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핑계는 천문학이야
2025년 02월 13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1월 2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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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정보 ePUB (25.50MB) | 약 8.5만 자
- ISBN 9791192641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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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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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보며 발견한 삶의 조각들을 엮은 이야기다.
천문학이라는 렌즈로 일상을 들여다보니,
어제는 평범해 보이던 일들이 오늘은 새롭게 다가온다.
별과 우주, 그리고 그 너머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당신에게도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 별 하나를 품고 살아간다.
어쩌면 그 별이 바로
우리 자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프롤로그 중에서
공룡은 왜 멸종했을까?
외계인도 9 to 5 근무를 하는 걸까, 수상한 전파 신호의 정체는?
화성에서 피자를 먹는 방법은?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가 충돌한다고?
우주선이 고장 났을 때 양말로 할 수 있는 일은?
2박 3일의 우주여행, 얼마면 되니?
어린이천문대장이 들려주는 재밌고 신비로운 천문학 이야기
미지의 세계를 알수록 더 아름답고 특별해지는 우리의 일상
어린 시절, 공룡이 멸종한 이유나 사라진 고대 문명에 우주, 혹은 외계인이 관련돼 있을 것이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우주에 대한 호기심이 비단 아이들만의 것이란 말은 아니다. 사실은 아직 인류가 달에 가보지 못했다는 음모론이나 빈번히 카메라에 잡히는 UFO의 출현, 우주 어딘가에 생물이 살 수 있는 행성이 있을 것이란 추측은 어른들의 마음까지 설레게 한다. 이렇듯 우주는 인간의 상상력과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원한 미지의 세계다.
《내 핑계는 천문학이야》는, 이렇게 궁금하지만 낯설어서 다가가기 어려운 천문학 이야기들을 어린이천문대 대장의 유쾌한 일상과 엮어 쉽고 재밌게 풀어낸다.
알다시피 현대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사람들은 그 속도를 따라잡고 적응하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간다. 하지만 우주를 연구하는 관점에서는 끝없는 우주 속 점 하나보다 작은 지구에서의 삶이 때론 측은하고 그래서 더 애틋하고 소중한 마음으로 모든 순간을 바라보게 된다.
천문학은 보통 인류의 호기심과 신비로움으로 접근하지만, 이 책에선 평소에도 쓰일 수 있는 유쾌한 천문학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야, 오늘 왜 이렇게 늦었어?”라는 친구의 질타에 그럴듯한 천문 지식으로 핑계를 댈 수 있고, “도대체 안 읽는 책은 왜 이렇게 사 모으는 거야?”라는 아내의 잔소리에 허세 가득한 반박을 펼칠 수 있는 천문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우리의 소소한 일상과 천문학이 만나는 접점을 재치 있게 찾아내어 입담 좋게 펼쳐낸다는 점이다. 덕분에 과학과 문학이라는 전혀 다른 영역이 만났지만, 잘 버무려진 한상차림처럼 재미와 과학 지식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흥미롭게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심리적, 정서적 안정을 찾기 힘들어하는 이 시대에, 저자는 천문학이라는 독특한 주제를 통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독자들에게 작은 위로와 즐거움을 주고자 이 책을 썼다. 말하자면 이 책은, 광활한 우주와 그 속에서 별처럼 반짝이는 우리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 같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우주에 떠 있는 먼지만 한 푸른 행성에서 부리는 허세 한 톨, 핑계 한 꼬집’ 같은 저자의 일상을 통해, 독자들은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고 상상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나아가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를 알게 될수록 더 아름답고 특별해지는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01 취미는 원래 불순한 겁니다
02 두 세계가 충돌은 했습니다만…
03 냉장고라는 우주에서 보물찾기
04 주차는 어려워
05 택시비가 금값이지만
06 고집 한 톨 정도는 괜찮잖아
07 알앤비 민폐남
08 은하수는 못 봤어도 등심은 사랑이야
09 개기일식과 텅 빈 통장 사이
10 1박에 얼마라고?
2장 천문학으로 핑계 대기
01 아직은 비상시 양말 같은 ≪코스모스≫지만
02 남매의 골디락스 존
03 망설여진다면 식기세척기
04 우주 쓰레기 뱃살
05 예쁜 건 왜 이렇게 비쌀까?
