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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58
존 밴빌 지음 |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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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2월 24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2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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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7.29MB)   |  약 21.5만 자
ISBN 9791141609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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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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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저편에서 되살아나는 과거의 첫사랑
열다섯 살, 친구의 어머니와 사랑에 빠진 소년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언어의 마법사’로 불리는 존 밴빌이 사랑과 상실, 기억이라는 주제로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전작 『이클립스』 『수의』에도 등장했던 앨릭스 클리브와 캐스 클리브 부녀(父女)가 다시금 등장하는 『오래된 빛』이다.
『오래된 빛』은 과거와 현재, 크게 두 갈래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 앨릭스의 회상으로 이뤄지는 과거 부분은 앨릭스가 열다섯 살이었을 때, 친구의 어머니인 서른다섯 살 미시즈 그레이와 사랑에 빠졌던 이야기다. 이웃을 서로 잘 아는 작은 타운에서, 그것도 절친한 친구의 어머니와 불륜을 저지르게 된 것이다. 자의식이 형성되고 성적 욕망에 사로잡히는 청소년기의 앨릭스는 위험하고 비밀스러운 사랑에 급격히 빠져든다. 그러면서도 미시즈 그레이의 가족들에게, 혹은 타운 사람들에게 언제 들킬지 모른다는 걱정과 자기 어머니를 배신한다는 죄책감이 그를 괴롭힌다.

딸을 잃고 상실감에 빠진 나이든 연극배우로서의 현재
아버지를 잃은 여배우와 함께하는 인생 첫 영화 촬영

한편 반백 년이 지난 현재의 앨릭스는 나이 지긋한 배우로, 딸 캐스의 죽음으로 인해 깊은 슬픔에 잠겨 있다. 그런 그에게 〈과거의 발명〉이라는 제목의 영화에 출연해달라는 제의가 들어온다. 평생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던 앨릭스로서는 처음 있는 영화 촬영이다. 그의 상대역을 맡은 유명 여배우 돈 데번포트는 최근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여읜 상태이고, 여러모로 캐스를 연상시킨다.
애도와 회상에 잠긴 앨릭스를 흔들어 깨우듯, 소설의 1부는 돈 데번포트의 자살 시도라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끝이 난다. 2부에서 앨릭스는 영화 촬영을 중단시킨 채 돈 데번포트를 데리고 캐스가 생을 마감한 이탈리아 해안을 찾아간다. “다시 데려오지 못해”라는 아내의 예언 같은 한마디와 함께. 등장인물들이 움직이면서 작가 역시 주제를 한층 깊이 탐구해나가며, 그 과정에서 신화와 성경, 다양한 예술작품, 때로는 과학까지 끌어와 사유를 풍성하게 만든다.

교차하고 조응하며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는 과거와 현재
한 사람의 인생을 섬세하고 정밀하게 묘사한 밴빌의 문장들

소설은 앨릭스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오가고, 이야기들은 여러 번에 걸쳐 조금씩 다른 빛을 받으며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앨릭스의 말처럼 “시간과 기억은 야단스러운 실내장식 회사와 같아서, 늘 가구를 이리저리 옮기고 방을 다시 디자인하고 심지어 재배정하기까지” 하고, “기억 여사께서는 은근한 속임수에 대단히 능하”기 때문이다.
영화와 연극이라는 설정에도 주목해야 한다. 오랜 세월 연극배우로 살았던 앨릭스는 존재의 비일관성과 다면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난생처음 경험하는 영화 촬영은 “단편과 분절”로 이뤄져 있고, “믿을 수가 없”을 만큼 빠르게 움직인다. 기존의 경험처럼 자아가 여럿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자아가 여러 조각으로 쪼개지는 새로운 경험은 흥미로우면서도 혼란스럽고, 전율과 불안을 동시에 일으킨다.
이렇듯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 단편과 분절을 강조한 설정 때문에 이 소설은 복잡한 윤곽을 파악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다. 빛이 비치지 않은, 즉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에 관해서는 그저 짐작하며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나하나 시적 효과로 가득하고, 유머와 통찰까지 갖춘 문장들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결말에 도착해 있을 테니 말이다. 밴빌은 섬세하고 정밀한 필치로 과거와 현재를 엮어낸다. 경지에 이른 문장들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 한 사람의 존재가 어떻게 구성되고 또 재구성되는지를 눈앞에서 보는 것은 놀라운 체험이 아닐 수 없다.
밴빌은 오십 년이 넘도록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며 맨부커상, 프란츠 카프카 상, 유럽문학상, 아스투리아스 왕세자상 등 주요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언급되고 있다. 『오래된 빛』은 성실히 자신만의 문학적 스타일을 구축해온 그의 진면모가 드러나는 작품이다.
1부 11
2부 193

