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천 검색어

실시간 인기 검색어

크리티컬 포인트

인아영 지음
문학동네 출판사SHOP 바로가기

2025년 02월 10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2월 12일 출간

(개의 리뷰)
( 0% 의 구매자)
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4.35MB)   |  약 20.5만 자
ISBN 9791141609276
지원기기 교보eBook App, PC e서재, 리더기, 웹뷰어
교보eBook App 듣기(TTS) 가능
TTS 란?
텍스트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술입니다.
  • 전자책의 편집 상태에 따라 본문의 흐름과 다르게 텍스트를​ 읽을 수 있습니다.
  • 이미지 형태로 제작된 전자책 (예 : ZIP 파일)은 TTS 기능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소득공제
소장
정가 : 14,000원

쿠폰적용가 12,600

10% 할인 | 5%P 적립

이 상품은 배송되지 않는 디지털 상품이며,
교보eBook앱이나 웹뷰어에서 바로 이용가능합니다.

카드&결제 혜택

  • 5만원 이상 구매 시 추가 2,000P
  • 3만원 이상 구매 시, 등급별 2~4% 추가 최대 416P
  •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추가 최대 200원

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문학, 비평, 이론, 계간 『문학동네』 30주년 기념 비평 앤솔러지
책머리에

1부 글쓰기 시스템과 비판의 메커니즘
비평과 사랑-포스트 비평과 동시대 한국문학 비평의 논점들 | 인아영
비평의 몰락을 한탄하지 않는 방법 | 이소
글쓰기를 위한 시스템 설계-『사이클로노피디아』, 또는 현재의 기록시스템을 재정의하기 | 윤원화

2부 독자성과 일인칭 ‘나’의 서사 실험
수치심의 글쓰기와 퀴어의 사랑/윤리 | 김경태
벽장의 문학과 사생활의 자유-소수자 시민 가시화의 욕망을 둘러싼 한 쟁점 | 오은교
자아 생산 장치로서의 에세이 | 한영인

3부 몸의 이론과 퀴어 정치미학
비평하는 몸 | 조선정
불가능한 퀴어 이론 | 정민우
가족도 미래도 없이 친밀하게-돌봄의 생명 정치와 난잡한 친밀성들 | 김건형

4부 비인간, 동물, 공생자 이론
인류세와 민주주의 | 진태원
구멍 뚫린 신체와 세계의 비밀-신유물론과 길항하는 소설 독해 | 강지희
‘기후 소설(Cli-fi)’을 어떻게 읽고 쓸 것인가? | 임태훈

비평이 사랑이라면, 또는 사랑이 아니라면, 그 방식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비평과 텍스트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며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읽는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비평은 무엇이고 우리는 왜 비평을 쓰는가? _인아영, 「비평과 사랑-포스트 비평과 동시대 한국문학 비평의 논점들」(24쪽)

이론은 좁고 뚜렷한 파장의 빛으로 넓은 어둠 속에 등대처럼 서 있지만, 그 빛은 어둠을 모두 해소할 수 없을뿐더러 바로 그 어둠에 의해 가시화되고 가치를 부여받는다. 어둠 때문에 빛을 폐기할 필요도, 빛 때문에 어둠을 숨길 필요도 없다. _이소, 「비평의 몰락을 한탄하지 않는 방법」(67쪽)

최신 기술을 통해 자유로운 신체 개조를 약속하는 화려한 포스트휴먼의 전망과는 좀 다르게 보일지 몰라도, 저자는 언제나 느린 재생과 재구성의 장소로 기능해왔다. 그것은 곤경에서 자라나는 글쓰기 판으로서 스스로 알지 못했던 말을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쓰기 시작한다. _윤원화, 「글쓰기를 위한 시스템 설계-『사이클로노피디아』, 또는 현재의 기록시스템을 재정의하기」(91쪽)

강조컨대, 무엇보다 퀴어는 관계를 정향하며 관계를 대하는 특정한 태도를 가리킨다. 퀴어한 것은 정체성을 넘어 관계성으로 나아간다. 이제 퀴어는 관계의 자리를 새롭게 발명하는 주체여야 한다. 따라서 누구보다 사회적 자유의 실천에 민감해야 한다. 퀴어는 모든 규범으로부터 자유로운 날것 그대로의 관계, 예외상태의 관계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퀴어 윤리’는 바로 그런 관계로부터 탄생한다. _김경태, 「수치심의 글쓰기와 퀴어의 사랑/윤리」(113쪽)

