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3
2025년 03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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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1146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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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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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는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토대로 진한 교체기의 이야기들을 모아 살을 붙인 것이다. <사기> 자체가 문학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는 데다, 우수한 판본이 많아 사료를 접하기 쉬운 장점이 있어, 다양한 해석을 하고 살을 붙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진시황의 천하통일 이후 억압받던 민중이 반란을 일으키자, 초나라의 귀족 항량과 조카 항우가 난세를 틈타 대두하고, 한편에선 평민 유방이 일어나 세를 불려 천하를 놓고 대립한다.
장량과 창해 역사가 진시황을 암살하려는 음모를 꾸미는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한신이 토사구팽당하고, 덩달아 괴철도 장락궁에서 여태후에 의해 목이 잘리는 것으로 이야기는 종반을 향하고, 결국 유방은 몸져누웠으나 천명이라며 의사의 치료도 거부하고 천명에 순응한다.
지록위마(指鹿爲馬),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국사무쌍(國士無雙), 배수진(背水陣), 사면초가(四面楚歌), 토사구팽(兎死狗烹), 금의야행(錦衣夜行) 등 친숙한 숙어가 다수 등장한다.
등장인물로는 초나라 항우, 항량, 항백, 범증, 종리매, 계포, 용저, 영포, 항장, 우미인, 우자기, 조구, 정공 등이 있고, 한나라에는 유방, 번쾌, 진평, 장량, 한신, 소하, 조참, 여후, 역이기, 왕릉, 주발, 하후영, 관영, 노관, 팽월, 소하 등이 있다. 그리고 진나라에는 진시황, 영호해, 자영, 이사, 부소, 몽염, 조고, 장한, 사마흔, 동예, 등이 있고, 그 외에도 진승, 장이, 진여, 위표, 사마앙, 신양, 괴철, 창해 역사를 꼽을 수 있고, 그 외에도 많다.
특히 유명한 전투로 배수진(背水陣), 홍문연(鴻門宴), 해하(垓下) 전투, 팽성(彭城) 대전, 거록대전(鉅鹿大戰), 정형(井陘) 전투, 고릉(古陵) 전투, 광무산(廣武山) 대전, 형고·성양 전투 등을 들 수 있다.
반간지계(半間之計)
사항계(詐降計) __27
원생(轅生)의 헌책 __34
반전의 반전 __48
물실호기(勿失好機) __56
제왕(齊王)이 된 한신 __82
모사 쟁공(謀士爭功) __93
광무산(廣武山) 대전 __111
휴전 아닌 휴전 __119
제8장 천하통일
초조해진 항우 __148
대출전(大出戰) __153
사면초가(四面楚歌) __158
오강자문(烏江自刎) __171
황제즉위(皇帝卽位) __176
토사구팽(兎死狗烹) __183
적송자(赤松子) __192
한신의 최후 __195
권력은 무상한 것 __198
마치면서 __203
권말에 붙이는 글 __208
제7장
마지막 승
초한 전쟁 진군도
부를 겨루다 Ⅱ
반간지계(半間之計)
진평(陳平)은 하남 양무현(陽武縣) 호유향(戶牖鄕) 사람이다. 집은 가난했지만, 젊은 시절 그는 독서를 좋아했다. 부모는 일찍 돌아가시고 집에는 30묘(畝 : 1묘는 약 30평)의 논이 있고, 형인 성(成)과 둘이 살았다.
성은 논을 갈며, 동생 평(平)에게 늘 학문을 하라고 타일렀다.
“평아, 너는 머리가 좋다.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형은 동생에게 기대를 걸었다.
평은 몸집이 크고 살갗이 흰 미남자였다.
마을의 어떤 사람이 그를 눈여겨보며 말했다.
진평
“당신은 살이 알맞게 쪘어. 무엇을 먹기에 그렇지?”
평의 집이 가난하다는 것을 알기에 조롱 삼아 물어본 것이다.
평이 대답하자, 옆에 있던 형수가 대신 말참견 했다.
“쌀겨 지스러기나 먹을 뿐이에요. 이런 시동생은 없는 편이 낫습니다.”
형수는 농사일은 거들지 않고 놀고만 지내는 시동생을 싫어했다.
평은 형수가 자신을 싫어하지만, 학문의 길 걷기를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논밭을 가지고 있지 않은 농가의 차남이 일을 해 봤자 머슴이 되는 길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학문을 닦아 입신출세하고 싶었다. 학문을 하기 위해서는 형 부부의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다.
‘난처하게 됐다.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평은 궁리했다.
궁리 끝에 생각해 낸 것이 형수와 정을 통하는 것이었다. 한 번 정을 통하면 남자와 여자 사이인지라, 여자는 남자를 매정하고 무자비하게 다루지는 않을 것이다.
‘형님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길밖에 없다.’
평의 형 성(成)은 키가 작고 볼품없게 생겼다.
형수는 겉으로는 욕했지만, 몸집이 크고 미남인 시동생에게 마음이 끌렸다.
