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너머의 세계

전민식 저자 지음

은행나무 2025년 01월 24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2월 13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자신이 있을 자리를 잃어버린 이들이
운명처럼 모이는 이곳에서
죽음 너머 새로운 삶의 희망을 찾다

목차

길 너머의 세계 7

작가의 말 360

작가정보

저자(글) 전민식 저자

2012년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로 제8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불의 기억》 《13월》 《알 수도 있는 사람》 《9일의 묘》 《우리는 오피스텔에 산다》 《해정》 《강치》 《그냥 내버려둬》 등이 있다. 파주에서 숨 쉬고 글 쓰며 살고 있다.

작가의 말

아버지는 집을 나가기 전 가고 싶은 길로 가지 못할 수도 있는 게 인생이라고 말해주었다. 대부분 그렇게 살다 간다고도 말했다. 가고 싶은 길이 어디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곳과는 정반대의 길 위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_77쪽

구릉 정상에 서서 바다 쪽으로 고개를 향하고 있는 반송의 무리들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중력의 이치에 따라 아래로 흘러 내려가는 푸른빛이 보였다. 색과 빛도 중력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걸 느끼곤 했다. 바람이 불면 이 색과 빛들이 한군데 모여 제 머리를 흔들었다. 녹색의 파도였다. _99쪽

바다의 수평선 너머엔 망자들의 세상이 펼쳐져 있을까. 그곳엔 이 세상에서 볼 수 없었던 존재들이 바람을 타고 흐느적대고 있을 거란 상상이 들었다. 무지개를 타고 이 세계와 저 세계를 건너다니고, 죽어도 죽지 않으니 억울할 일도 없는 그런 세상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_117쪽

초등학교를 입학하던 그해 겨울 학교 대항 축구대회에서 우주는 두 골을 넣었다. 그때 우주가 골을 넣지 않았다면 지금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이미 훌쩍 지나가버린 과거의 시간이 우주를 구할 수 있을까. _271쪽

실은 나도 그렇고 우주도 이 세상에서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인간은 뭔가를 선택해 출발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태어나면서부터 부드러운 길을 가고 누군가는 거칠고 딱딱한 길만 가는 것이리라. 그러나 아버진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버리고 다른 길을 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래 아버지의 길이 어떠했는진 모르겠다. _29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