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오 크뢰거
2025년 03월 28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3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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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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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만이 탐구한 ‘예술가’와 ‘시민’의 (대립) 구도는 오늘날까지도 여러 문학과 영화 등에서 반복되어 다뤄지는 주제다. 각각은 이상과 현실의 열렬한 옹호자를 상징하는데, 토마스 만은 이 구도에 관한 최초이자 최고의 작가였다. 그의 작품은 인간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작품을 읽은 독자는 이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그가 동시대의 정치적 분위기에도 민감했다는 점에서 예술과 정치의 관계를 따져볼 수도 있다. 위대한 산문정신에서 길어낸 그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형형하다.
환멸
트리스탄
마리오와 마술사
작품 해설
토마스 만 연보
■토니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괴로워했다. 그는 얼마간 비스듬히 자리한 눈썹을 짓모으고, 입술은 휘파람을 불 듯 오므리고서, 옆으로 머리를 기울인 채 먼 데를 쳐다보았다. 이런 태도와 얼굴 표정이 그만의 특징이었다. (〈토니오 크뢰거〉, 11쪽)
■대체 무엇이 되려고 하느냐고 그에게 물어보면, 그는 그때마다 다르게 대답했다. 자기 속에는 천만 가지 존재 형식의 가능성이 있지만, 그 모두가 곰곰이 따져보면 불가능투성이라는 남 모르는 의식이 늘 따라다닌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토니오 크뢰거〉, 35~36쪽)
■그의 건강이 허약해지는 데 반비례해, 예술 정신은 날카롭게 자라나, 좋고 싫음이 까다로워지고 정선되고, 희귀하며, 섬세하고, 저속한 것을 보면 신경질을 부르고, 예절과 취미의 문제에서는 극도로 민감하게 되었다. (〈토니오 크뢰거〉, 39쪽)
■이렇게 두 사람을 보고 있으려니 향수가 뼈저리게 가슴에 사무쳤다. 그리하여 제 얼굴에 나타나는 경련을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으려고 저도 모르게 한 발짝 어둠 속으로 물러서기까지 했다. (〈토니오 크뢰거〉, 95~96쪽)
■지금까지 제가 해놓은 것은 무(無)라고 하겠습니다. 대단치 않은 일이니 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이제부터 좀 나은 일을 해야겠습니다. (〈토니오 크뢰거〉, 105쪽)
■나는 솔직히 고백한다. 그 이상한 사나이가 들려준 이야기는 나를 완전히 혼란에 빠뜨리고 말았다. 그러므로 그날 밤 나 자신이 감동을 받았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와 비슷한 감동을 줄 수 있도록 그 사나이의 이야기를 어떻게 다시 되풀이해야 할까 적이 의심스러운 생각이 든다. (〈환멸〉, 109쪽)
■그는 낮 시간 동안 대부분 자기 방에서 글을 쓰고, 유난히도 많은 편지들을, 거의 매일같이 한 통이나 두 통씩 부쳤는데 이상하고 재미있는 사실은 그 자신이 편지를 받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는 점이다……. (〈트리스탄〉, 134쪽)
■아이의 두 눈은 만족에 겨워 거의 감겨 있었고 붉은 잇몸이 온통 보일 정도로 입을 딱 벌리고 있었다. (…) 그러자 슈피넬 씨는 발걸음을 돌려 그곳을 떠났다. (…) 마음속에서 도망치려 하는 것을 숨기려는 사람의 굉장히 머뭇거리는 발걸음으로. (〈트리스탄〉, 186쪽)
■분노, 흥분, 과도한 긴장, 그런 것이 처음부터 공기 중에 떠돌고 있었고 결국에 가서 그 가공할 치폴라 사건이 폭발하고 말았다. (〈마리오와 마술사〉, 189쪽)
■내가 여기서 강조하여 말하고 싶은 것은 그자의 태도, 표정, 거동에는 진정한 웃음과 익살맞은 꼬락서니는 전혀 없었으며, 오히려 엄숙한 진지성, 모든 희소극을 거부하고 때로는 심술궂은 거만과 병신 특유의 일종의 위엄과 자부심이 나타나 있다는 점이었다. (〈마리오와 마술사〉, 212쪽)
■그가 손에 들고 있었던 것은 자그마하고 둔한, 쇠빛이 나는 거의 피스톨이라고도 할 수 없을 물건이었다. 이 무기의 거의 보이지도 않을 만한 총대는 그의 운명을 너무나도 예측할 수 없고 불가사의한 방향으로 이끌어갔다. (〈마리오와 마술사〉, 266쪽)
위대한 산문정신의 소유자이자
20세기 독일 문학의 최고 작가로 손꼽히는
토마스 만의 걸작 중단편선!
