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전쟁
2025년 03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7월 31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PDF (15.90MB) | 386 쪽
- ISBN 979115782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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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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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앞에 풍력 터빈이 설치된 어느 날, 이상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별것 아닌 일에 쉽게 화내고, 동물들은 사나워져서 다가가기가 무섭다. 그토록 멀리하고 싶었던 ‘외계인’ 친구들의 도움으로 우리 섬에서 무시무시한 비밀 실험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밧줄이 파도 속으로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휩쓸어 간 것은 내 다리였다. 내가 그 소리를 들은 건 바로 그때였다. 갈매기 울음소리도, 파도 소리도, 배의 엔진이 꺼지는 소리도 아니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들은 소리는 내 이름을 부르짖는 아빠의 목소리였다. -10쪽
“네, 문제 있어요.”
그렇게 으르렁거린 나는 내 목소리조차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에 또 화가 났다. 내 목소리가 큰지 작은지, 내가 내뱉는 공기의 양으로만 짐작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따지면 지금 나는 기관총을 쏘는 것처럼 고함치고 있을 터였다. -30쪽
하지만 어떻게 내 마음을 안다는 거야? 태어날 때부터 귀가 안 들렸던 애가, 갑자기 온 세상의 소리를 잃은 내가 느끼는 기분을 조금이라도 알까? 더 이상 음악을 들을 수 없는 지금은 좋아하는 가수 이름만 봐도 너무 슬퍼서, 결국 지금까지 모은 음악 파일들을 전부 지워 버려야 했던 마음을 알아? 나와 제대로 대화를 나눌 수조차 없는 부모님과 영원한 침묵 속에서 저녁 식탁에 마주 앉은 기분을 알아? 친구를 모조리 잃어버리고, 매일 같이 축구 하던 친구들이 이제는 나를 보면 내가 들을 수도 없는 목소리로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는 걸 보는 기분을 알아? -33~34쪽
꼭 쓰레기가 된 기분이었다.
꼬리를 내리고 엄마를 안아 버리기라도 할 것 같아, 나는 얼른 세탁기에 든 젖은 옷가지를 챙겨 마당으로 나가 버렸다.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미안해요, 엄마. 머리뼈가 부서지는 바람에 이제는 엄마한테서 어젯밤 꿈 이야기를 듣지도 못하고, 아빠한테서 고기를 잡으러 나갔을 때 있었던 우스운 이야기를 듣지도 못해서요. 이제 난 부모님이 바라는 아들이 될 수가 없어요. 다 틀렸어요. 지금의 나는 고작 설거지하는 동안에도 화를 참지 못하는걸요. -48~49쪽
이제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앞으로도 영원히. -52쪽
나는 미안해하는 게 지겨웠다. 나 자신에게 미안하고, 사고가 일어난 것도 미안하고, 샐리가 나타나서 모든 걸 망친 것도 미안하고, 루이스 할머니가 자다가 죽었는지 아닌지 확인할 정도로 비니에게 충분히 신경 쓰지 않은 것도 미안했다. 무엇보다도, 나는 내가 이기적인 괴물처럼 느끼는 데 질려 버렸다. -194쪽
아빠는 울음을 참으려는 것처럼 크게 숨을 들이쉬더니,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고 이후, 아빠가 정말로 나를 바라본 건 지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 순간, 나는 지금까지 아빠 역시 나만큼이나 외로웠단 걸 알 수 있었다. 아빠는 샐리가 우리 사이에 짓눌릴 정도로 나를 꽉 끌어안았다. 마치 이 포옹에 우리의 목숨이 달린 것처럼. -370쪽
★★★★★
2024년 영국 레드 북 어워드 수상
2024년 요토 카네기 상 후보
2023년 글래스고 학교 도서관 북 어워드 수상
2023년 더 위크 주니어 북 어워드 후보
2023년 리즈 북 어워드 후보
2023년 서식스 코스트 학교 어메이징 북 어워드 후보
2022년 파이낸셜 타임스 올해의 책
2022년 스코티시 북 트러스트 이달의 책
★★★★★
갑자기 소리가 사라진 세상에서
“수어는 아름다운 언어라고요?” “청각 장애인 같아 보이지 않는다고요?” 청각 장애인이자 유튜버인 하개월(@hamonthly)의 영상 속에서 한 청각 장애인은 반문한다. “그럼 청각 장애인 같아 보이는 건 뭘까요?” 배려의 옷을 입은 어떤 말들은 오히려 청각 장애인한테 상처가 되기도 한다. 곰곰 생각해 보면 수어는 아름답다는 수식이 필요한 언어가 아니라 영어, 일본어, 중국어처럼 그냥 언어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목소리가 있다. 열두 살에 바다에 빠지는 사고로 청력을 잃고 갑자기 소리가 사라진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 소년 맥스의 목소리. 이제 자신의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맥스는 소리 없이 울부짖는다. “나는 구조대가 찾아올 가망도 없이, 악몽으로 가득한 황량한 무인도에 혼자 버려진 신세”라고.