중요한 것은 섹슈얼리티 실천의 옳고 그름과 좋고 나쁨의 위계를 해체하는 것이지 비규범적 섹슈얼리티 일부를 바른 이미지로 세탁해 규범성에 편입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성 서사’와 ‘퀴어 서사’에 대한 환대 속에서 비규범적 섹스와 낙태와 에이즈 등의 주제를 놓고 여전히 공황 상태에 빠진다면, 기다릴 때 우리는 말을 고르게 될 것이고, 그렇게 ‘내 얘기’는 계속 고립되어야 할 특수한 한 사람의 이야기로 남을 것이다. _오은교, 「벽장의 문학과 사생활의 자유-소수자 시민 가시화의 욕망을 둘러싼 한 쟁점」(126쪽)

이 독자들은 언뜻 굉장히 참여적이고 능동적인 듯 보인다. 하지만 그 능동성은 텍스트의 다채로운 향유 과정이 아니라 자신이 기대하는 메시지의 투명한 산출을 기대하는 과정에 정향되어 있다. 그 산출의 주체는 당연히 독자가 아니라 작가이다. 독자는 다르게 읽는 수고로움을 지불하는 대신 작가에게 제대로 쓰라고 말한다. 오늘날 ‘새로운 독자들’은 기존의 ‘독자’와 절반 정도의 정체성만 공유한다. 나머지 절반의 새로운 이름은 소비자이다. _한영인, 「자아 생산 장치로서의 에세이」(164쪽)

퀴어 이론이 주체 담론으로 유용한 것은 특정한 정체성을 식별하고 분류해주기 때문이 아니라 주체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계속 질문하고 성찰하기 때문이다. 퀴어 이론은 새로운 앎을, 오랫동안 앎의 특권적 지위를 누려온 서구 형이상학과 과학과 정신분석과 역사학이 알려주지 않았던 종류의 지식을 생산한다. 퀴어 이론은 섹슈얼리티를 분석하는 지식 생산의 기제이자 근대 체제의 헤게모니를 비판하는 정치학이라는 이중의 쓸모를 가진다. _조선정, 「비평하는 몸」(178쪽)

그러므로 199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퀴어 이론을 단지 타자화된 섹슈얼리티와 비규범성에 관한 새로운 이론적 경향으로서만 이해하는 것은 부당하다. 퀴어 이론은 미국의 특권적 대학이라는 지적 환경에서 주변화된 인문학자들의 지식 정당성 주장을 위해 고안된 이론 구성체이다. 미국의 패권화와 기업화된 학계의 미국 중심적 재편이라는 글로벌 정치경제적 조건 속에서 퀴어 이론은 1990년대 이후 미국 인문학계가 생산한 가장 성공적인 이론적 상품 가운데 하나다. _정민우, 「불가능한 퀴어 이론」(211~212쪽)

애초부터 친밀성이 사적인 영역이며 공적 담론/제도가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는다면, 사실은 애초에 불가분하기도 하다면, 도리어 돌봄(의 재생산 규범)과 무관하면서도 친밀한 관계를 시민적 관계 맺음의 원리로 상상할 필요가 있다. 이는 퀴어하고 불구적인 감정-정치를 공적/사회적 감정-정치로 상상하는 일이기도 하다. _김건형, 「가족도 미래도 없이 친밀하게-돌봄의 생명 정치와 난잡한 친밀성들」(265쪽)

그렇다면 우리는 이율배반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우리 인간을 여느 독특한 실재들 중 하나로 위치시켜야 하고 그런 위치에 걸맞은 윤리와 정치를 실행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책임 있는 윤리와 정치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인간은 여느 독특한 실재에 머물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른 독특한 실재들(우리가 ‘자연’ 내지 ‘지구’라고 부르는 것을 형성하고 있는)과의 관계가 항상 우호적이거나 조화로운 관계가 아니라 갈등과 적대, 심지어 상호 파괴의 가능성을 함축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어쩌면 공생을 위해 자신의 파괴를, 적어도 (심각한) 손해를 허용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_진태원, 「인류세와 민주주의」(301~302쪽)

