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2025년 03월 05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3월 0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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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정보 ePUB (37.78MB) | 약 11.2만 자
- ISBN 9791193166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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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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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떠난 13년 동안, 삶의 의미와 행복의 길을 구했다. 히말라야, 태국, 프랑스 등지에서 마음 챙김을 배우고, 마더 테레사 하우스 등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달라이 라마, 틱낫한,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을 만나 직접 질문하고, 호스피스 교육을 받고 난 뒤 죽어가는 이들의 곁을 지키며 삶과 죽음을 사유했다. 대학원에서 심리상담을 전공하며 심리 이론과 치유법을 공부했다.
이렇게 배운 것을 ‘마음의 숲 가꾸기’, ‘소통캠프’, ‘라이프 리트릿’ 등의 프로그램으로 개발, 서울교대, 서울시교육지원청, 경기도교육청 평화교육원 등에서 수백여 회 강의를 통해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나왔다. 사람을 살리는 사랑의 힘을 깊이 체험하며, 이를 나누고자 현재는 떠났던 자리로 다시 돌아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우울에서 기쁨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단절에서 연결로 나아간 길에서, 마음껏 울고 웃으며 배우고 가르쳤던 순간들. 끊임없는 노력과 지극한 인내로 무장한 사랑의 이야기 37편.
1.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
젖은 마음을 말려주고 싶어서
원래 그런 아이는 없다
빛의 격려
선생님, 봄비는 청소기 같아요
질문을 한다는 건 사랑한다는 것
2. 상처가 꽃이 되는 순서
너는 돌멩이니, 씨앗이니?
가시에서 꽃으로
약점을 끌어안고 재능을 꽃피우기
어떻게 자신을 미워할 수 있나요?
선생님, 자존감이 뭐예요?
3. 히말라야로 간 선생님
선생님은 꿈이 뭐였어요?
돈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선생님, 죽고 싶어요
숨은 들이쉬는 만큼 내쉴 수 있다
헤어진 모습 이대로
4. 행복을 가르칠 수 있을까?
도착했네, 집이네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쌀 한 톨의 무게 재기
사계절, 매일의 기쁨 찾기
꽃들에게 희망을
5. 단절은 고통, 연결은 사랑
눈 맞춤의 기적
귀 움직일 수 있는 사람?
쓰다듬으며 괴롭히는 사람은 없다
선생님, 저희 아이가 ADHD라서요
선생님이 엄마였으면 좋겠어요
사랑은 아무나 하나
6. 두 번은 없다
마지막 남은 감자칩
문신을 새긴 할아버지의 죽음
희한한 선생님
너는 사라진다. 그러므로 아름답다
세상의 종말이 온다면
7.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선생님의 전국노래자랑 진출기
이것은 수업인가, 예술인가?
삶이 하나의 음악이라면
엉덩이에 사는 개구리
과학 수업 시간에 쓰는 시
삶은 사랑을 배우는 학교
맺음말. 사랑 후에 남는 것들
부록 1. 달리아 쌤의 달달한 수업 꿀팁
부록 2. 수업 참고 자료
부록 3. 인물 용어 소개
주
지독한 절망 속에서 나를 건져 올린 것은 그런 나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해 주며 ‘너만 그런 게 아니야’, ‘너는 너의 고통보다 큰 존재야’라는 걸 몸소 알려준 사람들이었다. -머리말(p.5)
아픔이 아픔을 안고, 외로움이 외로움을 달래고, 고통이 고통을 쓰다듬는 모습을 수없이 목격하면서 우리 사이에 흐르는 사랑의 힘을 실감했다. 일방적인 치유와 가르침은 없음을, 두 팔을 뻗어 다른 사람을 안는 것은 결국 나를 안는 일임을, 가르친다는 건 배우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머리말(p.7)
“달리아는 생명수를 찾으러 다녀온 바리데기 같네요.” -머리말(p.7)
한 송이 꽃이 피기까지, 한 그루의 나무가 자라기까지 햇빛의 격려와 땅의 지지와 바람의 위로와 비의 응원이 필요하듯, 때때로 무너지는 우리의 삶을 일으켜 주며, 어둠 속에서도 빛을 비춰주는 존재들이 있다. 나 역시 빛의 격려 덕분에 살아왔다. -‘빛의 격려’(p.28)
“만약 누군가가 너를 24시간 쫓아다니면서 감시하고, 평가하고, 판단하고, 그러면서 비난하고, 이래라저래라한다면 어떻겠니?” “숨이 막히겠지.” “생각만 해도 그렇지? 그런데 네 안에 그런 감시자가 있다는 건 알고 있니? -‘가시에서 꽃으로’(p.54)