마음에 있어 하는 여자를 낚아채기란 누워서 떡 먹기만큼 쉬웠다.
평은 형수와 단둘이 있을 때 아슬아슬한 말을 입 밖에 꺼냈다. 여자의 색정을 도발한 것이다.
시동생을 보는 형수의 눈이 갑자기 요염해졌다. 여자가 남자를 유혹할 때 보이는 눈빛이었다.
이쯤 되면 남은 것은 두 사람을 가로막고 있는 울타리를 넘기만 하면 된다. 형이 소를 끌고 양무(陽武)로 가고 없는 사이에 평은 형수와 정을 통하였다.
형수는 평의 남자다움에 완전히 매혹되었다. 먹을 것을 줄 때도 싫어하는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맛있는 것을 아끼지 않고 주었다.
‘먹는 문제는 해결되었다. 이제는 느긋하게 공부할 수 있다.’
형수가 시동생을 유혹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평은 형수와의 밀통이 남에게 알려지게 될 것을 두려워했다. 사람 좋은 형을 속일 수는 있어도 세상 사람들의 눈까지 속일 수는 없는 법이었다.
“형수님, 우리 사이의 일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면 큰일입니다. 알려지지 않도록 하려면 저를 욕하십시오. 욕을 많이 하면 알려지지 않고 잘 넘길 수 있을 겁니다.”
시동생은 그렇게 말했다.
형수는 시동생이 시키는 대로 했다.
“우리 시동생은 게으름뱅이입니다. 일도 하지 않고 놀고만 있습니다. 저런 것을 밥벌레라고 하지요.”
“학문을 해 봤자 무슨 소용 있습니까. 쌀겨 한 홉도 나오지 않는단 말이에요. 일하기 싫으니까, 학문을 한다고 핑계를 댈 뿐이랍니다.”
형수가 지껄이는 욕설이 어쩌다가 형 성의 귀에 들어갔다.
성은 동생을 끔찍이 아끼는 사람이었다. 성은 화를 내며 아내를 내쫓았다.
그 당시 부모와 자식 간, 형제간의 우애는 때에 따라 부부의 정리(情理)마저 끊어지게 했다.
후세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심모원려(深謀遠慮)가 지나쳐서 큰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평은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얼마 후 형은 새로 아내를 맞았다.
그때 동생이 형에게 말했다.
“형님, 나도 아내를 맞겠어요.”
“그거 좋다.”
형은 찬성했다.
“나는 부잣집 딸을 아내로 맞고 싶어요. 인물은 못생겨도 좋아요.”
“점찍어 놓은 데라도 있느냐?”
“없지도 않아요.”
라고 동생은 대답했다.
그 무렵 호유에 큰 부자 장부(張負)가 있었다. 장부의 손녀는 세 번이나 시집갔지만, 그때마다 남편이 죽어서, 이제는 감히 아내로 맞으려는 사람이 없었다.
평은 그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 했다.
‘그 여자는 다음(多淫)이었다. 그 때문에 남자들이 정기를 다 빨리고 죽었다고 한다. 칠칠치 못한 사내들이다. 나 같으면 그런 짓은 하지 않겠다.’
‘여자는 말과 같다. 다루는 자가 잘만 다루면 사나운 말도 온순해진다. 내가 그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면 잘 길들여 보이겠는데….’
대단한 자신감이었다.
평은 장부의 가족과 접촉할 기회를 엿보았다.
진평은 마을에 장례식이 있을 때면 늘 거들어주러 갔다. 장례식장에는 많은 사람이 모인다. 자기의 존재를 알리기에 딱 알맞은 장소였다.
진평은 총각이기 때문에 남의 눈길을 끌었다. 진평이 미남자임을 알고 주목한 사람은 다름 아닌 부자 장부였다.
“저 젊은이는 어느 댁 사람인가?”
“저 사람은 진평이라고 합니다. 형인 성과 둘이 살고 있습니다. 총각입니다.”
장부와 다른 한 노인이 말하는 소리가 진평의 귀에 들렸다.
진평은 되었구나 싶었다. 노인의 눈에 띄었으니, 이제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되는 것이다.
그날은 장례식 뒤처리만 하고 돌아와 다음 기회를 기다리기로 했다. 서두르면 안 된다. 느긋하게 기다리다 보면 기회는 반드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기다릴 것도 없이 얼마 후 마을에 또 초상이 났다. 그 집은 장부의 친척이었다. 장례식에는 분명히 장부가 올 것이었다.
진평에게는 장례식을 도우러 가기 전에 해둘 일이 있었다.
장부는 진평을 두 번째로 보고 마음을 정할 것이다. 손녀 사윗감으로 진평을 고른다면 당연히 손녀사위가 될 사람의 집을 보고 싶어 할 것이다.
진평은 집이 오두막이라면 오두막집 나름대로 뭔가 하나쯤 자랑할 만한 것을 보이고 싶었다.
