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2025년 02월 26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2월 2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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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70612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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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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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사랑했다. 너도 나를 사랑했다고 해도 좋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
그의 문학적 원점에 가닿는 화제의 문제작
《설국》으로 일본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일본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 그의 문학적 원점에 가닿는 숨겨진 명작 《소년》이 북다에서 국내 초역으로 출간되었다.
《소년》은 1948년, 가와바타가 창간한 문예지 《인간》에서 연재를 시작했으며, 1952년 신쵸사 출판사의 《가와바타 야스나리 전집 14권》에 후반부가 수록되며 완결을 맺었다. 이후 가와바타 문학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회자되던 이 작품은, 완결 후 70년 만인 2022년 ‘가와바타 사후 50주년 기념작’으로 신쵸사에서 단행본으로 처음 출간되며 다시금 주목받았다.
《소년》은 쉰 살을 맞은 작가 가와바타가 자신의 작품 전집을 만들기 위해 지난 생애를 돌아보는 데서 시작한다. 처음 글을 쓰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던 그는 학창 시절에 쓴 편지와 일기를 발견한다. 놀랄 만큼 순수하고 적나라한 열정으로 가득한 그 글들은, 한 소년에 대한 기록이었다. 기숙사에 후배로 들어온 열여섯 살의 미소년 세이노. 유난히 순수하고, 신앙과도 같은 애정을 자신에게 쏟아 주는 그 소년을 향해 가와바타도 특별한 마음을 품게 된다.
이 자전적 이야기에서 소년 가와바타는 그 감정을 ‘사랑’이라 명명하고, “나는 너를 사랑했다.”고 고백한다. 그러한 파격적인 솔직함이 작품을 오랜 세월 수면 아래에 머물게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022년 단행본 출간 이후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과 관심 속에 입소문을 타고 증쇄를 거듭하며 ‘가와바타 문학의 원점’으로 재평가받게 되었다.
사춘기 소년의 요동치는 사랑과 복잡한 욕망을 가와바타 특유의 미려한 문체와 감각적인 묘사로 그려 낸 《소년》. 오랜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고 다시금 빛을 발한 이 작품은, 7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읽는 이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설국》을 사랑하는 가와바타의 오랜 독자들은 물론, 그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도 특별한 문학적 체험을 선사할 선물 같은 작품이 될 것이다.
해설 | 어느 고독한 소년의 발자국
1916년 9월 18일부터 1917년 1월 22일까지 쓴 일기가 있다. 열여덟 살에서 열아홉 살이 되던 1917년 무렵에 나는 중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유가시마에서의 추억〉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스물네 살 여름에 썼다. 이 이야기의 전반부를 스물여덟 살에 고쳐서 〈이즈의 무희〉라는 작품으로 완성했다. 후반부에는 중학 시절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썼던 소년을 향한 사랑의 추억이 적혀 있다. _19쪽
침상으로 들어가 세이노의 따뜻한 팔을 잡고, 가슴을 끌어안고, 목덜미를 껴안았다. 세이노도 잠결에 내 목을 세게 끌어안고 자기 얼굴 위에 내 얼굴을 포갰다. 내 뺨이 세이노의 뺨에 겹치고, 나의 마른 입술이 세이노의 이마와 눈꺼풀로 떨어졌다. 내 몸이 너무 차서 안타까운 모양이었다. 세이노는 가끔 무심히 눈을 뜨고는 나의 머리를 꼭 끌어안았다. 나는 세이노의 감긴 눈꺼풀을 빤히 바라본다. 달리 무슨 생각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30분 내내 이런 상태가 이어진다. 내가 원하는 건 그뿐이었다. 세이노도 내가 더 원하길 바라지 않는다. _28쪽
세이노를 보면서 음탕한 마음을 품지 않았다고 어찌 말할 수 있을까. 종이 한 장 차이까지 간 적 없다고 말할 수 있나. 그러나 이러한 반성도 나의 분노를 억누르는 데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나는 그저 세이노를 오구치보다 더 사랑하고 있고, 특히 내가 오구치와 다른 점은 세이노로부터 깊이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이노는 나에게 모든 걸 허락하니까, 내게 온통 매달리니까, 이 변명을 유일한 내 편으로 삼았다. _32~33쪽
너의 손가락을, 손을, 팔뚝을, 가슴을, 뺨을, 눈꺼풀을, 혀를, 치아를, 다리를 애착했다.
나는 너를 사랑했다. 너도 나를 사랑했다고 해도 좋다. _35쪽
긴 복도 끝에서 신발 끄는 소리가 들리면, 늘, 당신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곧장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당신은 오른발과 왼발 소리가 달랐다. 나는 또 종종, 계단을 한 번에 두 발씩 내려가는 당신의 버릇을 흉내 내 본다. _47쪽
내가 5학년에 진학한 봄, 나의 부원으로 처음 기숙사에 들어온 세이노는 2학년이었다. 나이는 열여섯이었다. 몸이 아파서 늦게 입학했다고 했다.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이런 인간이 있었나 싶을 만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내가 태어나 처음 만나는 인간이다. 깜짝 놀란 만큼 정말이지 세상에 둘도 없는 인간이다. _131쪽
내가 하는 말과 행동과 비밀스러운 생각을, 그걸 한 뒤 스스로 반성해 볼 틈도 없이, 스스로 부끄러워할 틈도 없이, 세이노가 반발하며 내게 냉정하게 대들 틈도 없이, 세이노는 그저 전부 받아들였다. 그에게는 나를 우러러보는 맑고 깨끗한 눈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의 마음의 창에 비친 내 그림자는 흐려지는 일이 없었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평온함을 느꼈다. _132쪽
작가정보

(川端康成)
1899년 오사카 출생. 어려서 부모를 잃고 조부모의 손에 자랐으나 할머니와 누나, 할아버지를 연이어 여의고 중학생 무렵 고아가 되었다. 그로 인해 마음에 드리워진 짙은 허무와 고독은, 이후 그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1920년 도쿄제국대학에 입학, 기쿠치 간의 동의하에 제6차 《신사조》를 창간하고 이듬해 《초혼제일경》으로 등단하며 신감각파 작가로 주목받았다. 1924년 졸업 후 《문예시대》를 창간, 〈이즈의 무희〉, 《설국》 등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필체가 돋보이는 작품을 발표하며 일본 근대 서정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문예간담회상, 기쿠치간상, 노마문예상 등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일본 문화훈장,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일본 고유의 미를 살린 독자적인 문학 세계를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1968년 일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번역 정수윤
경희대학교에서 수학과 국문학을 복수전공하고 와세다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본근대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역서로 다자이 오사무 전집 《만년》, 《신햄릿》, 《판도라의 상자》, 《인간실격》, 나쓰메 소세키 《도련님》, 미야자와 겐지 《은하철도의 밤》, 《봄과 아수라》, 미시마 유키오 《금색》, 《나쓰코의 모험》, 다와다 요코 《지구에 아로새겨진》, 《태양제도》 등이 있으며, 저서로 소설 《파도의 아이들》, 동화 《모기소녀》, 산문집 《날마다 고독한 날》, 《한 줄 시 읽는 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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