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뜀틀, 넘기

박찬희 지음
한끼

2024년 12월 27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2월 2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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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2.37MB)   |  약 10.2만 자
ISBN 9791194293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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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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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든든하게 뿌리내리고 살라며 나무라는 뜻의 독일어를 따 지은 이름, 바움(Baum). 그러나 바움은 그 이름이 싫다. 선천적 왜소증 때문에 어느새 동생보다도 그림자가 짧아진 자신이 세상에 깊이 뿌리내릴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처음 맞은 특별 활동 시간. 체육 교사인 담임 박원은 수행평가 종목으로 뜀틀을 골라 바움을 절망에 빠뜨린다. 심지어 같은 조에는 공미숙이 있다. 아버지가 흑인인 미숙은 짙은 피부색과 쭉쭉 곧게 뻗은 팔다리로 늘 주목받는다. 바움은 자신과 미숙이 함께 다니면 얼마나 많은 시선을 끌지 벌써부터 괴로워지는데…. 과연 바움의 첫 뜀틀 수업은 무사히 흘러갈 수 있을까.
뜀틀, 넘기
작가의 말

“우리 반은 특별히 내가 체육이니까, 이번 학기 동안 뜀틀 넘기를 할 거야.”
말 그대로 한 대 얻어맞은 듯 바움의 머리가 띵했다. 어떤 체육 활동도 달갑지 않았지만, 그중에서도 불길한 예상을 단숨에 뛰어넘는 단어였다. - 13~14쪽

잠깐 옆에 서보기만 했을 뿐이지만 뜀틀은 거의 바움의 키와 비슷했다. 다솜도 미숙도, 별다른 연습 없이도 척척 뜀틀을 넘었다. 분명 이건 불공평하다. 뜀틀은 ‘나’에게 너무 높다. 이 세상이 ‘나’에게는 너무 크다.
아니, 이 세상에 비해 ‘내’가 너무 작다. - 31쪽

당연히. 세상의 어떤 것도 당연한 것은 없다. 설사 그렇게 보인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세상을 당연하다고 여길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너무나 당연한 너희들의 세상에서 당연하지 않은 존재. 그 모순을, 어떤 사람들은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다. - 57쪽

“세상에는 말이야, 세 종류의 어른이 있어. 좋은 어른, 나쁜 어른, 물끄러미 어른. 그리고… 교감 쌤이 있어.” - 66쪽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 사람과 또 한 사람. 바움은 미숙과 함께 있는 걸 불편해하는 눈치였지만, 어쩌면 그렇기에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괜찮아지지 않을까 미숙은 생각했다. 혼자였을 때는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용기와 힘이 두 배로 늘어날지도 모르니까.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비슷하게 겪어온 불편한 상황들을 서로만은 이해할 수 있을 거라 미숙은 기대했었다.
이렇게나 쉽게 뜀틀 연습을 포기할 줄은 몰랐다. 미숙이 누구에게도 베풀어본 적 없는 친절과 배려를 하고 있다는 걸 분명 바움이 알 거라 생각했다. - 80쪽

“지영 씨가 우리가 딱 원하는 모델이더라고요. 아직 외국인한테 시술을 안 해봤거든.”
외국인. 한국에서 태어나 외국에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한국어가 모국어인, 외국어라고는 할 줄도 모르는,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결국 외국인.
“저 한국인인데요?”
“아, 한국 국적이야? 그래도 부모님 중에 한 명은 외국인일 거 아니에요.”
“그렇…죠.”
미노는 정말이지 쓸데없는 말을 들었다는 표정이었다. 재빠르게 굳어버린 미숙의 표정에는 관심조차 없는 것 같았다. - 112~113쪽

“어렸을 때는 너랑 노는 게 제일 재미있었고, 그게 전부였거든. 근데 이제 우리도 컸으니까, 그러니까 좋아하는 다른 게 생긴 것뿐이야. 다른 걸 좋아하게 됐다고 해서 니가 싫어지거나 미워지는 게 아니라, 새로 좋아하게 된 걸 좋아하느라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아.” - 170쪽

“날숨입니다. 들숨이 아니라요. 엄마 뱃속에서 가득 머금고 있던 숨을 뱉어내면서 세상의 첫 숨을 들이켜는 겁니다. 가끔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힘들 때는 가슴에 손을 얹고 깊이, 크게 끝까지 숨을 뱉어보세요. 그럼, 그다음으로 들어오는 숨이 조금은… 위로가 될 겁니다.” - 230쪽

떠들썩한 아침의 교실, 그 풍경엔 언제나 바움 자신은 없었다. 무리 지어 아침 인사를 나누고, 웃고 장난하는 아이들을 바움은 언제나 멀리서,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었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도 외롭지 않았었는데. 그 시간이 외로움으로 차 있었다는 걸 바움은 이제야 확실히 알게 되었다. - 240쪽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청소년을 위한 필독서★

넘어야 하는 장애물이 많지만, 그래도 괜찮다.
우리에겐 우리가 있으니까!

