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과 재난관리
2025년 02월 28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1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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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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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일본의 ‘노동안전위생법(Industrial Safety and Health Act)’과 중대재해
3장 일본의 ‘노동안전위생법’에서 노동재해발생시의 책임: 형사처벌(편)
4장 영국의 산업안전보건법 관계 법령
5장 영국의 기업과실치사에 대한 법적 책임에 대하여
6장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목적과 주요 내용의 문제점
머리말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21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지만, 실제로 산업현장에서의 중대재해발생 건수는 그다지 줄어들지 않고 있다. 1970년대부터 수출입국을 외치면서 고도경제성장과 함께 각종 건설사업도 신화를 낳을 정도로 급속하게 성장했다. 그 결과, 경제정책도 대부분 수출과 건설위주의 산업정책으로 집중된 반면, 사회 안전이나 보건위생 분야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사고,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1997년 괌 대한항공 추락사고, 1999년 씨랜드 참사, 2003년 2월 대구지하철 참사, 2016년 4월 세월호 참사 등으로 ‘사고공화국’이라는 오명이 붙을 정도였다. 끊이지 않는 사건 사고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개선되지 않은 채 또다시 2018년 12월에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씨 압사사고, 2020년 4월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고 등이 잇달아 일어났다. 재난안전에 대한 획기적인 제도개선은 차치하고라도 법 규정 미비 등으로 책임자 처벌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용균 씨 압사사고로 점화된 분노한 민심 속에서 충분한 법규정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특별법으로 선포되기에 이른다.
그런데 이번에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를 보호하고 재난피해를 줄이는 감재(减災) 정책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처벌에만 무게를 둔 처벌법으로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앞으로 처벌보다는 노동자를 보다 더 안전한 환경 속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기업이나 사업주의 역할을 유도하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재난을 예방하거나 피해를 줄이는 방법은 재난을 사전에 미리 예지해서 예방하고 대비, 대응을 잘하는 것이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 미연에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점에 방점을 둬야 한다. 기업이나 사업주가 재난에 대비해서 작업현장에 전문 안전요원을 상주시키는 한편, 재난에 대비해 만반의 인력과 예산 투입, 그리고 지속적인 보건 안전위생 점검과 함께 노동자들도 안전 매뉴얼을 충분히 익힐 수 있도록 반복적인 훈련활동을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일본은 ‘기업처벌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은 법규는 없지만, 노동재해나 건설현장에서의 안전 요원인 감시 감독관을 파견하는 등 재해를 줄이는 방법을 도입하고 있다. 재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에 대해서 우리가 참고할 가치가 있어 소개했다.
특히 주목하고자 하는 부분은 일본의 ‘스트레스 체크 제도 의무화’ 정책이다. 일본은 2015년부터 50인 이상 노동자 상주 기업에는 매년 종업원들의 스트레스 체크를 실시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스트레스 체크 제도란, 노동자들이 받는 정신적인 스트레스 정도를 미리 체크해 이에 대처하고 전문 의사의 진찰을 받아 「우울증」 등 급속하게 진행되는 정신건강 악화 상태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이다. 만병의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 체크를 제도화해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의 악화 상태를 조기에 진단하여 악화를 방지할 뿐만 아니라, 체크 결과를 분석해서 직장 환경 개선이나 작업장의 능률향상 등을 배가할 수 있는 방법까지도 모색해 직장 환경 개선에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 본서에서는 스트레스 체크 제도의 실시방법과 진행 수순 등에 대해서 자세하게 분석했다.
외국인 노동자 재해관련 법규도 참고할 부분이 있다. 2024년 6월 24일 우리나라의 경기도 화성 리튬전기 화재 폭발 사고는 희생자 23명 중 18명이 외국인 노동자였다. 일본도 우리와 같은 인력부족 현상을 겪으면서 임금체불이나 불법거주자, 안전사고 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고자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철저하게 사전 안전위생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일본어 이해력이 충분하지 않은 외국인에 대해서는 노동안전위생법(1972년 법률 제57호) 제61조 규정에 따라, 일본어 이해력을 배려해서 적절한 기능 강습을 충분하게 시키도록 당부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외국인용 코스를 별도로 설치해, 개개의 외국인 수강자의 일본어의 이해력에 따라 해당 외국인 수강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외국어)에 의한 보조 교재를 사용하거나 통역자로 동시통역을 실시하는 코스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이태원 ‘10·29 대참사’와 아주 유사한 압사사고가 2001년 7월 21일 아카시(明石)시에서 발생하여 11명이 압사하고 183명이 부상당했다. 당시 아카시(明石)시의 ‘군중 안전관리 부실’과 ‘효고현 경찰의 경비체제 미흡’, 그리고 경비회사를 포함한 ‘사고 이후의 대응미비’ 등의 문제에 대해 참사 내용을 소상하게 소개해 두었다.
