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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노 라투르 마지막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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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3월 12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3월 1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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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9.26MB)   |  약 7.8만 자
ISBN 979119111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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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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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이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과학기술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생태정치학자로 새로운 세대의 지식인, 예술가, 생태학적 재앙에 맞선 투사들에게 깊은 영감을 준 사상가 브뤼노 라투르. 과학, 기술, 예술, 법, 종교, 정치, 근대성, 생태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지식인’으로서 내놓는 저서마다 학계에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그가 2022년 일흔다섯 살의 나이로 타계했다.
『브뤼노 라투르 마지막 대화』는 바로 그 전해인 2021년 브뤼노 라투르가 프랑스의 저널리스트 니콜라 트뤼옹과 나눈 대담을 바탕으로 2022년 출간된 그의 마지막 대담집이다. 파리의 자택에서 ‘소탈하고 경쾌하지만 힘있는 태도’로 이 대담에 응한 이유로 그는 “당신 덕분에 나의 전반적인 논지를 설명할 기회가 생겼네요.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논지를 따라갔지요. 이제 명쾌하게 밝힐 수 있는 때가 됐어요”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 책은 라투르의 사상 전체를 그 자신이 결산한다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또한 생의 말년에 접어든 라투르가 직접 자신의 평생에 걸친 지적 여정을 차근차근 들려주는 만큼 라투르 사상에 대한 입문서로서도 손색이 없다. ‘얼핏 따로 노는 듯 보이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기에 혼란스러웠을 수 있는 많은 라투르 독자들에게 매우 반가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서문_7

세계의 변화_39
근대성의 종말_51
가이아의 독촉_63
어디에 착륙할 것인가?_75
새로운 생태 계급_87
집합적 장치의 발명_99
종교적인 것의 진리_111
과학이 만들어지는 대로_123
존재 양식들_137
정치의 원환_151
철학은 참 아름답지요!_165
릴로에게 보내는 편지_179

감사의 글_183
해제: 모든 것을 전부 다시 해야 한다_185

그의 철학은 생태 위기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생각하게 한다. 또한 이와 함께 “이 새로운 지구에 착륙할” 수 있도록 행동하게 하기도 한다._13쪽

카미유 드톨레도는 브뤼노 라투르에게 고유한 존재 양식의 특성을 “비극의 한가운데서 사유하는 기쁨, 불안이나 재앙에 지지 않는 힘”이라고 요약한 바 있다._33쪽

“나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은퇴하고 편안히 늙다가 평화로이 눈을 감을 수 있었다. 그들의 어릴 적 여름과 그들 손자 세대의 여름은 비슷할 수도 있었다. (…) 나는 내 세대의 역사에서 8월을 떼어내어 내 손주들에게 물려주고 은퇴하고 늙어가고 죽을 수가 없다.”_35~36쪽

사회 전체가 근대 관념으로 박탈당했던 비판 역량을 획득해야 합니다. 사회는 서로 다른 모든 양식을 겸손하게 대하며 단순한 구성에서 출발해 ‘생태적’ 문명을 창조해야 한다는 이해에 도달해야 합니다._62쪽

“우리는 어디에 있지?” 우리가 처한 세계에 대한 질문은 근본적 질문이 됩니다. 변화된 것들이 너무 많은데, 그것들을 명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이렇게 극적으로 표현하는 이유는, 자기 일을 하는 철학자들이 그것들에 이름을 붙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있는 곳의 이름은 가이아입니다._74쪽

그러니까 완전히 기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요…… 기초의 기초, 그건 바로 발입니다! 발에 돌멩이가 걸리적거리면 아프지요. 존 듀이가 참 멋진 표현을 했어요. “신발 속을 들여다보는 사람만이 어디에 뭐가 있어서 발이 아픈지 안다.” 어디에 뭐가 있어서 아픈지부터 말할 때 일반성으로의 성급한 도약을 피할 수 있습니다._80쪽

우리는 근대성과 함께 문명화되었지만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으니 잘못된 문명화였습니다. 이제는 생태학적 문제를 가지고 재문명화될 수 있습니다._121쪽

현재 우리는 거짓에 대한 전반적 고발이라는 괴로운 시대를 지나고 있어요. ‘가짜 뉴스’는 이 시대의 징후입니다. 별안간 일부 사람이 미쳐 돌아서 이렇게 된 게 아니라 매개 개념이 사라진 게 문제입니다. 우리는 일종의 매개 붕괴를 겪고 있고, 이 전반적인 매개의 붕괴가 우리가 살기 위해 필요한 모든 양식을 거짓으로 만듭니다._159~160쪽

철학은 나에게 그런 겁니다. 우선, 철학은 필연적으로 집합적입니다. 다양한 양식들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요, 그것들이 서로 잡아먹으려 들지 않고 상호 존중에 이르게 하는 것이지요._173쪽

- 철학은 존재의 양치기이지만 양떼를 좋은 곳으로 이끌고 가는 길잡이는 절대로 아니다!
- 철학은 참 아름답지요._177쪽

철학자들은 알지요, 철학은 전체성에 관심을 두지만 결코 거기에 도달하지 못하는 참으로 놀라운 형식이라는 것을. 목표는 전체성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이지요. 사랑은 철학의 말입니다._178쪽

