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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던 문

매드앤미러 4
김유라 , 엄정진 지음
텍스티(TXTY)

2025년 02월 28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1월 2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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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8.20MB)   |  약 11.2만 자
ISBN 9791193190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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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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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앤미러는 ‘매력적인 한 문장이 각기 다른 작가를 만날 때 어떻게 달라질까?’라는 재미있는 상상에서 시작한 텍스티(TXTY)의 프로젝트다.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호러 전문 창작 집단 ‘매드클럽’과 환상문학 웹진 ‘거울’을 모았다.
같은 한 줄에서 출발했으나,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다채로운 매드앤미러의 이야기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공통 한 줄:
‘우리 집에 못 보던 문이 생겼다.’

「하루에 오백, 계약하시겠습니까?」 김유라
저 방에 들어가지 않으면, 매일 오백만 원이 생긴다.
낮에는 9~6 사무직, 밤에는 음식 배달원. 매일 취침시간은 새벽 2시. 빚이 가득한 영훈의 삶에 여유라고는 찾을 수 없었다.
어느 날 영훈은 퇴근길에서 마주친 낯선 남자로부터 하루마다 500만 원을 줄 테니, 방을 임대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빌려줄 방이 없다는 대답에도 남자는 그저 임대해 주겠다는 말만 하면 된다며 끈질기다. 수상한 사람인가, 영훈은 두려운 마음에 엉겁결에 알겠다고 답하고 만다.
다음 날, 벽에 한 번도 본 적 없던 문이 생겨 있다. 아직 꿈속인가 의심하던 와중에 핸드폰이 울린다. 오백만 원 입금 알람이다. 뒤이어 방 안에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들어가는 순간 계약이 파기된다는 경고 문자메시지가 날아온다. 영훈은 어제 만났던 그 남자임을 직감한다. 약속만 잘 지키면 손쉽게 억만장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영훈은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런데 자꾸만 문 너머에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괴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어둠 속의 숨바꼭질」 엄정진
옛날 집과 똑같이 생긴 곳에서 8세 때 실종 당시 모습의 오빠와 마주하다.
어렸을 때 살았던 아파트가 재건축을 한다며 곧 헐린다고 했다. 이선은 왠지 모를 아련한 마음에 아파트를 찾아 한 바퀴 빙 둘러본다. 그러다가 놀이터에서 혼자 놀고 있는 어린 남자아이를 발견한다. 이선이 다가가려는 찰나, 남자아이가 뒤를 돌아본다. 남자아이는 20년 전에 실종되었던 오빠와 똑같은 외형과 옷차림이다. 이선이 지금 눈 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파악하기도 전에, 남자아이가 도망쳐 버린다.
이선의 머릿속에는 아이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 이선은 아이를 뒤쫓아, 어렸을 때 살았던 집 안으로까지 들어간다. 두터운 먼지 위에 찍힌 작은 발자국이 화장실로 이어져 있다. 그리고 끊긴 곳은 거울 앞. 아니, 거울이 붙어 있던 곳에 뚫려 있는 통로 앞.
난생처음 보는 구멍이다. 원래 거울 뒤에 이런 것이 있었나?
의아해하는 이선의 귓가에 음악소리가 들린다. 저 통로 너머에서 어렸을 때 들었던 추억의 노래가 희미하게 울린다. 이선은 저도 모르게 통로 안으로 발을 들인다. 아까 봤던 그 남자아이를 찾기 위해서라도 가야만 한다.
오빠가 맞는지, 맞더라도 왜 아직 8세의 모습인지 알아야겠다.
하루에 오백, 계약하시겠습니까?
어둠 속의 숨바꼭질
Mission Completion Check
작가 7문 7답

“오백만 원이라고요?”
“네.”
“아니, 무슨 월세를 그렇게…….”
“한 달이 아닙니다. 하루에 오백입니다.”
그가 반복해서 언급한 액수가 필름 인화지처럼 뇌리에 새겨졌다. 하루에 오백만 원이라니! - 15~16쪽. 「하루에 오백, 계악하시겠습니까?」

모르는 번호였지만 보자마자 누가 보낸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방 안으로 절대 들어가지 마시오. 이를 어길 시 계약이 파기되며 좋지 않은 페널티가 있음.
페널티…….
평소 아무런 의미를 두지 않았던 그 단어가 소름 끼치게 다가왔다.
비로소 영훈은 자신이 빼도 박도 못 할 짓에 발을 들였음을 깨달았다. - 22쪽. 「하루에 오백, 계약하시겠습니까?」

마음이 술렁거리며 불안하게 흔들렸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자신이 낯설고 무서웠다. 한편으론 상상을 이어가고 싶다는 충동도 일었다. 그렇게 마구 휘저어지는 상태에 몸을 맡기고 있는데 문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뭔가가 부딪히고 충돌하는 둔탁한 마찰음. 뭐지? - 43쪽. 「하루에 오백, 계약하시겠습니까?」

