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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를 듣다 울었다

몽스북

2025년 03월 04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2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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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1.38MB)   |  약 6.8만 자
ISBN 979119140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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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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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술감독, 상담자, 잡지 에디터

그들이 겪고 지나온 헤어짐에 대하여,

그리고 비로소 온전히 ‘나’로 서는 일에 대하여


“누군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그 해방감이야말로

내가 진정으로 도달하고 싶었던 자리 중 하나였다.”


“혼자라서 행복한가. 글쎄.

아니면 불행한가. 그것도 글쎄.

함께일 때 자주 불행하고, 반짝 행복했고,

또 그보다 훨씬 더 숱한 날을 그럭저럭 살아왔듯.

지금도 혼자여서 신나고 또 외롭다.”
4 0 프롤로그 성영주

12 1 잔나비를 듣다 울었다 정은영
15 들어가며
18 미련 남길 바엔 서둘러 아픈 게 나아
27 각성의 새벽
31 슬픔을 구경하던 슬픔
38 다 잊었다(아주 사적인 고백)
41 떠날 리(離), 떠나고 떼어내고 끊어내는 고통
48 새겨둔 말들
52 그러니까, 영화
57 자기소개서
61 날마다 앞만 보고 달렸다. 지나가던 날들
70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다시 서쪽 끝으로
78 나의 털 식구들
86 오늘도 손등에 머무는 햇살이 고마워

90 2 멀리 가는 삶 생경
93 겨울나무
95 자리
99 바다
106 싱크대
109 시골
114 처음부터 사랑이 없었을 리 없다
120 기회
123 이기고 지는 싸움
126 검열
130 검은 봉지
134 결혼에 이르게 했던 힘
138 나라고 뭐 그렇게
141 둘이서 셋의 자리를 채우며
144 혼자
152 존엄과 복수
164 멀리 가는 삶

166 3 그 소란한 밤을 지나 성영주
169 들어가며
172 대낮에 한 가출
181 헤아림이라는 것
185 가장 슬픈 어버이날
193 그 밤, 그 밤들
199 끝없이 미끄러지는 세계
202 나의 마흔은 다를 것이다
205 단 한 번의 홀로서기
212 끝나지 못한 이야기
217 ○○○님 사.건.방
222 소송장이라는 불씨
227 이혼, 그 소란한 밤을 지나

겨울의 끝을 붙잡고 만질 수 없는 절망에 관해 썼다. 안녕하지 못했던 날들에 대한 회환이자 안녕에 도달하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아니다, 쓰다 보니 알게 됐다. 이것은 절망을 떨쳐내던 환희의 조각 모음. 결혼이니 이혼이니 그 모든 것으로부터 나를 해방하는 일이었다. 16p

그야말로 나는 진창에 빠져 이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도리가 없었다. 기억의 완전한 소멸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고가 필요한지도 몰랐다. 실상, 완전한 소멸이란 어림도 없는 바람임을 그때는 미처 몰랐다. 22p

‘시간을 견디며 나를 되찾는’다는 것, 결국 나 자신, 내 이야기와 거리를 두는 일이었다. 나만 이혼한 것이 아니라는 자각, 감당해 낼 몫만큼 내게 온 것이라 받아들였다. 어차피 생은 온통 감내해야 할 고통이자 상실이고 날마다 저지르는 과오이고 씻기지 않는 죄이며 구원도 없는 허망인 것이고 결국 혼자인 것이다. 혼자라는 것만큼 명징한 일은 없으니 누구도 이 사실을 흔들 수 없는 것이다. 51p

있을 자리란 어디인가. 안전한 곳. 나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곳. 비로소 뿌리가 내려지는 곳. 여기 아닌 다른 어딘가에 있어야만 할 것 같아서 마음이 부유하지 않는 곳. 타인의 자리를 질투하지 않는 곳. 혹시 더 나은 선택이 있었을까 봐 실체 모를 후회를 하지 않는 곳. 몸의 주파수와 맞는 곳. 정신이 멀리 도망가지 않아도 되는 곳. 주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나도 그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곳. 다른 사람의 상황에 맞춰 살게 된 장소가 아닌 나의 필요와 끌림에 따라 선택한 곳. 나를 괴롭게 하는 사람의 자장에서 벗어난 곳. 싫음으로부터 멀어지고, 좋은 것에 가까워지는 곳. 침범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곳. 나에게로 걸어 들어가는 곳. 그러면서 자연 가까운 곳. 96p

죽는 순간에 이 모든 것을 되돌아본다면 무엇이 가장 마지막에 남을까. 아마도 사랑.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 의식이 몸에 남아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가장 붙잡고 싶은 것은 사랑의 경험일 것이다. 그 외의 숱한 미움과 회한의 감정은 피식 웃음 한 번에도 사그라들 것만 같다. 타인의 평가, 내가 성취한 것들, 혹은 잃은 것 중 무엇이라도 마지막까지 품고 싶지 않다. 103p

