를 위해 문서를 위조하다니!’ 혈관 속의 피조차 차갑게 식는 듯했다. (56쪽)

지배 계급의 위선을 고발하고 로고스 중심의 서구 문명의 위험을 경고한 걸작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건』은 출간 당시 6개월 만에 4만 부가 팔리고 빅토리아 여왕도 읽었을 정도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동시에 평론가들에게도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이후 이 작품은 ‘두 얼굴을 가진 인간’을 가리키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그러나 한 사람 안에 존재하는 선 대(對) 악이라는 우화로 이 작품을 바라보는 것은 작가의 의도에서 한참 빗나간 것이다. 스티븐슨은 당대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체현한 주인공 지킬 박사의 위선과, 그가 자기 안의 어둠을 투영한 하이드를 창조했으나 몰락하는 모습을 통해 빅토리아 시대의 로고스 중심주의를 비판하고, 나아가 세계 제국의 경영자를 자처한 대영제국의 지배층을 신랄하게 비꼬았다. 런던이라는 대도시를 배경으로 인간의 몸과 마음에서 발생한 공포를 다룬 이 소설은 이후 오스카 와일드, 아서 코난 도일, 브램 스토커와 같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내 사악한 행위의 추악한 얼굴이 나의 애원 사이사이
계속해서 내 영혼을 들여다보고 있었네.”

19세기 영국, 스모그로 희뿌연 런던. 모두가 잠든 새벽 거리에서 사건이 일어난다. 한 사내가 길에서 마주친 어린 소녀를 짓밟고 가 버린 것. 설명할 길 없는 증오심을 일으키는 외모의 에드워드 하이드라는 사내는 보상금으로 수표를 건넨다. 그런데 수표 위에 기재된 서명은 명망 높은 의학 박사 헨리 지킬의 것이다.
변호사인 어터슨은 이 소식을 듣고 친구 지킬 박사가 맡겨 온 이상한 유언장을 떠올린다. 거기엔 그가 사망하거나 실종되면 친구 하이드에게 전 재산을 상속한다고 적혀 있다. 어터슨은 하이드라는 인물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그를 찾아 나서고, 그와 직접 대면한 후 기이한 혐오감과 두려움을 느낀다. 그는 젊은 시절 방탕하게 살았던 지킬이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눈덩이처럼 불어난 죗값을 치르는 것이라 생각하고 친구의 명예를 지켜 주기로 한다. 그러나 그가 만난 지킬은 더없이 평온해 보이고, 유언장이 그대로 이행되기를 고집한다. 그리고 일 년 후, 온 런던을 발칵 뒤집는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유력 용의자로 하이드가 지목되는데…….


“맙소사! 해로운 건 지킬이지. 그는 위선자니까!” _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영화나 뮤지컬 같은 대중문화에서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각각 인간 본성의 선악을 상징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지킬 박사는 선한 동기로 실험을 시작했으나 자신이 창조한 하이드 때문에 괴로워하는 비극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곤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스티븐슨이 창조한 지킬은 사실 자신의 인격을 악한 면과 선한 면으로 구분한 뒤 전자를 감추고 후자를 내세워 사회적 존경을 받는 것을 즐기는, 극단적으로 위선적인 인물이다. 모든 것이 평판과 위신으로 통했던 빅토리아 시대 신사 계급의 화신과도 같은 지킬을 통해 결국 스티븐슨이 경고하고자 하는 것은 숨겨진 위선이다. 지킬 박사는 학문적 열정과 신앙심과 자선 등의 가치관을 추구하는, 존경받는 이상적인 인물인 양 묘사되고 있지만, 사실 그는 “살인 사건이 벌어질 때까지는 스스로 부도덕하고 악하다고 여긴 성향에 대해 전혀 양심의 가책이 없다. 오히려 양심의 가책 없이 그런 성향을 발휘하고 즐기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스스로 악한 인물로 둔갑하는 약을 개발한 것이다.”(「작품 해설」 중)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건』이 겨냥하는 것은 당대 영국 지배계층의 경직되고 왜곡된 도덕의식만이 아니다. 의학 박사인 지킬이 과학을 맹신해 저지르는 가공할 범죄는 복잡한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로, 그의 몰락은 로고스 중심의 서구 문명에 대한 스티븐슨의 경고로 읽힌다. 근대 이후 과학 지식으로 무장한 서구 열강은 전 세계에 식민제국을 건설했으며, 그 여파로 백 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에 고스란히 남아 수많은 국제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스티븐슨은 대영제국이 맹위를 떨치던 빅토리아 시대에 이미 그 위험을 간파한 것이다.