“이럴 때일수록 자신을 소중히 돌봐주고, 안아주고, 사랑해 주세요. 꽃봉오리도 자신을 꼭 끌어안은 뒤에야 활짝 피어날 수 있잖아요. 달리아는 지금 꽃봉오리의 시간을 보내는 거예요.” -‘약점을 끌어안고 재능을 꽃피우기’(p.63)
그렇게 삶의 밑바닥까지 가고 나서 나를 존중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내가 나 자신을 존중하지 않고 하찮게 취급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존중해 주기를 바라는 건 성립될 수 없는 공식이었다. -‘선생님, 자존감이 뭐예요?’(p.75)
그렇게 돌고 돌아 떠나왔던 자리로 돌아왔다. 마치 동화 《파랑새》의 주인공처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빛을 제대로 보기 위해 내가 닿을 수 있는 가장 먼 곳까지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헤어진 모습 이대로’(p.104)
나는 단단히 속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공부를 잘하면, 그래서 좋은 대학에 가면 보장되어 있다던 행복은 거짓이었다. 대신 좋은 직장이나 결혼 등과 같은 또 다른 조건들이 더해졌다. 나는 혼란스럽고도 조급해져서, 무지개처럼 잡히지 않는 행복을 좇아 허겁지겁 뛰었다. 정해진 기준과 시간표를 이정표 삼아 좇아가면서, 남들보다 잘해야, 적어도 남들만큼은 해야 행복하다는 신념을 갖고 살았다. 그렇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더 높이 올라가려다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리고 우울증이라는 늪에 빠졌다. -‘도착했네, 집이네’(p.110)
요즘도 몸이 긴장되거나 마음이 조급해질 때면 이 말을 되뇐다. “도착했네, 집이네!” 그럴 때마다 몸과 마음이 이완되면서, 미소가 지어진다. 정말이지,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되찾아 주는 마법의 주문이 아닐 수 없다. -‘도착했네, 집이네’(p.116)
교실에서부터 우리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배운 아이들이, 쌀 한 톨에서 우주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아이들이, 세상 모든 것들이 서로 비스듬히 기대어 있다는 것을 아는 아이들이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갈 거라 믿으며, 오늘도 더 깊이 닻을 내리며 중심을 잡는다. -‘쌀 한 톨의 무게 재기’(pp.128~129)
그렇게 마음의 창인 눈으로 서로를 바라볼 때면 우리는 ‘우리 모두가 고통을 피하고 싶어 하고, 행복하고 싶어 한다’는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진실을 발견할 때, 우리는 오해를 넘어 이해를, 미움 대신 사랑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눈맞춤의 기적’(p.149)
바위가 부서져 흙이 되듯이, 낙엽이 부스러져 양분이 되듯이, 내 안에 자리 잡은 수많은 가짜 사랑들이 부서진 자리마다 진짜 사랑이 피어날 수 있기를, 내가 하는 말과 내가 쓰는 글과 내가 하는 행동이 사랑과 다름없기를 소망하며, 이 바람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새기기 위해 반성문이자 다짐문과도 같은 이 글을 쓴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p.183)
“승준이는 어떻게 그렇게 매일 행복해?” 승준이는 느리지만, 정확하게“제가 갑자기 세상이 깜깜해져서 다시는 누나랑 엄마, 아빠랑 친구들을 못 볼 줄 알았는데, 다시 깨어났어요. 모두 다시 봐서 행복하고, 언제 또 깜깜해질지 모르니까 지금 많이 봐요”라고 말하고선 이내 순수하고 해맑은 표정으로 웃었다. 승준이는 얼마 전에도 발작으로 잠시 의식을 잃어 응급실에 실려 가 정밀 검사를 받고 왔었다. 그렇게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아이가 짓는 눈부신 미소에, 나는 마치 쨍한 햇살 아래 투명하게 빛나는 삶의 얼굴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 남은 감자칩’(pp.187~188)
죽음 앞에서는, 누구라 할 것 없이 삶 속에서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가 숨길 수 없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 누구도 자신이 살아왔던 삶의 궤적을 숨길 수 없었다. -‘마지막 남은 감자칩’(p.198)
아이들은 고통과 행복, 슬픔과 기쁨,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모순과 혼란을 받아들이며 성장한다.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나서야, 우리는 밤과 낮처럼, 항상 죽음의 이면에서 빛나고 있는 지금이라는 눈부신 삶을 만나게 된다. 두 번은 없는 모든 삶의 순간들을. -‘너는 사라진다. 그러므로 아름답다’(p.209)
누군가 삶은 무대라고 했다. 나는 앞으로도 삶이라는 무대에서 내게 다가오는 어떤 역할이든 후회 없이 시도하고, 경험해 보고, 즐기며, 아낌없이 나눌 것이다. 세상에서 최고로 멋진 관객들이 늘 교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선생님의 전국노래자랑 진출기’(p.223)
