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진짜 혁신이다
2025년 03월 04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2월 1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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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453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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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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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NIA 원장으로 일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주요 디지털 정책의 대부분을 제안하고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 최대의 국책 사업이었던 한국판 뉴딜, 데이터 경제선언, 디지털 정부혁신, 디지털 포용 정책, 코로나 시기 마스크 앱과 백신 예약 시스템 등이 그의 손을 거쳐서 완성되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디지털 정책의 성과와 한계, 어공과 늘공의 일하는 행태의 문제점을 생생하게 밝히고 있다.
추천자들은 한결같이 디지털 정책 현장에서 벌어진 생생한 사례와 날것처럼 살아 있는 비판, 구체적인 대안 제시를 칭찬한다. 최기영 전 장관은 “정부에 대한 고언이 가득하다. 씁쓸한 만큼 좋은 약이 될 것이다.”라고 추천의 변을 밝혔다. 조성준 전 공공데이터전략위원장은 “대한민국이라는 환자의 병상일지이자, 치료법을 제시하는 처방전”이라 했고,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은 “놀랍도록 솔직한 책이다. 어공이 제대로 일하는 법에 관해 이제까지 이런 매뉴얼은 없었다.”라고 했다.
최기영(전 과기정통부 장관ㆍ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명예교수), 조성준(서울대 교수ㆍ전 공 공데이터전략위원장), 이정동(서울대 교수ㆍ전 대통령비서실 경제과학특보), 한상기(테크프 론티어 대표), 윤대균(아주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박태웅(녹서포럼 의장), 이민석(국민 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 이원태(아주대 연구교수ㆍ전 한국인터넷진흥원장), 하정우(네이 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
서문 대한민국 최전성기는 디지털과 함께 온다
1부 정부가 일하는 방식, 이것만은 바꾸자
1장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민간에게 넘겨라
1. 적응하면 살아남고 뒤처지면 죽는다
2. 민간 주도 협업의 새로운 이정표
3. 마스크앱 사례에서 혁신을 배우다
4. 백신 사전 예약 시스템의 악몽
5. 2주간의 전쟁과 기적
2장 대통령 비서실의 명과 암
1. 대통령실 어공은 그립력이 세야 한다
2. 클라우드 가이드 라인의 함정
3. 리더십, 팔로어십, 스튜어드십
4. 계획 확정까지 1년 반이 걸리다
5. 디지털 정부혁신, 용두사미가 되어버리다
3장 공무원 KPI를 바꿔라
1. 버려지는 로그 파일
2. 잘못된 공무원 사회의 KPI
3. 아웃풋 관리에서 아웃컴 관리로
4. 과정 관리에서 결과 관리로
5. 공무원 갑질 문화의 실상
4장 대통령 직속 민간위원회의 한계를 보다
1. 4차위, 정체성의 위기에 빠지다
2. 스마트시티 사업은 어디로 갔는가?
3. 차라리 해커톤 활동에 집중했으면
4. 미국 인공지능국가안보위원회와 비교해보자
5장 미국 NSCAI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1. 행동의 필요성과 투명의 중요성
2. 중국의 ‘대국굴기’를 향한 선전포고
3. 전략적인, 너무나도 전략적인
4. 정권의 한계를 뛰어넘는 보고서
2부 정부에도 기술 스타트업 조직이 필요하다
6장 정부의 기술 리더십을 세우자
1. 10조 원이 넘는 국가정보화 예산
2. 정부의 기술 리더십 공백
3. 이명박 정부 시절이 변곡점이었다
4. 역할을 주고 역량을 쌓게 하라
5. 공공 영역의 스타트업처럼 작동해야 한다
7장 영국 GDS는 어떻게 탁월한 성과를 냈는가
1. GDS는 설립 자체가 혁신이었다
2. 두 명이 보여준 혁신적인 리더십
3. 설립 초기에 홈런을 날리다
4. GDS의 한계와 CDDO의 출범
5. 영국의 거버넌스 체계에서 배울 점
6. 린 스타트업 모델에 충실한 원칙과 철학
8장 미국은 위기에 어떻게 대응했는가
1. 대통령 주도 혁신 인재 프로그램, PIF
2. 실패를 통해 탄생한 혁신조직, 18F
3. 총무청 내에 TTS 조직을 신설하다
4. USDS, 긴급 대응팀 출신들이 모이다
5. 강남의 귤이 탱자가 되지 않으려면
3부 국가정보화, 개발에서 운영까지
9장 애자일 개발 방법론은 만능인가?
