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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 단편선(완역본)

세계교양전집 38
안톤 체호프 지음 | 홍수연 옮김
올리버

2025년 02월 07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1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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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7.79MB)   |  약 8.8만 자
ISBN 9791194381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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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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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러시아문학의 황금시대가 낳은 단편소설의 대가, 안톤 체호프의 단편선이다. “체호프는 세계 최고의 단편 작가이다.”(톨스토이), “체호프는 복잡 미묘한 인간관계를 가장 잘 분석한 작가이다. 그의 작품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시야가 넓어지고 마침내 자유의 놀라운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버지니아 울프), “체호프는 반드시 읽어야 할 작가이다. 그는 우리를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해 주는 예술가이다.”(수전 손택)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인정한 러시아 최고의 단편 작가인 체호프는 평생 동안 엄청난 양의 단편을 남겼는데, 이 책에는 체호프 식 소설 구조의 전형을 보여 주는 작품 〈서기의 죽음〉 외에 체호프 문학의 전 시기에 걸쳐 발표된 아홉 편(〈공포〉, 〈베짱이〉, 〈연극 대본〉, 〈베로치카〉, 〈미인들〉, 〈거울〉, 〈내기〉, 〈티푸스〉, 〈주교〉)의 단편까지 총 열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모스크바대학 의학부 시절, 가족의 생계비를 벌기 위해 싸구려 잡지나 신문에 콩트와 유머 작품을 기고하며 시작된 그의 작가 인생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평생의 작업으로 이어졌고, 단순한 유머를 넘어 삶의 비극성까지 품어 안는 그만의 새로운 미학을 창출해냈다.
서기의 죽음 - 7
공포 - 13
베짱이 - 35
연극 대본 - 79
베로치카 - 91
미인들 - 115
거울 - 131
내기 - 141
티푸스 - 155
주교 - 167

작가 연보 - 195

P. 10
‘잊었다면서 눈에는 노기가 서려 있는걸.’ 총장을 미심쩍게 바라보며 체르뱌코프가 생각했다. ‘말도 못 붙이게 하니 이를 어째. 어떻게든 해명을 해야 할 텐데….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이야….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고. 안 그러면 내가 일부러 그에게 침을 뱉었다고 생각할 거 아니야. 지금이야 괜찮다지만 나중에 가서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면 어떻게 하라고!’
- 〈서기의 죽음〉에서

P. 20
“난 가끔 우울해지면 내가 죽는 순간을 한번 그려 봐. 수천 개의 우울한 환영을 상상해 보고, 고통스러운 절규가 뒤따르는 끔찍한 악몽으로 나를 몰아가 보는 거지. 하지만 장담컨대 그게 아무리 무시무시하더라도 현실 세계만큼은 아니야. 나는 인생을 모르겠고 사는 게 두렵다네, 친구.”
- 〈공포〉에서

P. 78
“드이모프!” 그녀는 크게 불렀다. “드이모프!” 그녀는 그에게 해명하고 싶었다. 그것은 실수였다고, 모든 것을 놓친 건 아니며, 인생은 여전히 아름답고 행복할 수도 있다고, 그가 특출나고, 드물고, 위대한 사람이라고, 그리고 그녀가 앞으로 그를 평생 숭배하고, 그 앞에 경의와 경외심을 표하며 고개 숙일 거라고….
- 〈베짱이〉에서

p. 84
‘악마가 보냈나 봐…. 마치 나더러 그녀의 헛소리를 직접 들어 보라는 것처럼! 그녀가 희곡을 쓴 게 내 잘못은 아니라고, 안 그래? 원 세상에! 많이도 썼네! 형벌이 따로 없군!’
- 〈연극 대본〉에서

p. 111
그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베라가 사라지자, 그는 뭔가 귀중한 것을,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무척 가깝고도 아끼는 뭔가를 놓쳐 버렸다는 기분이 들었다. 베라와 더불어 그의 젊은 시절의 한 축도 그에게서 빠져나갔고, 그렇게 결실 없이 흘려보낸 순간들도 다시는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 〈베로치카〉에서

p. 121
나는 이 아름다움이 다소 생소했다. 나를 흥분시킨 마샤의 아름다움은 욕망도, 황홀경도, 향락도 아닌,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시큰거리는 슬픔이었다. 이는 꿈처럼 막연하면서도 모호한 슬픔이었다.
- 〈미인들〉에서

p. 139
넬리의 손에서 뭔가가 떨어져 바닥에 부딪혔다. 넬리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눈을 크게 떴다. 거울 하나가 발치에 놓여 있었다. 다른 거울은 탁자 위에 그대로 세워져 있었다.
거울을 들여다보니 창백하고 눈물로 얼룩진 얼굴이 보였다. 회색 배경은 이제 없었다.
‘잠들었나 보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거울〉에서


p. 152~153
은행가는 다 읽고 나서 책상 위에 종이를 내려놓고, 이 기이한 남자의 머리에 입맞춤하고 울기 시작했다. 그는 별채를 나갔다. 그 어느 때도, 심지어 주식으로 돈을 다 날린 후에도, 지금처럼 자신이 혐오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지만, 몸이 떨리고 눈물이 자꾸 나서 오랫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 〈내기〉에서

p. 166
이 갑작스러운 비보가 클리모프의 가슴에 뼈저리게 와닿았다. 무시무시하고 충격적인 소식이었지만, 그래도 갓 회복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드는 들썩거리는 기분까지는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그는 울다가 웃다가 이내 먹을 것을 하나도 갖다주지 않았다며 불평하기 시작했다.
- 〈티푸스〉에서
p. 194
한 달 후에 대리 주교가 새로 임명되자, 표트르 주교에 미련을 두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 후로 그는 사람들 뇌리에서 완전히 잊혔다. 다만 지금은 외딴 작은 시골 마을에서 부제인 사위와 같이 사는 고인의 노모만이, 밤에 소를 들여놓으려고 들판에 나가다가 이웃 아낙네들을 만나 자식 얘기며 손주들 얘기를 할 적에, 주교였던 아들이 있었노라고, 사람들이 행여 안 믿을까 봐 눈치 살펴 가며, 슬쩍… 말해 본다.
그리고, 정말로, 그 말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 〈주교〉에서

체호프가 포착해 낸 삶의 본질과 아이러니!