몸과 마음 안에 박혀 있던 얼음 가시와 같은 상처가 녹아내리고, 몸과 마음의 흐름을 막고 있던 응어리가 빠져나간 자리에는 자연스럽게 사랑이 차오른다. 먹구름이 걷히면 그 뒤에서 늘 빛나고 있던 푸른 하늘과 햇살이 그 모습을 드러내듯이 깊은 연결 속에서 분리의 고통이 사라지는 순간, 빛이 터져 나온다. 나는 어둠을 가르고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볼 때처럼 감탄하며 그 순간을 바라본다. 오랜 시간 이를 목격하며 확신하게 되었다, 사랑은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 - ‘삶은 사랑을 배우는 학교’(pp.253~254)
사랑은 서로 따뜻하게 맞잡은 손이고, 부드러운 눈빛이고, 손길이며, 열려 있는 귀와 마음이라고. 그리고 서로를 행복하게 꽃피우는 말이고 행동이라고. 서로를 변화시키는 사랑은 눈에 보이고, 피부로 느껴지며,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임이 분명하다. 사랑의 힘을 체험하는 목격자로 살아가면서 나는 ‘삶은 사랑을 배우는 학교’라고 여기게 되었다. 살아가면서 그 어떤 과목보다 먼저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사랑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삶, 사람, 사랑이랑 단어가 이토록 닮았다. 사람이 사랑으로 빚어지는 것이 삶이라면 나는 이 삶을 더 깊이 끌어안으며 살아가고 싶다. 삶이 내게 보여준 사랑을 기억하고 전하며. -‘삶은 사랑을 배우는 학교’(p.255)
“실수와 실패에도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게 하는 책.” (이해인_수녀, 시인)
“달리아는 생명수를 찾으러 다녀온 바리데기 같네요.” (어딘 김현아_작가)
1
한 번뿐인 이 삶에서 우리가 진짜 배우고 가르쳐야 할 것은 무엇일까?
가르치던 학교를 떠나 지구 학교의 학생이 되어 길을 떠났다가,
이제는 돌아와 다시 아이들 앞에 선 어느 선생님의 행복한 공부, 특별한 수업 이야기
“선생님, 죽고 싶어요.” 저자가 열두 살 5학년 아이에게 들은 충격적인 말. 고통받는 건 그 아이만이 아니었다. 교실엔 틱장애, 우울증, ADHD 등으로 아파하는 아이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었다. 아픈 아이 뒤에는 아픈 부모, 아픈 사회가 있었다. 그 고통이 너무나 커서 저자도 함께 휩쓸려 버리는 듯했다. 괴로움은 갈수록 커지는데 아이들을 안고서 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았다. 선생님은 곧잘 무기력해지고 소진되었다.
‘어떻게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선생님은 12년 동안 히말라야에서 동굴 수행을 한 영국 출신 비구니 텐진 빠모 스님의 이야기를 접하고서, 학교와 집을 떠나 길을 나선다. 고통에 빠진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먼저 고통에서 벗어나는 법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더 이상 슬퍼하고만 있지 않겠다고, 아이들과 함께 눈물 흘리던 날을 넘어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겠다고 다짐하면서.
나는 출가를 해서라도 고통의 끝을 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다음 날엔 서울 성북동에 있는 길상사에 가서 밤새 삼천 배를 하며 각오를 다졌다. 다리는 후들거렸지만 마음은 단단해졌다. 부모님의 허락을 구한 뒤 학교에 사표를 썼다. 더 이상 필요 없을 소지품 대부분과 옷들도 기부했다. 가르치던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이 지구별 학교의 학생이 되어 더 많이 배우고 오겠다고 했다. 아이들은 그런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 주었다. (98쪽)
그렇게 학교를 떠난 13년 동안, 저자는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삶의 의미와 존재의 참모습, 행복의 길에 대한 답을 구했다. 히말라야, 태국, 프랑스에 있는 명상센터와 평화공동체를 찾아다니며 마음챙김 수행을 하고, 인도 콜카타의 마더 테레사 하우스나 꽃동네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달라이 라마, 틱낫한, 텐진 빠모,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책에서 보던 사람들을 만나 직접 질문하고, 호스피스 교육을 받고 난 후 죽어가는 이들의 곁을 지키며 삶과 죽음에 대해 사유했다. 대학원에서 심리상담을 전공하면서 다양한 심리 이론과 치유 기법을 공부하고, 교회에서 제자 훈련을 받고 매일 말씀을 읽으며 기도를 했다.
이렇게 배운 것들을 일상에서 체화하고 실천하고자 ‘마음의 숲 가꾸기’, ‘모든 꽃은 다 아름답다’, ‘소통캠프’, ‘라이프 리트릿’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했다. 서울교대, 서울시교육청, 경기도교육청 평화교육원, 환경재단, 문화공간 숨도, 스페이스 살림 등에서 수백여 회의 강의를 통해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나며 공부한 것을 나누었다.
