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헤맨 그 끝에는
2025년 01월 2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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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152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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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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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인물들은 가족의 부재나 무책임, 혹은 스스로 감당해야만 했던 가난과 상실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외로운 선택을 거듭하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그렇지만 관계 맺기에 실패하거나 애써 외면했던 상처가 결국 자아와 결핍을 마주하게 하고, 부디 스스로를 지켜내고 싶은 마음이 끝내 작은 희망으로 이어진다.
이 소설집은 어두운 밤과 같았던 시간들 속에서도 희미하게 남아 있는 온기와 책임의 가능성을 정직하게 그려 낸다. 삶의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에게 '세상이 제각각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작게 속삭이듯, 누군가를 향한 손길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가만히 되묻는 작품들이다. 힘겹게라도 한 발을 내딛는 인물들의 모습이, 곱씹을수록 단단해지는 여운으로 다가올 것이다.
전형적인 일
모두가 같다는 것
한참 동안 차는 출발하지 못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아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유치원에서만 해도 유준은 집으로 가는 길을 분명하게 안다고 했다. 그러나 차에 탄 유준은 한 마디 제대로 완성하지 못하고, 말끝을 흐리거나 단어만 떠듬떠듬 내뱉을 뿐이었다. 밤이라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가……, 길에 뭐가 있는지 봐야 하는데…… 같은 식으로. 큰 눈을 이리저리 굴려대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답답했다.
은수가 누군가를 차에 태우는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유준일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다. 유준은 시트에 발을 올린 채, 발가락을 신나게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은수는 그 조그만 발가락이 귀엽기도, 얄밉기도 했다.
한참 동안 차는 출발하지 못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아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유치원에서만 해도 유준은 집으로 가는 길을 분명하게 안다고 했다. 그러나 차에 탄 유준은 한 마디 제대로 완성하지 못하고, 말끝을 흐리거나 단어만 떠듬떠듬 내뱉을 뿐이었다. 밤이라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가……, 길에 뭐가 있는지 봐야 하는데…… 같은 식으로. 큰 눈을 이리저리 굴려대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답답했다. 은수가 유치원 선생님 생활을 한 6개월 동안, 부모님이 밤 10시까지 아이를 데리러 오지 않은 경우는 처음이었다. 경력이 고작 6개월이어서인지 아니면 지금 상황이 생소한 일인지, 은수는 분간하지 못했다. 여섯 살짜리 애가 집까지 가는 길을 완벽하게 알 리가 없는데, 유준의 말을 믿은 게 잘못인 걸까. 은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았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유준의 말을 믿고 움직이는 방법밖에 없었으니까.
“아빠는 제일 먼저 차를 드르릉거리게 했어요.”
“시동? 그건 출발하기 전에 하면 돼.”
“음, 그러면 다음에는 안전띠를 맸는지 확인했어요.”
“또 다음엔?”
“앞으로 쭉 갔어요.”
“그러면 선생님도 일단 앞으로 쭉 갈까?”
유준은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고 은수는 시동을 켰다. 그러니까 유준의 말대로라면 차를 드르릉거리게 했다. 막상 출발하고 나니 유준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계속 말했다. 은수는 앞으로 쭉 가다가, 유준이 이쪽이라 하면 유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대로 좌회전했다가, 또 앞으로 쭉 가다가, 유준이 잘못 말한 것 같다고 하면 유턴을 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유준의 집으로 향했다. 출발 전 한참을 뜸 들인 거에 비해서 순탄하게 이동했다. 그래서 은수는 불안했다. 너무 순탄해서. 은수가 한숨을 쉬자 유준의 몸은 깜짝 놀란 듯 경직되었다. 은수는 그것을 알았지만, 굳이 그런 유준에게 괜찮다는 식의 말을 하진 않았다. 아니, 달랠 여유가 없었다. 얼른 유준을 집에 데려다주고 자신도 집으로 가 쉬고 싶었다. 그 와중에도 유준의 발가락은 끊임없이 꿈틀거렸다. 이제는 귀엽지 않고 얄밉기만 했다.
유준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해, 늦게까지 여는 카페를 찾았다. 유준이 화장실을 다녀오는 동안, 은수는 자신의 아메리카노 한 잔과 쇼케이스에 진열되어있는 뽀로로 음료를 하나 샀다. 유준이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은수는 유준의 조그만 손을 움켜쥐고 바깥으로 나섰다. 그러고는 다시 차에 탔다. 이들은 이십 분째 동네를 빙빙 돌고 있었다. 설상가상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밤은 유독 어두웠고 굵은 빗줄기가 차창을 거세게 때려댔다. 유준은 빗소리를 무서워했다. 무언가를 때릴 때 나는 소리 같아서. 그러나 은수는 그것을 몰랐고, 유준이 옆에서 미세하게 떨고 있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
은수는 또 차에 타고 나서 한참 동안 출발하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상황은 잘못되었다. 유준이 아직도 자신과 함께 있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부원장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원장 선생님은 유치원 내에서 은수를 가장 잘 챙겨주는 사람이었다.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은수에게 유치원에서 있던 사례들을 많이 말해주는 사람이기도 했다. 다행히 선생님은 전화를 받았다. 은수가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동안 유준은 뽀로로 음료수만 열심히 마시고 있었다. 아니, 조금의 틈 사이로 열심히 빨아 먹고 있었다. 그러다 입술이 끼어, 은수에게 도와달라는 듯이 툭툭 치기도 했다.