06 낭만의 주정뱅이
07 NASA는 왜 스페이스X에 뒤처졌을까?
08 통장은 비었어도 실패는 우아하게
09 달리는 북악산 패션 테러리스트
10 좋아, 밀과 토마토부터 재배해!
3장 천문학으로 위로하기
01 다이어트의 역설
02 모태 솔로와 크레이터
03 고약한 대머리 할아버지
04 아들이라는 사유
05 좀비처럼 달리는 남자
06 공포와 경이로 가득한 밤의 몽환
07 고장 난 미라클 모닝
08 연수를 떠나야 사는 사람들
09 하와이 상공에서 추락하다
10 한국에 오로라가 떴다!
4장 천문대장의 요일들
01 건달과 연예인 그 사이
02 내 폰 안의 도청 장치
03 별이 숨자 포즈를 취했다
04 왜 카페 이름이 그냥그냥인가요?
05 달은 도대체 언제 볼 수 있는 건데요!
06 인생도 과학처럼 합리적이면 좋겠다
07 그러니까 화성에 로봇은 왜 또 보낸 건데?
08 날씨를 보는 삶
09 MBTI 비 신봉자의 망상
10 너희들이 내 우주야
무언가를 고결하게 사랑한다는 것은 나른한 오후, 따스한 햇살 아래서 당근케이크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먹는 것같이 완벽한 느낌일 것이다. 하지만 사랑의 모든 순간이 꼭 지고지순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아메리카노의 맛보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자신의 모습이 좋은 사람도 있다. 당근케이크의 폭신함보다 이제 디저트 정도는 통장 잔고 고민 없이 주문할 수 있게 된 현재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하여 커피에게 애정을 덜 가졌다거나 당근케이크를 모욕적으로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불순한 욕망이 살짝 가미된 정도랄까?
나는 반짝이는 별의 아름다움도 좋아하고, 어두운 곳에서 황홀하게 펼쳐진 밤하늘도 사랑하지만, 그런 별을 바라보고 있는 내 모습도 못지않게 사랑한다. 그것이 내가 천문학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_22쪽
냉장고 청소도 진짜가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것은 단순히 먹성은 좋지만 게으른 과거의 나와 싸우는 과정이 아니다. 널려진 불안을 치우는 일이다. 흐릿한 건강을 닦아 내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면 냉장고 깊은 골짜기 안쪽 어딘가에서 보물 같은 묵은지를 발견할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그것이 혜성을 발견한 메시에의 희열만큼이나 진정한 행복이라고 확신한다. _35쪽
나는 역사에 발자국을 깊게 남긴 과학자들처럼 천재도 아니고 세상을 바꾸고 싶지도 않다. 유명해지고 싶지도 않다. 그저 고집을 열정으로 삼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창백하게 빛나는 푸른 행성에서의 소박한 행복을 즐기고 싶다. 고집 좀 줄이라고 욕을 한다면, 적당히 잘 익은 사과를 깎아 줄까 한다. 누구를 해치지 않는 아집이라면, 좀 부려도 괜찮다고 믿는다. 어차피 우주에 떠 있는 먼지만 한 푸른 행성에서 부리는 고집 한 톨은 그다지 대단한 것도 아닐 것이다. _51쪽
삶 속의 장애물은 앞으로도 꾸준할 것이다. 별을 보러 떠난 곳에서 구름 잔치를 할 수도 있고, 갑자기 튀어나온 상사가 마무리되어 가는 프로젝트를 뒤엎을지도 모른다. 가장 친한 두 친구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결혼식을 할는지도 모르고. 게다가 그런 문제들은 애써 고민한다고 해결되지도 않는다. 그러니 맞서 싸우
며 골똘하기보단 둘레둘레 피해 가며 잊힌 행복을 떠올리는 것이 좋다. 물론 행복을 부르기엔 고기만 한 것이 없다. ‘소확행’은 소고기가 주는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이 아닐까. _62쪽
