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케로 의무론(라틴어 원전 완역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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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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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케로는 공화정의 붕괴를 초래한 사익 추구와 부패의 문제를 강하게 경고하며, 공동체의 선을 지키기 위해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성찰했다. 카이사르의 독재와 암살, 안토니우스와의 정치적 대립 등 격변하는 시대 상황 속에서도 그는 결코 타협할 수 없는 도덕적 원칙을 제시한다.
이 책은 세 권에 걸쳐 도덕적 판단과 관련된 완벽한 지침을 제공한다. 제1권에서는 정의, 용기, 지혜, 절제 등 올바른 행동의 근본 원칙을 제시하며 특히 공직자가 갖춰야 할 덕목을 강조한다. 제2권에서는 현실의 이해관계와 명예의 문제를 다루며, 공동체의 신뢰를 얻는 방법을 탐구한다. 제3권은 이 둘이 상충할 때의 구체적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특히 정치적 혼란기의 윤리적 딜레마 해법을 상세히 다룬다.
옳은 것과 이로운 것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대인에게 이 책은 단순한 고전을 넘어서서 살아 있는 지혜를 선물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키케로가 ‘의무’를 단순한 도덕적 규범이 아닌, 사회적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실천적 문제로 다뤘다는 것이다. 정의와 이익이 충돌하고, 개인과 공동체의 가치가 대립하는 오늘날, 키케로의 통찰은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인간의 기본 의무가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성찰하게 한다.
389개의 정교한 각주와 50쪽의 폭넓은 해설이 더해진 이 완역본은 『의무론』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물론, 로마 공화정의 몰락부터 제정 시대의 시작까지, 격변의 시대를 관통하는 놀라운 통찰을 제공한다.
제1권 도덕적 올바름
제2권 유익함
제3권 도덕적 올바름과 유익함의 상충
해설 | 박문재
키케로 연보
의무에 관한 모든 논의는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선이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할 수 있는 실천적 원칙을 정하는 것이다. 전자의 예로 “모든 의무는 절대적인가” 또는 “어떤 의무가 다른 의무보다 더 중요한가”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 반면, 실천적 원칙은 근본적으로 선을 추구하지만, 일상의 구체적 행동 지침을 다루다 보니 그 철학적 바탕이 표면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는 실천적 원칙이 일상생활을 규율하는 데 더 중점을 두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에서 바로 그 원칙을 설명하고자 한다.
또한 의무를 구분하는 또 다른 방식이 있단다. 우리는 이른바 평균적 의무와 완전한 의무에 대해 말하기 때문이다.21 내 생각에 완전한 의무는 곧 올바름이라 부를 수 있다. 그리스인들은 완전한 의무를 카토르토마(katorthōma)라고 부르고, 일반적 의무를 카테콘(kathēkon)이라고 부르는데, 그들은 이 둘을 이렇게 정의한다. 즉 반드시 해야 하는 모든 올바른 행위가 완전한 의무이며, 어떤 행위의 적절한 이유를 제시할 수 있는 것이 평균적 의무다.
-제1권. 도덕적 올바름, 24-25쪽
내 아들 마르쿠스야, 지금 너는 플라톤이 “눈으로 보고 알 수 있다면 지혜에 대한 놀라운 사랑을 불러일으킬” 도덕적 올바름의 형상, 즉 그 진면목을 보고 있다. 도덕적으로 올바른 모든 것은 다음 네 가지 부분 중 하나에서 생긴단다. 첫 번째는 진리에 대한 명확한 통찰이나 훌륭한 추론이다. 두 번째는 인간 사회의 보존, 각자의 몫에 따른 분배, 계약에 대한 신의 준수다. 세 번째는 굴하지 않는 훌륭한 정신의 위대함과 강직함이다. 네 번째는 중용과 절제가 포함된 질서와 절도를 갖춘 언행이다.
이 네 가지 부분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각각의 부분으로부터 특정한 부류의 의무들이 생겨난다. 예를 들어, 철학적 지혜와 실천적 지혜에 속한다고 여겨지는 첫 번째 미덕에서는 진리의 탐구 및 발견과 관련된 의무가 생겨난다. 따라서 이 의무는 이 미덕의 고유한 열매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일을 있는 그대로 가장 참되게 꿰뚫어 보고 가장 날카롭고 신속하게 그 이유를 알아내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을 실천적 지혜와 철학적 지혜에서 가장 탁월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진리는 이 미덕이 다루는 재료이고, 이 미덕은 진리를 알아내기 위해 사용된다.
-제1권. 도덕적 올바름, 28-29쪽
모든 미덕은 통상 세 가지로 구성된다. 첫째는 각 상황에서 참되고 온전한 것이 무엇인지, 그에 합당한 것은 무엇인지, 그 결과와 원인 그리고 그것을 유발하는 것까지 꿰뚫어 보는 능력이다. 둘째는 그리스인들이 ‘파토스’라고 부르는 정신적 혼란과 동요를 잠재우고, ‘호르메’라 부르는 충동을 이성의 통제 아래 두는 것이다. 셋째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적절하고 지혜롭게 활용하여 협력을 통해 우리의 본성이 필요로 하는 자원을 풍족하게 모으고, 어려움을 극복하며, 우리에게 해악을 끼치려 하는 자들을 공정과 인륜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응징하는 것이다.