이를 통해 아픔이 아픔을 안고, 외로움이 외로움을 달래고, 고통이 고통을 쓰다듬는 모습을 수없이 목격하면서 우리 사이에 흐르는 사랑의 힘을 실감했다. 일방적인 치유와 가르침은 없음을, 두 팔을 뻗어 다른 사람을 안는 것은 결국 나를 안는 일임을, 가르친다는 건 배우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7쪽)
스스로 우울을 넘어 사랑으로, 고통을 넘어 자유로 나아가는 성장의 여정을 거쳐, 마침내 삶에서 잊지 않고 지켜가야 할 것들을 직접 개발한 강의와 프로그램을 통해 전하던 저자는 이제, 떠났던 자리로 돌아와 다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삶이 자신에게 건네준 무수한 사랑을 잊지 않고 전하기 위해. 그렇게 돌고 돌아 떠나왔던 자리로 다시 돌아온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동화 《파랑새》의 주인공처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빛을 제대로 보기 위해, 내가 닿을 수 있는 가장 먼 곳까지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시 학교에 돌아온 뒤에는 세상 속의 다양한 경험과 만남을 통해 배운 것들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더 잘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104~105쪽)
이 책은 한 번뿐인 이 삶에서 우리가 진정 배우고 가르쳐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길을 나섰던 선생님이, 그 여정에서 질문하고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길에서 배운 것들을 다시 어떻게 나누고 있고, 또다시 그 과정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워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2
우울에서 웃음, 죽음에서 삶,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간 과정.
자신이 겪고 있던 고통을 사랑으로 바꾸어준 연결의 힘에 대하여.
“두 팔을 뻗어 다른 사람을 안는 것은 나를 안는 일이 됩니다.”
저자 자신 또한 과거에 극심한 마음의 병을 앓았다. 학창 시절, 시험 전날이면 매번 울었다. 시험을 못 볼까 봐 두려워서, 성적이 잘 나왔을 때는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늘 불안했다. 성적으로 등급이 정해지다 보니, 실수 하나에도 벌벌 떨었다. 원하던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았던 대학 입시의 실패는 삶의 실패처럼 생각되었다. 그리고 대학 시절, 깊은 우울증에 빠져 간신히 숨만 쉬며 살았다.
그러다 인도 다람살라로 갔다.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하는 달라이 라마라는 사람이 궁금해서.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난 한 티베트 스님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다. “어떻게 자신을 미워할 수 있나요?”
“사실 저는 여기 오기 전에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어요.” “우울증이 뭐예요?”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병이에요. 그리고 우울한 감정이 이어지면서 모든 것이 힘들어지는 병이에요.” “가엾어라.” 스님은 고개를 젓고 혀를 차며 내 설명을 들었다. 이어지는 스님의 질문은 한동안 나를 멍하게 했다.
“어떻게 자신을 미워할 수 있나요?” 갑자기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스님은 티베트에는 ‘자책’이나 ‘죄책감’이라는 단어가 없다고 했다. (69~70쪽)
스스로를 괴물처럼 끔찍하다고 여겼고, 다시는 평범한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처럼 생각되던 절망의 시절. 자신을 건져 올린 것은 자신의 아픔에 공감해 주며 ‘너만 그런 게 아니야’, ‘너는 너의 고통보다 큰 존재야’라는 걸 알려준 사람들이었다. 오갈 곳 없던 저자를 먹여주고 재워주었던 낯선 이들이었다.
낯선 곳에서 며칠을 지내던 어느 늦은 밤, 거실에 나갔다가 그녀를 만났다. 차를 마시러 나왔다며 내게도 한 잔 마시겠느냐고 물었다. 물이 끓고, 건네받은 허브차를 마시는데,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결혼과 가정폭력, 이혼, 그리고 그 이후로 떨칠 수 없는 두려움 때문에 몸에서 호신용 무기를 내려놓을 수 없었던 커다란 공포…. 불안과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고 약도 먹어가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근황 등 자신의 고통과 치유의 날들을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가만히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내 안의 어둠 사이로 작은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눈앞에 있는 분이 그저 자신의 고통을 솔직하게 풀어놓았을 뿐인데, 바위처럼 딱딱했던 내 안의 고통이 건드려지고 헤쳐지면서, 그 틈으로 가느다란 빛이 새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나를 제외한 세상 모든 사람들은 다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녀를 통해 나만 아프고, 힘든 것이 아님을 보게 되었다.
우리의 고통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느끼게 되었다. 고통의 연대 속에서 비로소 막혀 있던 숨을 내뱉고 다시 새 숨을 들이쉴 수 있었다. 그 연결은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치유의 길을 걷게 했다. (84쪽)
힘든 상황에서 스스로가 부족하게 느껴져서 잔뜩 움츠러들어 있을 때는, 노르웨이에서 안무가로 활동하는 배규자 님이 해주신 “이럴 때일수록 자신을 소중히 돌봐주고, 안아주고, 사랑해주세요. 꽃봉오리도 자신을 꼭 끌어안은 뒤에야 활짝 피어날 수 있잖아요. 달리아는 지금 꽃봉오리의 시간을 보내는 거예요”(63쪽)라는 말이, 우울과 자책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날엔, 하와이 코나섬에 살고 있는 수가 님의 “삶이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6쪽)라는 말이 힘든 가슴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어 주었다. 저자는 말한다.