해설 | 신화의 새로운 문법 357
존 밴빌 연보 367

빌리 그레이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고 나는 그의 어머니와 사랑에 빠졌다. 사랑은 너무 강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이 경우에 적용될 더 약한 말을 나는 알지 못한다. 이 모든 일은 반백 년 전에 일어났다. 나는 열다섯 살이었고 미시즈 그레이는 서른다섯 살이었다. (13쪽)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기억을 만들어내 꾸미고 윤색한다고 말하는데 나는 그 말을 믿는 쪽이다. ‘기억 여사’께서는 은근한 속임수에 대단히 능하니까. (14쪽)

마치 온몸을 적시는 폭포 바로 밑에 서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내 몸은 마른 채, 뼈처럼 바싹 마른 채인 듯하다. 애도는 나에게 그런 것이 되었다, 항상 밀려오는 큰물, 바싹 말려버리는 큰물. 사별에는 어떤 수치심이 따라붙는다는 것도 알게 된다. 아니, 딱히 수치심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를테면 어떤 어색함, 어떤 멋쩍음. 심지어 캐스가 죽고 난 직후에도 나는 사람들 앞에서 지나치게 울어대지 않는 것, 무슨 일이 있어도 침착한 것, 또는 침착의 외양을 유지하는 것이 의무라고 느꼈다. 울 때도 우리는, 리디아와 나는 은밀히 울었다. 위로하러 온 사람이 떠나면 미소를 지으며 현관문을 닫고 나서 곧바로 서로의 목에 얼굴을 묻고 아예 울부짖었다. (120쪽)

그녀 또한, 내가 보기에는, 리디아와 나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기보다는 그가 자신을 피해 달아났다고 느낀다. 그녀가 아직 애도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 하지만 사람이 과연 그 어려운 것을 배울 수 있을까? - 세트에서 밖으로 나서다가 조명들 너머의 갑작스러운 어둠 속에서 그녀가 스튜디오 바닥을 뱀굴로 만든 그 악의에 찬 뚱뚱하고 검은 케이블에 발이 걸려, 넘어지지 않으려고 내 손목을 잡았을 때 나는 그녀의 강하고 남자 같은 손의 뼈들 전체가 내적 괴로움으로 떨리는 것을 느꼈다. (170쪽)

이상한 사업이다, 영화 제작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이상하다. 그러나 묘한 방식으로 익숙하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이 그 과정의 불가피하게 분절된, 단편적 성격에 관해 미리 주의를 주었지만 내가 놀라는 점은 이것이 나의 나 자신에 대한 감각에 주는 영향이다. 나의 배우 자아만이 아니라 진짜 자아도 단편과 분절로 이루어진 것으로 바뀌는 느낌이다. (170-171쪽)

우리가 죽으면 그게, 우리였던 그 모든 게 어디로 갈까? 내가 사랑했으나 잃어버린 그 모든 사람을 생각할 때면 나는 어둠이 깔리는 정원에서 눈 없는 조각상 사이를 헤매는 사람과 같다. 주위의 공기는 부재들로 웅얼거리는 듯하다. (233쪽)

이제 그는 백만 - 십억 - 일조! - 마일을 거쳐 우리에게 도달하는 은하의 오래된 빛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여기, 이 테이블에서도 내 눈의 이미지라는 빛이 선생님 눈에 도달하는 데는 시간, 아주 작은 시간, 극소량이기는 하지만 시간이 걸립니다. 따라서 어디를 보든, 어디에서나, 우리는 과거를 보고 있는 겁니다.” (254쪽)

열다섯 살 소년이 사랑의 괴로움을 아는 것이 가능할까? 그러니까 정말로 아는 것이 가능할까? 물론 상실의 진정한 고통을 경험하려면 죽음의 불가피성을 완전히 또 암울하게 인식해야 할 텐데, 당시 나에게 언젠가 내가 죽을 것이라는 관념은 터무니없고 거의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으며, 거의 기억나지 않는 나쁜 꿈의 내용이었다. (265쪽)

고통에 대해 이 말은 하고 싶다. 고통은 사물에 엄숙한 무게를 부여하고, 그때까지 사물이 알았던 어떤 빛보다 더 삭막하고 더 많은 것을 드러내는 빛을 던진다는 것. 고통은 영靈을 확장시키고, 그것을 보호하던 외피를 벗겨내 내적인 자아가 날것 그대로 자연에 드러나게 하며, 결국 신경이 모두 노출되어 바람 속 하프 현처럼 노래하게 된다. (266쪽)

코고는 소리가 그녀의 콧구멍 통로에서 작게 덜거덕거리는 움직임을 만들었다. 잠은 불가사의하다, 나는 늘 그렇다고 생각해왔다. 죽어 있는 상태를 준비하는 최종 야간 리허설. 돈 데번포트가 무슨 꿈을 꾸고 있을지 궁금했다, 아무런 근거 없이 코를 골면 꿈꾸는 것이 방해받는다는 설을 믿긴 했지만. (294쪽)

