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코끼리
2025년 03월 06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0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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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2655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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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얼음 강아지
겨울잠
달코끼리
강해라 시장과 정민 씨
달코를 지켜라
달코를 훔치다
벚꽃 피는 마당
다시 만난 달코
코끼리 동산
작가의 말
잠시 멍했던 정신이 돌아오자마자 보미는 코끼리부터 찾았다. 코끼리는 어젯밤 모습 그대로 침대 위에서 자고 있었다. 어제 일이 모두 꿈이 아니었다. 보미는 왠지 안심이 되었다. 코끼리를 안고 방을 나가려던 보미가 멈춰 섰다. 그리고 천천히 방을 둘러보았다. “음…… 뭔가 달라진 거 같은데.” 보미는 가만히 서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창틀 위의 풍경이 달라진 걸 보미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누렇게 메말라 죽어 가던 작은 화분 속 식물이 녹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연한 녹색의 잎들을 피워 내며 자라난 줄기 끝에는 하얀 꽃봉오리가 맺혀 있었다. 메말랐던 생명이 따뜻한 빛을 품고 되살아났다. (본문 35쪽)
아파트 옆 공원을 빙 둘러 도로가 있다. 공원 끝, 공사로 인해 막아 놓은 넓은 공간에 정민 씨의 25톤 트럭이 세워져 있었다. 정민 씨의 직업은 트럭 운전사였다. “25톤이면 코끼리 스물다섯 마리 무게야. 엄마는 이 친구를 데리고 매일 모래나 공사 자재들을 1,000킬로그램씩 여기저기 쏟아 내고 다니지. 이게 엄마의 코끼리!” 정민 씨가 트럭 옆에 서서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본문 55쪽)
“엄마, 나 배고파. 우리 할아버지랑 밥 먹고 가자. 얘들도 씻겨야 하고.” 보미가 흙투성이가 된 달코를 보며 말했다. “에휴.” 정민 씨가 손목시계를 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다움이도 배고프겠다. 아빠, 금방 밥 차려 드릴 테니 조금만 기다려.” 정민 씨가 마당을 가로질러 집 안으로 향했다. 할아버지가 얼른 정민 씨를 쫓아갔다. “그냥 가까운 짜장면집에나 가자.” 할아버지는 간단히 밖에서 먹자며 정민 씨를 막아섰다. “아빠, 뭐 하러 돈을 써.” 할아버지를 밀치고 집 안으로 들어간 정민 씨는 부엌 앞에서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못했다. 상 위에는 삼겹살이랑 상추, 된장찌개가 한가득 차려져 있었다. 서툴지만 정성껏 차린 상이었다. 오랜만에 손녀가 온다는 얘기에 할아버지가 열심히 준비한 것이다. “아빠, 미리 준비했으면 그랬다고 말하지.” 정민 씨는 눈을 찡그리며 할아버지를 쳐다보았다. “바…… 바쁘다며.” 할아버지는 따가운 눈길을 피해 소파에 앉더니 말없이 티브이 채널만 계속 돌렸다. (본문 61쪽)
정민 씨는 동물원 앞에서 택시를 잡았다. 뒷자리에 앉은 보미와 다움이는 둘 다 창밖만 보고 있었다. 한동안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보미야, 시장님 말이 하나도 틀린 거 없다.” 먼저 말을 꺼낸 건 앞자리의 정민 씨였다. “그게 정답인데 엄마는 왜 그냥 돌아왔어?” “그러게. 정답을 아는데 틀리게 쓰고 싶은 건 왜 그럴까? 엄마도 모르겠다.” (본문 73쪽)
