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한다는 것
2025년 03월 10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3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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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2788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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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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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있는 철학적, 사회학적 사유를 통한 “대화”의 의미와 가치에 관한
피에르 쌍소의 명강의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전 세계적으로 부드럽고 우아하고 배려 깊은 삶의 방식인 “느림”의 열풍을 불러온 《느리게 산다는 것》의 저자 피에르 쌍소가 전하는 또 하나의 “느림의 방식”인 “대화”!
“대화는 삶의 기술이다! 대화는 폭력 없이 세상을 이용하라고 우리를 격려한다. 그런 점에서 대화는 우리의 느림, 걸음, 부드러움과 같은 태도와 연결된다!”
유쾌한 대화, 침묵, 언어, 대화와 수다의 구분, 조롱꾼, 면접, 대담과 토론, 협상, 서신과 만담, 음식과 대화, 신 또는 작가와의 대화 등 대화에 관한 다양한 사색을 통해 유쾌하고 즐겁게 시간을 쓰는 방법론을 제시!
토론과 대담, 협상 등 중요한 삶의 기술 중 하나라고 여겨질 정도로 대화를 사회적 무대 앞으로 끌어낸 힘은 무엇인가?, 질 좋은 대화를 위해 훌륭한 듣기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에게는 모든 것을 말할 권리와 아무것도 말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아는가?, 상대방을 지지하는 침묵이란 무엇인가? 등 대화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통해 깊이 있는 대화의 의미와 가치를 성찰하는 시간을 제공
“우리는 개인적으로는 더할 수 없이 탁월한데 한데 모여 서로 대화하는 걸 못 해도 정말 너무 못한다. 대화의 목표가 상대를 제압하고 그의 어깨를 땅에 메다꽂는 게 아니건만 우리들의 대화는 좀처럼 협상의 단계에 이르지 못한다.
반대로 서양인들은 개별적 탁월함은 우리보다 못해도 함께 마주 앉아 대화하며 합의를 이끌어 종종 큰일을 해낸다. 그 차이가 무엇일까? 그들은 가정과 학교에서 대화하는 법을 배웠고, 우리는 배우지 못했다.
이 책 《대화를 한다는 것》은 댄스 수업이 끝난 뒤 여전히 우아한 발걸음으로 교실을 나가는 학생들처럼 대화를 마친 후에도 좋은 태도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설령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해도 화합의 행복을 느끼며 떠나는 길을 안내한다. 저자는 무례함과 신랄함, 자연스러움과 어느 정도의 순진함이 어우러진 대화가 성공적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남의 얘기를 듣고 자기가 얘기할 차례를 기다릴 줄 아는 거의 유일한 동물이다. 침묵을 배우고 수다를 자제하며 서로에게 상냥하고 현명한 울림판이 되어줘야 한다.
나는 조만간 오랜 교수 생활을 접고 경쾌함과 진중함이 어우러진 숙론(熟論)의 장을 펼치려 한다. 우리 사회에 씨름해야 할 여러 주제를 대화하는 자리에 여러분 모두를 초대한다. 그런데 조건이 하나 있다. 반드시 이 책 《대화를 한다는 것》을 읽고 오기를 바란다.”
_ 최재천(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 추천
대화는 왜 “느림”의 방식 중 하나일까?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대화의 모든 것”
느림의 철학자 피에르 쌍소는 일상생활, 문화, 인간 경험에 대한 성찰을 주제로 한 글로 알려진 프랑스 철학자이자 사회학자다. 그는 도시 공간, 소박한 즐거움, 평범함의 시학과 같은 주제를 자주 탐구하며 철학과 사회학에 인간적이고 섬세한 접근 방식을 제시했다. 특히 ‘느림’이라는 주제로 수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그는 느림의 한 영역으로 ‘대화’를 선택했다.
이 책 《대화를 한다는 것》을 통해 대화는 섬세하고 유쾌하고 즐겁게 시간을 쓰는 방법론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느림의 한 방식임을 강조한다. 대화는 경쟁자를 설득하고 그의 어깨를 땅에 메다꽂는 것이 아니다. 대화하면서 보이지도 않는 경쟁자를 앞지르려고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 대화하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면 우리는 이성을 넘어 대화를 쫒는다. 대화를 통해 꼭 무엇을 얻어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서로 마주하며 대화하는 기쁨은 바로 그런 것이다.