-제2권. 유익함, 132-133쪽
이 논의 전체에서 볼 수 있듯이, 어느 누구도 “이 행위는 도덕적으로 부끄럽지만 나에게 이로우니 이렇게 하겠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한쪽에서는 이 일이 유익하며 도덕적으로 부끄럽지 않으므로 해도 된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이 일이 도덕적으로 부끄러운 것이므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할 뿐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어떤 선량한 사람이 자신이 살던 집에 하자가 있어 집을 팔려 한다고 하자. 이 집의 하자는 집주인만 알고, 다른 사람들은 모른다. 이 집은 건강에 좋지 않지만, 사람들은 이 집이 건강에 좋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 집은 침실마다 뱀이 출몰하고, 품질이 불량한 나무로 지어져 붕괴 위험이 있다. 이러한 사실을 집주인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이때 내가 묻고자 하는 것은, 만약 판매자가 이런 하자를 구매자에게 알리지 않고 하자를 감안했을 때보다 훨씬 더 비싼 가격에 집을 팔았다면, 이 집주인의 행위는 불의하거나 악한가 하는 것이다.
안티파테르는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그런 행위는 당연히 불의하고 옳지 못합니다. 구매자를 속이고 잘못된 판단으로 큰 손실을 입게 한다면, 아테네에서 공개적으로 비난받는 범죄, 즉 길 잃은 사람에게 길을 알려주지 않는 행위와 다를 바 없습니다. 사실 이는 길을 알려주지 않는 것보다 훨씬 더 나쁜 행위입니다. 길을 알고도 잘못된 길을 가르쳐주어 길을 잃게 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디오게네스는 이렇게 반론했을 것이다. “판매자는 집을 사라고 강요하거나 권하지 않았네. 그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집을 팔려고 내놓았고, 구매자는 그 집이 마음에 들어 산 것이지. 부실하게 지은 집을 잘 지은 집이라고 광고하며 팔아도 사람들은 그를 사기꾼이라고 하지 않네. 그런데 자기 집을 팔려고 내놓으면서 살기 좋다는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사기꾼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구매자가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데, 판매자가 어떻게 사기를 칠 수 있겠는가? 판매자가 밝힌 하자에 대해서도 모두 보상할 필요는 없는데, 하물며 밝히지 않은 하자까지 보상해야 한다는 말인가? 자신이 팔려고 내놓은 물건의 하자를 공개하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는가? 집 주인이 경매인에게 ‘나는 지금 건강에 좋지 않은 집을 팔고 있소’라고 말하며, 이를 알리게 하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일이 있는가?”
이와 같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경우, 어떤 이들은 도덕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이들은 유익함을 강조하며 유익해 보이는 일을 행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올바를 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것이 오히려 부도덕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갈등은 유익해 보이는 것과 도덕적으로 올바른 것 사이에서 종종 발생한다.
-제3권 도덕적 올바름과 유익함의 상충, 212-213쪽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가?”
독재자 앞에서도 굽히지 않았던 철학자의 마지막 고백
62세의 노철학자는 자신의 마지막 저작 『의무론』을 쓴 지 불과 몇 달 만에 암살자들의 칼날 아래 쓰러졌다. 하지만 그가 4주 만에 완성한 이 책은, 20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의로운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가장 강력한 해답으로 읽히고 있다.
평민파와 벌족파의 극한 대립, 카이사르의 독재, 그의 암살과 뒤이은 혼란. 이 모든 격변을 직접 겪은 키케로는 재무관, 법무관, 집정관을 거치며 정치의 모든 면을 경험했다. 『의무론』은 단순한 철학서가 아니다. 권력의 중심에서 살다가 모든 것을 잃은 한 정치가가, 죽음을 앞두고 남긴 절절한 고백이다.
결국 그는 안토니우스에 의해 처형되었지만, 그가 남긴 메시지는 이익과 정의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영원한 지침이 되어준다. 20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현대인에게도 울림을 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익과 정의가 충돌할 때,
모든 것을 잃고도 지켰던 단 하나의 진리
키케로는 『의무론』에서 세 가지 핵심 주제를 다룬다. 첫째는 도덕적 올바름, 둘째는 유익함, 셋째는 이 둘이 충돌할 때의 해결책이다. 그는 도덕적 올바름의 네 가지 원천인 지혜, 정의, 용기, 적정함을 분석하고, 이를 실제 정치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풍부한 사례와 함께 설명한다.
