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쓰러지셨다
2025년 03월 04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2월 25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PDF (2.02MB) | 272 쪽
- ISBN 9791172639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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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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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또 다른 육아 일기를 쓰려고 한다. 아이가 되어버린 아버지 이야기를.”
육아서 작가의 세 번째 책은 뜻밖에도 아버지 간병 스토리다.
어느 날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버지와 끝 모를 터널의 입구에 들어선 가족들.
뇌를 다친 아버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드라마 같은 병실 이야기가 소설처럼 전개된다. 아버지에 대한 복잡한 감정, 공감과 위로에 대한 생각, 고통 속에서도 기어코 희망을 발견하는 모습 속에서 독자들은 자신의 삶을 비춰보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프롤로그 제각기 다른 불행한 이유 속에서도
Ⅰ. 아버지가 쓰러지고 시험대에 오르다
아버지가 쓰러지셨다
아버지는 내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셨다
죽기 전까지 농담을 하고 싶다는 꿈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닌 일상이겠지만…
퇴원, 입원, 그리고 다시 퇴원…
긴 싸움의 출발점에 서다
왕은 깨도 깨도 다시 나타난다
엄마는 아버지를 놓지 못했다
[여기서 잠깐] 뇌졸중이란?
Ⅱ. 감옥 같은 병실에도 희망이 있을까?
병실에도 웃음꽃은 피어난다
잊지 못할 병실 크리스마스
환상 속의 그대
죽어가는 오늘, 잠 못 드는 밤
아버지, 절 시험에 들게 하시나요
아버지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아이를 키우는 일, 부모를 모시는 일
감옥 같은 병원에서 찾은 돌파구
[여기서 잠깐] 섬망이란?
Ⅲ. 우리에겐 정답이 아닌 위로가 필요했다
위로? 걱정을 가장한 폭력?
잘 살아왔구나… 잘 살고 있구나…
“안녕히 주무셨어요?”라는 흔한 인사
엄마가 좋으면 된 거다
아버지에게 전략이 통할까?
우리 아버지가 달라졌어요
애증의 관계, 목사님과의 작별
엄마는 또 짐을 더 짊어지셨다
[여기서 잠깐] 재활병원, 요양병원, 요양원
Ⅳ. 아버지는 우리의 삶을 쥐고 흔들었다
나는 엄마가 강하다고 생각했다
오늘 아버지 웃음의 이유가 나였다면
엄마의 교통사고, 그 와중에도 엄마는…
“여보, 진짜 괜찮은 거지?”
아버지와 함께한 5일간의 모험
나의 끝, 나의 시작만 생각했다
“너는 더 이상 내 아들 아니야!”
“우물 안 개구리는 행복할까, 불행할까?”
[여기서 잠깐] 좌뇌 vs 우뇌
Ⅴ. 살아가는 한 결말은 없다
간병하러, 아니 쉬러 갑니다
“아버지 암이란다.”
코로나에 발목 잡힌 아버지의 암 수술
아버지가 처음으로 엄마에게 건넨 한마디
아버지가 사라졌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 죽으면 엄마한테 잘해드려라.”
시시포스의 형벌 속에서도
[여기서 잠깐] 개인간병 vs 공동간병 vs 가족간병
에필로그 “I’m Batman!”
나는 지금껏 아버지에게 그리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아버지는 한 인간으로서, 나의 아버지로서가 아닌 엄마의 남편으로서 평가되었다. 엄마를 힘들게 할수록 아버지에 대한 평가는 박해졌다. 정작 피해 당사자인 엄마는 참고 용서하고 풀었을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아버지에 대해 풀지 못한 감정들이 남아 있었다.
그런 앙금을 깨끗하게 털어낼 기회를, 엄마의 남편이 아닌 나의 아버지, 한 인간으로서의 아버지로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아버지가 직접 만들어 주신 게 아닐까?
나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생겼다.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하고 싶다. 더 이상 그 어떤 후회나 미움도 남지 않도록.
- 「아버지는 내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셨다」 중
한번은 그 친구가 계속 실없이 혼잣말을 하며 히죽거리니 옆 병상 할아버지가 한마디 하셨다.
“야, 시끄럽다. 좀 조용히 해라.”
하지만 가만히 있을 놈이 아니었다.
“너나 조용히 하세요.”
할아버지는 뚜껑이 열리셨다.
“뭐 인마? 싸가지 없는 새끼 말하는 것 봐라.”
“왜! 한판 붙으까? 맞짱 뜨자, 맞짱 떠!”
“너 이 새끼 오늘 디졌어! 너 이리 와!”
“니가 와 새끼야!”
병실은 일촉즉발의 상황.
하지만 웃기면서 슬픈 사실은 둘 다 못 걷는다는 것. 둘은 각자 침상에 누워 서로 네가 오라고 난리였다. 엑셀 없는 자동차들의 한판 승부랄까?
- 「병실에도 웃음꽃은 피어난다」 중
“깊은 산속 옹달샘 동요 알지?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왜 그냥 물만 먹고 갔을까?”
이번엔 뜬금없이 동요를 화두로 던지셨다.