대화가 느림의 한 방식이라고 해서 잠시 일을 멈추거나 근심을 떨치고 기분을 전환하기 위한 유쾌한 유흥거리나 오락거리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우리의 존재를 다른 사람들과 자유롭게 엮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또한 대화는 특정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 모두 누구나 대화에 참여할 수 있고, 그 안에서 우리는 자신의 매력을 발휘하고 경청하는 능력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관계에서 대화는 유익하다. 외부의 요건이 아닌 우리의 기분에 따라 자유롭게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기회를 준다. 또한 누가 명령한 것이 아니기에 똑바로 얘기해야 할 필요 없이 편할 대로 이야기할 기회를 준다. 우리는 대화하는 동안 상대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능력, 최소한 관심을 끄는 능력, 제대로 듣는 능력,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파악하는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소통의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대화와 인간관계는 끊임없는 고민과 성찰의 대상이다. 우리가 대화법이나 대화의 원칙을 소개하는 책들을 자주 찾는 이유다. 하지만 《대화를 한다는 것》은 대화의 스킬을 알려주는 대화법에 관한 책이 아니다. 단순하게 대화를 잘하는 법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대화, 언어, 인간, 인간관계에 대한 철학적 관점을 제시한다. 철학적, 사회학적 사유를 통해 성공적인 대화를 위한 근본적인 사고를 이해하도록 도우면서 우리에게 대화는 어떤 의미고, 진정한 대화의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작가 자신이 겪은 일화를 다양하게 소개해 재미있게 그의 사색을 따라갈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대화의 기술과 화법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대화가 언어와 인간관계에 있어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 사색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성공적인 대화란 무엇인가?
성공적인 대화는 곧 유쾌한 대화다. 피에르 쌍소는 남을 깎아내리며 대화를 이끄는 조롱꾼이나 상대의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신없이 말을 내뱉는 수다쟁이를 경멸한다. 느림의 한 방식으로서 대화는 모두가 유쾌하면서 관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물론 말솜씨가 뛰어나고 재치가 넘치는 사람은 즐거운 모임을 위해 환영받는다. 하지만 꼭 달변가일 필요는 없다. 분노보다 웃음을 끌어내는 사람, 과장된 표현이 조금은 우스꽝스러워 보일지라도 유쾌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 이런 대화가 아니라면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정처 없이 도시를 헤매거나 아름다움의 극치가 펼쳐지는 꿈을 꾸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좋은 대화가 이루어지려면 무엇보다 훌륭한 ‘듣기’가 필요하다. 듣기란 상냥하고 현명한 울림판이 되어주는 것이며 화자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특정 방식,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 차제만으로도 상대방을 지지하는 질 좋은 침묵을 통해 발언자가 빛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일이다. 물론 이렇게 잘 듣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유쾌한 대화의 장을 위해 좋은 청자는 필수적인 존재다. 축구팀에서 공격수와 수비수가 모두 필요한 것처럼 잘 듣는 사람과 말을 잘하는 사람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어떤 대화가 내 몸과 마음을 명민하게 다듬어 사람들과 함께 살 준비를 하게 해주고 내 영혼을 세상의 흐름에 내맡길 수 있게 한다면 그 대화는 성공적인 대화일 것이다. 결국 대화는 삶의 행복과 연결되는 삶의 태도와 방식과 연결된다. 나와 타인의 행복에 연결되지 못하는 대화는 헛된 것이리라.
머리말
성공적인 대화란 무엇인가?
지치지 않는 말
침묵 배우기
수다에 관하여
말의 다른 사용법
노래하며 투쟁하기
신과 말을 놓을 수 있을까?
사라진 시인들과 대화하기
재담
모든 것을 협상할 수 있을까?
토론하는 사회
웃고 마시고 노래하기
음식과 대화
대화, 대화 그리고 대화
황금시대
우리는 대화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맺음말
대화와 관련해 내가 탄복한 점은 그 사용이 특별한 계획에 지배받지 않고 정해진 생각에 복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의미를 만들고 일관성 있게 보인다는 사실이다. 마치 한 명의 수석 건축가나 군주에 의해 계획되지는 않았지만 도로들과 마을들이 잘 어우러진 도시, 사람들이 흩어지게 내버려 두지 않아서 거친 반대에 맞설 필요도 없는 도시를 보는 것 같다.
질 좋은 대화는 재치, 금욕, 예상치 못한 제안을 포함하지만 질서를 잃는 법이 없다. 보이지 않는 선을 따라가고 길가에 멈춰서서 주저앉는 일이 없다. 게다가 이러한 대화에는 각기 다른 범주로 분류해야 하는 시점마다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적절히 개입한다. 우리는 이러한 사람들을 흉내낼 수 없는 스타일을 지닌 논객으로 인정한다.