대도시 런던을 배경으로 인간의 몸과 마음에서 기인한 공포를 다룬 파격적인 작품

고딕호러 소설로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건』이 가지는 문학적 의미 역시 중요하다. 이전까지 고딕 소설은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깊은 숲이나 성(城)을 배경으로 허구적인 공포를 그렸으나, 스티븐슨은 생리학적 관심을 가지고 장르에 접근해 인간의 몸과 마음 자체가 공포를 가져다줄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 발견은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나 H. G. 웰스의 『모로 박사의 섬』 같은 작품들로 이어졌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건은』은 배경 역시 이전 고딕 소설들과 다르게 산업 혁명 이후의 근대 도시인 런던을 무대로 펼쳐졌는데, 소설 속 안개 낀 미로 같은 도시 풍경은 탁월한 심리묘사의 장치로 활용되어 오늘날 모두가 공유하는 런던이라는 도시의 이미지를 집단 무의식에 또렷이 새겨 넣는 한편, 아서 코난 도일이나 오스카 와일드 같은 작가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 밖에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건』은 오늘날에도 심리학 이론 및 퀴어 이론을 바탕으로 한 풍부한 비평이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는 다면적인 작품으로, 종전보다 더 활발하고 진지하게 연구되고 있다.


■ 이 작품에 쏟아진 찬사

어린 시절부터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내게 행복의 형태 중 하나였다. _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스티븐슨은 평생 두 편의 걸작을 썼는데 그중 하나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건이다. 생생한 이야기로 보든, 놀랍도록 깊고 진실한 우화로 보든, 이 소설은 엄청난 작품이다. _아서 도난 도일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건』은 단순한 탐정 소설이 아니라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나 고골의 『죽은 혼』과 같은 예술의 범주에 속하는 작품이다. _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아주 위대한 작가입니다, 저는 확신해요, 드 공쿠르 씨, 가장 위대한 작가들과 같은 반열에 드는 전적으로 위대한 작가예요.” _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중 스완의 대사에서

“지도자를 자처하지 않는데 지도자인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부류 가운데서도 가장 훌륭한 예로 바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을 들 수 있다.” _잭 런던

“나는 스티븐슨이 날아가는 듯한 기분을 주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사랑한다.” _이탈로 칼비노

작가정보

Robert Louis Stevenson
1850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등대를 전문적으로 짓는 건축 기사 아버지와 신사 계급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선천적으로 기관지가 약해 어려서부터 정규 교육 과정을 따라가지 못하고 개인 교사에게 배우고 여러 학교를 옮겨 다녔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등대 건축을 공부하기 위해 에든버러 대학교에 입학했으나 문필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생계를 위해 법학을 전공했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지만 실제로 법률가 일을 하지는 않았다. 에세이와 시, 단편 소설 등을 쓰면서 유럽을 여행하다가 1876년 프랑스에서 미국인이자 기혼이었던 패니 오즈번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1879년 오즈번을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여행길에 올랐다가 건강이 악화되었다. 1880년 5월 오즈번과 결혼하고 그녀가 전남편과 낳은 아들 로이드와 함께 스코틀랜드로 돌아왔다. 1881년 여름, 악천후로 실내에만 머물러 있어야 할 때 로이드와 함께 보물이 묻힌 섬에 대한 지도를 만들면서 놀다가 『보물섬』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이 이야기를 《영 포크스(Young Folks)》에 연재하고 1883년 책으로 출간해 곧바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건강을 위해 영국 남부 해안 도시인 본머스에 정착해 그곳에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건』(1886) 같은 대표작들을 집필, 출간했다. 의사의 조언에 따라 미국으로 떠났다가 이후 길버트제도, 타이티, 뉴질랜드 등을 여행하다가 남태평양 사모아에 정착했다. 사모아 문화에 매료되어 서구 열강의 식민 지배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으며, 관련 주제의 글들을 언론에 발표하는 한편 『캐트리오나』, 『섬에서 보내는 밤의 도락』, 『조수(潮水)』 같은 장편 소설들을 집필하는 등 왕성한 작품 활동을 했다. 1894년 과로로 사망했으며, 사모아에 묻혔다.

저자(글) 전승희

서울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하버드 대학교에서 비교 문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보스턴 칼리지의 한국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전쟁 트라우마와 기억, 탈식민주의, 탈자본주의, 탈인간 중심주의적 문학, 문학과 소수자, 번역과 비교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글을 써왔으며 계간지 『아시아』와 아시아 출판사에서 나온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시리즈」의 편집 위원으로 일했다. 『오만과 편견』(공역),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설득』, 『환락의 집』, 『여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수영장 도서관』, 『사소한 일』 등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김대중 자서전』, 『랍스터를 먹는 시간』, 『회복하는 인간』 등을 영어로 옮겼다. 풀브라이트 기금, 국제 교류 재단 기금, 대산 재단 번역 기금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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