19세기 러시아 최고의 단편 작가 안톤 체호프의 이번 단편선은 1883년부터 1902년 사이에 발표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의 발표 시기는 체호프 문학의 전 시기에 걸쳐 있지만, 그럼에도 작품 간의 차별성보다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삶의 본질과 아이러니를 포착해 내는 체호프의 주된 창작 기법과 일관된 주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 첫 번째 작품인 〈서기의 죽음〉에서는 권위와 체면에 집착하는 주인공이 사소한 사건으로 인해 비극으로 치닫는 과정을 그리고, 두 번째 작품 〈공포〉에서는 주인공과 아내, 그리고 친구라는 삼각 관계를 통해 인간 내면의 불안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허영심과 어리석음에 젖어 촉망받는 의사 남편을 죽음으로 내모는 한 여자의 이야기인 〈베짱이〉와 유명 작가와 작가 지망생 여성의 짧은 만남을 그린 〈연극 대본〉에서는 체호프 특유의 유머와 풍자를 통해 인간사의 아이러니를 드러내고, 남녀 관계의 불가사의를 묘사한 〈베로치카〉, 아름다움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미인들〉, 한 여성의 망상으로 이뤄진 〈거울〉에서는 사랑과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돈 많은 은행가와 젊은 변호사의 어리석은 내기를 다루고 있는 〈내기〉와 고향으로 향하는 젊은 장교의 비극적 이야기를 담고 있는 〈티푸스〉, 가톨릭 주교의 마지막을 다루고 있는 〈주교〉에서는 인간의 욕망과 고통, 그리고 죽음을 깊이 성찰하며 삶의 가장 어두운 구석까지 탐색한다. 체호프는 탁월한 통찰력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으로 짧은 이야기 속에 인간과 사회를 투영하며,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기고 있다.

생계형 작가에서 러시아 최고의 단편 작가로!

안톤 체호프는 남부 러시아의 타간로크에서 가난한 잡화상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어린 시절부터 문학과 연극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글을 쓴 것은 모스크바대학 의학부에 들어간 뒤였는데, 그것도 가족의 생계 때문이었고, 작품도 싸구려 잡지나 신문에 투고한 콩트나 유머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대학 시절 체호프는 몇 푼 안 되는 원고료를 벌기 위해 밤을 새워 가며 글을 써야 했고, 이때 쓴 단편소설, 콩트, 만평만 해도 수백 편에 이른다. 하지만 그의 작품 활동은 이후에도 계속되었고, 1887년 출간한 단편집 《황혼》으로 1888년에 푸시킨상을 수상하면서 평단의 주목을 받게 된다. 체호프는 인간의 내면과 관계를 통찰력 있게 탐구하며, 삶의 본질을 고요하고도 깊이 있는 방식으로 묘사했는데, 특히 그의 단편소설은 러시아와 세계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단편 문학의 기준을 새롭게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체호프는 〈갈매기〉, 〈바냐 아저씨〉, 〈세 자매〉, 〈벚꽃 동산〉과 같은 희곡을 쓴 극작가로도 유명하다. 그의 희곡은 전통적인 극작법을 벗어나 일상의 대화와 인물 간의 미묘한 긴장을 통해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냈는데, 이러한 혁신적인 접근은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의 작품은 현대 연극의 중요한 초석이 되었다.

작가정보

Антон Павлович Чехов

1860년 러시아 남부의 항구도시 타간로크에서 잡화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1868년 타간로크의 김나지움에 입학했으나 성적 부진으로 낙제했다. 1876년 아버지의 잡화점이 파산하면서 가족들은 모스크바로 떠나고, 혼자 남은 그는 입주 과외를 하면서 공부를 병행한 끝에 1879년 모스크바대학 의학부에 입학했다. 의과대학 재학 중에 생계를 위해 필명으로 잡지 등에 유머 단편을 기고했다. 1884년 의사로 개업하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1887년 출간한 단편집 《황혼》으로 1888년 푸시킨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의 인정을 받았다. 1890년에는 시베리아를 거쳐 사할린으로 자료 수집 여행을 떠났고, 이후 그의 작품 세계는 더욱 원숙해져 〈결투〉, 〈검은 수도사〉, 〈귀여운 여인〉,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같은 뛰어난 단편과 〈갈매기〉, 〈바냐 아저씨〉, 〈세 자매〉, 〈벚꽃 동산〉 같은 희곡을 남겼다. 그는 글을 쓰는 와중에도 농민들을 무료로 진료하고 콜레라 퇴치를 위해 노력하는 등 의사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했다. 1901년 배우 올가 크니페르와 결혼하면서 새로운 삶을 꿈꿨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폐결핵이 악화되었고, 요양차 방문했던 독일 바덴바일러에서 1904년 7월 2일 세상을 떠났다

이화여자대학교 영문학과와 통번역대학원 한영 번역학과를 졸업했다. 주요 역서로는 《햄릿》, 《바다에서 온 편지》, 《홀리데이 로맨스》, 《눈에 띄는 마케팅》(공역), 《감염병과 사회》(공역), 《폴 매카트니》(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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