한 송이 꽃이 피기까지, 한 그루의 나무가 자라기까지 햇빛의 격려와 땅의 지지와 바람의 위로와 비의 응원이 필요하듯, 때때로 무너지는 우리의 삶을 일으켜 주며, 어둠 속에서도 빛을 비춰주는 존재들이 있다. 나 역시 빛의 격려 덕분에 살아왔다. (28쪽)
그리고 이렇게 받은 위로와 치유의 경험을 다시 자신이 만나는 모든 이들과 나누기 위해 저자는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이 삶에서 더욱 열심히 사랑할 것을 계획하고 실천하고 있다.
3
“달리아는 생명수를 찾으러 다녀온 바리데기 같네요.”(어딘 김현아_작가)
“실수와 실패에도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게 하는 책.”(이해인_수녀, 시인)
당신은 당신의 고통보다 큰 존재이다. 끊임없는 노력과 지극한 인내로 무장한 사랑의 이야기 37편
자신을 위해서도, 아이들을 위해서도 ‘우리가 진정 무엇을 배우고 가르쳐야 하는지’를 제대로 경험하고 깨닫고 싶었던 저자가 집을 떠나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인도 북부 히말라야산맥에 있는 텐진 빠모 스님의 비구니 사원. 인도 델리까지 경유 포함 10시간 정도 비행한 뒤, 버스로 12시간을 이동하고, 다시 1~2시간 택시를 타고 더 들어가야 하는 길이었다. 높고 험한 산길을 거쳐 도착한 사원의 작은 방. “어떻게 이 먼 곳까지 왔니?”라는 스님의 질문에, 저자는 자신이 느껴온 아이들의 아픔과 세상의 고통에 압도당했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말하면서도 계속 눈물이 났고, 여러 이야기를 쏟아내느라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두 눈을 깊이 바라보며 이야기를 경청하시던 스님은 내 이야기가 끝나자, “숨을 쉬어보렴” 하고 말했다. 그 말씀에 따라 숨을 쉬는 것에만 집중해 보았다. 단숨에 많은 이야기를 이어가느라 얕고 빠르게 드나들던 숨이 점점 깊어지고 느려졌다. “우리는 숨을 들이쉬는 만큼만 내쉴 수 있지.” 순간, 온몸으로 그 말씀의 의미가 느껴졌다. 들숨과 날숨의 주고받는 균형처럼, 내가 사랑으로 가득할 때 비로소 누군가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 마치 종소리의 파동처럼 밀려왔다. (100쪽)
이후 저자는 스님의 말씀에 따라 몇 년에 걸쳐서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몇 달씩 근처 명상센터에 머물며 스님의 법문을 듣기도 하고, 여러 티베트 스승들로부터 다른 존재의 고통을 들이마시고, 다시 내쉬는 통렌수행법 등 다양한 명상을 익힌다. 태국 치앙마이 근처 숲속에 있는 위파사나 명상센터에서는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해서 세상의 모든 존재들로 사랑을 확장해 가는 메타수행법 등을 배운다.
“만약 누군가가 너를 24시간 쫓아다니면서 감시하고, 평가하고, 판단하고, 그러면서 비난하고, 이래라저래라한다면 어떻겠니?”
“숨이 막히겠지.”
“생각만 해도 그렇지? 그런데 네 안에 그런 감시자가 있다는 건 알고 있니?”
…
“‘내가 건강하고 행복하고 평안하기를’이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진심으로 건네봐” 나는 눈을 감고 천천히 깊은 호흡을 한 번 하고 난 뒤 나 자신을 향해 나지막히 말을 건넸다. “내가 건강하고 행복하고 평안하기를.” 낯설고 어색했지만, 내 안의 깊은 곳에서 평화가 느껴지고 기쁨이 움터오는 것 같았다. (54~55쪽)
저자가 사랑을 실천하고 나누며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거창한 목적을 가지고 도착한 인도 콜카타의 ‘마더 테레사 하우스’. 거동도 못하는 환자들이 의자에 앉아 고통에 잠긴 신음을 내고 있고, 눈ㆍ코ㆍ입조차 알 수 없을 만큼 얼굴이 녹아내린 환자와 머릿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환자들을 접한 순간 저자는 도망치고 싶은 마음부터 들었다. 그렇지만 봉사자로 온 자신을 위로하고 돕는 환자들, 그리고 환자들 사이를 분주히 오가는 수도자들과 봉사자들을 보면서 진정한 사랑의 힘을 느끼고 변화해 간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뒤 온 얼굴이 일그러져서 눈ㆍ코ㆍ입이 거의 사라진 한 여자분이 두 손으로 내 얼굴과 몸을 더듬어 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는 놀랍고도 반가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고 부르며 서로의 안부를 붇고,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채워주면서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었다. (181~182쪽)
그리고 틱낫한 스님이 이끄는 평화공동체 플럼 빌리지에서의 공부와 수행.