그리하여 이제 품고 있는 비밀을 읽어내야 하는 쪽은 인간이 아닌 세계 쪽인 것처럼 보인다. 지금 비인간 존재자들의 힘과 영향력 앞에 인간은 객체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세계를 구성하는 수많은 비인간 존재자들의 관점 중에 하나로서 인간의 시선을 놓을 때, 비로소 새로운 세계는 열릴 것이다. _강지희, 「구멍 뚫린 신체와 세계의 비밀-신유물론과 길항하는 소설 독해」(329쪽)

재난 서사가 재난의 인과관계를 좇아 기승전결을 구성하고, 영웅의 탄생을 찬미하거나 구원자로서의 국가를 요청하는 익숙한 결말을 택해왔다면, 기후 소설은 인간 중심성을 걷어낸 환경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것에서 차별화될 수 있다.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기후변화를 인식할 언어와 개념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생태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시적 언어의 창안은 필수적이다. _임태훈, 「‘기후 소설(Cli-fi)’을 어떻게 읽고 쓸 것인가?」(348쪽)

“문학과 비평이 ‘삶의 기예’임을 믿고자 하는 분들과 함께하고 싶다.”
동시대 비평과 이론의 가장 전위적이고 특별한 성취

계간 『문학동네』 30주년을 기념하여 비평 앤솔러지 『크리티컬 포인트-문학, 비평, 이론』을 펴낸다. 1994년 창간되어 2019년 100호를 기준으로 혁신호를 발행한 계간 『문학동네』는 2024년 겨울호를 펴내며 3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 어떤 권위에도 구속되지 않는 문학의 자유로움을 위해, 어떤 편견도 없는 열린 문학을 위해 (…) 최대한으로 긴장하겠”(서영채)음을 약속했던 10주년,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세월호 이후 한국문학이 가야 할 길”을 타진하며 “앞으로의 이십 년을 세월호 사건과 같이 또다시 출발하겠다고 다짐”(류보선)했던 20주년, 그리고 이번 30주년을 맞아 “우리가 문학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으로 앞으로도 독자분들과 함께하며”(인아영) 새로운 지도를 그려나가기를 계간 『문학동네』는 약속하고 또 희망한다.
다양한 시와 소설 그리고 내실 있는 대담을 싣는 것은 물론 계간 『문학동네』는 한국문학장에 참신한 에너지를 불어넣고 값있는 담론을 만들어내는 비평과 이론의 장 역할 또한 충실히 수행해왔다. 그중 혁신과 변화를 꾀하며 더욱 가열한 행보를 이어온 100호 이후에 발표된 비평과 이론 중 12편을 엄선하여 『크리티컬 포인트』로 엮었다. 지난 오 년은 팬데믹과 기후 위기, 문학장을 비롯한 예술장 내부의 여러 사건을 겪으며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찬 담론이 전개되었기에, 그 변화의 경로와 매듭들을 살피는 작업이 유의미하리란 판단하에, 오늘날 인문ㆍ사회 담론의 지형을 살필 수 있는 작은 가이드북을 마련했다. 동시대 문학/시대와 끈질기게 대화하는, 바꿔 말해 비평가가 제각기 사랑하는 방식들을 통해, 독자들은 비로소 연결되는 비평의 몸과 점묘화처럼 서서히 드러나는 비평의 얼굴을 아쉬움 없이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개진되는 비평을 고찰하고 이해하는 자리인 동시에 다양한 이야기가 은성할 수 있는 하나의 통로가 되기를 바란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제각기 낡고 고루한 사유에 저항한 흔적이다. 지난 삼십 년간 문학계의 다양한 흐름 속에서 계간 『문학동네』가 치열한 이론적 분투와 비평적 갱신을 위한 시도를 꾸준히 해왔음을 상기하며, 동시대 비평과 이론의 가장 전위적이고 특별한 성취들을 이곳에 모았다. 한 권으로 엮였으나 깊이 들여다보면 서로 경합하는 글도 있고, 다른 현상을 다루면서도 뜻밖의 에움길에서 마주치는 글도 있다. 그 마름질되지 않는 이질성의 파열과 마찰을 모두 기꺼이 드러내겠다는 데에 이 책의 야심이 있다. _오은교, 「책머리에」에서