철저한 산문정신의 소유자로 널리 알려진 토마스 만이 이룩한 문학적 성취와 특징은 독일 문학 사상 그 유례를 찾기 어렵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대체로 독일의 작가는 헤르만 헤세처럼 서정시와 같은 소설을 많이 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토마스 만의 소설을 영국이나 프랑스 문학의 사실주의 계열에 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토마스 만이 자신이 작가라는 사실을 철저하게 의식하고 글을 썼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도드라지는 것은 예술가의 자의식이다. 19세기 영국이나 프랑스의 위대한 소설가들은 작품 뒤에서 얼굴을 보이지 않고 객관적인 위치를 점유해 소설을 전개해 나갔다. 그러나 토마스 만은 자신이 포착한 현실을 예술가적 자의식을 활용해 재구성한다. 현실 세계를 지성의 여과 장치를 통해 정리하고, 그 안에 깃든 정신세계의 맥락을 파악한 후에 그를 기초로 현실을 재창조하는 것이다. 문명 비평적인 요소를 가지면서도 철학과는 구분되는 토마스 만 문학의 특징은 바로 여기서 비롯한다.
‘예술가’와 ‘시민’은 왜 불화하는가?
예리하고 예민한 감수성으로 포착한 예술과 인간의 상관관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선으로 펴내는 토마스 만 중단편선에는 그의 대표 작품으로 손꼽히는 네 작품이 실렸다. 먼저 〈토니오 크뢰거〉는 내용과 형식의 측면에서 토마스 만 작품 전체를 응축해놓았다고 할 수 있는 작품으로 작가의 정신세계를 가장 명징하게 드러내 보인다. 토마스 만의 자서전에 가까운 고백으로 평가받는 작품이기도 한데, 이 소설에서 토마스 만은 자기 자신의 내면뿐 아니라 인간 일반의 내면에 대한 심도 깊은 탐구를 수행한다. 〈토니오 크뢰거〉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각각 대립적인 세계를 상징하고, 이 대립은 삶과 예술의 대립이라는 주제로 확장되다가 마침내 사랑의 이념으로 융합된다. 속물적인 시민 정신과 대립하는 예술가의 정신을 부각하면서도 평범한 시민을 동경하는 예술가의 모순적인 성격을 부각하여 인간의 고뇌를 깊이 있게 파고든 작품이다.
〈환멸〉은 짧은 소품이지만 토마스 만의 소설 기법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초기 작품이다.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이 작품에서 토마스 만은 우리가 일상에서 느낄 법한 환멸을 극대화해 인생 전체의 보편적인 문제로 승화한다. 〈트리스탄〉은 〈토니오 크뢰거〉의 전주곡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으로, 예술 정신과 시민 정신의 극명한 대립이라는 작가의 초기 명제를 뚜렷하게 드러내 보인다.
시대를 가장 예민하게 감각한 후 써내려간
파시즘의 징후에 대한 고발, 〈마리오와 마술사〉
한편 〈마리오와 마술사〉는 일종의 정치적인 단편으로, 토마스 만은 이 작품에서 ‘파시즘의 심리학’을 다루었다고 말한 바 있다. 무솔리니가 이탈리아를 통치하던 시절 그곳에서 체류하며 얻은 소재를 특별한 기교 없이 써내려간 여행기의 형식을 취하는 이 작품은 당시 이탈리아에 떠돌던 공포 정치의 분위기를 분명하게 포착한다. 음흉한 꿍꿍이를 숨긴 마술사가 어린아이를 홀리고 순박한 누군가를 희롱하면서 점차 영향력을 확장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파시즘이 어떻게 대중을 매혹하고 자기 영향력을 확장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토마스 만이 이 작품을 파시즘이 막 대두할 때쯤 썼다는 점은 그가 얼마나 시대를 날카롭게 꿰뚫는 작가인지를 확인케 해준다.
‘예술가’와 ‘시민’의 (대립) 구도는 오늘날까지도 여러 문학과 영화 등에서 반복되어 다뤄지는 주제다. 각각은 이상과 현실의 열렬한 옹호자를 상징하는데, 토마스 만은 이 구도에 관한 최초이자 최고의 작가였다. 그의 작품은 인간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작품을 읽은 독자는 이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그가 동시대의 정치적 분위기에도 민감했다는 점에서 예술과 정치의 관계를 따져볼 수도 있다. 위대한 산문정신에서 길어낸 그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형형하다.
작가정보

Thomas Mann, 1875~1955
1875년 독일 뤼벡에서 부유한 곡물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가세가 기울자 보험 회사에서 근무하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897년 단편집 《키 작은 프리데만 씨》를 출간했고 1901년 장편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을 발표해 크게 성공했다. 작가적 명성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은 12년에 걸쳐 집필한 《마의 산》이었다. 이 작품은 독일 문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받았고, 이후 토마스 만은 ‘바이마르 공화국의 양심’이라 불리며 1929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1933년 히틀러가 정권을 장악하자 망명 생활에 들어갔고 이후 스위스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1936년 체코슬로바키아 국적을 취득했는데 같은 해 독일에서는 국적과 재산을 박탈당했다. 이후 반파시즘 기관지 《척도와 가치》를 발행해 전투적 휴머니즘의 대표자가 되었다. 1938년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에 초빙 교수로 초청되어 미국으로 이주해 활발한 강연 활동을 했으며 1944년에는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1952년 미국에서 스위스로 다시 이주했고 1955년 취리히에서 영면했다.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에서 독문학을 연구했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교수, 인문대학 학장, 호원대학교 총장 등을 역임했다. 니체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괴테의 《파우스트》 등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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