영국도 소개했다. 영국은 노동재해에 대해 일찍부터 대응한 경험이 있고 ‘기업처벌법’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은 18세기 유럽의 산업혁명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는 노동재해에 대응하기 위해 1961년에 ‘공장법(Factory Acts)’과 1963년 ‘사무실, 점포 및 철도 시설법’을 제정했다. 1972년에 공표된 영국의 로벤스 보고(Report of the Committee, 1970-1972, Lord Robens)에 의하면, 1974년에는 “산업안전보건법(Health and Safety at Work etc. Act 1974”)이 제정되고, 보건안전청(Health and Safety Executive)이 신설되었다.
하지만 2000년에 들어와서도 건설현장에서 고질적인 사망재해가 끊이지 않았다. 거물급 정치인 선거구에서 한꺼번에 4명이 사망하는 현장 사망재해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토니 블레어(Tony Blair) 정권의 부총리였던 존·프레스코트(John Prescott)의 선거구에서 사망재해사고가 발생한 것이어서 존·프레스코트는 매우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2001년 2월, 그는 관련 업계 단체들과 함께 CEO회의를 주최하게 된다. 동 회의에서는 건설공사 도중에 재해를 입은 사상재해 이재민과 그 가해자, 이재민 소속기업 CEO, 이재민의 가족 등 모두가 참여해 참사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참회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당시 증언자들에 의하면, 참혹했던 현장 동영상 인터뷰를 지켜보던 회의장은 몇 분간은 숙연하리만큼 정적에 휩싸이기도 했다고 한다. 이 참회를 계기로 ‘소위’ 영국의 ‘Safety Culture(안전 문화)’가 창출되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재해로 인한 사망자의 숫자도 2/3로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오늘날 영국은 ‘Safety Culture’에 따라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 작업자 모두가 스스로 안전 위생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파악하여, 리스크 제거 또는 저감을 위한 공동노력을 하고 있다. 그 이후로도 영국 정부는 계속해서 보건안전청(HSE)이나 업계 단체가 하나가 되어 안전 위생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이에 더해 영국 정부는 2007년에는 ‘기업 과실치사 및 기업 살인법’(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 2007)까지 도입해 기업주나 사업주의 과실에는 엄격하게 그 처벌 수준을 강화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가 영국의 기업처벌법을 인용해 도입한 ‘중대재해처벌법’은 영국과 같이 세세하게 규정한 재난안전 가이드라인이나 매뉴얼 등은 뒤로한 채 너무 기업 처벌에만 무게를 두어 향후는 보다 더 합리적인 방법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영국은 이 법의 시행 이후 지금까지 약 30여 건의 유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그중에서 고위 경영진의 실수로 인해 노동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를 입증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어려운 점들이 뒤따랐다. 노동자들의 사망에 미치는 영향과 요인분석은 다양하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란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2023년 5인 이상 기업에도 전면적인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됨에 따라 준비 없이 직면하게 된 기업현장에서는 상당한 어려움과 혼란을 겪고 있다. 필자는 산업현장에서의 인사상 사망피해나 피해보상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영국이나 일본 사례에 비추어 기업의 처벌위주에만 치우쳐진 현행법에 대해서는 좀 더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떻게 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까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국의 경우, 석면피해가 잘 발생하는 장소나 건축물, 또 이를 접하게 되는 노동자들에 대한 주의점, 어쩔 수 없이 건설현장에서 석면에 접촉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면 피해를 최소화하고 후유증도 줄일 수 있을까 하는 구체적인 매뉴얼이나 지침을 지루할 정도로 반복적으로 시달하고 있다. 일본도 건설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상자가 나오는 작업사다리 사용상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작업장에서 작업 통로사다리의 경우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잘 세워서 넘어지지 않게 해 사고 없이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까를 노동후생성 작업지침으로 설계도면까지 제작해 자세하게 지침으로 시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다리나 작업통로 설치 이후에도 수시로 안전성을 점검하도록 하는 후속 점검 규정까지 두고 있을 정도다.
