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AI 그리고 브랜드
2025년 03월 17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3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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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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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그러한 변화를 일구는 국내외 브랜드들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의식주 같은 기본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변화뿐만 아니라 항공유처럼 대중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브랜드가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말을 걸게 된 이유, 소재를 바꾸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브랜드도 있다. 지금 당장 우리 브랜드에 적용할 수 있는 전략과 기술, 데이터, 지역사회, 에너지, 기후세대가 어우러진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방법을 제안한다. 그린워싱, 예쁜 쓰레기, 과잉생산과 소비를 비난만 하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없다. 지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시급하지만 브랜드부터 시작하자고 말하는 데는 브랜드가 지금껏 많은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꿔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토대로 새로운 소비문화를 제안하는 브랜딩 전략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1장. 결론結_정해져 있다, 계속하기로
경험의 실험_기후위기감, 느낀 만큼 달라진다
기업의 실험_기후감성을 넓힐 때 달라진다
소비자의 실험_진정성을 느낄 때 달라진다
2장. 전환轉_브랜드라서 할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을 바꿔왔듯 지구도 구할 수 있다
의衣_재활용 사업 확장 vs. 소비문화 전환
식食_대체하기 vs. 더 다양한 옵션
주住_오래된 산업일수록 기술과 전문성 더하기
용用_뜻밖의 빌런, AI
완벽할 순 없다, 꾸준함만이 있다
3장. 전개承_지구의 브랜드로 발전하는 전략
실패도 함께해야 브랜드 경험이 넓어진다
가장 빠른 방법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니치 마켓은 소비자의 작은 습관에 있다
낯선 시대에는 낯선 해법이 필요하다
변화보다 중요한 건 제품력이다
고급화 전략은 친환경 소재에 있다
소재를 바꾸면 인식이 바뀌고, 새 시장이 열린다
질적 개선은 목적, 기술, 디테일에 있다
4장. 시작起_먼 이야기를 현실로 가져오는 브랜딩의 시작, 공진화
피보팅, 제품이 아니라 의식으로 전환하라
브랜드 확장, 지역사회를 포섭하라
커뮤니케이션, 어려운 기술도 계속 이야기하라
위기 대응, 데이터로 맥락을 설명하라
고객 관리 대신 함께 성장하자고 제안하라
지속가능한 문화를 이끄는 시스템을 설계하라
에필로그. 어떤 이야기의 일부가 되고 싶은가
오션클린업은 모금을 위한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태평양에서 100번째 쓰레기 수거’를 3시간 동안 생중계하기도 했다. 해당 라이브에는 2022년 오션클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기아 KIA 의 프로젝트 매니저가 출연했다. 기아는 수거한 플라스틱을 전기차 생산에 활용하기로 했다. 파트너십을 맺은 또 다른 국내 기업인 현대글로비스는 해상 운송 인프라에 카메라를 부착해 해상 플라스틱의 위치나 규모와 관련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오션클린업에 지원금을 보내고 있다. 2023년까지 기업들의 후원금은 1억 달러에 달한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오션클린업이 기업들의 친환경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대신 돈이 많은 기업 들이 친환경적으로 보이도록 꾸며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비판은 유효하다. (중략)
정해진 답이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브랜드가 해야 할 일은 다양한 실험들이다. ‘실험’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기후위기 시대의 실험 또한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조건하에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변화를 기록하고 결론을 내는 일이다. 그 실험이 과감할수록 더 좋겠지만 일단 어떤 실험이든 ‘만약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가정(IF)으로 시작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행해진 시도는 모두 실험이다. 늘 그렇듯 모든 실험이 성공적일 수는 없다. 여러 브랜드가 수십 번의 실험을 거치며 새로운 배합과 새로운 촉매제로 조건들을 조절하며 실험을 계속하는 브랜드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이 실험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위기는 분명하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_‘경험의 실험_기후위기감, 느낀 만큼 달라진다’ 중에서