문득, 언젠가 들었던 “달리기를 멈추는 순간, 도착했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내 안에서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속력으로 달리던 발걸음을 멈춘 자리에서는, 창밖에서부터 나를 비추고 있는 햇살이, 내가 딛고 있는 땅의 단단함이, 나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그 바람에 실려 오는 향기가 느껴졌다. 그것은 내가 살아 있다는 감각이었다. (113쪽)
저자는 배움의 길을 떠나, 분리에서 연결로, 아픔에서 기쁨으로, 고통에서 자유로, “우울의 늪”에서 “웃음꽃 선생님”으로 다시 태어나는 성장의 여정을 거쳐 떠났던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스스로 질문했던 ‘한 번뿐인 삶에서 우리가 진짜로 배우고 가르쳐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깨달음과 공부를 삶과 교실에 적용하고 있다. 그리고 가르치면서 또 배운다.
“승준이는 어떻게 그렇게 매일 행복해?” 승준이는 느리지만 정확하게 “제가 갑자기 세상이 깜깜해져서 다시는 누나랑 엄마, 아빠랑 친구들을 못 볼 줄 알았는데, 다시 깨어났어요. 모두 다시 봐서 행복하고, 언제 또 깜깜해질지 모르니까 지금 많이 봐요”라고 말하고선 이내 순수하고 해맑은 표정으로 웃었다. 승준이는 얼마 전에도 잠시 의식을 잃어 응급실에 실려 가 정밀 검사를 받고 왔었다. 그렇게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아이가 짓는 눈부신 미소에, 나는 마치 쨍한 햇살 아래 투명하게 빛나는 삶의 얼굴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187~188쪽)
그 뒤로 4년여 동안 매일 난치병 아이들을 가르치며, 나는 몇 명의 아이들을 더 하늘나라로 보냈다. 그래서인지 나의 모든 수업이 누군가의 생에서 마지막 수업이 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수업을 하게 되었다. 한없이 밝고 맑은 얼굴로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습관적으로 대충 편하게 살려고 하는 마음이 각성되었다. 아이들은 매 순간 나를 더 깨어나게 하고, 가치 있게 살도록 이끌어 주는 스승들이기도 했다. 그만큼 더 진심을 담아 아이들의 가슴에 닿을 수 있는 수업을 하며, 오래도록 “희한한 선생님”으로 남고 싶었다. (203~204쪽)
아이들은 늘 작은 쪽지나 편지, 정성껏 접은 색종이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두 팔을 벌려 나를 안아주었고, 밝게 웃으며 나의 말을 경청했다. 순수하고 용감하게 사랑을 나눠주는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기에, 삶이 나를 사랑하고 있음을 잊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 아이들과 삶의 의미와 세상의 신비를 나누고 싶어서,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자, 여러 길을 찾아 나섰다. 그 길에서 만나온 아이들의 굳어 있던 표정에 다시 미소가 번지고, 구부정한 몸이 곧게 펴지고, 눈에서 다시 빛이 반짝일 때마다 나는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 벅차게 감사했다. (256쪽)
4
“나를 살린 사랑으로 너를 꽃피울 수 있다면.”
아픔이 아픔을 안고, 외로움이 외로움을 달래고, 고통이 고통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애썼어. 수고했어. 잘해왔어. 괜찮아.”
이렇게 긴 배움의 길을 돌고 돌아 다시 떠났던 자리로 돌아온 선생님의 수업은 특별하다.
질문을 한다는 건 관심이 있다는 것, 많은 질문을 던진다.
교사로서 아이들을 만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바로 이 ‘질문하는 힘’,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용기’를 길러주는 것이다. 그래서 첫 수업부터 아이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수업 과목이나 주제와 연결해서, “나는 무엇인지?” “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옷 스타일은 무엇인지?”…. 때로는 추상적으로, 때로는 구체적으로, 크고 작은 질문들을 던진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과제도 내준다. “내 주변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무엇인가?” (35~36쪽)
때론 아이들에게 씨앗이 되어보자고 한다.
몸을 동그랗게 웅크려 작게 만들고서, 껍질에 싸인 채 흙 속에 묻혀있는 상상을 해보는 것이다. 교실의 전등을 모두 끄고 블라인드도 내려 깜깜한 분위기를 연출한 뒤, 아이들에게 직접 쓴 짧은 동화를 읽어주며 상상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 수 있도록 안내한다. (43쪽)
쌀 한 톨의 무게를 묻고
그제야 아이들은 “아~” 하면서,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차원에서 쌀 한 톨을 다시 바라본다. 집중해서 마지막까지 노래를 감상하던 한 아이는 쌀 한 톨을 들고 있던 손바닥을 책상 아래 바닥까지 툭 떨어뜨리며 말한다.
“와, 우주 무겁다! 갑자기 쌀이 무거워졌어요.” (124쪽)
듣기 훈련을 하고, 교실로 계절을 초대한다.