진평이 남에게 자랑할 것이란 양무에 가서 학문을 닦는 것이었다.
진평은 아는 이에게 안거(安車)를 빌렸다.
안거는 앉아서 탈 수 있는 소형 마차이다.
그 댁 아들이 진평의 학우(學友)였기에 간청해서 잠시 빌렸다.
진평은 안거를 타고 자기 집 앞을 왔다 갔다 했다. 비 갠 뒤의 길바닥은 부드럽기에 수레바퀴 자국이 새겨졌다.
안거는 귀인이나 부유한 사람이 탄다. 안거의 바퀴 자국이 집 앞에 새겨져 있다는 것은 진평을 찾아오는 귀인이나 지식인이 있다는 물증이 된다.
장부의 눈에 그것이 비치면, 그는 진평을 장래성 있는 유망한 청년으로 볼 것이다.
진평은 안거를 돌려주고, 몸단장하고 장례식장 일을 거들어주러 갔다.
시각이 되자 장부가 왔다.
진평은 평소와 다름없이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장부가 젊은이의 행동거지를 눈여겨보았다. 진평을 보면 볼수록 몸집이 크고 이목구비가 반듯했다. 노인은 자기 손녀를 꼭 이 젊은이에게 시집보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진평은 장례식을 마치고 나서 남들보다 늦게 그 집에서 나왔다.
장부가 진평의 뒤를 따라 나왔다. 장부가 진평의 뒤를 밟았다.
손녀사위가 될 사내의 집을 보고 싶어서였다. 가난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보아 두고 싶었다. 손녀를 사랑하기에.
진평의 집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찢어진 거적이 문대신 늘어뜨려져 있었다. 상상한 것보다 더 가난한 것 같았다. 그러나 문밖 길에는 귀인이 타는 안거 바큇자국이 몇 줄기나 새겨져 있었다.
‘진평은 학문을 닦고 있으니, 훌륭한 사람과 교제하는 모양이다. 지금은 가난하지만 오래지 않아 저 젊은이는 두각을 나타낼 것이 틀림없다.’
라고 장부는 생각했다.
장부는 집으로 돌아가자, 아들 중(仲)에게 말했다.
“나는 손녀를 진평에게 주었으면 좋겠다.”
“진평은 가난한 주제에 일도 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놀고만 있으니, 현(縣) 내의 모든 이들이 그를 비웃습니다. 어째서 제 딸을 그런 녀석에게 주려고 하십니까?”
“그 젊은이의 풍채를 한 번 보는 게 좋겠다.”
늙은 아버지는 말했다.
“진평은 참으로 당당한 미남자다. 예로부터 풍채가 그토록 훌륭한 사내가 오랫동안 비천(貧賤)했던 예가 있느냐. 출세할 게 틀림없다.”
그렇게 하여 마침내 장부는 손녀를 진평에게 주기로 하였다.
진평에게 돈을 빌려주어 납채(納采)하게 하고, 잔칫날에 쓸 술과 고기를 장만할 돈도 주었다.
손녀가 집을 나설 때는,
“남편의 집이 가난하다고 해서 남편을 섬기는 데 조심성이 없고 게을러서는 안 된다. 형 성은 아버지를 섬기듯이 섬기고, 형수는 어머니를 섬기듯이 섬겨라.”
하고 훈계했다.
진평이 장 씨의 딸을 아내로 맞은 후부터 집안 살림이 풍요해져 교유(交遊)하는 범위도 나날이 넓어졌다.
진평은 마을 사(社 : 마을에 신을 모시는 사를 세우고 봄과 가을에 제사 지냄)의 재(宰)가 되었는데, 제사에 쓴 고기를 분배하는 데 매우 공평하게 했다.
마을의 부로(父老)들이 말했다.
“진가(陳家)의 젊은이는 재(宰) 노릇을 매우 잘한다.”
진평은 그 말을 듣자,
“아아, 나에게 천하의 재상을 맡긴다면 이 고기를 분배하는 것처럼 멋지게 하겠는데.”
라고 한탄했다.
진승(陳勝)은 왕이 된 후 부하 주불(周市)에게 위를 공략, 평정하게 하고, 위구(魏咎)를 세워 위왕으로 삼았다.
진평은 형 성과 작별을 고하고 젊은이 10여 명을 거느리고 암제로 가 위왕 구(咎)를 섬겼다.
위왕은 진평을 미남자라며 태복(太僕)으로 삼았다.
태복은 왕의 여마(輿馬)를 관리하는 벼슬이었다.
진평은 위왕에게 군사 전략에 대해 건의했으나, 위구는 듣지 않았다.
게다가 왕에게 진평을 중상모략하는 자가 있었다.
진평은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위왕의 진영에서 도망쳐 나왔다.
그 후 항우가 주변의 땅을 공략하며 황하 부근에 이르렀다. 진평은 그곳으로 가서 항우를 섬겼다. 그리고 항우를 따라 관중으로 들어갔다.