밖에 나가 사회생활을 할 때는 멀쩡하게 기능할 수 있는데 가장 사적인 관계들로 돌아오면 한없이 고장 나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밖에서는 호인이고, 사교적이고, 꽤 괜찮은 사람일 뿐만 아니라 일도 곧잘 한다. 그러나 가정으로 돌아오면 이들의 사회적 지위는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가정에서는 그런 것들이 쓸모가 없다. 때문에 이들은 사회생활에 썼던 자아를 한 꺼풀 벗고 그저 친밀함을 주고받는 상태로

존재해야 하는데 이때 고장 난 부분이 드러난다.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능력이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114p

비옥해질 리 없는 땅에 서서 이것이 내 숙명임을 받아들이고 그래도 평생을 살아볼까. 그것도 가치 있을까. 그의 몸 없음을 버티며, 그의 몸의 부재를 내가 채워가며 결혼의 맹세를 지켜 살아낼까. 어쩌면 그것이 내 사랑일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을 박차고 나가도 다른 땅이 과연 있을까. 더 모진 땅으로 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나를 위한다는 게 뭘까. 혼자 힘으로 벌어서 먹고살고 아이를 책임질 수나 있을까. 나약하고, 체력도 약하고, 돈도 제대로 벌지 못하는데. 고통의 한가운데는 견디기엔 막막하고 벗어나기엔 암담한 자리다. 119p

나는 존엄을 지키고 싶었다. 동시에 나의 존엄은 상대가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자에게 나의 존엄을 의탁해서는 안 된다. 내 존엄은 오로지 나에게서 비롯된 행동을 통해서만 지킬 수 있다. 121p

누가 봐도 이혼할 만한 삶과 그 정도면 참고 살아야 할 삶이 따로 나누어져 있는 것 같다. 남편의 폭력이 없었다고 해서, 상대가 바람을 피우거나 도박을 하거나 빚을 잔뜩 지워 가정경제를 파탄 내지 않았다고 해서 나의 존엄이 무사했다고 할 수 없다. 그런 것들이 없는 삶이 행복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128p

더 이상 누구에게도 휩쓸려 가지 않고 나를 지킬 수 있다니 비로소 내 힘으로 땅에 발을 딛고 선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그 해방감이야말로 내가 진정으로 도달하고 싶었던 자리 중 하나였다. 151p

서울 한복판 아파트 단지의 삶과는 완연히 다른 환경. 서울에 고작 내 한 몸 누일 데라는 것이 이다지도 ‘고작’이구나, 보러 다니는 집마다 홀로서기의 현실을 여실히 맞닥뜨리게 했다. 혼자일 현실을 마주하는 건 내게 또 다른 고통이었다. 눈 딱 감고 그가 말하는 평범 속에 머물까, 잠시 흔들릴 만큼.

나는 그럴 때마다 단호해졌다. 그와 있는 집에서는 내 두 발, 그 한 뼘의 마음도 편히 딛지 못했으니까. 내 삶이 내 몫이 아니었으므로. 바깥이 아무리 또 다른 수렁일지라도 지금의 수렁에서 나를 먼저 건져내야 했다. 204p

그럼에도 기어코 나는 혼자 살고자 한다. 이제는 상황 핑계를 대며 대충 퉁치지 않으려 한다. 서글프고 어려워도, 어쩌면 처음으로 그런 내 삶을 온전히 맞닥뜨리려 한다. 나이의 십 자릿수가 바뀌어 가던 그 무렵, 자꾸만 이렇게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나의 마흔은 다를 것이다. 달라야만 한다'고. 205p

둘이어서 불행했던 나는, 평범이라는 세계에서 자꾸만 미끄러지던 나는, 그날을 두 발로 홀로 서는 데 기어이 ‘성공’한 날이라 여긴다. 행복을 위해서? 아니, 다만 나아지기 위해서. 그것으로도 완벽하게 충만했다. 212p

다만 그때보다 나아지고 싶었고, 지금 나는 나아지는 과정 안에 있다고 말했다. 너도 분명히 나아질 수 있다고, 네가 나쁜 사람이어서 나는 너와 헤어진 것이 아니라고. 우리가 함께여서 불행했지, 너는 너로서 충분히 좋은 사람이라고. 너는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날들을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나는 믿는다고 말했다. 진심이었다. 229p

혼자라서 행복한가. 글쎄. 아니면 불행한가. 그것도 글쎄. 함께일 때 자주 불행하고, 반짝 행복했고, 또 그보다 훨씬 더 숱한 날을 그럭저럭 살아왔듯. 지금도 혼자여서 신나고 또 외롭다. 행복하고 불행했다, 그보다 더 많은 날을 그냥저냥 살아간다. 다만 내 인생에 이는 수많은 파고에 대해 이제 누구의 잘잘못이니 따질 일이 줄었고, 내가 나를 감당하며 꾸역꾸역 살아간다. 232p

타인의 자비에 기대지 않고

내가 나를 감당하며,

그렇게 뚜벅뚜벅 살아간다

에세이 읽기가 누군가의 사적인 삶을 통해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라면, 이 책은 그 명제에 가장 충실한 경험을 준다.

