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곁에 머물기
2025년 02월 27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1월 2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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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69093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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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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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원시 지구 이후 빙상이 형성되던 시점부터 농업 발달과 산업화 등 인류 활동이 본격화되던 시기를 지나 핵실험이 만연했던 1945년 그리고 오늘날까지, 인류가 전 지구적으로 영향력을 떨쳤던 시간을 가로지르며 빙하의 언어를 번역한다. 지난 80만 년을 기억하는 남극 빙하 코어는 냉정하게 말한다. 지금의 인류처럼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급격한 속도로 배출했던 존재는 없었다. 이대로라면 2100년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800피피엠을 웃돌 것이고 그 수치는 3390만 년 전 그린란드에 빙하가 없었던 때와 맞먹는다. 기후위기 시대의 책임자로 빙하는 인류를 지목한다. 지구의 수십억 역사로 눈을 돌리고 냉소할 때가 아니라 우리부터 똑바로 마주할 때다.
1부 빙하는 지구의 과거를 알고 있다
지구, 그 영원한 신비
지구에 남은 지문
한국에 빙하 코어가 있나요?
세상의 끝, 그린란드와 남극대륙
둘리와 빙하의 상관관계
이산화탄소의 하소연
위스키 한 잔이 세상을 바꾼 사연
이산화탄소가 그렇게 이상한가요?
바닷속 컨베이어 벨트
지구가 뜨거워진다는 새빨간 거짓말
인류가 지구에 무해했던 적이 있다
핵실험을 하자 빙하가 우리에게 건넨 말
캐나다 로키산맥에 오르다
2부 빙하학자, 그린란드 빙하를 만나다
여기는 그린란드, 빙하 앞에 있습니다
그린란드 빙하 위에 서다
오랜 경험을 통해서만 얻는 것
사람의 인연은 알 수 없는 법
여성 과학자로 살아가기
전쟁과 그린란드
빙하의 엑스레이를 찍다
매일 밤 연구를 그만두는 꿈을 꿨다
7월의 핼러윈 파티
안녕, 그린란드
미션 임파서블
3부 과거의 빙하와 미래의 지구, 그리고 현재의 빙하학자
우리에게 내일은 있다
남극 탐험의 꿈
여자의 친구는 여자
행복하지 않습니다
동료들과 연대하기
나에게 쓰는 편지
에필로그 | 빙하학자로 평생 살아가기
미주
빙하 표면을 따뜻한 손으로 문질러보니 ‘타다닥’ 소리를 내며 과거 공기가 터져나왔다. 빙하 속 공기를 잘 빼내어 실험 기기가 분석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을 모으면 이산화탄소나 메탄 등 온실가스를 복원할 수 있다._10쪽
더 나은 지구를 만들기 위해 과거 지구의 기후 및 환경 자료를 복원해 현재 지구의 상태를 자세히 관찰하고 미래 기후를 예측한다. 과거 기후를 연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현재 지구의 상태를 진단하기 위해서다. 현재 기후 자료와 과거 자료를 모아 길게 늘여 들여다보면 오늘날의 기후변화의 방향과 원인 및 시기를 진단할 수 있다._34쪽
빙하 최상단 눈송이들 사이로 대기가 자유롭게 대류하지만 시간이 지나 더 많은 눈이 쌓이면 눈송이 간격이 좁아지고 대기가 확산의 원리에 따라 이동한다. 빙하는 과거 대기를 그대로 가지고 있어 그 기록을 가장 직접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 자료다. 그래서 빙하를 냉동 타임캡슐이라고 부른다._38쪽
인류 활동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지금과 유사한 기후 조건을 갖고 있는 데이터와 비교해봐도 오늘날의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가 정말 이상하긴 하다. 지난 80만 년 동안 오늘날처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았던 적이 없고 지구의 역사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이토록 빠른 속도로 증가한 적도 없었다._83~84쪽
전 지구인이 함께 노력하면 20퍼센트의 온실 기체 감축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개인의 행동이 바뀌면 기업의 마케팅 방향이 바뀌고 산업의 구조가 바뀌면 보수적인 국가 정책 또한 바꿀 수 있다. 전 지구인의 티끌과 같은 노력을 모으면 태산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우리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지구의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렸다._104쪽
과거 기후가 기록되어 있는 빙하가 기후변화로 사라지고 있다. 빙하학자에게는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역사책이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은 일이다. 더 이상 지구상에 연구하기에 적합한 빙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내 직업도 빙하와 함께 사라질지 모른다. 기후변화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생각지 못한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를 위협해오고 있다._126~127쪽
마침내 빙상 위로 착륙했다. 비행기의 꼬리 쪽 문이 활짝 열렸다. 열린 문을 통해 눈에서 반사된 밝은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빙상에 반사된 빛 때문에 마치 천국에 도착한 것 같았다. 비행기가 멈추자 한기가 끼쳐왔다. 실험하느라 냉동고에서 작업할 때 느꼈던 그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그린란드다. 드디어 나는 시추 현장에 도착했다._150쪽
세상에서 가장 큰 섬인 그린란드로 떠나기 전 나를 힘껏 밀어내면 어쩌나 두려웠다. 하지만 그린란드는 큰 마음으로 나를 품어주었고, 나는 그린란드에게 빙하학자로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고마운 마음에 틈틈이 눈 위에 누워 내 등 아래에 수백만 년 동안 쌓인 2700미터 깊이의 빙상을 상상하며 연신 그린란드에게 고마움을 건넸다. 그렇게 4주간 빙하만 생각하다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_212쪽
우리는 기후변화가 와닿지 않는다는 기성세대와 기후위기를 보고 자라는 세대가 공존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기성세대는 살아온 방식을 유연하게 바꿀 방법이 필요하다. 중세 온난기 기간에 그린란드로 넘어간 노르웨이 바이킹족이 삶의 방식을 유지하다 갑자기 들이닥친 한파와 가뭄으로 그린란드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야 했던 것처럼 우리가 그동안 살아온 방식을 고수하면 언젠가 지구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새로운 환경에 발맞춰 살면 새로운 세대에게도 내일이 있을 것이다._231
작가정보
지구의 과거가 궁금한 빙하학자. 빙하에 기록된 기후 기록을 우리의 언어로 읽어내는 지구 언어 번역가. 대한민국에서 활동 중인 유일한 여성 빙하학자로, 고기후와 빙하학을 연구하고 있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를 수석 졸업했으며, 서울대 대학원 지구환경과학부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프랑스 그르노블 알프스대학과 IGE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캐나다 앨버타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연구했으며, 현재는 한국 극지연구소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2023년 그린란드 EastGRIP 국제 공동 심부 빙하 시추 프로젝트 현장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다. 주요 논문으로 「19만~13.5만 년 전 발생한 빙하기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천년 규모 변동」 「초기 홀로세(11.7~7.4000년 전) 기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천년 규모 변동」 등이 있다. 오마이뉴스와 틴매일경제 등의 매체에 글을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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