항우는 진평에게 경(卿)의 작위(爵位)를 주었다. 대우는 파격적이었다.
항우는 팽성에 도읍하고 서초(西楚)의 패왕이 되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천하는 다시 어지러워졌다.
제(齊)나라에서 전영(田榮)이 배반했다. 서쪽에서는 촉(蜀)과 한(漢)의 왕으로 봉해진 유방이 한중(漢中)에서 치고 나와 삼진 지방(三秦地方)을 공략했다.
은왕(殷王) 사마앙이 한(漢)나라에 항복했다.
항우는 진평에게 신무군(信武君)의 호(號)를 주고 위왕을 섬길 때의 동료이자 지금 초나라의 신하가 된 자들을 거느리고 은왕을 치게 했다.
진평은 은왕을 설득하여 항복시켰다.
항우는 항한(項悍)을 파견하여 진평을 도위(都尉)로 임명하고 황금 20일(鎰)을 주었다.
그로부터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은왕이 또 초나라를 배반했다. 배반이라기보다는 한나라 군대의 공격을 받아 포로가 된 것이다.
항왕은 화를 내며 은나라를 평정할 때 참가한 장졸들을 주살하려고 했다.
그 무렵 항우는 제나라를 토벌하는 중이었다.
진평은 주살 당할 게 두려워 항왕에게 받은 금과 인수(印綬)를 상자에 넣어 봉한 뒤, 사자를 보내 반납하게 하고, 자신은 남의 눈을 피해 칼을 지팡이 삼아 도망쳤다. 목적지는 한왕이 있는 곳이었다.
황하를 건널 때 배를 세냈다.
뱃사공은 진평이 옷차림은 훌륭하면서도 종자(從者)를 거느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도망치는 장군이 틀림없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배가 강 한복판으로 나왔을 때 뱃사람들에게 눈짓해서 진평을 죽이려고 했다.
진평은 남들보다 눈치가 매우 빨랐다. 그 낌새를 알아차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옷을 벗어 던지고 알몸이 되더니,
“나도 거들지.”
하고 외치며 노를 잡고 젓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으니, 죽여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러니 뱃사공들은 나쁜 마음을 버렸다.
진평은 수무(修武)에 와서 한나라에 투항(投降)했다.
그리하여 유방을 다시 만났다.
유방은 ‘홍문의 연’ 때 그에게 진 신세를 잊지 않고 있었다. 그날 당장 진평을 도위로 임명하고, 이튿날부터 자기의 수레에 함께 태워 여러 군(軍)을 감찰하고 다녔다. 진평의 얼굴과 이름은 금방 전국에 널리 알려졌다.
고참 장령(將領)들은 불만이었다. 비난의 소리가 높아졌다.
“진평은 초나라의 도망병 아니냐. 대왕은 진평이 어떤 인물인지 알지도 못하고 수레에 동승시킬 뿐 아니라 우리 한나라 군대의 선배들을 감찰시키고 있다. 이해할 수 없다.”
한왕은 그런 말을 듣자,
“그 사내의 미남자다운 풍채를 보라. 그 좋은 풍채만으로도 수레에 동승시킬 값어치가 있다. 하물며 초나라로부터 투항해 왔으니, 아군의 위세가 좋다는 선전도 되지 않느냐.”
라고 말하며 진평을 더욱 특별히 대우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가 지혜까지 겸비한 인물이었기에 얼마 후에는 호군중위(護軍中尉)로 임명했다.
신하들의 입을 통해 그가 형수와 간통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 지금 같은 난세에 그 인물이 품고 있는 계모(計謀)나 계략이 국가를 얼마나 이롭게 하는가 아닌가를 생각할 뿐, 형수와 간통한 것 따위는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호군중위는 군(軍)의 중추에 있으면서 전군의 장령(將領)들을 감찰하는 벼슬이었다.
고참 신하들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항우가 이끄는 초나라의 대군이 용도(甬道)를 포위한 지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성내 식량 창고의 군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10만여 명의 병사와 말들이 먹어 치우고 있기 때문이었다. 수량을 계산해 보니 앞으로 몇 달이나 더 지탱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한왕은 걱정이 되어 장량(張良)에게 물었다.
“나는 항왕에게 강화(講和)를 제의할까, 생각하는데, 어떻소? 영양 이서(以西)를 한나라의 영토로 하고, 영양의 동쪽을 초나라가 영유하는 조건이면 항왕이 응하지 않겠소?”
“어쩌면 응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항왕의 뒤에는 범증이 버티고 있습니다. 범증이 딱 잘라서 거절할 것입니다.”
“범증 말이지….”
“범증은 영양성에서 한나라 군대를 없애지 않으면 한나라를 멸망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한왕을 관중으로 돌려보내면 기세를 회복해서 또 치고 나올 테니까요.”
장량은 계속해서 말했다.
“하긴 강화 제의에 응할지 어떨지 상대의 마음을 떠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입니다. 성을 포위하고 있는 항왕도 괴로울 것입니다. 항왕과 범증 사이의 의견이 엇갈릴지도 모릅니다. 의견 차이가 있으면 그 약점을 이용할 수 있겠지요.”