1. 좋은 말 대잔치로 끝나서는 안 된다
2. 토스에는 차세대 프로젝트가 없다
3. 토스 뱅크의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
4. 폭포수 방식이 낳는 문제들
5. 공공에서 애자일 방식이 성공하려면
10장 정보화 사업, 다섯 가지 개선과제
1. 발주기관의 기획 및 관리 능력을 높이자
2. 수주업체의 사업 수행 능력을 높이자
3. 기술지원 체계를 강화하자
4. 품질관리 체계를 개선하자
5. 운영 관리 업무를 강화하자
11장 성공적인 정부 서비스를 위한 UX
1. 왜 정부 서비스의 UI와 UX는 개선이 되지 않을까
2. 성공적인 서비스를 위한 디지털 고객 경험
3. 사용자는 심플한 고객 경험을 원한다
4. 심플하지 않은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8가지 이유
5. 성공적인 정부 서비스를 위한 7가지 제언
12장 데이터 플랫폼은 운영이 생명이다
1. 디지털 집현전 프로젝트의 사례
2. 종합 선물 세트는 그만 만들자
3. ‘목표 서비스 모델’을 버려라
4. 기술적 대안이 중요하다
4부 AI시대, 데이터 정책이 좌우한다
13장 문재인 정부, 데이터 정책의 돌파구를 열다
1. 1차 해커톤, 위치정보법을 바꾸다
2. 2차ㆍ3차 해커톤, 개보법을 바꾸다
3. 대통령, 데이터 경제 시대를 선언하다
4. 데이터 고속도로 구축의 5대 원칙
5. 정책 지원이 어려운 두 가지 이유
14장 AI 정책·데이터 정책에서 바로잡을 것들
1. 조급증을 버려라
2. 데이터 경제와 데이터 산업은 다르다
3. 1등 전략을 세워라
4. 국가인공지능위원회가 성과를 내려면
15장 공공데이터 3.0 시대를 준비하자
1. OECD 평가 4회 연속 1위의 의미
2. 10년 연속 1위의 두 가지 비결
3. 공공데이터 2.0 정책을 추진하다
4. AI 시대, 공공데이터 3.0 정책이 필요하다
5부 데이터 문제의 전략과제를 해결하라
16장 AI 시대의 정부문서, 근본을 바꾸자
1. MZ세대도 거부하는 문서 형식주의
2. 데이터 시대에 맞지 않은 문서 생산
3. 문서 생산의 혁신, 이상과 현실
4. 개방형 문서 관리 가이드를 마련하다
5. 전환점: 2020년 12월의 국무회의
6. 영국이 하는 일을 우리가 왜 못하겠는가
17장 데이터특위에서 배운다
1. 양수겸장의 묘수를 찾다
2. 일하는 위원회로 거듭나다
3. 데이터 생태계의 새로운 접근법
4. 기술을 중심에 두고 정책을 세워라
18장 판결문과 국세청 데이터, 어떻게 할 것인가
1. 정보 공개와 데이터 개방을 구별하자
2. 공직자 재산 정보 공개
3. 정치자금 내역의 공개
4. 업무추진비가 투명해지려면
5. 법조 카르텔 해체의 트리거, 판결문 개방
6. 국세청 데이터와 사업자등록번호
6부 디지털 선도국가, 갈림길에 서다
19장 디지털플랫폼 정부, 껍데기는 가라
1. 설마 저 공약대로 가겠어?