인식이 바뀌면 행동이 달라지고 삶의 방식이 변한다. 그래서 브랜드는 환경오염에 책임이 있다. 단순히 제품의 원료, 폐기물 재활용 문제보다도 더 큰 차원의 책임이다. 브랜드가 언제나 하는 일, 브랜드라서 할 수 있는 일, 브랜드만 할 수 있는 일,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는 작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 역사도 오래됐다. 실제로 1950년대 한 브랜드가 집행한 카피와 캠페인이 소비자 인식의 변화, 라이프스타일의 큰 흐름을 바꾸는 변화를 이끌어낸 사례가 있다. 플라스틱이 대량 생산되기 시작하던 1950년대, 플라스틱의 활용을 재촉한 역사적인 마케팅이 있었다. 1955년 《라이프》에 실린 ‘마음껏 쓰고 버리는 생활(Throwaway Living)’라는 캠페인으로, 1950~60년대 가장 성공한 마케팅 중 하나로 꼽힌다. 마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듯 ‘한 번 사용하고 버리세요. 청소도, 설거지도 필요 없어요’라는 카피가 발표되자 ‘쓰고 버리는’ 생활 방식이 미국을, 그리고 전 세계를 강타한다. _‘라이프스타일을 바꿔왔듯 지구도 구할 수 있다’ 중에서
환경이 훼손됨으로써 우리에게 가장 직접적이고, 파괴적인 결과로 돌아오는 분야가 식품이다. 인간의 몸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이다. 식품 생산성은 높아졌지만 동물 학대에 가까운 사육 환경, 항생제 투여, 화학물질 사용, 유전자조작 식품 등으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파타고니아가 2013년 프로비전을 설립해 식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매진할 당시, ‘새 재킷은 5년에 한 번 혹은 10년에 한 번 정도 필요하지만 식품은 하루에 적어도 세 번 이상 필요로 한다’던 이본 쉬나드의 말이 떠오른다. 지구를 되살리는 사업을 하는 그가 바라보는 식품업은 확산의 빈도가 남다른 사업이다. 파타고니아는 바다에서 대량으로 잡은 연어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강에서 몸에 상처를 내지 않는 방식으로 잡은 연어를 훈제해 제공한다. 파타고니아 연어를 식탁에서 만나는 소비자들은 잠시나마 연어를 둘러싼 생태계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식탁에 비건, 대체우유, 버섯고기를 올린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구매의 빈도라는 측면에서 압도적인 비중의 식품은 가장 빈번하게 우리의 생활을,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분야이다._‘식食_대체하기 vs. 더 다양한 옵션’ 중에서
리퀴드데스의 CEO 마이크 세사리오는 각종 페스티벌을 즐기는 열렬한 헤비메탈 팬이다. 동시에 술, 담배, 마약과 같이 건강에 좋지 않은 습관을 메탈과 연관 짓고 싶지 않은 스트레이트 엣지(Straight edge)였다. 건강을 생각하는 메탈 팬으로서 페스티벌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를 늘 아쉬워했다. 그러한 현상은 이미지, 즉 페트병에 담긴 깨끗한 물을 들고 다니는 것이 페스티벌에, 메탈에, 록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느끼기에 기존 헬스산업은 샐러드를 먹고 레깅스를 입으며 요가를 하는 전형적인 페르소나만을 내세우고 있었다.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타깃은 여러 분야의 소비자들에 다층적으로 분포되어 있는데 말이다.
헤비메탈과 펑크록의 반항, 해체주의 정신은 지나친 소비를 조장하는 거대 자본주의와 그로 인한 환경파괴를 비판하는 환경주의 정신과도 맞닿는다. 플라스틱 대신 캔에 담긴 물이 록스피릿과 만나 탄생한 리퀴드데스는 꿋꿋하고도 독자적인 노선을 걷게 된다._‘낯선 시대에는 낯선 해법이 필요하다’ 중에서
에르메스는 왜 버섯가죽을 선택했을까? 당시 에르메스 인터내셔널 감사 및 조직 개발 총괄 부사장이었던 올리비에 푸르니에는 ‘동물 가죽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직접 언급했다. 그는 에르메스의 소재에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해 버섯가죽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즉, 버섯가죽은 가죽의 대체재가 아니라 또 다른 럭셔리 소재라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버섯가죽으로 만든 빅토리아 백은 ‘비건 백’은 아니다. 손잡이가 여전히 송아지 가죽이다. 에르메스는 비건가죽을 통해 이 시대의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베블런 효과는 물건 가격이 오르는 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수요가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비싼 물건을 살 수 있는 자신이 남들에게 더 특별한 사람으로 보일 거라는 심리 때문이다. 에르메스에게 버섯가죽은 희소성을 더하는 전략인 셈이다._‘고급화 전략은 친환경 소재에 있다’ 중에서
‘도심에 녹색 지대를 늘려야 합니다. 그래야 이산화탄소가 줄어듭니다’처럼 거대하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추상적인 ‘지구’ 이야기가 아니다. 상대하는 대상이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를 넘어 그 범위가 확대된다고 해서 브랜드가 무거워질 필요는 없다. 오히려 더욱 가벼워야 한다. 그리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중략)