몇 번을 해도 금방 잡히니까 경쟁심이 강해진 이선은 자기가 술래를 할 테니 오빠에게 숨으라고 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못 찾겠다 꾀꼬리’를 아무리 외쳐도 달우는 나타나지 않았고, 그대로 사라져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다. - 148~149쪽. 「어둠 속의 숨바꼭질」

이선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원래 살던 집과 똑같이 생긴 화장실이었다. 설마 옆집 화장실인가?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아파트 단지 전체가 재건축을 앞둔 폐허인데 여기만 깨끗할 리가 있나. - 156쪽. 「어둠 속의 숨바꼭질」

아빠의 반가운 목소리에 아이들은 와 소리를 내며 인형을 팽개치고 방 밖으로 달려갔다. 평소처럼 양팔을 내밀면서 엄마와 아빠의 허리에 매달려야 하는데, 이선의 시선에는 상대의 얼굴이 바로 보였다. - 164쪽. 「어둠 속의 숨바꼭질」

사실 『없던 문』의 공통 한 줄은 처음에 ‘문’보다는 ‘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김유라 작가도, 엄정진 작가도 문을 매력 있게 활용하는 이야기를 개발했다. 방에 드나들 수 있는 문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어떻게 보면, 방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기도 하다. 고민 끝에 이야기를 수정하지 않고, 공통 한 줄과 책의 중심을 문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문이 닫혀 있을 때에는 그 문 너머의 공간이 어떠한 곳인지, 누구 혹은 무엇이 있는지 없는지,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다. 문이 열리는 순간에 느낄 설렘, 기대, 호기심, 긴장감, 두려움, 걱정 등. 이 감정은 우리가 처음 읽을 책과 마주할 때와 같은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없던 문』을 열 때의 감정은 다양할지라도, 부디 많은 분께서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없던 문』을 닫았으면 한다.

하루에 오백, 계약하시겠습니까
김유라 작가는 소설, 웹툰, 영화를 넘나들며 글을 쓰는 만큼, 「하루에 오백, 계약하시겠습니까」에서도 탁월한 묘사와 장면 연출을 선보인다. 작가가 깔아 둔 활자를 따라 걷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머릿속으로 꽤 잔인한 그림을 그리게 된다. 이런 기괴한 장면이 처음 등장할 때, 우리는 「하루에 오백, 계약하시겠습니까」가 일상 판타지가 아닌 호러 장르 작품임을 명백하게 깨닫는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장들을 보면, 독자들에게 호러 소설의 묘미를 전하고 싶다는 작가의 의지를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영상과 비교했을 때, 소설에서 공포심을 느끼게 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김유라 작가는 잔혹하고 끔찍한 장면을 묘사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 상황에 빠져 버린 인간의 감정과 심리를 영리하게 활용하여, 독자들 내면에 있는 기폭제를 건드린다. 이 주인공이 겪는 일들이 결코 작품 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방 안으로 들어가지만 않는다면 하루에 500만 원을 번다는 설정과 방 안의 광경이 계속 바뀐다는 설정의 조합도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면 꽤 흥미롭다. 주인공이 단순한 계약 조건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가정이 만드는 긴장감이 작품 기저에 깔린다. 이를 바탕으로 호기심과 돈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인간의 심리를 드러내는 표현이 차곡차곡 쌓인다. 비슷한 감정을 한 번이라도 느껴 봤을 독자를 자극하여, 이야기에 한껏 몰입하게 돕는다. 빚을 떠안고 ‘나’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세운 점 역시 독자의 감정 이입을 유도한다.

사건이 진행될수록 주인공의 심리는 극에 달한다. 그에 따른 주인공의 행동도 점차 변해 간다. 독자는 강인했던 인물이 돈이나 유혹에 흔들릴 때, 둘 중 무언가를 선택하려 할 때 그리고 끝내 그 모든 것에 졌을 때 어디까지 이르는지 지켜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누구보다 공감할 수도 있고, 그저 관망할 수도 있다. 어떤 태도로 작품을 따라왔는지 상관없이, 작품의 엔딩을 보면 무언가로부터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을 느낀다. 이야기는 끝났지만, 독자는 질문에 계속 빠져 있을 수밖에 없다. ‘나는 과연 어떠한 선택을 했을 것인가?’ 자기 삶과 이야기를 비교하고 생각하게 하여, 독자 스스로 답을 찾게 열어 둔다.