“그들의 ○○이 참담히도 불가능해지는 시점으로부터 우리의 ○○이 시작된다.”
문학이, 비평이, 이론이

『크리티컬 포인트-문학, 비평, 이론』은 총 4부 12편의 글로 구성되었다.
1부의 주제는 ‘글쓰기 시스템과 비판의 메커니즘’이다. 이 책을 여는 첫 글인 인아영의 「비평과 사랑」은 상반된 진단을 불러일으키는 우리 시대의 비판적 글쓰기의 문제적 상황을 분석하며, “비판을 행위자들의 구체적인 실천이 아니라 주어진(주어지지 못한) 구조적인 전제로 이해”(28쪽)하기 때문에 문학비평 또한 언제나 작품에 대한 야박하거나 과장된 평가표에 국한되었다고 진단한다. 이에 저자는 이념과 담론과 체험이 교차하는 그 어떤 것으로도 환원되지 않는 ‘행위자성의 중간 지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한다. 이소의 「비평의 몰락을 한탄하지 않는 방법」은 그 어떤 비평 이론조차도 상품이 되는 ‘포스트 크리티시즘’이라는 시대의 난제를 돌파하려는 시도를 선보인다. 저자는 대상과 재현 간의 관계를 통해 생성되는 주체의 자리를 ‘거리-몰입’과 ‘정지-운동’의 사분면으로 펼쳐 보이며 비평사를 네 결절 지점으로 고찰한다. 전통적 비판 이론의 한정적인 모순을 포함하면서도 그것을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는 사유의 힘이 남아 있는 한, “‘비판-이후’는 없”(68쪽)을 것이다. 윤원화의 「글쓰기를 위한 시스템 설계」는 글쓰기의 지평을 ‘매체’라는 틀로 파악하는 글이다. 창작의 가능성을 매체의 발전에 후행하는 ‘기록시스템’으로 파악하는 저자는 레자 네가레스타니의 소설 『사이클로노피디아』의 증례를 통해 2000년대식 저자성을 묻는다. 석유를 채굴하고 운송하고 거래하는 화석연료의 흐름을 둘러싼 끝없는 전쟁의 장이 오늘날의 글쓰기 판이다. “잉크처럼 검은 기름”(77쪽)에 잠긴 채 역구성되고 “역사는 종결되지 않고 변주”(89쪽)되어 “저자는 언제나 느린 재생과 재구성의 장소로 기능”(91쪽)할 것이다.
2부의 주제는 ‘독자성과 일인칭 ‘나’의 서사 실험’으로 오토픽션 장르를 비롯한 일인칭 서사와 출판시장의 에세이화 경향을 고찰한다. 김경태의 「수치심의 글쓰기와 퀴어의 사랑/윤리」는 “게이 주체성의 가장 고유한 정조는 수치심”(101쪽)이라는 관점하에, 낙인찍힌 성애 경험을 밀도 있게 드러낸 김봉곤의 작품들을 읽어내는 글이다. 저자는 그의 작품과 일련의 사건을 경유하여, 지난 삶의 실패를 부축하며 계속되는 ‘뒤처진 미래’,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열리는 ‘사회적 자유’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오은교의 「벽장의 문학과 사생활의 자유」는 낙인찍힌 섹슈얼리티 표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예술작품에 관한 다양한 논란들이 자유주의적 안보 레짐과 사생활주의의 한 작동임을 밝힌다. 성적 실천이 드러났다는 이유로 비난받는 타인의 삶은 결단코 정치적 자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거나 글쓰기의 자유에는 한계가 있다는 원론과 수세를 넘어서는 일이 필요함을 저자는 재삼 강조한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바라는 것은 ‘사생활 보호’가 아니라 ‘사생활 자유’이기 때문이다.”(134쪽) 한영인의 「자아 생산 장치로서의 에세이」는 정교하고 엄밀한 형식을 갖춘 시문학에 비해 언제나 낮은 위상으로 취급받아온 에세이 장르의 역전이 이루어지는 오늘날의 문학 시장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분석을 표방한다. 저자는 “형식에 대한 반감과 투명하고 명료한 전달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에세이가 “오늘날 소설의 생산과 독법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165쪽)는 않은지 질문하고, 나아가 일상 낱낱의 자원화를 부추기는 작금의 압력 속에서 새로이 창발 가능한 ‘형식’을 암중모색해본다.