한왕은 항왕의 진영으로 사자를 보내 강화를 청했다.
항우는 화의에 응하려고 했다.
그러자 역양후(歷陽候) 범증이 반대했다.
“현재의 한나라는 상대하기 쉽습니다. 지금 강화를 허락하여 한나라를 멸망시키지 않았다가는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것입니다.”
항우는 범증의 강경책을 들어주었다. 범증과 함께 군대를 투입해서 성을 공격했다.
한왕이나 장량은 강화가 이루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항왕과 범증의 의견이 같지는 않다는 것을 안 것만으로도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어느 날 한왕이 진평을 불러서 말했다.
“천하가 너무나 어지럽다. 그 형세를 알 수 없는데, 언제쯤 진정되겠는가?”
진평은 그 질문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천하의 형세라는 것은 한나라가 이기느냐 초나라가 이기느냐를 말하는 것이리라.
‘한왕은 한나라가 초나라를 이길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이다. 초나라에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초나라에 이길 방법이 없을까 하고 초나라 군대의 내부 사정에 정통한 나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겠지.’
진평은 한왕의 심중을 헤아리고는 이윽고 말했다.
“초나라 군대의 내부 사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항왕을 보좌하며 초나라 군대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아보(亞父) 범증입니다. 강직한 신하로는 종리매(鍾離昧), 용차(龍車), 주은(周殷), 계보 등이 있습니다. 이 패거리들과 항왕의 사이가 친밀한 한 초나라는 안전합니다. 군신이 일체가 된 나라는 강하며 찌를 틈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초나라의 장군들은 의외로 작읍(爵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항왕이 인색하기 때문입니다. 봉지(封地)도 조금밖에 받지 못했으니, 불만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에 이용할 수 있는 허점이 있습니다.”
진평은 한왕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잠시 숨을 돌렸다.
“군신 간의 유대를 끊을 수 있으면 적의 전력은 급격히 떨어집니다. 구체적인 방안은 적의 진영에 거금을 뿌려 반간(反間)하는 겁니다. 군신을 이간시켜 서로 의심하게 하면 항왕은 시의심(猜疑心)이 강해 중상모략을 믿을 터이니, 반드시 내부에서 서로 죽이는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대왕께서 만약 수만금을 저에게 맡기신다면 그들의 결속을 깨뜨려 서로 간에 시의심을 갖도록 해 보이겠습니다.”
한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경(卿)이 시키는 대로 하겠다. 성내에 있는 금을 다 주겠다. 어차피 싸움에 지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한왕은 성내에 보관된 금의 재고를 조사하게 하여 그중 4만 금을 진평에게 주었다. 그리고 진평이 원하는 대로 쓰되, 그것의 출납에 대해서는 불문에 부치기로 했다.
한나라 군대에는 초나라 태생의 사졸(士卒)들도 많았다. 진평은 그들을 상인이나 농부로 변장시켜 성 밖으로 내보내 초나라 군대의 진영에 금을 뿌리게 했다. 또 많은 첩자를 내보내 유언비어를 퍼뜨리게 했다.
유언비어의 내용은,
“종리매 등 여러 장군은 항왕의 장군이 되고 나서 많은 공을 세웠다. 그러나 땅을 쪼개어 왕으로 봉해 주지 않기 때문에 한나라와 더불어 항 씨를 멸망시키고 땅을 갈라서 왕이 되려고 벼르고 있다.”
는 것이었다.
4만 금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뿌렸지만, 그 금이 뿌리를 내려서 싹이 틀지 어떨지는 알 수 없었다. 100개 중 몇 개만 싹이 터도 좋으리라. 하나라도 싹이 트면 전장인 만큼 풍운이 번지는 속도는 빠를 것이다.
초나라의 군대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인물은 범증이었다. 그는 항왕에게 아보(亞父 : 아버지 다음가는 사람)라고 불리며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었다.
그런 범증을 항왕과 이간시킬 수만 있다면 항왕의 한쪽 팔을 잡아떼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진평은 한왕에게 헌언(獻言)했다.
“한나라와 초나라의 강화를 청하는 사자를 한 번 더 보내 주십시오.”
“항왕은 응하지 않겠지. 지난번과 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강화는 이루어지지 않아도 좋습니다. 이쪽에서 사자를 보내 답으로 저쪽에서 사자가 오기만 하면 됩니다. 사자의 왕래를 이용해서 책략을 쓰는 것입니다. 항왕과 범증의 사이를 갈라놓고 싶습니다. 범증은 나이를 먹어서 지혜가 많습니다만 그에 못지않은 노망기가 있습니다. 노인은 성미가 급하고 참을성이 없습니다. 그 점을 이용하면 틈이 생길 것 같습니다.”
“좋아, 알겠네. 사자를 보내지.”
한왕은 강화(講和)를 청하는 사자를 초나라 진영으로 보냈다.
