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츠는 나와 함께
2025년 03월 27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3월 10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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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70872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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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제2부 _089
제3부 _239
제4부 _329
부록 《왈츠는 나와 함께》에 대한 편지 _425
해설 | 친구를 기다리며 _441
덫에 걸린 연약한 야생동물의 생명력 가득한 눈빛이 팽팽한 그물 같은 이목구비로부터 빠져나와 회의적인 유혹을 담아 정면을 응시했다.(22~23쪽)
열일곱 살의 나이에 소녀는 가능성을 탐식하는 철학적 대식가가 되어, 가족들의 식사 자리에서 던져진 좌절의 뼈를 골수까지 빨아먹고도 늘 허기졌다.(58쪽)
재즈의 미로 같은 감성 속에서 사람들은 좌우로 고개를 흔들고 도시를 가로질러 서로에게 고개를 끄덕였으며, 유선형의 몸뚱이들이 마치 빠르게 움직이는 라디에이터 뚜껑 위 금속 조상처럼 이 나라의 뱃머리에 타고 있었다.(118쪽)
“나는 진짜로, 진심으로, 어떻게든 내 영혼에 대한 대가를 받고 싶어.”(140쪽)
“제가 자급자족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게 기뻐서요.”(143쪽)
육체를 완전히 통제할 수 있게 되자 그녀는 자기 몸에 대한 온갖 악취 나는 자의식에서 해방되었다.(272쪽)
“이렇게 앉아 제 레슨을 기다리면서 느끼고 싶어서요. 내가 여기 오지 않았다면 내게 주어진 시간은 텅 빈 채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겠구나, 하는 사실을.”(285쪽)
“우리가 그 일에 매달리자마자 그 일도 우리에게 매달리는 법이죠.”(296쪽)
“자기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심지어 진정한 자기 자신이었다면 얼마나 더 나은 존재가 되었을지 꿈꾸고, 인생에서 보내는 지금 이 시기가 최대한으로 활용되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며 살아가요.”(420쪽)
“한 사람이 삶의 방향을 선택하기 충분할 정도로 자랄 때쯤이면 주사위는 이미 던져져 있고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순간도 오래전에 지나가버린 뒤죠. 저희는 미국의 광고들이 내거는 무한한 약속들을 바탕으로 꿈을 키우며 자랐어요. 저는 여전히 우편으로 피아노를 배울 수 있다고, 진흙이 얼굴 피부를 완벽하게 만들어준다고 믿어요.”(421~422쪽)
‘상황에 갇힌 여성’이 아니었던
발레리나의 우아한 투쟁
“한때 나 자신이었던 깊은 저수지”를 바닥까지 긁어내면서 되고 싶은 미래를 퍼 올리는 앨라배마를 통해 ‘상황에 갇힌 여성’이 아니고자 했던 젤다의 절박함까지 전달한다. 앨라배마의 남편 ‘데이비드’는 “앨라배마를 마치 자기가 그린 그림인 양 친구들에게 전시”하고, 앨라배마는 “세상에 내보일 게 아무것도” 없다고 느끼는데, 이때 찾아온 것이 바로 발레였다.
앨라배마는 러시아 출신 유명 발레리나에게 지도받으며 연습에 몰두한다. 몸을 혹사하고, 딸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데 대한 부채감을 떠안고, 남편이 있는데 왜 발레를 배우느냐는 어린 발레리나들의 조롱까지 견디면서 연습에 매달린 덕분에 나폴리의 산카를로 오페라 극장 발레단에서 입단 제의를 받는다. 여기서 ‘앨라배마’의 이름을 ‘젤다’로 바꾸어도 이야기는 성립된다. 실제로 젤다는 프로 발레리나가 되려고 세계적인 무용수에게 수업을 들었고, 수업료를 내기 위해 작품을 발표하는 등 강박적으로 분투했다. 현실의 젤다는 끝내 입단을 포기한다. 이와 비교해 소설 속 앨라배마의 선택을 지켜보는 일도 흥미롭다.
해설에서 최민우 번역가는 《왈츠는 나와 함께》를 두고 “희망과 낭만과 환멸 사이를 언제 바퀴가 빠질지 모를 자동차처럼 덜컹거리며” 오간다고 말한다. 주인공 앨라배마 또한 “연습실과 삶을 분리”하지 않으면 삶의 한쪽이 다른 쪽보다 불만족스러워질 테고, 이내 “목적도 없고 방향도 보이지 않는 흐름” 속에서 길을 잃고 말 거라고 토로한다. 《뉴욕 타임스》의 전설적인 서평가 미치코 가쿠타니 역시 “자신만이 가진 무언가를 성공시키고자 하는 영웅적인 절박함을 전달하는 데 성공”한 작품이라고 《왈츠는 나와 함께》를 평했다.
앨라배마가 발레에 매달릴수록 발레 역시 그에게 매달렸다. 앨라배마는 깨닫게 된다. “내가 여기 오지 않았다면 내게 주어진 시간은 텅 빈 채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겠구나” 하는 사실을. 이때 독자가 목격하는 것은 한 발레리나의 가장 우아하고 높은 점프다.