사랑하면 왜 각이 생기나. 매 순간 새롭게 쓰이는 문학을 읽는 체험은 애초에 알고 있던 우리의 정체성과 욕망을 재확인하는 데 그칠 수 없도록, 그것을 다른 각도에서 낯설게 느끼고 의심하고 성찰하도록, 지금까지의 우리와는 다르게 사고하고 행동하고 존재하도록 만든다. 인간이 수십 수백 년 동안 물어왔던 문제를 계속 묻게 하고, 한순간 만족하더라도 이내 새로운 답을 요구하며, 매번 다른 각도로 스스로와 세상을 이해하게 한다. 그리하여 어떠한 사랑도 대상과 자기 동일적으로 환원되지 않게 한다. 사랑하면 각이 생긴다. 그것이 비평가가 사랑하는 방식이다. _인아영, 「비평과 사랑-포스트 비평과 동시대 한국문학 비평의 논점들」(45쪽)

3부의 주제는 ‘몸의 이론과 퀴어 정치미학’이다. 조선정의 「비평하는 몸」은 페미니즘과 푸코의 통찰을 그 배경으로, 1990년대 미국에서 폭발한 ‘퀴어 이론’이 근대성 비판 이론이자 주체 담론으로 변화를 거듭한 비평사를 톺는다. 저자는 “‘포스트퀴어(postqueer)’를 상상하더라도 그것은 새롭다기보다는 관습적”이며 “퀴어 ‘이후’가 도래하더라도 예측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시작, 끝, 이후를 잇는 선이란 결국 몸이 지나가면서 차이를 통해 생겨나는 것”이기에, “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우리는 다 알지 못한다.”(194쪽) 정민우의 「불가능한 퀴어 이론」은 북반구의 학술적 기획이자 구매력 있는 시장의 상품이 된 오늘날 글로벌 비판 이론의 처소를 직시하게 만든다. 유수하게 잘 배운 ‘거기의 그들’이 말하고 쓰면, 빈곤하고 벙벙한 ‘여기의 나머지’가 받아 적고 옮기는 제국주의적 구조의 강화. 그러나 학계의 공고한 엘리트주의나 위선마저도 없었다면, 오늘날 광범위한 독자군을 확보한 이 퀴어 이론의 번영은 가능할 수도 없었다는 통찰은 뼈아프다. 김건형의 「가족도 미래도 없이 친밀하게」는 근대의 야만성을 극복하려는 시도로서의 ‘돌봄’이 새로운 주체의 운영 윤리로 제안되는 오늘날 한국사회를 반영하는 작품들을 분석한다. 저자는 안온한 돌봄의 커먼스를 비트는 난잡한 퀴어 장례식의 섹슈얼리티와 글로벌 케이팝 팬덤에 내재된 파괴적 자기 발견과 불온한 환대의 정동을 면밀히 살피며, 청년들의 불안정한 연대와 그 안에서 불현듯 생동하는 미약한 자기 배려의 계기를 발견해낸다.
4부의 주제는 ‘비인간, 동물, 공생자 이론’으로 기후 위기 시대에 가장 긴요한 비판 이론으로 부상한 신유물론의 경향을 탐색한다. 진태원의 「인류세와 민주주의」는 ‘논란을 본질로 하는 개념’이라 할 법한 인류세 이론의 정치적 지형을 개괄하고, 이 ‘인류세’라는 개념이 인종, 계급, 젠더의 적대를 가로질러 실현될 수밖에 없는 근대적 계몽주의 마스터 플롯과 어떻게 절합되는지, 궁극적으로는 더이상 거주가 불가능한 것으로 선언되는 이 지구 위의 생명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상을 행하고 당해야 하는지를 뜨겁게 묻고 대답한다. 강지희의 「구멍 뚫린 신체와 세계의 비밀」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치명적 바이러스를 친족으로 삼게 된 오늘날, 해당 바이러스를 비롯하여 다양한 이질적 종과 행위자들의 지위와 가치가 어떻게 문학적 재현을 통해 설득력을 얻는지를 살펴보는 글이다. “끝내 인간에게 동화되지 않는 건조하지만 활기 넘치는 사물성을 발견”하는 저자의 면밀한 읽기 앞에서 “개인의 깊이나 비밀을 담보하는 내면성을 읽어내는 일은”(329쪽) 더이상 이전만큼 중요하지 않게 체감된다.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임태훈의 「‘기후 소설(Cli-fi)’을 어떻게 읽고 쓸 것인가?」는 ‘기후 소설’이라는 비교적 새로운 문학 장르의 역사적 성취를 탐문하는 글이다. 이상기후 현상의 두드러진 발생과 함께 절멸의 공포가 고조되는 상황이지만, 소설 자체가 근대적 자본주의의 산물인바, 어떻게 “십억 년의 철학이나 문학이 가능할까?”(340쪽) 저자는 재난의 인과를 따르는 인간 영웅의 도래를 복창하는 기존의 내러티브가 더이상 유효하지 않기에, “생태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시적 언어의 창안은 필수적”(348쪽)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비평가는 감춰진 진실을 강박적으로 복원하는 사람이 아니라 점 사이를 연결하거나 건너뛰고 가로지르며 의미의 지도를 만드는 사람일 수 있고, 거기서 더 나아가 아예 길을 잃고 알 수 없는 곳을 끝없이 헤매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 그런 맥락에서, 퀴어 비평가는 비평의 대상을 찾아 경계를 허물고 가로질러가는 주권자가 아니라 차라리 허물어짐과 가로지름을 당하는 몸을 경험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거기서부터 쓰여진 것 못지않게 쓰여질 뻔한 것이나 차마 쓰여지지 못했을 것을 길어올려 “모든 의미가 똑같아지지 않는 곳”(이브 세즈윅)으로 흘려보냄으로써 동어반복이 아닌 차이를 만들어내는, 자기로 회귀하지 않으며 자기 바깥에 존재하는 사람. _조선정, 「비평하는 몸」(188쪽)