“잠이 덜 깨서 그랬을까요?”
“세수하러 왔는데 물이 너무 맑은 거야. 그 맑은 물에 자기가 세수하면 물이 더러워져서 뒤에 온 누군가가 기분이 좋지 않겠지. 그래서 토끼는 세수하러 왔다가 다음 사람을 생각해서 물만 살짝 한 모금 마시고 돌아간 거지. 그 마음이 얼마나 예쁘냐.”
- 「감옥 같은 병원에서 찾은 돌파구」 중
사고 당시 엄마는 정신이 없었고 차가 구겨져 차 문도 열리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이 문을 열어 엄마를 꺼내주었다. 119 구급대와 경찰이 도착했고 엄마를 인근 병원으로 옮기려 했다. 하지만 엄마는 그 상황에서도 아버지를 생각했다.
“저 간병해야 돼요. 돌봐야 할 사람이 있어요. 저기 병원으로 가야 돼요.”
구급대원은 엄마에게 그게 무슨 소리냐며, 횡설수설하며 구급차에 타지 않는 엄마를 보고 정신이 나간 게 아닌지 의심했다.
- 「엄마의 교통사고, 그 와중에도 엄마는…」 중
다시 숙소로 복귀하는 길.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내는 대충의 사정을 듣더니 괜찮냐고 물었다.
“그럼. 잘하고 왔지. 이 상황에서 나만큼 잘할 사람은 없을 거야.”
잠시 후 아내가 다시 물었다.
“여보, 진짜 괜찮은 거지?”
골치 아픈 생각은 쉽게 스위치를 꺼버리고 고민의 끈은 의식적으로 끊어버리는 나. 나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아내가 다시 물은 것이다. 진짜 괜찮은 거 맞냐고. 순간 멍해졌다.
‘난 진짜 괜찮은 걸까?’
- 「“여보, 진짜 괜찮은 거지?”」 중
백미러로 졸고 있는 엄마의 얼굴이 보였다. 엄마는 졸면서도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고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나쁜 꿈을 꾸시는 걸까? 현실보다 더 나쁜 꿈이 있을까?
어젯밤 짐을 정리하며 냉장고 옆에 쪼그리고 앉아 김빠진 맥주를 드시던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엄마는 얼마나 고단하실까? 이 상황이 얼마나 지옥 같을까?
- 「아버지와 함께한 5일간의 모험」 중
아버지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내 나름대로 견디는 법이 생기고 있다.
첫째, 힘이 들 때면 지금이 아닌 내 인생 전체에서 지금의 순간을 보려 한다. 지금이 다가 아니다. 순간일 뿐이다.
둘째, 그냥 인간의 삶이라는 걸 생각한다. 누구나 태어나서 죽는, 그냥 인간. 뭐 그리 큰일이 있겠는가.
셋째, 스스로 최면을 건다. ‘나는 개미다’
- 「“우물 안 개구리는 행복할까, 불행할까?”」 중
말하면 안 된다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글로 쓰라고 종이와 펜을 가져다드렸다. 펜을 쥘 힘도 없으셨던 아버지는 크게 한 자씩 적었다.
“걱, 정, 마.”
이 와중에 아버지가 제일 먼저 하고 싶은 말은 울며 걱정하는 엄마를 안심시키는 말이었다.
- 「아버지가 처음으로 엄마에게 건넨 한마디」 중
“너도 많이 늙었구나. 왜 울어? 울지 마. 우리 웃고 살자. 하하하하, 웃고 살자.”
아버지 앞에서 할머니는 의연했고 할머니 앞에서 아버지는 무너졌다. 옆에서 겨우 눈물을 참아가며 핸드폰을 들고 있던 나 역시 이어진 할머니의 한마디에 와르르 무너졌다.
“내 강아지!”
(중략)
할머니에게 아버지는 여전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야 할 ‘내 강아지’였고, 그것은 아버지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야 할 이유였다.
- 「시시포스의 형벌 속에서도」 중
엄마는 사람을, 그것도 평생을 함께해 온 동반자를 구하는 일, 그 숭고한 일에 자신을 바친 분이다. 아버지 역시 여러 번 찾아온 병마를 불굴의 의지로 극복한 생존자다. 두렵지만 맞섰고, 괴롭지만 유머를 잃지 않았고, 밑바닥에서도 감사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분이다. 난 두 분에게 연민이 아닌, 존경과 박수를 드려야 마땅했다.
- 「시시포스의 형벌 속에서도」 중
아버지의 회복, 오늘의 안온한 일상, 아버지에 대한 내 감정의 변화… 이 모든 것이 가능한 단 하나의 이유를 대라면 그건 엄마다. 그땐 답답하고 바보 같아 보였던 엄마의 결정들, 지켜보기 힘들었던 엄마의 희생과 눈물, 간절한 기도가 지금의 행복을 만들었다. 힘들었던 순간 해결책이랍시고 내놓았던 나의 날 선 의견들, 옳다고 믿었고 최선인 줄 알았던 많은 것들은 많이 틀렸고, 최선이 아니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엄마가 다 옳았다. 바보는 나였다.
- 「“I’m Batman!”」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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