네덜란드 교외 소도시 위트레흐트 시의회는 광고 대행사인 클리어 채널과 협력해 버스 정류장 316개를 꿀벌 정류장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최초로 시작했다. 버스 정류장 지붕에 토종 식물을 심어, 비가 오면 빗물을 저장하거나 온도를 낮추려 했다. 지붕에 식물을 심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미세먼지가 감소하고, 결정적으로 꿀벌과 나비 같은 곤충들이 쉬어 갈 수 있었다. 네덜란드의 또 다른 시는 도시의 고속도로, 철도, 수로변 등 이용 가능한 공간에 야생화를 심어 꿀벌의 보금자리를 확대시키는 꿀 고속도로(Honey Highway) 사업을 추진했다. 20년 수명이 다 된 정류장을 새 정류장으로 교체를 하면서 태양전지판으로 작동하는 LED 조명과 대나무 좌석 같은 새로운 문명이 이식되면서 사람들도 꿀벌 정거장의 혜택을 봤다. 이후 꿀벌 정류장은 덴마크와 스웨덴, 영국으로 확장되었으 며, 앞으로 프랑스와 벨기에도 설치할 예정이다._지역사회를 고객으로 만드는 법’ 중에서
소비자는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고, 기술은 잠시도 멈추는 법이 없고
기후와 사회 이슈는 종잡을 수 없이 파괴적인 현실…
꿀벌처럼 협업하고, AI로 로드맵을 그리며
공존을 모색하는 브랜드의 생존법
여기 조금 특별한 브랜드들이 있다. 투명한 페트병 대신 새까만 알루미늄 캔에 생수를 담아 파는 리퀴드데스, ‘비건가죽은 잘못됐다’라며 내구성을 강조하는 신발 브랜드 캠퍼, 껌 브랜드이면서 ‘껌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라고 업계 비밀을 밝히는 누드, 자신들의 제품을 다른 브랜드의 부품을 더해 자유롭게 조립하라는 이케아, 일반 소비와는 거리가 멀어 보임에도 대중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거는 항공유 브랜드 네스테……. 이들을 친환경 브랜드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석연찮은 것도 사실이다.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시대’에 《맥락을 팔아라》로 마케팅, 브랜딩의 방향을 제시했던 정지원 저자는 이들을 포함한 여러 브랜드를 통해 이 시대의 맥락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설명한다.
에르메스, 오션클린업, 캠퍼, 초바니, 젠워터, 판가이아, 리눈…
20여 개 브랜드의 실험과 우리 브랜드에도 적용할 수 있는 브랜딩 전략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좋은 의도로서의 활동보다는 관점 자체를 바꿔야 한다. 구체적으론, 앞으로의 브랜딩은 환경과 기술 사이 어디에 자리를 잡느냐에 대한 일이다. 그 비중은 다를 수 있을지언정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는 없다. 브랜드가 적극적으로 새로운 제안을 해온, 소비자의 일상에 아주 가까운 의식주만 살펴봐도 그렇다. 개발도상국의 쓰레기산을 모두가 목도한 이상, 패션 브랜드는 재활용과 소재 변화만 들먹일 수 없는 처지다. 육류나 동물성 유제품이 기후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미처 따져보기도 전에 비건 제품들은 단순히 기존 제품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서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식품은 하루에 적어도 세 번 이상 필요하다’라는 점에서 식품업은 변화와 확산의 속도가 빠르다. 이제까지는 몰랐던, 숨겨져 있던 기후위기의 또 다른 주범인 콘크리트와 AI까지, 기후문제 앞에서 선택을 피할 수 있는 분야는 없다.
이 책은 기후위기 시대에 분발하는 브랜드의 이야기에서 시작했지만, 단순히 플라스틱프리나 ESG, 넷제로 같은 환경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날씨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넘어 기후 자체가 변화했고, 그 기후에 새로 적응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처럼 기후로 인해 소비자, 시장, 기술, 커뮤니케이션 등 ‘브랜딩’ 하면 으레 살폈던 모든 것들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플루언서로서의 소비자는 프로슈머로서 시장을 주도하고, 기술을 바탕으로 프로슈머들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거나 데이터로 브랜드만의 맥락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 이미 시작된 변화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큰 결과를 몰고 오는 작은 변화는 브랜드의 ‘실험’에서 시작된다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고 계속하여 성장하라
변화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지만 큰 결과를 내는 브랜드의 전략은 따로 있다. 브랜드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고 검증했는지에 달려 있다. 묶음상품에 사용했던 플라스틱 링 하나를 없애고, 소비자의 버리는 습관에 맞춘 특별한 장치를 고안하고, 소재를 바꾸는 등 기후위기 시대에 흔히 볼 수 있는 브랜드 활동은 좋은 시도이지만, 이제 관점을 바꿔야 한다. 같은 제품도 다른 의미로 피보팅할 수 있고, 데이터는 일시적인 화제성을 강조하는 도구에서 벗어나 브랜드의 맥락을 설명하는 데 쓸 수 있다. 꼭 필요한 시스템만 남기고 생태적 관점을 장착한 기업 문화는 그 범위를 지역사회로 확장함으로써 한 번에 해결할 수도 있다. 쉽지만은 않은 일을 브랜드부터 해야 하냐는 의문이 든다면 브랜드라서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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