필자가 보기에는 ‘중대시민재해처벌’에 관한 규정이 다소 애매모호하다. 이 법을 법규 그대로 적용한다면 상주 작업인원이 없는 산이나 강, 바다, 그밖에 학교나 공공장소, 공원, 전시장, 공연장 등 공공건물 등에서의 대형 재해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누구를 처벌할 것인가? 아울러 지진이나 태풍, 호우, 홍수 등 자연재해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제외되어 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 사회의 재난은 대체로 복합재난이 대부분인데, 칼로 무 자르듯 자연재해와 인재를 구분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강가에 지어진 대형 창고가 불량기자재에 설계상 결함 등 부실 건물로 지어져서 홍수로 인해 제방 둑이 무너지면서 떠내려가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중대시민재해로 관계 기관장이나 지자체장이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필자는 30여 년간 재난현장을 지켜보면서 재난피해를 크게 줄이기 위해서는 재난발생시 ‘신속한 재난정보전달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언론이나 인터넷 등 미디어를 통해 재난정보전달시스템에 집중해, 2003년 『위기관리와 커뮤니케이션』, 2006년 『위기관리와 매스미디어』, 2010년 『정부와 기업의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 2016년 『국가위기관리와 재난정보』를 출간하기도 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는 한국기자협회 주최 재난보도준칙제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우리나라 ‘재난보도준칙’ 제정에 조금이나마 기여한 바도 있다. 2019년 말에는 ‘코로나19’의 창궐로 우리사회는 가히 ‘패닉상태’에 빠져들게 되어 온 국민들이 재난경보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따라서 필자는 2023년 『국가위기관리와 긴급재난경보』라는 저술로 그 해법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 책을 집필 중인 2024년에도 화성리튬전지 폭발 사고로 다수의 외국인을 포함한 23명이 희생되는 뉴스를 접했다. 뿐만 아니라, 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제주항공-무안공항참사’로 179명이나 희생당하는 대형참사로 온 국민이 비탄에 잠겼다. 이는 항공법 위반으로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다. 즉, 항공기 안전관리나 수리 등 조종사의 과실일 때는 항공사가, 공항안전관리 미비나 둔덕 등이 문제이면 공항관리공단 측이, 새떼 등 관제관리 과실일 때는 담당 항공청이 각각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중대재해 예방과 사후처리 문제를 해결 정착시켜야 한다고 집필을 더욱 서두르게 되었다.
처벌만으로는 대형재난이 근절되지 않는다. 문제는 국가정책의 대전환과 함께 노동현장에서 안전수칙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자 하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평소 그 기업이나 사업장에서 얼마만큼이나 안전교육 수칙을 지켰으며, 매뉴얼대로 훈련을 실시해 종업원들의 안전 수칙을 위해 노력했는지 등을 점검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재난안전 위생과 관련된 예산 편성이나 집행, 전문 인력 파견과 감시 감독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사용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노동자나 종업원들도 수칙을 준수했는지 여부 등도 함께 따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서가 참고가 될 것을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출판사정이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국가적인 위기 극복을 위해 기꺼이 출판에 이르기까지 지원해주신 안종만 회장님과 안상준 대표님, 제안과 마케팅을 열심히 해주신 정연환 과장님, 그리고 영어와 일본어, 한국어를 넘나들며 교정과 편집, 표지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심혈을 기울여 주신 장유나 차장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작가정보
(李 鍊)
이 연 교수는 선문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재난정보미디어포럼 회장과 재난방송중앙협의회 위원, 중앙재난관리평가위원, 재난방송 과태료 심의위원 등을 맡고 있다.
그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4년 일본의 上智大学(Sophia University) 대학원 신문학연구과에 유학하면서부터이다. 동 대학 석사, 박사과정(신문학박사)을 졸업하고 1995년 고베지진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위기관리와 재난안전’에 대해 연구하게 된다. 특히, 東京大学 히로이 오사무(広井脩) 교수와 함께 ‘관동대지진과 조선인 학살사건’을 공동 연구하면서 위기관리와 재난안전시스템 연구에 주력하게 되었다.
경력으로는 선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 중앙도서관장, 행정대학원장, 대학언론사 주간, 행정안전부 자문교수·기획위원, 국민안전처 자문교수, 소방방재청 자문교수, 기상청 자문교수, 방송통신위원회 책임교수 및 자문교수, 한국기자협회 재난보도준칙 제정위원장, 언론중재위원, 일본의 上智大学 신문학연구과 객원교수 등이 있다.
〈저서 및 관련 연구서〉
ㆍ 〈국가위기관리와 긴급재난경보〉(2022, 박영사)
ㆍ 〈일제강점기 조선언론통제사〉(2021, 박영사)
ㆍ 〈정부와 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2010, 박영사)
ㆍ 〈국가위기관리와 재난정보〉(2016, 박영사)
ㆍ 〈위기관리와 커뮤니케이션〉(2003, 학문사)
ㆍ 〈위기관리와 매스미디어〉(2007, 학문사)
ㆍ 〈재난상황, 언론대응 및 수습과 홍보〉(2015, 국민안전처)
ㆍ 〈재난 홍보시스템방안 연구〉(2008, 행정안전부)
ㆍ 〈재난방송과 홍보의 이해〉(2008, 국립방재교육연구원)
ㆍ 〈한국적인 재난방송시스템에 관한 연구〉(2004, 방송위원회)
ㆍ 〈일본의 방송과 방송문화사〉(2006, 학문사)
ㆍ 〈신문, 텔레비전의 소멸〉(2010, 아카넷, 역서)
ㆍ 〈일본의 케이블TV〉(1997, 영풍문고:공저)
ㆍ 〈일본 대중문화 베끼기〉(1998, 나무와 숲:공저)
ㆍ 〈朝鮮言論統制史〉(2002, 日本 信山社)
ㆍ 〈グロ-バル社會とメデイア〉(2003, ミネルバ-:共著)
ㆍ 〈サッカー文化の構図〉(2004, 道和書院:共著)
ㆍ 〈マス·メディアと冷戦後の東アジア〉(2005, 学文社:共著)
ㆍ 〈メディアと文化の日韓関係〉(2016, 新曜社:共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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