이처럼 질 좋은 대화가 지닌 매력은 그것이 더해지기 전의 순간에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볼 때 그 매력은 임의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며 통제력을 잃을 때, 명철함을 잃을 때, 사람들이 분산될 때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질 좋은 대화도 사람들이 안이한 태도로 임하거나 혼란을 일으키거나 응집될 필요 없는 요소들을 무모하게 병렬할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_ ‘머리말’ 중에서
성공이 유행이다. 실패가 여전히 우리를 매혹하는 주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성공적으로 살기란 나에게 쉽지 않은 문제라서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살 수 있는지 자문하곤 한다. 성공적으로 죽기란? 이 문제는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고 적절한 답을 찾으리라는 확신도 없다.
이 책에서는 성공적인 대화를 결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려 하는데, 이는 생각보다 더 어려운 문제다. 우리는 성공적인 대화를 방해하는 장애물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무엇이 대화를 완벽하고 충만하게 할까? 그 답에 다가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화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대화의 시작을 알려야 할까? 우연히 친구들을 만나서 여유 시간을 할애해 대화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생각해보자.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헤어지기 전에 몇 마디 말로 대화의 끝맺음만 지으면 된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그런데 어쩌다 보면 이야기가 길어진다. 대화는 순간순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튄다. 이야기, 어떤 사람에 대한
묘사, 평범한 생각을 주고받는다. 모두가 대화에 참여한다. 모든 이가 자신의 개입으로 대화를 끝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에 각자의 발언은 모두 가치를 지닌다.
한편, 우리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기로 마음먹을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방식으로 대화의 물꼬를 튼다. 파티의 시작을 활기차게 알리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연극의 막을 여는 몇 줄의 대사나 럭비 경기에서 킥오프 후 이뤄지는 몸싸움은 연극이나 경기 전체의 질을 예상하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대화를 압도하려 한다거나 무대 앞을 차지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_ 본문 17∼18쪽
언제 어디서든 빈정대고 비꼬는 조롱꾼은 타인을 즐겁게 하기보다는 불편하게 할 방법을 모색한다. 조롱꾼은 분
명 사람들이 자기를 보고 감탄하는 것을 즐긴다.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조롱꾼은 재치 있는 입담으로 자신을 무장하곤 한다. 어떤 이들은 저녁 식사 자리에 활기를 주라고 조롱꾼을 초대하곤 한다. 그러나 조롱꾼은 남을 희생양 삼아 자신의 재능을 발휘한다. 그가 던지는 가시 돋친 말의 예리함은 그가 피해자의 약점을 제대로 알고 있다는 방증이다. 상대의 약점을 파악하려면 남을 포용하고 대화의 흐름과 분위기를 띄우는 능력보다는 대화의 맥을 끊기에 적합한 냉혹함이 필요하니 말이다. 조롱꾼은 타인의 말에서 어색함을, 움직임에서 어설픔을, 몸짓에서 모자란 교양을 찾아낸다.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른다. 분석가의 통찰력은 남의 잘못과 부족한 점을 발견하고자 하는 열정의 기원이자 양분이다. 분석가만큼 똑똑하지만 악의가 없는 사람은 타인을 볼 때 거슬리는 점이나 행동의 기괴함을 눈치채지 못한다. 게다가 이들은 누군가 크게 내딛는 걸음, 신랄함이나 극도의 흥분이 자신을 침투하게 내버려 두기 때문에 편협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여기는 풍경이나 사람을 보고도 경탄할 수 있다.