장애 덕분에 알게 된 비밀
예전에 친했던 친구들은 이제 맥스 곁에 없다. 대신 선천적인 청각 장애가 있는 에린, 다운 증후군이 있는 비니, 뇌 병변 장애가 있는 데이비드가 속한 특수 학급 친구들이 있다. 그러나 맥스의 눈에 그들은 ‘외계인’일 뿐이다. 맥스는 이제 학교에서 매일 상담 선생님을 마주하며 문제아 취급을 받고, 집에서는 태어난 지 6개월 된 여동생에게 부모님의 관심을 뺏기고 마치 한때 존재했던 아들의 유령처럼 가족 언저리를 겉돈다. 철저히 혼자인 기분에 올라선 언덕의 바람만이 유일한 위로가 되어 주던 그때, 맥스는 발견한다. 새로 들어선 풍력 발전소의 비밀을.
맥스가 사는 곳은 영국 스코틀랜드에 자리한 외딴섬으로 무선 인터넷도 안 되고 스마트폰도 쓸 수 없는 곳이다. 그런 섬에 어느 날 갑자기 풍력 발전소를 짓는 대가로 무선 인터넷과 더불어 스마트폰까지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섬사람들은 대부분 환영했고, 맥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바로 그 풍력 발전소에서 엄청난 실험이 벌어지고 있을 줄이야.
‘외계인’들의 고요한 반란
맥스가 사는 섬은 군대에서 파견한 박사의 주도 아래 사람들의 무의식을 조종하는 군사 무기를 연구하는 곳이 되었다. 풍력 발전소의 터빈은 소리 신호를 전달하는 매개체였고, 소리 신호는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풍력 발전소가 들어선 이후 섬사람들은 수면 부족에 시달리며 짜증만 늘어 갔고, 섬의 동물들은 점점 공격적으로 변해 갔다. 그런데 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맥스는 장애 덕분에 오히려 안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역시 청각 장애 덕분에 소리 신호에 영향을 받지 않았던 에린이 맥스를 도와 섬에서 일어나는 일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 누구보다 마음이 따뜻한 비니가 맥스의 용기를 북돋웠고, 거기에 더해 과학 천재였던 데이비드가 군사 무기 실험의 모든 것을 밝혀냈다. 맥스가 ‘외계인’이라고 부르며 멀리하고 싶었던 친구들의 도움으로 섬사람들을 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길을 가는 평범한 아이들의 마음에도
맥스는 자신이 청각 장애인임을 뒤늦게 안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것에 화를 내지만, 정작 스스로도 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오해하는 잘못을 저지른다. 이야기는 맥스의 1인칭 시점으로 쓰였기 때문에 독자는 맥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다. 그렇게 맥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맥스가 친구들을 과소평가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우리도 장애 아동을 편견으로 대했던 것을 깨닫고, 맥스가 친구들에 대한 오해를 푸는 과정을 통해 우리도 우리 안의 편견을 멀리 떠나보낼 수 있게 된다.
맥스가 친구들과 화해하는 과정은 또한 자신의 운명에 건네는 화해이기도 하다. 갑작스럽게 청력을 잃고 어린 동생까지 생기면서 이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된 사춘기 소년이 새로운 삶을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과정인 것이다. 길을 가는 평범한 아이들의 마음에도 맥스와 같은 혼란이 하나씩은 있을 텐데, 맥스의 방황은 그런 독자들에게 깊이 가닿아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독자들이 먼저 알아본 재밌는 작품
오해했던 친구들과의 화해, 가장 서운했던 가족과의 화해, 그리고 어찌할 수 없는 운명과의 화해가 맥스의 성장을 이끌었다면, ‘바람의 전쟁’에서 최후 승자는 바로 맥스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그러나 작가는 말한다. 아직 군사 실험은 끝나지 않았고, 실험을 진두지휘했던 박사는 언제든 다른 이름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수 있다고. 그건 어쩌면,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이제 어디에서든 스마트폰으로 세상과 접속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에 살지만, 그 기술이 바로 우리를 위협하는 무기로 쓰일 수도 있음을 은유적으로 암시하는 작가의 조용한 경고일지도 모른다.
작가 빅토리아 윌리엄슨은 영국 문학계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다수의 문학상을 받았다. 특히 《바람의 전쟁》으로 2024년 영국 스코틀랜드 폴커크에서 열린 제18회 레드 북 어워드(RED Book Award)를 수상했다. 이 상은 폴커크 지역의 중고등학교 아이들이 가장 재미있는 작품에 직접 투표해서 선정한 것으로, 독자들이 주는 상이라 더욱 뜻깊다.
작가정보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글래스고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한 뒤 넓은 세상으로 나가 모험을 시작했습니다. 아프리카 카메룬과 말라위에서 아이들에게 수학과 과학을 가르쳤고, 중국에서 북경어 학위와 특수 교육 학위를 받고 영어를 가르쳤습니다. 영국에서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여러 나라에서 교사로 생활하면서 만난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아 어린이부터 청소년, 성인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바람의 전쟁》은 작가의 작품 중 우리나라에 소개된 첫 번째 책입니다.
다른 사람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읽고 쓰고 번역합니다. 여성, 성소수자, 노인, 청소년이 등장하는 책을 좋아합니다. 고양이 물루, 올리버와 함께 용감하고 다정하게 살고 싶습니다. 옮긴 책으로 《페이지보이》, 《그리고 미희답게 살았습니다》, 《황금성: 백 년이 넘은 식당》, 《스너그들의 신기한 땅》, 《벼랑 위의 집》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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