사자는 정중한 말로 강화를 청했으나, 초왕은 들어주지 않았다. 다만 회답의 사자를 영양성으로 보내겠다는 약속은 했다.
사자들의 임무는 각자 자기 주군의 말을 전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었다. 성내의 동정을 정찰하는 임무도 겸하였다.
진평이 4만 금을 뿌린 지 20일쯤 지나서 들은 첩자의 보고에 의하면, 항왕이 부하 장군들에게 의혹의 눈길을 던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항왕이 진심으로 신뢰하는 것은 항 씨 일족이었다. 그 일족들을 장군들의 보좌관으로 배치한 것이다.
보좌관은 바로 감찰관, 즉 감시하는 역을 맡고 있었다.
따라서 유언비어가 항왕의 귀에 들어갔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었다.
‘잘 되어갈 것 같다. 남은 일은 범증을 항왕에게서 떼어놓는 일이다.’
진평은 항왕의 사자가 올 것이기에 한왕에게 사자를 대접하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예견한 대로 항왕의 사자로 우자기(虞子期) 일행이 성문 안으로 들어왔다.
한왕은 임시 궁전으로 쓰는 전사(殿舍) 밖까지 나가 그를 맞이하며 친히 안내해서 연회실로 들어갔다.
얼마 후 요리가 나왔다. 그것은 진중의 요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대뢰(大牢)였다. 대뢰는 소, 양, 돼지 등의 고기를 갖춘 성찬(盛饌)을 말한다. 요리사가 도마에 고기를 썰어 세 발 솥에 넣고 삶는 것이었다.
연회의 주재자는 진평이었다.
진평은 항왕 신하들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진평은 사자 중 한 사람이 진평의 얼굴을 알아보고 이야기를 걸려고 하자, 그 사람을 돌아보며,
“아아, 범증 노인의 사자인 줄 알았는데 항왕의 사자로군.”
하고 말하면서 한왕에게 눈짓했다.
한왕은 느닷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나는 아보께서 보낸 사자인 줄 알았다. 그렇군. 항왕의 사자였구나.”
라고 내뱉고는 불쾌하다는 듯 진평에게 요리를 치우라고 명령했다.
잠시 후 사자 앞에 다른 요리가 나왔다. 대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하찮은 요리였다.
그러니 사자 일행의 얼굴은 굳어졌다. 이만저만한 굴욕이 아니었다.
‘진평이 어떻게 내가 범증의 부탁으로 온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서 이렇게 대접을 허술하게 한단 말인가? 혹시 시중에 떠도는 소문이 사실일까?’
우자기는 그렇게 의심하기 시작했다.
불쾌한 마음으로 한 식경 동안 앉아 있었는데 그제야 한왕의 근신이 찾아와서,
“들어오시라는 분부입니다. 폐하께서는 지금 일어나 계십니다.”
하고 통고했다.
우자기는 얼른 일어나 근신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 객실 마당을 지나 조금 가려니까 맞은편에서 수하가 마중을 나왔다.
“어서 오십시오. 자, 이리로 가시지요.”
수하는 우자기를 정전의 한 구석 별실로 안내하더니,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 사람이 들어가서 먼저 폐하를 뵙고 나오겠습니다.”
하고 말하더니 우자기를 그 방에 홀로 남겨두고 나갔다.
우자기가 방안을 둘러보니, 사방에 책장이 있고 책이 수천 권 쌓여 있었다. 책장 밑에는 문갑이 놓여있는데, 문갑 위에는 여러 가지 문서와 서류들이 정돈되어 있었다.
‘음, 이 방이 한왕이 쓰는 밀실이구나.’
우자기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한나라의 기밀을 탐지해 보고 싶은 마음이 발동했다. 급히 서류를 뒤지다가, 그중 눈에 띄는 편지 한 통을 발견하고 얼른 집어 들었다.
「초 패왕이 군사를 이끌고 멀리 왔기에 사기는 떨어지고 군량 또한 넉넉지 않으며, 병력은 20만에 불과합니다. 대왕께서는 속히 한신에게 팽성을 치도록 하소서. 노신(老臣)은 종리매 등과 내응할 것인데, 초나라를 격멸하신 후에 토지를 떼어주시어 후작에 봉해 주신다면, 그보다 더 큰 은혜는 없을 것입니다. 폐하의 용안을 하루속히 우러러 뵙기를 고대하고 있겠나이다.」
편지를 읽고 깜짝 놀랐다.
그것은 범증의 편지가 틀림없었다. 범증과 종리매가 한나라와 내통하여 초나라를 뒤엎으려 한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이상, 이 일을 한시라도 빨리 초 패왕에게 알려야만 했다.
‘옳지, 이 편지를 훔쳐 가지고 가서 물증으로 삼아야겠다.’
우자기는 혹시나 보는 사람이 없나 하고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다행히 보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그 편지를 얼른 품속에 감추었다.