2. 플랫폼정부라는 껍데기
3. 플랫폼으로서의 정부, 참뜻을 찾아보자
4. IPTV 모델에서 넷플릭스 모델로
20장 디지털 뉴딜의 핵심은 무엇인가
1. 완벽하게 지워진 한국판 뉴딜
2. 전화 한 통화에서 시작하다
3. 비상시국에는 비상하게 대응해야
4. 디지털 르네상스 선도국가의 길
21장 디지털 뉴딜, AI 시대의 물꼬를 트다
1. 취하면서 동시에 버려라
2. 데이터댐, 디지털 뉴딜의 시그니처 사업
3. 인공지능 진입장벽을 확 낮추다
4. 1조 6천억 원의 무형자산, AI 학습용 데이터
5. 디지털 뉴딜이 가져온 세 가지 변화
6. 대통령이 원한 최우선 과제는 무엇이었을까?
7부 결론은 거버넌스 개편이다
22장 레거시 시스템을 바꾸는 게 혁신의 출발이다
1. 공무원 조직만 빼고 다 바꿔!
2. 국가 대표 사이트가 멈춰 서다
3. 레거시, 승자의 저주가 되다
4. 행안부와 과기정통부 사이의 고질적인 알력
5. 수명을 다한 레거시 시스템
23장 부처 간 갈등의 현장으로 들어가다
1. 정부조직법 개정이 불가피하다
2. 디지털 정부와 국가정보화의 이원화
3. 결코 밖에서는 알기 어려운 이야기
4. 클라우드 업무를 놓고 또 다시
5. 데이터 영역의 주도권 다툼
24장 과학기술과 디지털 혁신의 새판을 짜자
1. 처음부터 이원화 구조는 아니었다
2. 최상위 국가전략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
3. 국가정보화 역사에서 교훈을 배우자
4. 전담 조직의 핵심을 설계하자
5.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잘라낼 때다
나오는 말 여긴 서울이야!
결국 공무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 우리에게도 소중한 경험이 있다. 바로 코로나19 시기에 마스크 앱 개발 경험이다. 정부의 통상적인 SI 개발 프로세스대로 하면 서너 달 이상 걸릴 일을 민간 주도 방식으로 바꾸어 단 일주일 만에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약국을 통한 공적 마스크 유통과 함께 국민 손에 마스크 앱이 주어지자 마스크 대란은 봄눈 녹듯이 사라졌다. 정부가 데이터를 적시에 제대로 개방하고 시민 개발자(시빅 해커)와 민간 클라우드 기업 등과 협력하여 일하면 얼마나 창의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 경험을 잘 살리면 대한민국 국가정보화의 수준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p. 39
디지털 정부혁신 추진계획을 진행했던 까닭은 대한민국 전자정부가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전자정부 구축만으로도 국민은 편리함을 느꼈고 또 전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민간 부문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본격화되면서 우리나라의 전자정부는 위기에 봉착하였다. 기존의 프로세스를 단순히 전산화하고, 용역 개발 위주로 시스템을 개발하고, 부처 간 분절적으로 정보화를 추진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국민의 높아진 기대 수준에 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리나라 전자정부는 그동안 축적해놓은 자산stock으로 체면을 유지하고 있으나 성장의 흐름flow이 정체되어버린 형국이었다.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전자정부의 태생적 한계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의 전자정부는 아날로그 시대의 행정체계와 종이 기반 업무 프로세스를 그대로 전산화하고 온라인화했다. 행정전산화를 통해 모든 정보를 전산시스템에 보관해두고서도 업무처리 절차는 모든 정보가 종이에만 보관되던 시절의 관행을 여전히 따르고 있다. 정보시스템을 조회하는 것만으로도 거의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음에도 굳이 민원 구비서류를 온라인으로 발급하고 출력하여 제출하도록 한 관행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p. 64
공무원 사회의 핵심성과지표KPI, Key Performance Indicator가 잘못 설정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KPI는 조직이나 개인의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는 데 핵심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성과지표를 말한다. KPI가 외형적인 단기성과만 중요시하면 로그 파일 분석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고객 불만 해소와 같은 실질적인 성과는 결코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정부가 수많은 정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국민은 공공 서비스가 잘 관리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무원이 중시하는 지표와 국민이 체감하는 지표가 따로 놀기 때문이다.