정말로 자살을 하려고 했나, 나는 물었다. 죽고 싶었나? 그녀는 오랫동안 대답을 하지 않다가 어깨를 들어올리더니 지친 듯 으쓱하며 다시 내렸다. 그녀는 몸을 돌리지 않고 답했다. “모르겠어요.” 그녀가 말했다. “실패한 사람은 애초에 진심이 아니었다고들 말하지 않나요? 어쩌면 그건 그냥, 알잖아요, 우리가 늘 하는 일인지도 모르죠, 선생님과 내가.” 이제 그녀는 고개를 틀어 어깨 너머 예각으로 나를 보았다. “그냥 연기하는 거.” (311-312쪽)

어떤 영원한 영역을 나는 믿어야 할까, 어느 쪽을 택해야 할까? 어느 쪽도 아니다. 나의 모든 죽은 자는 어차피 나에게 다 살아 있고 나에게 과거란 영원히 빛나는 현재이기 때문에. 그들은 나에게 다 살아 있지만 사라졌다, 이렇게 말들로 이루어진 연약한 내세에만 남아 있을 뿐. (351쪽)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맨부커상, 프란츠 카프카 상, 유럽문학상 수상자인 존 밴빌의 장편소설. 주인공 앨릭스가 친구의 어머니와 사랑을 나눴던 소년 시절, 그리고 노년에 딸을 잃고 상실감에 빠져 있다가 아버지를 여읜 여배우와 영화를 찍게 되는 현재가 교차한다. 기억 저편에서 되살아난 과거는 현재와 조응하면서 여러 번에 걸쳐, 조금씩 다른 빛을 받으며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이렇게 착종된 시간 속에서 밴빌은 신화와 성경, 다양한 예술작품, 때로는 과학까지 끌어와 사랑과 상실, 애도라는 주제를 탐구해나간다. 밴빌의 대표작 『바다』를 번역한 정영목 번역가가 이번에도 밴빌만의 스타일과 섬세한 뉘앙스를 살린 번역을 선보인다.

작가정보

저자(글) 존 밴빌

John Banville
1945년 아일랜드 웩스퍼드에서 태어났다. 열두 살 때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을 읽고 영향받아 처음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미술과 건축에 관심을 쏟았다. 세인트 피터스 칼리지를 졸업한 뒤 아일랜드 항공에 취직했고, 1969년 〈아이리시 프레스〉에 입사해 〈아이리시 타임스〉로 이직, 1999년까지 기자생활과 작품활동을 병행했다. 1970년 작품집 『롱 랭킨』을 발표하며 작가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발표한 두 편의 장편소설에 ‘아일랜드 소설’이라는 평가가 따르자 새로운 작풍과 주제에 몰두하며 ‘과학 4부작’ 『닥터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뉴턴 레터』 『메피스토』와 ‘예술 3부작’ 『증거의 책』 『유령들』 『아테나』를 잇달아 출간해 평단과 독자의 지지를 얻었다. 2005년 발표한 장편소설 『바다』로 유례없이 경합이 치열했던 그해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제임스 조이스와 사뮈엘 베케트의 뒤를 잇는 아일랜드 최고의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2006년부터 ‘벤저민 블랙’이라는 필명으로 범죄소설과 대체역사소설을 발표하다가, 2020년 『눈』부터는 모든 소설을 존 밴빌 명의로 출간하고 있다.
2012년 『오래된 빛』으로 ‘앨릭스와 캐스 클리브 3부작’을 마무리하며 다시금 평단의 찬사와 함께 아일랜드 도서상을 받았다. 가디언 소설상, 래넌 문학상, 프란츠 카프카 상, 유럽문학상, 아스투리아스 왕세자상 등을 수상한 밴빌은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번역가로 활동하며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지은 책으로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 『소설이 국경을 건너는 방법』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존 밴빌의 『바다』 외에도 『로드』 『선셋 리미티드』 『신의 아이』 『패신저』 『스텔라 마리스』 『제5도살장』 『바르도의 링컨』 『호밀밭의 파수꾼』 『에브리맨』 『울분』 『포트노이의 불평』 『미국의 목가』 『굿바이, 콜럼버스』 『새버스의 극장』 『아버지의 유산』 『왜 쓰는가』 『킬리만자로의 눈』 등이 있다. 『로드』로 제3회 유영번역상을, 『유럽 문화사』(공역)로 제53회 한국출판문화상(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오래된 빛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58)
존 밴빌 장편소설 ∥ 정영목 옮김

◈ 발행일: 2025년 2월 20일
◈ 쪽 수: 380쪽
◈ 판 형: 140*210 (무선)
◈ 가 격: 17,000원
◈ ISBN: 979-11-416-0181-2 04840
978-89-546-0901-2 (세트)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0881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210
책임편집 해외2팀 김수연
sooyeon@munhak.com 031-955-3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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