그러나 그때 옆방에서 숨어 숨소리도 내지 않고 우자기를 지켜보던 장량과 진평은 서로 가만히 회심의 미소를 나누었다.
그때 수하가 들어왔다.
“대왕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우자기는 얼른 일어나 수하를 따라 유방 앞으로 나아갔다.
유방은 우자기가 예를 취하자, 말했다.
“내가 오랫동안 병화(兵禍)에 시달린 백성들을 생각하여 초 패왕께 화친하기를 청하였는데, 초 패왕께서 이를 허락하시니 이만큼 다행한 일이 없소이다. 지금부터 관서를 한나라의 영토로 하고, 관동을 초나라의 영토로 정한 후 각각 군사를 거두고 강토를 지키고자 하는 터이니, 그대는 나를 위해서 초 패왕께 이 뜻을 잘 전해 주길 바라오.”
우자기는 유방의 말을 듣고 즉시 아뢰었다.
“초 패왕 폐하께서 이미 그 같은 마음을 정하시고 이 사람에게 대왕을 뵙게 하신 것입니다. 대왕께서는 3일 이내에 성 밖으로 나오시어 초 패왕 폐하께 이 맹약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소서.”
“그리하리다.”
의심이 많은 항우는 믿는 부하가 몇에 불과했다. 이를 간파한 진평은 항우와 그의 부하인 범증을 이간질했다. 화가 난 범증은 관직에서 물러났고, 결국 팽성에 도달하지 못한 채 화병으로 죽었다.
유방은 한마디로 승낙하였다.
우자기는 공손히 인사를 하고 유방 앞을 물러 나와 초나라 진영으로 돌아갔다. 그는 항우에게 영양성에서 있었던 일을 세세히 고하고 훔쳐 온 편지를 항우에게 올렸다.
항우는 편지를 읽고는 자리를 차고 일어나며 소리쳤다.
“늙은 여우가 감히 이럴 수 있는가! 시정에 떠도는 소문을 듣고도 설마 했는데, 가만 보니 그게 아니었구나.”
항왕은 화를 냈다. 종리매와 용저 등을 의심하고 있을 때였으므로 냉정하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범증을 불러내 규명하고 싶었으나, 아보라고 부르며 공경하는 사람인 만큼 그리할 수도 없었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범증은 그 같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기에 많은 희생을 치르더라도 영양성을 맹렬히 공격해서 함락시켜야 한다고 헌언(獻言)했다.
“적은 완전히 지쳐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들이쳐야 합니다. 지금 숨통을 끊어놓지 않으면 적은 오래지 않아 세력을 회복하게 됩니다.”
항우는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범증을 군사 회의에 부르지도 않았다.
그리고는,
“아보는 늙었다.”
라면서 최전선 중요한 위치에서 후방 예비부대로 옮겼다.
범증은 늙기는 했지만, 육감은 대단했다.
뭔가가 있었구나 하고 항왕의 측근에게 은근히 알아보니, 영양성 내에서 있었던 일의 전모가 드러났다.
“유자(孺子 : 유생) 놈이!”
범증은 무의식중에 외쳤다.
‘적의 속임수라는 것을 간파하지 못하고 그것을 그대로 믿다니, 정말 바보구나. 이것으로 승부는 결판났다. 더 이상 머물러서는 안 된다.’
<초한지>는 진나라 말 진시황의 죽음부터 서한이 건설되기까지 초(楚)나라 항우(項羽)와 한(漢)나라 유방(劉邦)이 각지에서 천하의 패권을 놓고 대립하는 긴 중국 소설이다.
불세출의 두 영웅 항우와 유방의 기나긴 대립은 오강에서 항우가 자결함으로써 열세였던 유방의 역전승(?)으로 끝나고 천하는 통일되었다.
중국의 패권을 두고 겨루는 항우와 유방의 활약상을 생동감 있게 볼 수 있다. 이 소설로 중국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리더십과 인간관계의 기술, 진솔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특히 항우와 유방의 용인술에서 승패가 갈렸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 유방은 휘하에 장량과 한신 등 많은 참모를 두고 관계를 잘 유지한 데 반해, 항우는 범증을 곁에 두었다가 진평의 이간계에 속아 물리침으로써 관계를 지속하지 못한 점에 있는 듯하다.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의 대립을 통해 진정한 승리는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혜와 타인과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짐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서평
춘추전국시대를 진나라가 통일하고 진시황은 황제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하며 천하를 통일하였다. 그러나 진나라의 공포정치에 백성들의 원성이 컸고, 결국 전국 곳곳에서 의병이 일어난다.
이때 한 고을의 정장이던 유방도 거병하였는데, 이때 따라나선 사람이 번쾌, 소하, 관영 등이었다.