평소에 잘 듣지 못하는 작고 미세한 소리까지 듣기 위해서, 나는 아이들과 함께 ‘경청을 위한 준비’를 한다. …듣기는 모든 대화의 시작이고 끝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능력이다. 하지만 평소에 너무나 많은 미디어와 자극에 노출되다 보면 집중력이 분산돼서 주의 깊게 듣는 게 힘들어진다. 나는 아이들과 단계를 나눠서 마치 게임을 하듯이 듣기를 연습하고 훈련한다. (152~153쪽)
계절마다 운동장에 나가 계절의 변화를 느껴보기도 하고, 꽃이나 단풍 등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자연물로 교실을 꾸미기도 하고, 계절에 관한 그림책과 시를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그리는 활동을 하면서 교실 안으로 계절을 초대한다. (134쪽)
수업에는 웃음과 재미가 함께한다.
아이들에게 주의집중과 경청에 대해 가르칠 때면 나는 비장의 무기를 꺼낸다. 그것은 바로 코끼리처럼 내 귀를 움직이는 것. 분위기를 잡고서 귀를 움직이기 시작하면, 아이들이 한순간에 조용해진다. 모두의 시선이 내 귀의 움직임에 집중한다. “우와! 신기하다.”
탄성이 나올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나는 마치 초능력을 가진 사람인 양 의기양양하게 그 비법(?)을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비밀스레 알려 준다. “선생님이 다른 사람의 말을 꾸준히 경청했더니, 귀 근육이 발달해서 귀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그런데 가끔 복병이 있다. “선생님, 저도 귀 움직여요!”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드는데, 아뿔싸, 살짝 우쭐거리는 듯 귀를 펄럭거리는 아이가 하필 평소 그 반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의 말을 가장 안 듣는 아이였다. 나는 속으로 약간 움찔하며, ‘이런 변수를 어떻게 설명하지’를 고민하는데, 다른 한 아이가 또 번쩍 손을 들더니 말한다. “선생님, 저는 두피가 움직여요!” 그 아이는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피가 움직이는 것을 보여준다. 눈썹이 오르내리며 머리카락 전체가 덜렁덜렁거리는 모습에, 한 차례 파도와 같은 시원한 웃음소리가 교실 전체로 밀려온다. (151~152쪽)
과학 수업 시간에 시를 읽고 쓴다.
과학 수업 시간에 시를 써 보았던 아이들도 그 경험을 통해 무한한 우주 속에서 우리가 살아 있다는 신비를, 기적 같은 확률로 만나서 삶을 나누고 있다는 이 경이로움을 더 깊이,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내게도 무척 의미 있었던 수업을 정리하며 이 글을 쓰는 지금, “우리처럼 작은 존재가 이 광대함을 견디는 방법은 오직 사랑뿐이다”라고 한 칼 세이건의 말이 보름달처럼 환하게 마음을 밝혀 준다.(247~248쪽)
전국노래자랑 출신 선생님의 노하우도 등장한다.
그 뒤로 나는 수업이나 강의를 할 때 종종 분위기를 띄우거나 전환하고 싶을 때면, “전국~”이라고, 무대에서 뵈었던 송해 선생님의 뉘앙스를 살려 외친다. 그러면 학생들이나 청중들은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장단을 맞춘다(국민 장수 프로그램의 위력이 이렇게나 세다). “노래자랑~ 빰 빠빠 빠빠 빠빠~ 빠라빠라 빠라빠라 빰빰~.”
수업을 할 때는 그 뒤에 같은 리듬으로 한 마디 더 붙인다. “재미있는~” “수업시간~”
때때로 더 신나게 수업을 하고 싶은 날이면, 가수 송대관의 ‘분위기 좋고’ 앞부분의 노래와 후렴을 주거니 받거니 부르기도 한다. “분위기 좋고(나), 좋고(학생들)!” “느낌이 와요(나), 와요(학생들)!” “준비는 됐어(나), 됐어(학생들)!” “오메 조은 거(다 같이)”
그럴 때면 조는 학생들이 한 명도 없다. 무슨 마법 주문처럼, 내가 전국노래자랑 진출 썰을 풀면서 구호를 외칠 때면, 평소 엎드려만 있던 아이들도 어딘가에 홀린 듯, 마치 ‘우정의 무대’ 관객석에 앉아 있는 장병들처럼 바른 자세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서 눈을 반짝이며 ‘칼 박자’로 후렴구를 부른다. (221~222쪽)
아이들은 저자의 수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지금까지 이런 수업은 없었다! 이것은 수업인가, 예술인가?”(224쪽), “선생님의 미술 시간은 철학 시간 같기도 해요.”(230쪽), “와, 온 세상이 음악이네요!”(232쪽) “하여튼 선생님은 제가 지금까지 만난 선생님 중에 가장 희한한 선생님이세요.”(202쪽)…
저자는 “교실이라는 무대에서 때론 사회자가, 때론 가수가, 때론 배우가, 때론 이야기 할머니가 된다.” 아이들은 저자가 “어떤 모습이더라도, 때론 서툴러도, 노래를 잘하지 못해도 누구보다 열렬히 호응하고 웃으며 환호해 준다.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마음을 맞추며, 함께 웃고, 함께 우는 그 순간들이 참 행복하다.”(223쪽)라고 말한다.