세상의 종말을 알리는 것은 할아버지의 역할도, 철학자의 역할도 아닙니다. 한 20년간은 힘들겠지만 그다음 20년에는 지금 우리 시대에 유예된 문명화 과정을 재개할 방법을 찾게 될 거라 나는 생각합니다. 내가 40년 후에 릴로를 만나기로 한다면, 내가 근대의 괄호라고 부르는 기간 내내 우리가 처한 생태학적 상황에 대한 부인, 무지, 몰이해의 역사가 펼쳐졌음을 함께 보게 되겠지요._181~182쪽

가장 유명하고 가장 이해받지 못한 프랑스 철학자._뉴욕 타임스
그는 정치사상의 쟁점이 온전히 생태학적 질문에 있음을 가장 먼저 감지한 인물이었다._브뤼노 카르상티(사회학자)

“근대는 하나의 괄호, 이제 끝에 다다른 역사의 순간입니다.”

니콜라 트뤼옹은 라투르가 대중적 인지도를 얻기 시작한 생태학에 관한 두 저서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과 『나는 어디에 있는가?』로부터 대담을 시작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새로운 기후 체제를 부단히 사유해온 브뤼노 라투르는 인류세에 진입한 이래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 달라졌다고, “우리는 더이상 같은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고 단언한다. 자연과 문화, 주체와 객체, 인간과 비인간을 분리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근대적 사고는 종말을 맞이했고, ‘이륙’과 ‘도약’을 강요했던 근대성은 오히려 지구의 거주 가능성을 파괴해왔다. 기후 위기와 코로나19 사태로 이런 상황이 명명백백해졌다고 라투르는 말한다.

우리가 지구를 근대화하면 지구는 사라질 겁니다. 지구는 우리 인간이 서식할 수 없고 살 수도 없는 곳이 됩니다. 근대는 하나의 괄호, 이제 끝에 다다른 역사의 순간입니다._54쪽

따라서 우리는 이제 거주 가능한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라투르가 과학적이자 신화적이자 정치적인 개념인 ‘가이아’라고 명명한 지구의 외피에 ‘착륙’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근대성의 대안으로 내놓는 것이 바로 ‘생태화’다. 하지만 이는 모든 상황에 있어 ‘대대적인 방향의 전환’이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라투르는 논쟁에 뛰어들고, 진보와 옛것의 분리를 포기하고, 생산보다는 거주 가능한 조건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또한 사회 전체가 근대 관념으로 박탈당했던 비판 역량을 획득하고 ‘생태적’ 문명을 창조해야 한다는 이해에 도달해야 한다고 말한다.

급변하고 있는 지구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진정한 착륙을 위한 ‘자기기술’과 생태 계급의 형성

경험주의 철학자이자 실천하는 지식인이었던 라투르는 그저 화두를 던지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적인 방안을 모색한다. 그가 주요하게 제안하고 직접 컨소시엄을 꾸려 집단적으로 실천했던 것이 바로 ‘자기기술autodescription’이다.

이 세계를 인식할 수단을 확보하고 싶다면 이 세계를 기술할 장치부터 갖춰야 합니다. 자기는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양 외부인의 객관적 태도로 기술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입장에서 기술해야 하지요. 철학과 존재론의 근본적 문제에 대해서 나는 늘 실용적이고 경험적이라고 할 만한 해결책을 찾습니다. 그래서 내가 찾은 해결책은 이렇습니다. “당신이 의존하고 있는 것들을 모두 적어보시오.” 혹은 “당신이 무엇에 의존하느냐가 영토를 정의할 겁니다.” 이것이 내가 하려는 작업입니다._77~78쪽

자기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이를 통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되고 그에 따른 행동 역량도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를 위해 행동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개인이 각자의 수준에서 작은 규모로 행하는 이런저런 활동이 세상을 구성하며, 사람들에게 정치적 역량을 되돌려주고 일반성으로의 성급한 도약을 피하게 해주니까. 그리고 이로써 우리는 어디에 어떻게 착륙할 것인지 비로소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행동 역량, 비판 역량, 정치적 역량을 획득한 이들이 새로운 계급, 바로 ‘생태 계급’을 형성하리라고 라투르는 보았다. 생태학적 문제가 과거의 정치적 문제들, 다시 말해 마땅히 관심을 기울이고 논의해야 하는 문제들과 대등해졌다고 느끼는 지금, “새로운 합리성, 새로운 문명화 과정, 그 과정의 진전을 구현하는 건 우리입니다. 우리는 지구의 거주 가능한 조건을 근본적인 문제로 생각하니까요”라고 말할 수 있는 계급이 필요하고, 이들이 과거에는 서로 어울리지 못했을 개인, 집단, 독립체와 연합해 투쟁을 이끌어나가리라고 라투르는 말한다.