주목받는 걸 끔찍이 싫어하는 서바움은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좌절한다. 1학기 첫 특별 활동으로 뜀틀 수업이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심지어 공미숙과 같은 조가 되었기 때문이다. 선천적 왜소증인 바움이 아버지가 흑인인 미숙과 함께 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선을 받아야 할까? 그저 남들과 다를 뿐인데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다. 바움은 성장이 느리다는 이유로 친구 사귀는 것을 포기했고, 미숙은 학교, 오디션장 등 어디에서나 들리는 출생에 관한 숙덕임을 견뎌낸다. 다솜은 다정한 엄마의 ‘여자는 조신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애써 듣지 않기로 결심했고, 혼자가 싫은 우혜는 절친인 다솜과 멀어진 사이 자신을 향한 옛 친구의 괴롭힘으로 힘들어한다. 아직 어린 이들에게도 넘어야 하는 장애물은 많다.
뜀틀은 뛰어넘을 수 있는 사람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 비교적 분명하게 나뉜다. 뜀틀을 넘을 수 있는지는 각자 타고난 운동신경이나 연습에 따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뜀틀을 넘는다는 건, 짧은 순간이지만 공중에 떠 있다는 두려움을 뒤로하고 온전히 내 힘으로 장애물을 넘어 비상하는 것. 그래서 《뜀틀, 넘기》는 ‘성장’에 대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고, 각자의 뜀틀 앞에 선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이를 극복해 내는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응원하게 된다.
동시에 이 책은 ‘우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뜀틀을 뛰어넘는 건 오롯이 자신의 몫이지만, 그 방법을 알려주고, 넘어졌을 때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주는 건 함께하는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뜀틀 연습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미숙이 SNS에서 알게 된 성인 남성에게 타투 모델을 제안받았을 때, 바움이 그를 경계하며 미숙을 곤란한 상황에서 빼낸다. 우혜가 괴롭힘당할 때는 미숙이 가장 먼저 이상함을 눈치채고 아이들에게 알린다. 이렇게 네 명의 아이들이 더불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같이’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것이다.

세상은 나에게 너무나 크다.
아니, 세상에 비해 내가 너무 작다.

《뜀틀, 넘기》는 선천적 왜소증으로 사람을 꺼리게 된 바움이 뜀틀 수업에서 같은 조를 이룬 미숙, 다솜, 우혜와의 우정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더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독일에서 유학하다 만난 부모님은 세상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살라는 뜻에서 독일어로 나무를 뜻하는 바움(Baum)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다. 흔치 않은 이름이 부담스러워, 바움은 SNS에서 가명을 쓰는데, 같은 조인 미숙 역시 그렇다는 걸 알게 된다. 한국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아래서 태어난 미숙은 사람들의 편견대로 체육을 곧잘 해내어, 뜀틀 연습에서 조장을 맡는다. 그러나 배려한다는 이유로 뜀틀을 옮기는 일에서 바움을 제외하고, 바움 차례에는 나무틀을 몇 개씩 빼 높이를 낮추자, 오히려 바움은 상처받고 가까워지던 두 사람은 다시 멀어지고 만다.
바움과 미숙의 조에는 초3 때부터 단짝인 다솜과 우혜가 있다.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음식을 먹고, 늘 같이 놀던 두 사람이지만 최근 다솜은 다른 데 푹 빠져 있다. 〈캡틴 마블〉 〈겨울왕국〉 같은 영화를 보더니 자신이 여성 히어로가 되겠다며 복싱장을 다니겠다고 선언한 것.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 관계가 엇나가고 있다는 걸 느끼며 싱숭생숭한 우혜와 달리 별생각 없어 보이는 다솜은 뜀틀 연습 때마다 자신을 찾아오는 뿔테 안경 친구와 점점 친해진다. 바뀐 생활복이 아니라 고집스럽게 교복을 입고 다니는 그는 다솜의 히어로 정신까지 텔레파시가 통한 것처럼 알아준다. 그러면서도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그 아이에게는 사실 말 못 할 사연이 있는데…. 과연 네 친구의 뜀틀 수업은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을까?

우리는 모두 다른 얼굴을 한 것처럼, 저마다 다른 존재라고. 그러니 괜찮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이 없듯, 남루하기만 한 사람도 없다고.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 가진 것과 부족한 것이 다르다고. 한 학기 동안 서로가 다르지만, 그것으로 괜찮다는 걸 함께 배워나가면 충분하다고. _본문에서

SNS나 커뮤니티에서 학습한 혐오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또래 문화와 아직 이에 대한 별다른 해결법을 찾지 못한 사회에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바움에게 ‘난쟁이’라는 멸칭을 쓰고,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어밖에 할 줄 모르는 미숙을 외국인이라고 하며 ‘임퓨어(순수하지 못한, 불순물이 섞인)’ ‘길티(책임이 있는, 유죄의)’라고 수식하는 것은 현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오히려 떠오르는 실례가 많아, 차별과 배제에 익숙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뜀틀, 넘기》 속 인물은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넘어야 하는 뜀틀을 앞에 두고 있다.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뜀틀의 높이나 모양만큼, 그것을 넘어서는 방식과 과정 역시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게 되면서, 누군가는 충분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누군가는 소중한 사람과 갈등이 해소되어 두려움을 딛고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작가 역시 작가의 말을 통해, 다양한 인물만큼이나 다양한 독자가 각자만의 방식으로 두려움을 이겨내고, 과거에 미워했던 자신을 이해하게 되기를 바랐다고 전한다.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10대와 그 부모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이다.

이상하게도, 소설을 마친 후 오히려 제가 조금은 성장한 기분이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소설 속 인물들이 차례차례 다가와 제게 위로를 건넸습니다.
그렇게 저는 뜀틀 넘기에 실패한 후 운동장 구석에 혼자 앉아 있는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 안아줄 수 있었습니다. _작가의 말

작가정보

저자(글) 박찬희

충남 예산 출생. 충남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증권 채널 등에서 편성PD로 일했다. 계간 문예지 《문학의 오늘》에 단편소설 〈폭염〉, 〈곱슬머리〉, 〈포인세티아〉를 발표했다.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좋아하는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더 많이 또 더 깊이 좋아하는 일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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