어느 조직이든 KPI는 조직의 방향성과 구성원의 행동을 결정짓는 역할을 한다. 고객 서비스 센터에서 KPI를 ‘통화 처리 건수’라는 양적 숫자로 설정한다면 상담원들은 건수를 높이기 위해 빠른 통화 종료에 집중하게 된다. 이는 단기적으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고객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반대로 ‘고객 문제 해결률’과 ‘고객 만족도’를 KPI로 설정한다면 상담원들은 고객의 문제를 진정성 있게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처럼 KPI 설정은 조직원들의 일상적인 업무수행 방식과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공직사회도 마찬가지다. 공무원의 KPI는 일반적으로 업무처리의 신속성, 예산 집행률, 민원 처리 건수 등 양적 지표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KPI 체계는 당연히 단기적이고 구체적인 성과에 치중하는 경향을 낳는다. 반면 정책의 장기적 효과나 국민의 실질적인 만족도는 단기간에 측정하기 어려운 데다가 그 결과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저절로 소홀해진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장기적인 국민 이익보다는 단기적인 성과지표에 집중하게 된다.
-pp. 74~75
미국이 AI 국가전략 수립을 위해 운영했던 인공지능 국가안보위원회NSCAI, National Security Commission on Artificial Intelligence의 활동은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다. NSCAI 운영 방식과 우리 4차위의 활동을 비교해 보면 몇 가지 차이점이 두드러진다. 첫째, NSCAI의 설립 목적은 매우 명확하다. 미국과 중국 간 AI 패권 경쟁 시대를 맞아 미국의 국가 안보 및 국방 역량을 높이도록 AI 기술 발전을 이룰 정책 수단과 방법을 조사하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 4차위는 설립 목적이 매우 애매하다. 조사 연구에서부터 심의 의결까지 포괄적이다. 어떻게 보면 정부의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사령탑 같다. 하지만 그런 미션은 애당초 달성할 수 없다. 어떤 미사여구로 수식해도 법적으로 자문기관일 뿐이다.
둘째, NSCAI는 위원의 선임 방안이 법에 따라 규정되어 있다. 의회가 위원 선임을 주도하고 여야를 뛰어넘는 초당적인 위원회 구성이 강제되어 있다. 4차위는 대통령령으로 설치되고 위원 선임은 대통령실의 의중에 따라 정파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다. 이 차이 때문에 NSCAI의 최종 보고서는 정권이 바뀌어도 승계되어 실행에 옮겨지지만, 4차위의 온갖 계획은 정권교체와 함께 폐기되었다.
셋째, NSCAI는 ‘자문과 권고’라는 위원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 실행력 있는 최종 보고서의 작성에 위원회 활동의 모든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최종 보고서에 제출된 해법에는 성역이 없다. 정부의 리더십과 거버넌스 구조의 문제점에도 날카로운 수술 칼날을 들이댔다. AI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파격적인 제안을 제시했다. 반면 4차위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여러 부처의 온갖 정책의 심의 조정에 역량을 소진했다. 4차위 스스로 고민하고 스스로 생산하지 않는 정책 들을 마치 4차위의 활동 결과인 것처럼 발표했다. 4차위는 역할의 범 위를 과감히 축소하여 행정부 조직에서는 다루기 어려운 사회적 이슈의 해결에 정면승부를 보아야 했다.
-pp. 95~96
정보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의 실무를 담당하는 일선 공무원들의 기술 전문성 부족이 낳는 문제 또한 심각하다. 차세대 프로젝트의 책임을 맡은 공무원들은 해당 업무 도메인의 전문가일망정 당연히 IT 개발 전문가들이 아니다. 이럴수록 조직 내부에서 조금이라도 IT 전문성이 있는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외부의 IT 관련 전문가와 안정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 대규모 사업은 복잡성이 높아서 책임자들이 정보화전략계획ISP, Information Strategy Plan 수립 단계에서부터 발주, 설계, 구축, 검수, 개통 단계까지 전체 과정에 걸쳐 연속성을 가지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게 거꾸로 가고 있다. 담당 공무원들의 IT 전문성도 부족하고 잦은 인사이동으로 업무의 연속성도 보장되지 않는다. 그러니 ISP 산출물은 단지 투입 예산 규모를 추정하는 형식적인 용도로 전락하고 시스템 설계의 완성도는 떨어진다. 설계단계에서 사업 책임자의 의사결정이 잘못되거나 지연되면 개발 과정에서 반드시 설계 변경 요구가 발생한다. 과업 변경이 많아지면 시스템 안정성은 깨지고 사업은 무한히 지연되는 일이 벌어진다. 감당할 수 없는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터져 나와도 감사와 인사 평가가 두려워서 문제를 덮는 데 급급해한다. 외부에서 사태를 알 길이 없을뿐더러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손 쳐도 외부에 지원을 요청할 기관도 없는 실정이다. 결국 충분한 테스트 없이 발주 부처의 정무적 판단에 따라 시스템 개통이 강행되고 대규모 서비스 장애 사태는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우리 국민이 숱하게 경험하고 있는 불행한 현실이다.