_ 본문 31∼32쪽
몽테뉴는 역설적이게도 글를 통해 대화의 모델을 제시했다. 즉, 오직 즐거움에 의해 이끌리며 끊임없는 경이로움 속에서 이루어지는 유쾌한 산책과도 같은 대화의 방식이다. 그는 방랑하며 어떤 새로운 이미지에 매혹되고, 그것을 조금 더 멀리 이끌다가 결국엔 놓아버린다. 그는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고, 그저 제안할 뿐이며 때로는 너무 많이 말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몽테뉴가 어떤 작가를 인용할 때도 그것은 자신의 학식을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치 오래된 친구에게 조언
을 구하기 위해서다. 우리 역시 《수상록》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그것을 끝마쳤다는 사실을 아쉬워한다. 마치 끝없이 이어질 수 있었을 대화가 우리의 일상적인 일들 때문에 중단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모든 것과 아무것에 대해 말할 권리가 있다. 이는 때로 겸양의 증거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숭고한 극치에 다다르려 하지 않고, 일상적인 삶과 환경의 경계를 뛰어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우리의 뱃속을 모두 까 보이지 않고, 우리 안의 불결한 것들로 지인과 이웃을 불편하게 하지 않고, 그들을 시시한 말 속에 가라앉게 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우리가 대화 속에서 방방 뛰고 이 주제에서 저 주제로 넘어 다니기 때문에 정치적인 주제를 비롯한 여러 심각한 문제를 다루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들이 간혹 주제가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오랫동안 추측(생각나는 대로 신이 존재하는지, 우주의 근원은 무엇인지, 야만성이 언젠가 사라질지, 또는 근본적이고 번민하게 하는 다른 질문들)하며 살아가기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_ 본문 59∼60쪽
수다쟁이는 침묵을 지켜야 하는 순간, 죽은 사람과 그의 가족이 마땅히 누릴 묵념의 권리를 방해하지 않아야 하는 순간이 와도 눈치채지 못한다. 공연 중간의 휴식 시간에도 수다쟁이는 공연의 매력을 분산시킨다. 공연의 아름다움도 그를 막지 못한다. 식사 시간에는 마치 수다가 우아한 요리에 어울리는 것처럼 굴며 식사를 즐기지 못하게 한다. 마음을 가득 담은 눈빛과 손길만으로도 우리는 양질의 첫 만남을 약속할 수 있다. 몇 마디 피상적인 말은 약속된 만남에 평범함을 더하기 때문에 그 만남은 단순한 모험으로 전락하게 된다. 수다쟁이는 찻주전자 안에서 귀한 찻물이 우러나는 모습을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관찰하는 법을 전혀 모르는 걸까? 그들은 자기가 고대했던 일이 일어나기까지 혹은 그런 일을 행하기까지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리는 법을 전혀 모르는 걸까?
_ 본문 70쪽
침묵하는 사람에도 여러 유형이 있다. 침묵자는 끊임없이 경계한다. 자신의 사생활이 침해당하는 것을 매우 꺼리
며 자신이 내뱉는 몇 마디 말이 불리하게 작용하거나 결국에는 자신의 사생활이 드러날까 봐 걱정한다. 그러니까 취약한 부분이 노출되는 것, 다시 말해 적의 포화를 맞을 위험을 걱정한다. 이러한 우려는 우리가 잔인한 사회에서 논쟁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우리를 해칠 마음을 품고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이런 우스운 걱정을 너무 빨리 드러내지 마라. 겉으로는 예의 바르게 행동하겠지만 속으로는 제거하는 편이 나은 경쟁자로 생각할 수도 있다. 작은 마을에서는 딱히 알 수도 없는 이유로 누구든지 제거 대상으로 보이기 십상이니 말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표현은 우리를 드러내고 폭로한다. 자세, 걸음걸이, 웃는 모습 혹은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는 행동 방식이 적대적인 사람들에게는 구체적인 표지가 된다. 따라서 한 걸음 더 다가가지 말고 숨을 참고 숨어버리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최소한의 개입은 예상과 달리 오히려 적들의 시선을 끌고, 결국 우리는 붙잡히게 될 것이다. 이것은 완전히 허구적인 상상이 아니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만큼 끔찍한 가정이다. 다행히 진부한 말 몇 마디를 중얼거리는 것만으로도 무죄를 증명할 수 있다. 그러면 구원의 손길이 우리를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재판들 중에서도 가장 준엄했던 논고는 사소한 손짓과 몸짓에도 주목했다. 우리의 변론은 너무도 미약하므로 긴장을 풀고 말하는 것을 주저 말고 그냥 운명에 내맡기자. _ 본문 85∼86쪽
이제 협상에 관해 이야기할 차례가 되었다. 협상은 시민과 시민이 속한 체제, 아이와 부모, 교사와 학부모, 고용주와 피고용인,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 이루어진다. 협상에서는 선(善)을 확인할 수 있다. 지위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비밀이나 혼란을 이용하는 권력의 민낯을 공개하는 방법, 대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참여하고 계획된 것을 실현하고자 시도하고 긴장과 좌절을 구명하고, 가끔은 해소하는 방법 말이다. 법률만능주의는 능숙한 소송인에게 이익이 될 수 있겠지만 사회생활의 직접성을 해칠 위험이 있다.