로마 공화정 말기, 키케로는 정의와 도덕적 원칙을 고수하며 공화정을 수호하려 했다. 그의 철학적 기반은 스토아학파의 도덕 원칙이었으며, 이는 개인의 이익보다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이었다. 키케로는 정의를 “각자에게 그의 몫을 주는 것”으로 정의하며, 이는 법과 도덕의 균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익과 정의의 충돌을 심도 있게 다룬다. 진정한 이익은 도덕적 원칙과 조화를 이룰 때만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그는 카이사르의 독재를 비판하며, 권력을 얻기 위해 도덕을 희생하는 행위는 결국 공동체의 파멸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이익과 정의의 균형을 잃으면 사회는 큰 혼란에 빠진다. 키케로의 메시지는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는 지금 우리 사회에도 여전히 큰 울림을 준다.
“아들아, 이것이 내 마지막 편지가 되리라”
격변의 시대를 관통하는 깊은 울림
키케로는 아테네에서 공부하던 아들 마르쿠스에게 이 책을 보냈다. 그는 철학의 무거운 이론 대신, 살아 있는 역사의 증언을 들려준다. 스토아 철학의 엄격한 도덕주의를 현실에서 실천 가능한 지혜로 바꾸어낸 것이다. 이 책에서 키케로는 그리스 철학의 이론적 지혜와 로마의 현실 정치를 절묘하게 조화시킨다. 독재에 맞서 공화정의 가치를 수호하다 목숨을 바친 저자의 마지막 메시지이기에 더욱 무게가 있다.
현대지성 클래식은 61번째로 『키케로 의무론』을 펴내면서, 라틴어 원문의 철학적 깊이는 그대로 살리면서도 현대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라틴어와 헬라어에 두루 해박한 고전어 전문가가 정확하게 번역하고, 30년 경력의 전문 편집자가 공들여 다듬었다. 세계적 키케로 연구가 월터 밀러의 “한눈에 보는 『의무론』 가이드”를 함께 수록해 전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389개의 상세한 각주와 50쪽의 깊이 있는 해제가 우리를 2000년 전 로마로 안내하면서 키케로가 살았던 격변의 시대를 일별하며, 로마 정치의 이면에 숨겨진 드라마틱한 이야기들과 키케로의 철학적 기반이 되는 그리스 철학에 관해서도 전체를 조망한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의 기로에 선다. 정의와 이익이 충돌하고, 개인과 공동체의 가치가 대립할 때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이익과 정의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이 책은 시대를 초월한 해답을 제시한다. 독재에 맞서다 목숨을 바친 한 철학자의 마지막 메시지는, 이 영원한 질문에 대한 가장 실천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그는 도덕적 원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주장한다. 『의무론』이 2000년이 넘는 시간을 뛰어넘어 여전히 읽히는 이유다.
작가정보
저자(글)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Marcus Tullius Cicero, BC 106-43)
기원전 106년 이탈리아 아르피눔의 기사 계급 가문에서 태어난 키케로는 로마 공화정 후기의 정치가이자 철학자, 수사학자로서 서양 사상과 정치철학의 기초를 놓은 인물이다. 부유한 집안 덕분에 일찍이 로마에서 수학할 수 있었고, 아카데미아학파의 학장 필론에게서 철학을, 법률가 스카이볼라에게서 법학을, 수사학자 아폴로니우스 몰론에게서 수사학을 배우는 등 당대 최고의 교육을 받았다. 이러한 철학적 배경은 키케로의 정치적 결정과 사상적 기반에 평생 영향을 미쳤다.
기원전 80년, 26세의 나이에 친부살해죄로 기소된 섹스투스 로스키우스의 변호를 맡아 성공하면서 로마 정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는 당시 독재관 술라의 측근을 진범으로 지목하는 대담한 도전이었으나, 키케로는 이를 성공적으로 해내며 실력과 용기를 입증했다. 이후 재무관, 법무관을 거쳐 기원전 63년, 43세라는 젊은 나이에 집정관에 올랐으며, 재임 중 카틸리나의 반란을 진압하여 “조국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받았다.
그러나 제1차 삼두정치 시기에 정치적 고립을 겪었고, 카틸리나 사건 처리 과정에서 재판 없이 주모자들을 처형했다는 이유로 추방당하기도 했다. 이후 폼페이우스와 카이사르의 내전 와중에 폼페이우스 편에 섰다가 패하면서 정치적 위기를 맞았으나, 카이사르의 사면으로 살아남았다. 말년에는 제2차 삼두정치 세력과 대립하다가 기원전 43년, 안토니우스의 부하에게 살해당했다.
스토아 철학의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현실적 판단을 중시한 이 저서는, 이후 서양 윤리학과 정치철학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독일 보쿰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또한, 고전어 연구기관인 비블리카 아카데미아Biblica Academia에서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 원전들을 공부했다. 대학 시절에는 역사와 철학을 두루 공부했으며, 전문 번역가로 30년 이상 인문학과 신학 도서를 번역해왔다.
역서로는 『자유론』(존 스튜어트 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막스 베버), 『실낙원』(존 밀턴) 등이 있고, 라틴어 원전을 번역한 책으로 『고백록』(아우구스티누스), 『철학의 위안』(보에티우스), 『유토피아』(토머스 모어), 『우신예찬』(에라스무스) 등이 있다. 그리스어 원전에서 옮긴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이솝 우화 전집』 등은 매끄러운 번역으로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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