배움과 가르침의 여정에서 서로를 변화시키는 사랑을 스스로 체험하고 수없이 목격해온 저자는 “삶은 사랑을 배우는 학교”라고 여기게 되었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그 어떤 과목보다 먼저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사랑”(254쪽)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우리가 학교에서 진짜 가르쳐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필수로 가르쳐야 할 게 있다면, 자신의 존재가 그 자체로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 날마다 배우고 연습한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와 너를 소중하게 돌보고, 사랑하고, 존중하기 위하여. (76~77쪽)
[참고 자료] 저자의 죽음에 대한 공부와 수업
결국 모든 것이 죽지 않는가, 그것도 너무 빨리. 단 한 번뿐인 삶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저자는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하며 여러 사람들의 죽음을 마주했다. 4년간 난치병 아이를 가르치며 큰 고통과 아픔 속에서도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는 아이들을 통해 생명의 힘을 느꼈다. 그를 통해 죽음 앞의 삶의 의미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사유한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어떻게 죽음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말한다.
호스피스 실습 기간, 그리고 이후의 봉사활동에서 나는 여러 사람의 죽음을 지켜보게 되었다. 어떤 이는 그저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차갑게 식어가기도 했고, 어떤 이는 매우 평화롭고 고요하게 떠나기도 했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라 할 것 없이 삶 속에서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가 숨길 수 없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 누구도 자신이 살아왔던 삶의 궤적을 숨길 수 없었다. (198쪽)
그 뒤로 4년여 동안 매일 난치병 아이들을 가르치며, 나는 몇 명의 아이들을 더 하늘나라로 보냈다. 그래서인지 나의 모든 수업이 누군가의 생에서 마지막 수업이 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수업을 하게 되었다. 한없이 밝고 맑은 얼굴로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습관적으로 대충 편하게 살려고 하는 마음이 각성되었다. 아이들은 매 순간 나를 더 깨어나게 하고, 가치 있게 살도록 이끌어 주는 스승들이기도 했다. 그만큼 더 진심을 담아 아이들의 가슴에 닿을 수 있는 수업을 하며, 오래도록 “희한한 선생님”으로 남고 싶었다. (203~204쪽)
영원히 오지 않을 일처럼 죽음을 금기시하고 숨기는 것은 오히려 두려움과 불안을 키우는 일이다. 우리가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모든 순간이 더욱 소중해진다. 그리고 죽음을 자각할 때 비로소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아이들에게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여러 자료를 통해 자연스럽게 죽음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죽음을 소재로 한 좋은 그림책이나 작품들을 함께 읽고 느낀 점을 나누거나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주변의 죽음, 그리고 죽음 자체에 대한 생각을 글로 적어 보는 활동도 할 수 있다. 아이들은 고통과 행복, 슬픔과 기쁨,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모순과 혼란을 받아들이며 성장한다.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나서야, 우리는 밤과 낮처럼, 항상 죽음의 이면에서 빛나고 있는 지금이라는 눈부신 삶을 만나게 된다. 두 번은 없는 모든 삶의 순간들을. (208~209쪽)
작가정보

‘목숨이 아홉 개인 고양이’처럼 여러 번 거듭나는 삶을 살아왔다. 우울증을 극복하고 교사가 된 후, 교실에서 과거의 자신처럼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만나며, 행복하기 위해 열심히 사는 우리가 왜 이토록 불행한지 고민하였다. 우리가 진정으로 배우고 가르쳐야 할 것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학교를 떠나 히말라야, 플럼 빌리지, 마더 테레사 하우스, 호스피스 병동 등에서 마음챙김, 삶과 죽음, 사랑과 행복에 대해 배웠다. 대학원에서 심리상담을 전공하면서 심리 이론과 치유 기법을 공부하고, 교회에서 제자 훈련을 받았다.
배운 것을 익히고, 실천하며 ‘마음의 숲 가꾸기’, ‘모든 꽃은 다 아름답다’, ‘소통캠프’, ‘라이프 리트릿’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13년 동안 서울교대, 서울시교육청, 경기도교육청 평화교육원, 환경재단, 문화공간 숨도, 스페이스 살림 등에서 수백여 회의 강의를 통해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나왔다.
‘당신의 마음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라는 꽃말을 지닌 달리아를 좋아해서 ‘달리아 쌤’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으며, 학생들은 “웃음꽃 선생님”이라 부르기도 한다. 전국노래자랑 출연, KBS 다큐멘터리 제작 참여, 공감교육센터 ‘따비’ 대표, 유튜브 ‘달리아 스쿨’ 운영, 작사 등 다양한 도전을 즐기며, 현재는 다시 떠났던 자리로 돌아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삶이 건네준 무수한 사랑을 잊지 않고 전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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