하지만 저는 발레에서 태어났는걸요.(227쪽)
유실된 《왈츠는 나와 함께》의 초고
이를 둘러싼 편지들
스콧은 젤다가 《왈츠는 나와 함께》의 초고를 자신의 ‘허락’ 없이 편집자에게 보낸 것을 알고 분노한다. 젤다는 스콧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집필 중인 걸 알고 있어 방해하고 싶지 않았고, 편집자의 의견을 들은 뒤 퇴고할 계획이었다고 말하지만 스콧은 편지 여백에 “이건 핑계임”이라고 적었다. 이어지는 편지에서 젤다는 내밀한 열망과 현재 상태를 암시한다. 현재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며 스콧이 예전에 자신의 단편들에 가했던 “혹독한 비평을 듣고 싶지” 않고 “이미 충분히, 차고 넘치게 낙담”해서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서 맴도는 무력감 때문에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편지 끝에는 다시 한번 “소설을 먼저 보내지 않은 건 당신에게 의지할 생각이 없어서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스콧의 기분을 살핀다.
하지만 스콧은 편집자에게 “젤다의 소설을 검토하지 말아줄 것. 아직 안 했다면 수정본을 받을 때까지는 고려도 하지 말 것”이라는 냉정한 편지를 보내고 젤다에게 수정을 요구했다. 스콧은 집필 중이던 《밤은 부드러워》와 《왈츠는 나와 함께》의 소재가 겹친다고 생각했는데, 젤다는 “같은 소재를 다뤘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긴 하지만 결코 ‘도용’이 아니며 이런 소재들을 모으는데 자신이 겪은 정서적 스트레스 또한 상당하다고 항변했다. 그리고 수정을 한다고 해도 자신의 미학적 기준에 따를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이처럼 젤다가 앨라배마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스스로에게도 주문처럼 요구하려 했던, 자기 자신으로 살고자 하는 열망이 《왈츠는 나와 함께》에는 가득 담겨 있다. “나는 진짜로, 진심으로, 어떻게든 내 영혼에 대한 대가를 받고 싶어”라고 말하는 앨라배마의 대사는 젤다의 그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종국에는 스콧도 《왈츠는 나와 함께》를 ‘정확하게’ 바라본 최초의 인물이 되어 “강한 개성이 드러나는” “정말 좋은 소설”임을 인정한다.
“밤이면 앨라배마는 지쳐서 꼼짝도 못 한 채 창가에 앉아 무용수로 성공하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히곤 했다. (……) 스스로를 입증함으로써 오로지 자신에 대한 확신 속에서나 상상할 수 있던 평화를 얻을 것 같았고, 춤이라는 수단을 통해 감정을 통제하고 사랑이나 연민이나 행복을 뜻대로 불러낼 수 있으며 그러한 감정들이 흐를 통로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았다.”(251쪽)
여전히 기다린다
절박함에 감응할 수 있는 친구를
《위대한 개츠비》에는 “다시 젤다에게”라는 헌사가 있지만 《왈츠는 나와 함께》에는 젤다의 주치의였던 “밀드러드 스콰이어스에게”라는 헌사가 적혀 있다. 당시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를 보면 젤다는 스콧에게 끊임없는 애정을 드러냈고 스콧도 적어도 겉으로는 아내인 젤다를 꾸준히 사랑한 것으로 보이지만, 어쩌면 젤다는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병원 화재로 삶을 비극적으로 마감할 때까지, 그 이후에도 활자로 고정되어 “세월에 빛이 바래 가는 희망이 자아내는 애수”를 풍기면서까지, 자신과 자신의 작품을 온전히 알아봐줄 친구를. “이 절박함에 감응할 수 있는” 친구를. 요동치는 감정 속에서도 편지에 꾹꾹 눌러쓴, “내 소설이 자랑스러워”처럼 “네 소설이 자랑스러워”라는 답장을 보내줄 친구를.
작가정보
(Zelda Fitzgerald)
1900년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대법원 판사였던 앤서니 세이어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1918년 컨트리클럽에서 F. 스콧 피츠제럴드를 처음 만났고 1920년에 그와 결혼했다. 이듬해 딸 ‘스코티’가 태어났다. 젤다는 스콧의 《낙원의 이쪽》(1920)에 나오는 ‘로절린드’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지며 당대 최고의 플래퍼가 되었다. 하지만 ‘방탕한 생활로 위대한 작가 스콧을 망친 정신이상자 아내’라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1970년 낸시 밀퍼드가 발표한 전기 《젤다》의 출간으로 젤다는 좌절된 예술성을 상징하며 페미니즘 운동의 아이콘이 되었고, 오늘날에는 재즈 시대의 주요 작가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젤다는 프로 발레리나가 되기 위해 세계적인 무용수에게 수업을 듣는 등 강박적으로 분투했지만 정신적으로 지쳤고, 1932년에는 조현병 증상이 심해져 볼티모어의 핍스 클리닉에 입원했다. 이곳에서 육 주 만에 완성한 《왈츠는 나와 함께》(1932)는 발레리나를 꿈꾸는 ‘앨라배마’의 분투를 다룬다. 자전적 열망이 투영된 작품으로 유일한 장편소설이기도 하다. 스콧은 자신에게 알리지 않고 편집자에게 원고를 보낸 데 분노했는데, 집필 중이던 《밤은 부드러워》(1934)와 소재가 겹친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현재 《왈츠는 나와 함께》의 초고는 남아 있지 않다. 두 번째 장편소설을 쓰던 1948년,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했다.

서울대 서양사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서사창작과 전문사 과정을 졸업했다. 2012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현재 소설가이자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2019년 이해조 문학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는 《뉴스의 시대》, 《오베라는 남자》, 《위대한 앰버슨가》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는 소설집 《머리검은토끼와 그 밖의 이야기들》, 《힘내는 맛》, 장편소설 《점선의 영역》, 《발목 깊이의 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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