다행히 지구는 인간이 문명을 이뤄낼 정도로 태양과 적절히 떨어져 있다. 항상 주변에 물이 존재할 수 있을 만큼 적당히 따뜻한 영역을 ‘골디락스 존’이라고 부른다. 지구는 태양의 골디락스 존 안에 있는 것이다. 아무리 생명의 근원이자 에너지의 본질인 태양이라고 하더라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나는 가족에게도 그런 거리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부대껴 사는 게 가족이라지만, 적당히 머리가 커서 협력에 한계가 온 가족이라면 조금 떨어져 있어야 한다. 적당한 온기가 주변을 감싸고, 무심하게 쏟아낸 날카로운 말도 무디게 전달될 정도의 거리. 그 거리를 찾는다면 생일 때 보고 싶고, 명절에 만나고 싶은 가족이 다시 될 수 있지 않을까? _91쪽
나는 그 순간 술이 한 뼘 더 좋아졌다. 낯간지러운 얘기를 술 덕분에 할 수 있었다. 술잔은 종종 감정의 징검다리가 된다. 평소에는 말하기 어려운 미안함과 용서, 사랑과 고마움을 지고 술잔이라는 돌다리를 한 칸씩 밟고 건너 상대방에게 줄 수 있다. “술 없이 말해야 진심이지, 술 먹고 말하면 그냥 술기운 아니야?”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아쉽게도 난 맨정신에 간질거리는 마음을 전할 만큼 성숙하지 못했다. 서른의 발음은 마치 서어른 같아서 어른이 되어야만 할 것 같은데, 그 나이가 한참 지나도 어른이 되지 않았다. 진심을 전하는 데 건배가 필요한 조금 덜 자란 청년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좋다. _115쪽
“우리는 탐사선이 찌그러지고 고장 날 정도로 금성이 척박한 환경임을 확인했습니다!” 이런 태도를 보며 나는 감탄했다. 실패가 성공이 될 수도 있다니, 신박해서 무릎을 내려칠 정도였다. 이런 초긍정의 사고라면 천문학자들에게는 실패라는 게 있을 수 없을 것이다. 화성에서 감자 농사를 짓다가 폭삭 망해도 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는 화성에서 감자를 키우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_127쪽
다행히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고 각자의 일이 있다. 누군가는 밀을 경작하고, 누군가는 비닐을 만들고, 누군가는 포장하고, 누군가는 배달하고, 나는 구매한다. 우리는 사실 혼자 해야 할 일을 전 세계인과 나누어 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이렇게 아낀 시간 덕에 나를 조금 더 필요로 하는 곳, 이를테면 별을 알려 주는 천문대에서 일한다. _137쪽
뛰다가 숨이 차 걸은 주제에 낭만 타령한다고 하면 할 말은 없다. 사실이니까. 다만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나에게도 있었다. 그것은 즐거움이기도 하고 강변의 낭만이기도 하며 트랙 위에 퓨마 브랜드처럼 누워 있는 고양이와의 조우이기도 하다. 혹시 천체 사진을 찍다가 구름이 들어온대도 별빛을 만났던 순간을 더 귀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앞으로도 뛰다가 종종 멈추겠다는 말이다. 그러면 다시 뛰고 싶은 마음마저 들 것이다. _173쪽
때때로 성실이란 어려운 순간을 버텨 내야 다가오는 것처럼 여겨진다. 아침 같은 순간 말이다. 하지만 역시 시간대보다는 시간을 쓰는 능력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나 같은 인간은 아침보다는 밤에 더 정신이 맑다. 그것이 아침을 버텨 내지 못한 데서 오는 자신만의 합리화가 아니라는 것도 사람들을 통해 배운다.
나는 달밤에 헬스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미라클 모닝이 적성에 맞지 않아도 괜찮을 수 있다는 사실을 겨우 인정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을 수도 있지만, 늦게까지 벌레를 잡는 새도 꽤 배부르게 살고 있지 않을까? _184쪽
어떤 순간이든 누군가 천문학에 뛰어들 때, 안전하고 믿음직한 강사로 존재하길 바란다. 한 번의 강의를 들을 때마다 나를 믿고 우주 과학에 뛰어든 아이가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잊지 못할 순간이라고 말하면 좋겠다. 모든 순간이 짜릿할 수 없고, 모든 시간이 자극적일 수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시간들이 좋은 밑거름이 되어 아이들에게 행복한 우주를 만들어 주고 싶다. 그런 강사가 되고 싶다. 정말로.