-pp. 117~118
모든 일에는 정의를 정확히 내리는 게 중요하다. 그럴듯한 말 잔치가 아니라 실제로 일이 되기 위해서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게 정의 내리는 일이다. 이런 관점에서 ‘디지털플랫폼 정부’에 대한 합의된 정의가 없다는 것은 큰 문제다. 문재인 정부의 4차위 산하 스마트시티 특위가 스마트시티에 관한 합의된 정의를 내리지 않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아마 DPG의 위원들조차도 ‘플랫폼정부’라는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서도 머릿속에는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공약을 제안한 걸로 알려진 김창경 교수는 “구글과 아마존처럼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정책 정보를 추천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DPG가 2023년 4월에 위원회의 1호 안건으로 의결한 ‘디지털플랫폼 정부 실현 계획’에는 디지털플랫폼 정부의 기본 방향을 이렇게 정리해 놓았다.
“모든 데이터가 융합되는 디지털플랫폼 위에서 국민, 기업, 정부가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정부”
여기서 당연히 의문이 떠오른다. 정부의 현실적인 법과 제도적 기반을 놓고 볼 때 모든 데이터를 융합한다는 게 과연 실현할 수 있는 목표인가? 법 규정으로 인해 원시 데이터의 물리적인 융합이 불가능하다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도는 무엇인가?
-p. 340
강고한 레거시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을 고민할 때다. 예산편성의 안정성만 따지며 유연한 사업추진을 가로막는 기재부, 조직의 권한과 자리보전만 우선시하는 행안부, 시대착오적인 보안 규정으로 모든 혁신을 가로막는 국정원, 공공 영역에서는 겉으로만 빙빙 도는 정통부, 그리고 전혀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한 채 조율 기능을 상실한 대통령실 등등……. 정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기술의 문제나 개발자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일하는 제도적 기반을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하다. 거버넌스를 바꾸고, 공무원 인사와 평가를 바꾸고, 사업추진 방식을 바꾸고, 데이터 정책을 바꾸고, 디지털 혁신전략을 바꾸어야 비로소 실마리가 찾아진다.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일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정부가 일하는 제도적 기반을 바꾸는 게 혁신의 출발이다.
-p. 413
이것이야말로 대한민국 디지털 대전환을 위한
문용식 표 혁신 8가지 방안이다
책은 디지털 선도국가라는 대한민국의 위상이 급속히 흔들리는 원인의 진단에서부터 시작한다. 최근 전자정부 시스템의 장애 사태와 대규모 차세대 프로젝트의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가정보화를 성공으로 이끌었던 법적, 제도적, 재정적, 사업적 장치들이 더 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 구축되어 현재까지 뿌리박혀 있는 각종 제도적 장치가 레거시 시스템인데, 대한민국은 레거시 시스템이 너무나도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레거시의 역설’이라 부르고, 레거시의 역설에서부터 벗어나는 것이 혁신의 출발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음은 저자의 8가지 핵심 주장이다.
1. 레거시의 역설에서 벗어나자
국가정보화 위기의 진짜 원인을 제대로 보자. 대한민국을 성공으로 이끈 레거시 시스템이 한계에 봉착했다. 국가정보화 거버넌스, 아날로그 시대의 법제도, 예산제도, 구매 조달제도, 인사 및 평가제도, 공공 정보화 사업 개발 프로세스, 민관협업방식 등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레거시 시스템을 바꿔야 일하는 방식이 바뀐다. 혁신은 신기술로 포장하거나, 관계부처 합동 혁신 종합계획을 세운다고 되는 게 아니다.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것이 진짜 혁신이다.