무리로 사유하고 팀으로 성찰한
브뤼노 라투르의 희망 어린 초대

생태 계급의 형성을 통해 생태화로 나아가기 위해 라투르가 목표로 삼았던 것은 다양한 매체와 학문 분과들이 서로 대등한 ‘집합체’를 만드는 것이었다.

내가 높이 평가하며 함께 작업하고 있는 젊은 연구자들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근대화에서 생태화로 넘어가기 위해서, 다시 말해 근대화 상황에서의 자유와 풍요를 보존하면서도 지구의 거주 가능한 한계 안에 머무는 상황으로 가기 위해서 단행해야 할 변화는 모든 학문 분과를 필요로 할 만큼, 또한 대학, 박물관, 그 외 모든 기관에서 상상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주제를 두고 연구해야 할 만큼 광범위합니다.”_109~110쪽

그래서 라투르는 늘 집단과 장치의 도움을 받아 무리로 사유하고 팀으로 성찰했다. 그 과정에서 학제간 연구뿐 아니라 여러 학문 분과와 예술적 실행을 결합한 전시나 연극, 퍼포먼스 등 텍스트 이외의 다양한 장치를 활용했다.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 중 어떤 것은 내가 풀 수 없기 때문에 나보다 그 문제를 더 잘 아는 전문가나 나와는 자못 다른 감수성을 지니고 나와 부딪혀 사유의 생산에 자극을 주는 예술가에게 도움을 청”했던 것이다.
이 바탕에는 라투르가 근본적으로 ‘존재 양식을 사유하는 철학자’라는 사실이 깔려 있다. 철학은 전체를 사유하며 필연적으로 집합적이다. 따라서 다양한 양식들이 헤게모니 쟁투를 벌이며 서로 파괴하는 것을 피하게 해주고 각자의 존재 양식을 존중하도록 범주 오류를 잡아내는 역할을 한다. 라투르에게 철학은 이런 것이었기에, 프랑스 인류학자 필리프 데스콜라의 말마따나 그의 ‘외교 철학’이 특히 새로운 기후 체제와 생태학적 문제에 대한 사유가 시작된 이후로 ‘이 시대의 사상’이 될 수 있었고, 이 사상은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사회를 분리하는 듯했던 근대성은 현실을 떠나 뜬구름 위에 수립된 것임을 깨닫게 했다.”
마지막으로 니콜라 트뤼옹은 브뤼노 라투르에게 2060년에 마흔 살이 되는 그의 손자와 그 세대에게 한마디 해주길 요청한다. 라투르는 처음 20년은 매우 힘겨우리라고, 그 시간을 위한 대비가 필요할 거라고 하면서도, 그다음 20년은 좀더 나을 거라고, 왜냐하면 ‘마침내 우리가 있는 곳을 파악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비로소 착륙했을 거예요. 이전 20년 동안의 막대한 변화와 재앙, 그리고 우리가 오늘날 이미 겪고 있는 변화와 재앙이 마침내 분해되고 소화될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결국 우리를 거기서 벗어나게 해줄 정치제도, 법적 정의, 예술, 과학, 그리고 아마 변화된 경제 상황을 찾게 될 겁니다._181쪽

이 메시지는 미래를 절망하기보다 직접 그 미래를 만들어가라는, 미래로 뛰어들라는 희망 어린 초대다. 브뤼노 라투르는 착륙했고, 이제 우리 차례일 것이다.

작가정보

(Bruno Latour)
프랑스의 사회학자, 인류학자, 철학자, 과학기술학자이자 근대성 비판과 인간중심주의 해체에 토대를 둔 생태주의 정치철학을 제시한 정치생태학자.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홀베르상과 저자의 모든 저작에 대해 수여하는 교토상을 받았고, 그가 창안한 새로운 사회 분석틀인 ‘행위자-연결망 이론’은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1947년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태어난 브뤼노 라투르는 부르고뉴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전공하고 투르대학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파리국립광업학교, 런던정치경제대학, 하버드대학, 파리정치대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2022년 일흔다섯 살의 나이로 타계했다.
‘과학적 사실이란 무엇인가’라는 과학철학적 주제를 다룬 첫 저서 『실험실 생활』(1979)을 시작으로 『파스퇴르: 세균들의 전쟁과 평화』(1984), 『프랑스의 파스퇴르화』(1988),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1991), 『자연의 정치』(1999), 『판도라의 희망』(1999), 『존재양식의 탐구』(2012) 등 다수의 문제작을 펴냈으며, 이후에는 기후 위기로 인한 새로운 기후 체제를 사유하며 대응 방법을 탐구한 『가이아 마주하기』(2015),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2017), 『나는 어디에 있는가?』(2021), 『녹색 계급의 출현』(2022) 등을 발표했다. 그의 저서 대부분이 20여 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Nicolas Truong)
프랑스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알랭 바디우와 진행한 공개 대담을 엮은 책 『사랑 예찬』이 국내 출간되었고 『댓글 사회』(2022)를 발표했다.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명상록 수업』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 『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 『인생 처음 철학 수업』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티에르탕의 베케트』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에코의 위대한 강연』 『아노말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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