그 장단점이 무엇이든 간에 이 새로운 말의 사용법 즉, 협상은 확산되고 정련되고 우리의 영혼을 차지하고, 어떤 점에서는 많은 영역의 대화를 대체한다. 대화는 너무 논리적으로 전개되는 것을 싫어하는 반면 협상은 논거가 필요하다. 표현의 아름다움에는 관심을 거두기를 바란다. 핵심을 겨냥하고 형식을 따질 때는 엄격하게 한다. 대화는 헤매고 방황하는 데서 즐거움을 찾지만 협상은 경로를 곧게 유지해야 한다. 협의점을 찾거나 소송인(당사자) 중 한 명이 원하는 결과를 거두면 협상은 끝이 난다. 당사자 간의 대립이 있을 때 대화는 처벌받아야 할 사람과 면제될 사람을 정하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 대화는 몸짓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언어에 생동감을 더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협상은 결론에 도달하고 논거의 교환을 종결해야 한다. 반면 우리는 계절과 해를 뛰어넘는 끝없는 대화를 꿈꿀 수 있다. _ 본문 205∼206쪽
어떤 대화가 내 몸과 마음을 명민하게 다듬어 사람들과 함께 살 준비를 하게 해주고 내 영혼을 세상의 흐름에 내맡길 수 있게 한다면 그 대화는 성공적인 대화다.
대화는 우리가 다시 일상의 흐름을 되찾으면 끝난다. 그러나 원칙적으로는 미완성 상태로 남아있다. 이는 우리가
할 이야기를 다 하지 못했다거나(만약 대화 중에 말을 다 소진해버리면 남은 하루 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지 않겠는가) 본질을 따져보지 못해서가 아니다(대화는 본질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가 아니다). 타인에게 더 다가가고 싶은 마음, 언어를 통해 빛나고 싶은 마음이 갈수록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지나칠 수 있는 다른 경험들을 놓치게 될 위험이 있다.
다시 말해 끝난 대화도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는 상태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대화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믿는다. 대화하는 사람은 미래의 인물이다. 노래하는 미래, 각자의 방식으로 노래해야 하는 미래 말이다. 수다는 대화와 반대로 통제되지 않는 언어의 힘을 이기지 못해 의지와 상관없이 행해진다. 수다의 언어는 쉬지 않고 말하라고 우리의 등을 떠민다. _ ‘맺음말’ 중에서
작가정보
(Pierre Sansot)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 피에르 쌍소는 1928년에 태어나 프랑스 그르노블에 있는 피에르 맹데-프랑스 대학과 몽펠리에의 폴 발레리대학에서 철학과 인류학을 가르쳤다. 행복을 찾는 적극적인 방법으로 ‘느림’의 방식을 찾은 그는 ‘느림의 철학자’, ‘걷기 예찬론자’로도 불렸다. 삶과 환경에 조화를 이루는 삶의 자세를 이야기한 여러 에세이를 통해 ‘느리게 사는 삶’에 대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느림’에 관한 책들은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된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는 2005년에 타계했다.
20여 년 전 문학, 사회학, 거기에 철학이 한데 섞인 동시대의 감수성을 잘 담아낸 《느리게 산다는 것》을 통해 처음 한국 독자를 만났을 때 국내에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그는 ‘느림’에 관한 주제의 하나로 ‘대화’를 선택했는데 바로 이 책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대화란 섬세하고 유쾌하고 즐겁게 시간을 쓰는 방법론 중 하나다. 즐거운 대화는 대화가 끝날 때면 아무런 이득을 얻지 않아도 화합의 행복을 느끼게 한다.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피에르 쌍소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대화’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우리는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면서 느끼는 즐거움과 행복이 인간 사회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깨닫게 된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에서 국제회의 동시통역 석사학위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UNSW)에서 통번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역서로는 《에밀 졸라의 진실》, 《몬테소리 기적의 육아: 0∼36개월》, 《몬테소리 기적의 육아: 만 3∼6세》, 《감옥의 대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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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매한 이용권의 대한 잔여권수를 선물할 수 있습니다.
- 열람권은 1인당 1권씩 선물 가능합니다.
- 선물한 열람권이 ‘미등록’ 상태일 경우에만 ‘열람권 선물내역’화면에서 선물취소 가능합니다.
- 선물한 열람권의 등록유효기간은 14일 입니다.
(상대방이 기한내에 등록하지 않을 경우 소멸됩니다.) - 무제한 이용권일 경우 열람권 선물이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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