“넌 뭐가 그리 바빠서 멋진 풍경도 그냥 지나치고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냐?” “멋진 풍경?” 할아버지가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활짝 열었다. 파란 새벽하늘에 눈송이가 흩날렸다. 흰 눈이 묘한 반짝임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었다. “우아, 눈 온다!” 정민 씨가 창가로 다가갔다. “눈 아니다.” 흰 눈이 쏟아지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아니었다. 마치 눈보라처럼 흰 벚꽃 수천 송이의 꽃보라가 흩날리고 있었다. “어, 벚꽃이야? 벚나무 죽어 가고 있었잖아?” 정민 씨가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손바닥에 꽃을 받아 냈다. “그니까 정말 신기하지. 달코가 또 신기한 일을 벌였더구나!” 할아버지는 정민 씨 품에 안긴 달코를 쓰다듬어 주었다. “또 신기한 일? 달코가?” 정민 씨 말에 할아버지는 식탁에 올려놓은 양배추를 바라봤다. 시들어 가던 양배추를 살려 낸 것도 달코였다. (본문 110쪽)
전화를 끊자마자 강해라 시장은 집을 나섰다. 달코를 만나러 갈 생각이었다. 차 옆자리에 모모도 함께였다. 차를 타고 도심을 지나가는데, 거리는 온통 달코의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원래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강해라 시장의 얼굴은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엄마 자리를 달코에게 빼앗겼네.’ 얼마 전 함께 차를 타고 가던 다움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패션이 어떻고, 얼굴이 어떻고, 어디 가서 뭘 먹었는지, 무슨 신발을 신었는지……. 엄마에 대한 기사는 다 그런 거야. 난 엄마가 호반시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아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런 일에는 관심이 없더라.’ 운전대를 잡은 강해라 시장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본문 113쪽)
“아니 어떻게 벌써 벚꽃이 이렇게 멋지게 피었죠?” 강해라 시장이 벚꽃나무를 올려보며 물었다. “저희 집 식탁 다리에는 새싹이 돋아났어요.” “네? 뭐라고요?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정민 씨는 어제 식탁 다리에 돋아난 새싹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달코가 붙들고 우물거리던 식탁 다리에 싹이 튼 것이다. “저 녀석이라면 가능해요.” 정민 씨는 밭에서 뛰어노는 달코를 가리켰다. “엄마, 우리 모모도 죽었었는데 달코가 살려 줬어.” 다움이가 엄마 품으로 뛰어와 안겼다. “모모가? 그게 무슨 말이야? 다움아, 엄마한테 그런 말 한 적 없잖아?” 믿지 못하겠다는 듯 강해라 시장의 눈이 커졌다. “했거든. 엄마가 매일 일하느라 바빠서 못 들은 거지.” 다움이는 다시 밭으로 달려가 모모와 달코 사이로 끼어들었다. “이 벚나무도 거의 죽어 가고 있었어요.” “아!” 강해라 시장은 밭으로 눈길을 돌렸다. 달코는 흙 범벅이 된 모습으로 모모랑 아이들과 뒤엉켜 달리고 쫓고 넘어지고 뒹굴었다. 까르르. 하하. 컹컹. 서로 눈만 마주쳐도 소리 지르고 웃었다. 친구들과 맘껏 뛰어노는 달코 모습이 지금까지 본 어떤 사진이나 영상 속 모습보다 예뻐 보였다. (본문 114쪽)
부시장은 화장실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비서에게 바로 연락을 했다. “당장 설치부에 연락해서 화장실 변기를 바꿔 놓게.” 부시장은 똥에 예민했다. 자기 똥은 괜찮은데 남의 똥은 정말 싫었다. 어릴 적부터 귀신보다 남의 똥이 더 무서웠다. 그래서 남이 쓴 변기는 사용하지 못했다. 달코는 그렇게 먹어 대도 지금껏 한 번도 똥을 싸지 않았다. 부시장은 그게 정말 마음에 들었다. (본문 121쪽)
소동이 일어나고, 하룻밤이 지났다. 아파트 단지 옆 공원에 생긴 작은 똥산은 온통 푸른빛을 띠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도심으로 불어 내렸다. 도심의 죽어 가던 나무들에도 새싹이 돋아났다. 새싹들은 빠르게 자라나서 어린 나무가 되었다. 사람들은 이 똥산을 코끼리 동산이라고 불렀다. (본문 160쪽)
모두가 반해 버린 사랑스러운 코끼리, 달코!