어둠 속의 숨바꼭질
많은 사람이 과거로 돌아가는 상상을 자주 한다. 그 때문인지 다양한 콘텐츠들이 나오곤 한다. 만약 성인이 지금의 몸 그대로 어린 시절의 특정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둠 속의 숨바꼭질」을 처음 만났을 때, 그러한 상상의 폭을 더 확장할 수 있었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에 실종되었던 오빠와 100퍼센트 같은 아이를 발견하고 그와 뒤쫓는다. 그렇게 아이를 따라서 낯선 공간으로 들어갔는데, 어린 시절에 살았던 곳에 도착한다.
이야기의 도입부가 이러하여, 「어둠 속의 숨바꼭질」의 시공간 배경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의 분위기를 닮아 있다. 그런데 엄정진 작가는 그 시대를 온전히 갖고 오지는 않았고, 등장인물과 이야기에 맞춰 필요한 부분만 챙겼다. 이야기상으로도 중요한 대목에서 시공간을 왜 이렇게 구성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게 된다. 그렇다고 또 지금보다 더 뒤섞이고 불분명하게 시대상이 들어왔다면, 인물의 설정이나 이야기 전개에 힘이 떨어졌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작가가 적정 선을 잘 잡아냈다고 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아련함을, 누군가에게는 독특함을 주면서 이야기에 더 매료될 수 있도록 말이다.
엄정진 작가의 이야기적 강점과 취향은 결말부에서 또 한 번 볼 수 있다. 작가는 「어둠 속의 숨바꼭질」에서 판타지 장르가 할 수 있는 엔딩을 취했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엔딩이지만, 오히려 독자에게 일종의 위로와 희망을 준다. 답답한 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출발을 꿈꾸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공감대를 형성해 낸다. 뒤이어 그런 상상을 하면서까지 이 삶을 살아 나가려는 우리 모두가 그 자체로 대단함을 서로 인정하고,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인생을 사는 데에 목적과 이유를 찾으면 당연히 좋지만, 그것을 찾지 못하더라도, 그것이 없더라도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한다. 살아갈 그 힘을 어떠한 형태로든 찾고 얻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매드앤미러 프로젝트의 또 다른 재미!
모든 작품을 잇는 매드앤미러의 세계관을 소개합니다.
[인류는 과거 유리 매미의 수호 아래 번영을 누렸다. 매미는 온 세상의 ‘악’을 거울 조각으로 이루어진 자기 날개에 가두어 해독하였다. 그러나 ‘악’에 잠식당한 타락한 사냥꾼들이 유리 매미의 날개를 파괴하였고 세상은 불안, 혐오, 폭력으로 가득 찼다. 세상을 정화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부서진 유리 매미의 날개 조각을 모아 매미를 부활시키는 것뿐이다.
“어둠을 비추는 거울 조각들을 찾아라. 거울은 거울이 아닐 수 있음이라.”]

매드앤미러 세계관에 등장하는 ‘거울 조각’은 바로 시리즈의 각 작품입니다. 텍스티는 독자들(일명 ‘거울 조각 조사단’)이 그것들을 찾고 수집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각 조각을 발견한 독자들이 감상하고, 소개하고, 대화하며 이야기를 확산시키고 그 힘이 크게 모이면 유리 매미가 힘을 되찾아 다시 세상을 정화해 줄 것입니다. 텍스티가 그 선봉대에 서겠습니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유라

소설가, 웹툰 스토리 작가, 시나리오 작가.
제3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중편 부문 수상으로 창작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판타지 소설 『자하드』를 5권으로 완결했고, 『한국공포문학단편선』 시리즈에 「배심원」 「구토」 등의 작품들을 수록했다. 영화 〈기생령〉의 단독 각본을 맡았으며, 네이버 시리즈에서 웹툰 〈구미호의 간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의 스토리 작가를 맡아 74화로 완결했다.
채팅 소설 플랫폼 버블탭 오리지널 공모전에 도전, 〈페이스클럽〉으로 우수상을 수상하여 최근 65화로 연재를 마쳤다.
“원래는 만화가가 꿈이었어요. 그러다 대학을 문예창작과로 진학하게 되면서, 글의 매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쓰다 보니 즐거웠고, 매번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아, 다음엔 더 괜찮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계속 도전하고 있습니다.”

저자(글) 엄정진

환상소설, 과학소설 작가. 웹진 거울, 웹진 크로스로드, 밀리의 서재 등에 단편을 발표했다. 웹진 거울에는 소설뿐만 아니라 장르소설 리뷰도 비정기적으로 게재하고 있다.
단편집 『고치 짓는 여인』, 장편소설 『레일월드』, 앤솔러지 『U, ROBOT』, 『인공지능 크릭스-66』, 『아직은 끝이 아니야』, 『그리고 문어가 나타났다』 등을 출간했다. 웹소설 〈소녀 탐정은 울지 않아!〉, 〈사람이야 귀신이야?〉를 연재했다.
2011년 전자책 출판사 페가나를 설립하여 로드 던세이니 『엘프랜드의 공주』, H.G. 웰스 『달의 첫 방문자』, 로버트 E. 하워드 ‘야만인 코난’ 시리즈,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조티크』 등을 번역·출간했다.
호러 장르는 활자 매체가 이미지, 영상, 게임을 이길 수 없다고 오랫동안 생각해 왔다.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공포라는 점에 있어서는 여전히 그렇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접한 많은 소설을 통해 활자만이 줄 수 있는 공포와 그 너머의 위안이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런 생각이 매드앤미러 기획에 참여하는 동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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