2. 국가정보화 거버넌스를 정비하자
국가정보화를 책임지는 정부 부처를 명확하게 정비해야 한다. 지금처럼 과기정통부 따로, 행안부 따로 노는 ‘따로국밥’ 체제로는 죽도 밥도 안된다. 과학기술 육성, 국가 디지털 전환, 디지털 혁신 성장 등은 한 세트로 움직여야 한다. 영국의 과학기술혁신부(DSIT) 사례처럼 우리도 과학기술디지털혁신부(가칭)로의 단일화를 고민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데이터청 주장은 전혀 실효성이 없는 주장이다. 국가 데이터 업무 총괄 조직은 부처 간 업무 조정 기능이 핵심이다. 청 단위 조직은 부처 소관 사무 중 독자성이 인정되는 집행적 성격의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일 뿐, 부처 간 업무 조정 권한이 없다. 국가 CDO 역할의 정비가 필요한 시점에서 부처 간 조정 권한이 없는 데이터청 주장은 유행에 편승하는 것일 뿐, 타당하지 않다.
3. 정부의 기술 리더십 확립이 시급하다
현재는 정부가 기술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대규모 정보화 프로젝트의 잇단 실패에는 발주처인 정부 부처의 무능력에 50% 이상의 책임이 있다. 국가정보화 사업의 기술을 책임질 전문 기술지원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 영국의 GDS나 미국의 USDS, 18F 조직 등 해외의 기술 지원조직 사례를 참고하여 우리 정부 내에도 ‘기술 스타트업’처럼 움직이는 조직을 설립하자.
전문 기술지원 조직은 각 부처의 대규모 정보화 사업에 기술지원과 책임관리를 수행한다. 정부의 주요 정보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을 때 비상 대응을 주도한다. 또 모든 국민이 사용하는 주요 핵심 서비스의 기능 개선과 운영을 주관한다. 이를 통해 국민이 가장 불편해하는 정부 서비스의 UI와 UX 문제를 집중적으로 개선하도록 한다.
4.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민간에게 넘겨라
정부 산하 각종 민간위원회를 환골탈태하자. 지금은 대통령 직속 민간위원회마저 정부 들러리일 뿐, 실질적인 역할을 못 한다. 과학기술과 디지털에는 여야, 진보 보수가 있을 수 없다. 자문과 권고, 시민사회 내 의견 수렴이라는 본질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정파를 뛰어넘어 구성해야 한다.
과학기술, 특히 AI, 데이터 등 디지털 신기술 영역에서는 민간이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행사해야 한다. 코로나 방역 위기 상황에서 마스크 앱과 백신 예약 시스템 혁신의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 민간이 프로젝트의 리더를 맡고, 정부는 협력 파트너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수평적 협업 관계가 필요하다. 민간이 더 많이 참여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변화를 불러온다.
5. 공무원 KPI를 바꿔라
공무원 인사제도의 근본적인 혁신이 절실하다. 디지털 혁신 시대에 민간 전문가의 참여 폭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한 채용제도의 혁신 방안으로 투어 오브 듀티Tour of Duty 모델을 도입하자. 이는 특정 프로젝트 기반의 한시적 임무 수행 모델로서, 이를 통해 민간의 전문성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공무원의 KPI(핵심성과지표)를 바꾸어야 한다. 지금은 KPI가 겉만 번지르르한 외형적인 성과지표에 치중되어 있다. 이를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중요한 지표로 바꾸어야 비로소 공무원들이 국민 눈높이에 맞추어 일을 하게 된다. 또 공공의 성과관리 지표를 아웃풋에서 아웃컴 중심으로 고쳐야 한다. 양적 산출물 지표에서 실질성과 중심으로 바꾸자는 말이다.