_197쪽
화성을 탐사하는 일은 어떤 이들에게는 편의점에서 마음에 드는 도시락을 고르는 것만큼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우리의 과학은 이러한 과정 속에서 발전해 왔다. 해왔던 것 위에 새로운 시도를 더해 가면서 말이다. 이제 퍼서비어런스는 화성을 누비며 약 2년간의 탐사를 마쳤다. 사막 행성을 유람하며 과거 생명체의 흔적을 찾았고, 화성에 존재했던 물이 왜 사라졌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했다. 인류는 이렇게 한 발짝씩 나아가면서, 티라노사우루스와는 다른 운명으로 걸어가고 있다. _242쪽
오늘 밤에 기상청은 비가 올 거라 예보했다. 나는 별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내려놓았다. 그러나 만약 기상청 예보가 틀려서, 흐리지만 구름 사이로 몇 개의 별빛이라도 내려온다면 나와 천문대를 찾은 아이들은 환호하며 그 반짝임을 맞이할 것이다. 채근하지 않을수록 더 간결한 행복이 찾아온다는 걸 알기에,
간절히 원하는 것일수록 기대를 내려놓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_249쪽
세상에. ‘우주’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나라니, 영광이다. 평생 별을 좋아하고 아이들을 사랑한 보람을 느낀다. 헤이즈를 보며 가을을 떠올리는 사람과 별을 보면 나를 떠올리는 아이들이 같은 우주에 산다. 그 우주엔 갈색 낙엽으로 물든 가을이 담겨 있고, 밤하늘의 별들은 끝없이 영롱하게 빛나고 있다. 그런 아름다운 우주 속에서 나를 기억해 주는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쌤은 천문학도 좋아하고 가을도 사랑하지만 너희가 제일이야. 너희들이 내 우주야.” 정말이다. 아이들이 곧 우주다. _258쪽
첫 달 착륙부터 민간인의 우주여행에 이르기까지
양말 한 켤레의 재치가 필요한 도전의 역사를 엿보다!
《내 핑계는 천문학이야》에는 흥미진진한 우주 탐험의 역사가 담겨 있다. 외계 문명의 신호를 쫓고 분석하는 천문학자들의 에피소드와(130쪽), 우주에서 인간이 장기간 생존할 수 있을지를 알아보기 위해 2년이나 거대한 유리돔 안에서 격리 생활을 한 과학자들 이야기(137쪽), 1등만 기억하는 등수의 세상에서 화성에 몇 번씩이나 탐사 로봇을 보내는 원초적 이유와(238쪽)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 예측한 중력파를 찾아내기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투입하는 인류의 이야기(93쪽)도 담겼다.
그 모든 역사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다. 아폴로 13호의 우주비행사들은 산소 탱크 폭발이라는 위기를 양말로 극복을 해냈다(80쪽). 우주 개발을 선도하던 나사는 계약 방식의 차이로 인해 민간 우주 기업인 스페이스X에 선봉장 자리를 내줘야 했다(117쪽). 독자들은 아폴로 13호가 위기를 극복한 기발한 방법과 나사가 스페이스X에 밀려난 이야기에서 임기응변의 재치나 인간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다.
금성 탐사를 위해 베네라 7호를 만들어 낸 과학자들은 어떤가. 수천억을 들인 프로젝트가 일곱 번이나 실패했음에도 “우리는 탐사선이 찌그러지고 고장 날 정도로 금성이 척박한 환경임을 확인했습니다!”라고 외칠 수 있는 배포(124쪽). 광활한 우주 속에 존재하는 지구의 모습을 찍기 위해 태양계를 떠나고 있던 탐사선 보이저 1호가 손상될 위험도 감수한 칼 세이건의 고집(46쪽). 그런 것들이 없었다면 인류는 아직 달에도 가보지 못했을지 모른다.