마찬가지로 초나라 장군의 후예인 항우도 삼촌 항량과 함께 거병하고 우영, 환초도 함께 따른다. 책사로 범증을 영입한 항우는 급격히 세를 불리고 의병들과 함께 초나라 왕족인 회왕을 세우고 진나라를 공격한다. 여기서 모인 영웅들이 항우, 유방, 한신, 영포 등이다. 그리고 장한이 지키고 있던 진나라의 성을 점령한 뒤 회왕은 진나라의 수도인 함양에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왕이 되라고 공약한다. 항우는 동쪽, 유방은 서쪽으로 진격하는데, 유방은 가는 길에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항복하는 고을은 너그럽게 받아주었다. 유방이 함양에 먼저 도착했으나, 항우의 세력이 훨씬 더 커, 유방은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왕의 자리를 양보한다.
항우는 스스로 서초 패왕이라 칭하며 유방을 서쪽 험준한 촉으로 보내 한왕으로 임명한다.
항우는 초나라 회왕을 황제로 세우기는 했으나, 수도를 옮기고자 하는 의도를 회왕이 반대하자 장강에 빠뜨려 죽이기에 이른다.
이에 제후들이 항우에게 대항하기 시작했고, 유방과 항우 두 세력으로 나뉘어 세력다툼을 하게 되었다.
초한지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을 뽑으라면, 천하를 통일하고 한(漢)나라를 세워 한(漢)민족이라는 기틀을 세운 유방과 힘이 장사여서 기세가 산을 옮길만하다는 역발산기개세의 항우다.
여기서 새롭게 눈여겨 보아야 할 인물 하나를 추가한다면 파초대원수 한신을 들고 싶다.
한신은 처음에 항우의 집극랑이었으나, 항우 측에서는 한신이 젊을 적 남의 가랑이 사이나 기어다닌 하찮은 한량쯤으로 여기고 큰 임무를 맡기지 않았다. 한신은 계속 항우에게 계책을 올리지만, 항우는 보잘것없는 의견이라 여기고 무시하였다.
한신은 더 큰 자리를 맡기 위해 항우를 떠나고 싶어 하는데, 이때 유방이 한(韓)나라로부터 차용한 장량이 한신을 알아보고 유방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설득한다.
한신도 처음에는 유방에게 인정받지 못하였으나, 장량이 준 엄표를 내보이며 한나라에서도 인정받게 되어 한나라의 대원수가 되고 승전을 이끄는 일등 공신이 된다.
유방은 한신을 제왕(齊王)으로 봉하고 그곳에서 세력을 키우게 한 뒤 항우의 초나라를 치기 위해 협력하였다. 그리고 초나라를 멸망시키고 중국을 통일하였다.
유방 스스로 말했듯이, 유방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을 잘 쓴 까닭이다.
계책을 꾸미는 것은 장량을 당하지 못하고, 군사를 양성하는 일은 소하보다 못하고, 대군을 지휘해 점령하는 데는 한신을 따르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유방은 이 세 사람을 신하로 두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그에 비해 항우는 범증 하나도 잘 쓰지 못하였다. 자신의 힘만 믿고서 제후들을 얕보았던 항우는 강성했던 초나라 땅을 모두 잃고, 용감히 적진에 뛰어들어 오강에서 스스로 목을 찔러 최후를 맞는다.
반면에 유방은 자신의 부족한 점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지휘와 조율을 담당하며 나라를 이끌었다.
이는 현대사회의 리더십에 가장 부합하는 역량이다. 자신이 전문가가 되는 게 아니라 전문가들을 규합하여 조율하는 것, 이것이 바로 리더의 역할이다.
또 유방은 능력 있는 사람은 싫더라도 적극 기용했다. 한(韓)나라의 신하였던 장량을 차용하고, 항우의 부하였던 한신을 기용했으며, 초나라 성을 지키던 용장 영포를 받아주었다.
그리고 공을 치하함에 그들의 공로를 인정하고 상을 후하게 내림으로써 많은 이들의 신망과 존경을 얻은 것이다.
한신과 장량, 소하의 전략도 기가 막힐 만큼 훌륭했다. 그리고 이를 통솔했던 유방의 리더십 역시 배워야 할 점이다. 스스로 잘못한 점을 인정하고 사과하여 신하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공포보다는 애민으로 신망을 얻은 유방의 리더십은 현대에도 눈여겨 볼만하다.
본문 속에 시기별 지도와 내용에 따른 삽화를 곁들여 이해에 도움을 주고자 했고 읽기에 지루하지 않으리라 기대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종산거사 견위
견위(甄偉)
중국 금릉(金陵, 현재의 난징南京)에서 태어났다. 정확한 출생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자(字)는 미상, 호는 종산거사(終山居士).
명나라 신종(神宗) 만력(萬曆) 전후에 활동한 문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한 것은 아니다.
1612년(만력 40년)경 민간에 유포되어 있던 항우와 유방의 이야기, 초나라와 한나라의 쟁패 이야기를 『서한연의전(西漢演義傳)』으로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이전에 누구도 하지 않은 진나라 말기부터 초나라와 한나라가 건국되고 서로 다투는 내용을 연의(演義) 형식으로 쓴 것이다.
번역 우리고전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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