6. 국가정보화 사업, 프로세스를 전면 정비하자
국가정보화 사업의 개발 프로세스를 개발에서 운영까지 전면 개선하자. 대기업 참여 제한을 풀어서 민간 참여자의 능력을 높여야 한다. 현재는 경쟁제한으로 대기업의 공공 SI 조직 역량은 붕괴하고, 중소기업의 기술력 향상 또한 제한되는 결과만 낳고 있다. 발주기관은 전문 기술지원 조직과의 협업을 통해 전문성과 안정성을 높이자. 개발 프로세스 중에서 테스트와 운영 업무의 강화가 절실하다. 테스트를 개발단계에 따른 애자일한 방식으로 바꾸고, 시스템 운영 업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예산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
7. 디지털플랫폼 정부는 사라질 정책이다
윤석열 정부의 디지털플랫폼 정부 공약은 출발부터 잘못되었다. 디지털정부와 플랫폼정부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플랫폼정부는 껍데기이고 디지털정부가 알맹이다. 정부가 끝나면 디지털플랫폼 정부라는 브랜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새로운 플랫폼을 만든다는 생각을 버리고, 정부가 플랫폼으로 작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디지털정부는 현재 IPTV 모델에 머물러 있는데 향후 넷플릭스 모델로 발전해 가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정부가 보유한 데이터를 최대한 연계·통합·활용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8. AI 시대 1등 전략을 세워라
인공지능 시대, 데이터 정책이 좌우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데이터 거버넌스를 정비하고 데이터 개방과 활용을 저해하는 각종 법과 제도를 개정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후발 추격 국가의 행태에 머물러 있을 때가 아니다. 1등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 도메인의 경쟁력, 세계 최고 수준의 공공 시스템, 독보적인 인프라 경쟁력 등 강점 영역과 결합하면 세계 1위의 AI 기술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정부 문서가 AI 시대와 빅데이터 시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정부 문서는 기계판독이 가능한 형태로 생산되고 개방되어야 한다. 문서 작성 시 과도한 꾸미기 관행을 없애고, 아래아 한글 같은 특정 프로그램 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 판결문과 국세청 데이터 등 중요 데이터 개방을 확대해야 한다. 대량의 판결문을 비교 분석하면 전관예우, 유전무죄 무전유죄 편향 등 사법부의 고질적인 병폐를 개선할 수 있다.
작가정보

IT 벤처 1세대로서 30대, 40대 20년 동안 IT 기업의 창업과 경영에 매진했다.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와 PC통신 서비스 ‘나우누리’를 성공시켰다. 회사가 가장 어려웠을 때 경영책임을 맡아 창업보다 더 어렵다는 ‘턴어라운드’를 해냈다.
민주당에서 두 차례 디지털소통위원장을 역임하면서 정당의 현대화에 이바지했다. 정당 사상 최초로 온라인 입당 시스템을 개발했다. 현재 온라인 당원은 모든 정당의 대세가 되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원장을 역임하면서 ‘디지털 뉴딜’ 사업을 최초로 기획하고 제안했다. 디지털 뉴딜은 문재인 정부의 최대 국가사업인 ‘한국판 뉴딜’로 확대되어 추진되었다. 데이터 경제, 디지털 정부혁신, 디지털 포용, 클라우드 규제 개선 등 국가 디지털 전환의 골격을 세웠다.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다녔고 20대 때 깃발·민추위 사건 등으로 만 5년간 수형 생활을 했다. 남영동 김근태 고문 사건과 박종철 고문사 사건이 여기서 비롯되었다. 박종철의 죽음은 87년 6월항쟁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과학기술진흥에 이바지한 공로로 ‘과학기술훈장 웅비장’을 수상했다. 최근까지 제주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교육원에서 석좌교수로 후학을 가르쳤다.
디지털 정책 전문가로서 디지털 선도국가 부활의 길을 제시하고자 이 책을 썼다. ‘최신 기술과 유행을 따라 하는 것이 혁신이 아니고,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진짜 혁신이다.’ 이런 소신으로 대한민국 레거시 시스템의 문제를 낱낱이 파헤치고 살아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저서로 『꾸준함을 이길 그 어떤 재주도 없다』가 있다. 저서 명이 지은이의 인생 좌우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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