수많은 우주비행사와 과학자가 우주 탐험에 도전하고 때로는 시행착오를 겪거나 실패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 결과 인류는 더 먼 우주로 지평을 넓히고 있다. 그 지난한 도전의 기록은 지구 위를 걷고 있는 우리의 삶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어차피 우주에 떠 있는 먼지만 한 푸른 행성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조금은 더 고집스럽게, 열정적으로 삶을 탐닉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냐고 말이다.
아름답지만 미지의 영역인 우주에서 인류의 미래는?
허블 망원경이 찍어낸 3천 개의 은하에서 희망을 엿보다!
저자는 단순히 흥미로운 천문학 이야기만을 들려주는 게 아니라 천문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우리의 삶을 관조한다. 대체로 유쾌하고 때로는 애틋한 감정을 일으키는 저자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도 공감과 위안을 준다. 우주는 식기세척기를 사야 하거나 늦은 밤 맥주와 닭발을 시켜 먹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평범한 일상과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새삼스레 느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아름답지만 당장 내일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두렵기도 한 우리의 삶은 어쩌면 우주의 본질 그 자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 우주는 아름답지만 미지의 영역이기에 두렵기도 하다. 어쩌면 공룡의 멸종을 야기한 소행성이 다시 지구로 날아오거나(151쪽), 인류가 쏘아 올린 우주 쓰레기에 막혀 인류가 지구에 갇혀 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100쪽). 푸른 바다와 강이 넘쳐흐르던 화성이 지금은 황량한 사막이 된 것처럼, 포근한 기온이던 금성이 피자를 9초 만에 구워낼 정도로 뜨거워진 것처럼, 무서운 재앙이 지구에도 닥칠지 모를 일이다(238쪽).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지만 저자는 괜찮을 거라며 깜짝 놀랐을 독자들을 다독인다. 인류는 눈 덮인 에베레스트산을 기어코 두 발로 오르고, 캄캄한 바닷속을 산소통 하나로 헤엄치며, 자동차를 두고 굳이 42.195km를 달려 완주하는 족속이니까. 도전에 도전을 거듭해서 언젠가는 화성에도 첫발을 내딛게 될 테니까. 인류는 그렇게 한 발짝씩 나아가면서 티라노사우루스와는 다른 운명으로 걸어가고 있다고 말이다.
우주도 희망의 증거를 보여준다. 천문학자 로버트 윌리엄스는 발사된 지 겨우 5년밖에 되지 않은 최신 기술의 꽃이자 하루 사용료가 약 10억 원이나 되는 허블 망원경으로 ‘아무것도 없는 곳’을 찍어 보자고 주장했다. 당연히 의심과 반대가 쏟아졌지만, 그 결과는 과학계를 경악하게 만드는 대발견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바늘구멍만 한 밤하늘에 3천 개 이상의 은하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70쪽).
저자는 결국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허블 망원경이 찍은 허공에 수많은 은하가 있었던 것처럼 ‘희망’은 항상 있을 거라고, 그러니 때로는 우주를 빗대어 허세도 부리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는 핑계도 대면서 주어진 시간과 공간을 맘껏 누리면서 살아가자고. 좋아하는 일들을 즐겁게 해내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마음을 전하면서 말이다. 희망은 호기심과 가능성으로 가득한 아이들의 빛나는 눈동자 속에, 사랑하는 이들의 웃음에, 그리고 낭만 한 스푼 끼얹은 우리의 일상에 언제나 존재하니까.
천문학을 핑계 삼아 전하는 인류와 우주의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통해 삶을 대하는 한층 여유롭고 성숙한 자세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작가정보

별빛이 흐드러진 곳에서 나고 자라 천문학을 전공했다. 현재는 구리어린이천문대의 대장으로, 어린이들에게 천문학을 가르친다. 아이들에게는 ‘쪼쪼쌤’으로 불린다.
글은 우주와 일상을 연결하는 또 다른 망원경이다. 카카오 브런치에 10년째 에세이를 연재하며, ‘제5회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밤에는 별을 보고 새벽엔 글을 쓴다. 우주 속에서 이야기를 발견한다. 우주 덕분에 《천문학이 밥 먹여 주니》, 《고작 혜성 같은 걱정입니다》, 《별빛을 선물하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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