평범한 행복을 구하며 시작한 결합이, 평범하지 못한 결론에 다다른 과정은 각자의 아주 개별적인 경험이지만 인간사의 보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평범한 행복을 갈구하다 자주 넘어지고 때로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지 않았던가. 그렇게 소란한

밤들을 지나 무릎을 툭툭 털고 일어나 각자의 적막한 시간을 뚜벅뚜벅 걷고 있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미술감독, 심리상담가, 에디터, 세 여자의 내면의 이야기, 〈잔나비를 듣다 울었다〉가 결혼과 이혼 그리고 ‘평범’을 가장한 다양한 삶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의 폭을 넓혀줄 수 있을 것이다. 잔나비를 듣다 울어본 당신들에게 바친다.

‘이 고통을 잊지 않기 위해 살아야겠다. 끝끝내 살아내야겠다.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회복이, 어떤 환희가, 어떤 명징함이 있는지 나는 그것을 기필코 알아야겠다.’

정은영


아무도 나에게 확신을 주지 못했지만, 나는 나를 구할 방법을 알 수 있었다. 남들이 생각하는 적당한 방법이 아니라 내가 생각한 방법으로 나를 구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내 안의 단단한 뼈대를 느꼈다. 그 심지가 땅속 깊이 연결되어 나를 세워주는 것 같았다.

생경


누군가의 평범이 실은 그 안에 얼마나 고된 버둥거림을 담보하고 있을지, 자주 상상했던 것 같다. 나는 비로소 세상 모든 부부와 가족이 존경스러웠다. 그 힘든 평범을 계속해서 해내고 있다니, 평범이란 과연 얼마나 비범한가.

성영주

작가정보

저자(글) 정은영

1972년생. 본업은 영화 미술감독. 어릴 적 꿈은 탐험가. 대학 시절, 전공보다 영화 동아리 활동을 더 열심히 했다. 스물일곱, 장편 상업영화 미술감독으로 데뷔했다. 영화미술의 길을 스스로 개척했다. 사람과 생의 이면을 헤아리는 일이었다. 한창 이름값 하던 때, 운명처럼 사랑에 빠졌고 3년 동거 후 결혼했다. 가족의 탄생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미지의 세계로 입장하는 일이었고 ‘인간탐구’의 심화 과정이었다. 수료에 13년 걸렸고 이혼했다. 다시, 원래대로 혼자다. 영화 외에 드라마, 뮤직비디오를 병행하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획자, 작가, 연출가 등으로도 활동 중이다. 대표작으로 〈처녀들의 저녁식사〉, 〈소름〉, 〈4인용 식탁〉, 〈광식이 동생 광태〉 등이 있다.

저자(글) 생경

1981년생. 상담자. 고통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의 내면에 있는 힘에 언제나 경외감을 느낀다. 시인의 산문집과 포크 음악, 만화책과 그림책, 아몬드 빼빼로, 해먹, 노을의 시간을 좋아한다. 세계 일주를 하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었는데 아직 못 했고, 기후 위기를 생각하면 이런 꿈을 가져도 되는지 모르겠다. 몸은 먼 곳을 떠돌지 못해도 마음은 어디든 갈 수 있다. 과하게 솔직한 어린이와 살고 있다. 쿨한 엄마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답답한 잔소리나 하는 구식 엄마인 것 같다. 어쩔 수 없지.

저자(글) 성영주

1982년생. 잡지기자로 오래 일했다. 결혼했고 이혼했다. 타인은 지옥이라고 말하면서 사람을 포기하지 못하는 모순파다. 생의 팔할을 술 마시고 글을 쓴다. 술 마시려고 운동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한다. 머리칼은 직접 자른다. 사시사철 노브라다. 서울 한복판에서 강원도 시골인 양 지낸다. 사회생활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야생처럼 산다. 여자들의 이야기가 여전히 세상에 부족하다고 느낀다. 글쓰기를 지속하는 이유다. 여자들이 더 좀 맘껏 씨부렸으면 좋겠다. 누가 듣기나 하겠냐고 묻는다면, 내가 듣겠다고 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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