“유준이네가 이사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유준이는 유치원 차를 타지도 않고, 유준 아버님이 주소를 알려주지도 않아서…….”
은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원장님은 그 사람은 대체 왜 그런다니?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은수는 혹시나 유준이 들었을까 싶어 힐끔 쳐다봤지만, 유준은 여전히 음료를 마시는 데만 열중하고 있었다. 어차피 유준은 전화 내용을 잘 알지도 못하고 이해도 못할 거라고, 은수는 생각했다. 부원장님은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해줬다. 차에서 밤새는 한이 있더라도 집에는 데려가지 말고, 차라리 피곤하면 유치원에 데려가라.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서 유준의 아빠에게 끊임없이 재촉 문자를 남기고, 꼭 CCTV 있는 곳에서만 유준을 데리고 있으라고. 유치원에 버린 건 아니겠지? 부원장님은 그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었고, 은수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출발하기 전에 유준의 아빠에게 문자를 두 통 더 보냈다. 이로써 총 열 통,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은수는 생각했다.
은수가 큰길로 나갈 때까지 유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채원의 소설집 『한참을 헤맨 그 끝에는』은 세 편의 단편을 통해 가족과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결핍과 그로 인한 불안, 그리고 그 틈새로 스며드는 미묘한 가능성을 조명한다. 표제작 「한참을 헤맨 그 끝에는」에서는 유치원 교사가 밤늦도록 부모가 오지 않는 아이를 집에 데려다주려고 애쓰다 길을 잃어버리는 상황이 펼쳐진다. 차 안에서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목적지를 향해 계속해서 “앞으로 쭉 가야 해”라고 말하는 아이의 모습은, 사실 현실에 발붙이지 못한 채 방황하는 청춘의 내면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제때 해결되지 않는 고독, 과연 ‘어디로 가야 할지’ 스스로도 확신이 없는 아이와 교사의 동행은, 현대인의 상실감과 막연한 책임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두 번째 이야기 「전형적인 일」에서 주인공 윤은 집이 없어 거리와 24시간 카페를 전전하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누려본 적 없는 윤은 노숙 생활을 자발적이라 여기는 동시에, 그 뒤편의 상처와 불안을 떨치지 못한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서 받은 배제와 방치의 경험은 윤의 피부에 번진 곰팡이성 습진처럼 어딘가 깊숙이 자리 잡아, 섣불리 덮어 두려 해도 번번이 되살아난다. 뜻밖에도 고양이 ‘치즈’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윤이 삶에서 처음 체감한 ‘연대’가 교차한다. 말을 통하지 않아 상처를 주지 않는 존재, 그 작고 다정한 생명체는 윤이 느끼던 외로움을 대조적으로 부각하며, 동시에 윤이 지닌 내적 갈급함을 상징한다. 그럼에도 윤은 “어떻게든 씩씩해지려 애쓰는” 인물로서, 결핍을 안고도 앞으로 나아가려 노력한다.
마지막 작품 「모두가 같다는 것」은 고독사한 아버지를 맞닥뜨리고, 동시에 오래전에 베이비박스에 맡겼던 아이를 떠올리는 주인공의 후회와 회한을 그린다. 가족이지만 서로를 외면하고, 뭔가 돌이켜보려 할 때는 이미 늦어 버린 사태—무책임과 소외를 반복하며 살아온 흔적은 삶을 지독한 악취처럼 뒤덮는다. 그럼에도 작가는 온전히 절망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작품 말미에는 버려진 개가 배를 질질 끌며 아버지의 집 앞으로 찾아오는 장면이 등장한다. 죽어가는 개를 통해, 사람과 동물 모두가 끝내 보살핌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현실을 보여 주면서도, 누군가 조금만 손을 내밀어 준다면 다른 결말이 가능했을지 모른다는 여지를 남긴다.
세 작품 모두 ‘헤맴’의 모티프가 두드러진다. 유치원 교사는 길을 찾지 못해 밤새 빙빙 돌고, 노숙자는 도시의 구석을 옮겨 다니며 쓸쓸함에 맞서고, 아버지의 죽음 앞에선 이제야 제 감정의 출구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이처럼 이야기 속 인물들은 집이 있어도 없는 것처럼, 가까운 존재가 있어도 잃은 것처럼, 스스로 방황을 멈추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은 타인의 비극에 소리 없이 공감하거나 연대하려 노력하면서, 어떻게든 ‘함께’라는 감각을 회복하려 애쓴다. 마치 어둠 속에서 헤매다가도 희미한 불빛을 찾으면 계속 발걸음을 옮길 수 있듯이, 이 소설집은 결핍투성이인 세계를 보여 주면서 동시에 한 가닥 실마리를 붙잡는 장면들을 놓치지 않는다.
결국 『한참을 헤맨 그 끝에는』은 서로 다른 인물들이 ‘방황의 끝에 다다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지는 동시에, 그 길 위에서 피어나는 미묘한 온기 역시 놓치지 않는다. 삶이란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른 채 고독과 상처 속을 떠도는 일이지만, 서로를 조금씩 품어 주는 한 번의 연대 혹은 손길이 때론 결정적 변화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지나치게 감상에 빠지지 않고, 건조한 듯하면서도 한없이 애틋한 필치로 이 가능성을 비춘다. 읽고 난 뒤에는,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이 조금 더 가깝고, 동시에 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묘한 여운이 오래 남는다.
작가정보
저자(글) 박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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