달코가 나타나면 생명이 싹트기 시작한다!
“저희 집 식탁 다리에 새싹이 돋아났어요.”
“네? 뭐라고요?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저 녀석이라면 가능해요.”
함박눈이 쏟아지던 어느 겨울, 보미와 다움이는 반려견 모모와 공원을 산책하다 얼어 죽어 가는 작은 생명을 발견한다. 보미는 이 작은 생명을 살려야겠다는 마음에 무작정 얼음덩어리를 안고 집으로 달려가 정성껏 보살핀다. 강아지인 줄 알았던 작은 생명은 꽁꽁 언 몸이 녹으면서 움츠렸던 코가 길게 늘어지고, 둥글납작한 커다란 귀가 펼쳐지며 코끼리의 모습을 되찾는다. 밤늦게까지 코끼리를 돌보느라 새벽녘에 선잠을 깬 보미는 몸을 동그랗게 말고 새근거리며 자고 있는 코끼리의 몸이 동그란 달처럼 빛나는 모습을 보고 ‘달을 닮은 코끼리’라는 의미로 ‘달코’라는 이름을 지어 준다.
달코에게는 놀라운 능력이 있었다. 달코가 나타나면 어디든 생명이 싹트기 시작하는 것이다. 창가에 놓인 누렇게 메말라 죽어 가던 작은 화분 속 식물이 녹색으로 바뀌며 되살아나는가 하면, 달코가 끌어안고 우물거리던 식탁 다리에서는 새싹이 돋고, 비닐하우스에서 말라 죽어 가던 양배추들은 파릇파릇한 잎을 단단히 모으고 살아나고, 생명이 꺼져 가던 다움이의 반려견 모모와 감기에 걸린 보미 할아버지는 건강을 되찾는다.
신비롭기만 한 달코의 능력은 사실 너무도 당연한 자연의 이치이다. 코끼리는 하루에 수십 킬로그램의 식물을 먹고, 먹은 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똥을 싸는 동물이다. 자연에서 이런 코끼리의 일상은 씨앗을 옮기고 새싹을 자라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새로운 땅이 개척되고 생태계는 풍부해진다. 김태호 작가는 ‘달코’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통해 ‘성장’과 ‘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빼앗고 파괴하는 일에 무뎌진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보자고 말한다. 본문 중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어른들은 왜 그렇게 다 빼앗아 가려고만 해?” 갑자기 집에 들이닥친 시청 사람들에게 달코를 빼앗긴 보미가 엄마에게 던지는 이 질문이 편안히 들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우리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어 보자고 말한다. 자연, 기후, 인간성 등 많은 것이 파괴된 사회에서 우리가 어린이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사회다. 김태호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희망은 언제나 횃불이 아니라 불씨였다.
자연은 스스로 회복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자연의 일부인 우리에게도 같은 능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_ 작가의 말 중에서
생태, 자본주의, 인간성을 생각해 보게 하는
색다른 김태호표 어드벤처!
『달코끼리』는 표면적으로는 아이들이 빼앗긴 달코를 구출하는 모험 서사처럼 보이지만, 한 걸음 물러서면 성장과 발전만 좇다 잃어버리게 된 인간성이 보이고, 또 한 걸음 물러서면 자본주의 시스템과 한국 사회의 관계가 보인다.
달코를 이용한 ‘달코 프로젝트’로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 강해라 시장, 달코를 앞세워 차기 시장 당선을 노리는 부시장, 온라인 세상에서 보이는 것만 믿고 이러 저리 휩쓸리는 시민들까지. 각자의 이권을 둘러싸고 달코를 차지하려는 탐욕스러운 어른들에 맞서 달코를 구출하려는 아이들의 여정은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험난해진다. 하지만 아이러니를 담아내는 위트 있는 설정과 대사 덕분에 속도감 있는 전개를 독자는 지나치게 긴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따라가게 된다.
“당장 설치부에 연락해서 화장실 변기를 바꿔 놓게.”
부시장은 똥에 예민했다. 자기 똥은 괜찮은데 남의 똥은 정말 싫었다. 어릴 적부터 귀신보다 남의 똥이 더 무서웠다. 그래서 남이 쓴 변기는 사용하지 못했다. 달코는 그렇게 먹어 대도 지금껏 한 번도 똥을 싸지 않았다. 부시장은 그게 정말 마음에 들었다. _ 본문 121쪽 중에서
마지막 장면에서 부시장은 달코가 그동안 먹은 것을 다 쏟아낸 똥 바다에서 똥 범벅이 되어 수영하는 모습이 나온다. 똥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부시장에게 이것보다 더한 벌이 있을까? 김태호 작가 특유의 재치 넘치는 유머가 빛을 발하는 장면이다.
성장과 발전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사회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작가는 비판적 메시지를 서슬 퍼런 실감으로 전하기 보다는 특유의 위트와 따뜻함으로 전달한다.
“넌 뭐가 그리 바빠서 멋진 풍경도 그냥 지나치고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냐?”
“멋진 풍경?”
할아버지가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활짝 열었다. 파란 새벽하늘에 눈송이가 흩날렸다. 흰 눈이 묘한 반짝임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었다. _ 본문 110쪽 중에서
현실을 단숨에 싹둑 끊어 내고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을 실감하게 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젠더 통념에 대한 비틀기 또한 이 작품에서 빛나는 부분이다. 호반시 시장이 여성(다움이의 엄마 강해라)이라거나 보미 엄마 정민 씨의 직업이 25톤 덤프트럭 운전사인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패션이 어떻고, 얼굴이 어떻고, 어디 가서 뭘 먹었는지, 무슨 신발을 신었는지……. 엄마에 대한 기사는 다 그런 거야. 난 엄마가 호반시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아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런 일에는 관심이 없더라.’ _ 본문 113쪽 중에서
다움이가 여성 시장으로 일하는 엄마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은 우리 사회의 젠더 통념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새삼 깨닫게 한다.
이외에도 어린이의 성장을 그 자체로 인정하지 못하는 어른을 상징하는 듯한 달코의 성장을 억제시키는 주사나 부패한 시스템을 덮어 버리기에 급급한 세태를 상징하는 듯한 공원 지하 속 원자로처럼 작품 곳곳에는 독자가 스스로 의미를 찾아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부패한 시스템이 오작동하거나 무신경한 상황에서 약한 자(어린이)가 어떻게 더 약한 자(달코)를 간절하게 보살피는지, 보미네 가족과 다움이네 가족과 동물병원 원장 가족이 흩어져 각자 이야기를 펼쳐내다 마지막 순간에 맞붙어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키로 잘 작동하게끔 짜여 진 이야기의 구조 또한 독자를 사로잡는다. 가히 색다른 김태호표 어드벤처라 할 만하다.
[줄거리]
보미는 우연히 공원에서 죽어 가는 아기 코끼리를 발견하게 된다. 모두가 작은 생명을 포기하고자 할 때, 보미만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 생명을 살려 내고, 보미에게 ‘달코’는 둘도 없는 친구이자 소중한 가족이 된다. 달코와 평화롭게 지내던 어느 날, 갑자기 호반시 시청 사람들이 들이닥쳐 달코를 잡아가고, 보미는 친구 다움이와 함께 달코를 구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여정에 나선다. 달코를 이용한 ‘달코 프로젝트’로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 강해라 시장, 달코를 앞세워 차기 시장 당선을 노리는 부시장, 온라인 세상에서 보이는 것만 믿고 이러 저리 휩쓸리는 시민들까지. 각자의 이권을 둘러싸고 달코를 차지하려는 탐욕스러운 어른들에 맞서 달코를 구출하려는 아이들의 여정은 더욱 험난해져 가는데…….
작가정보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지금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쓰고 그린 책으로 『파란 고양이』, 그린 책으로 『이야기 숲에는 누가 살까』, 『미래가 온다, 기후 위기』, 『김치 공장 블루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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