작가의 말

좋은 질문은 그 자체로 사유의 길라잡이가 되어준다. 이 책을 엮으며 한국문학 공동체의 ‘계간지’라는 독특한 조건 속에서 내내 생산과 수리와 땜질을 거듭하는 많은 이들에게 그 나름의 기쁨이 있다는 점을 배웠다. 내게 잡지라는 수행은 줄기차게 신념을 꺾지 않는 인물만큼, 번복과 실수를 거듭하며 꺾인 대로 사는 인물을 좋아하게 만들었다. 전제 없이 말하며 가진 것을 잃어가는 일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를 어떻게 형성할지 아직 모른다는 사실이 희망이다. 이러저러해도 문학과 비평이 ‘삶의 기예’임을 믿고자 하는 분들과 함께하고 싶다.
2024년 겨울
오은교

이 상품의 총서

Klover리뷰 (0)

Klover리뷰 안내
Klover(Kyobo-lover)는 교보를 애용해 주시는 고객님들이 남겨주신 평점과 감상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교보문고의 리뷰 서비스입니다.
1. 리워드 안내
구매 후 90일 이내에 평점 작성 시 e교환권 100원을 적립해 드립니다.
  • - e교환권은 적립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 - 리워드는 1,000원 이상 eBook, 오디오북, 동영상에 한해 다운로드 완료 후 리뷰 작성 시 익일 제공됩니다. (5,000원 이상 상품으로 변경 예정, 2024년 9월 30일부터 적용)
  • -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 - sam 이용권 구매 상품 / 선물받은 eBook은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2. 운영 원칙 안내
Klover리뷰를 통한 리뷰를 작성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유로운 의사 표현의 공간인 만큼 타인에 대한 배려를 부탁합니다. 일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불편을 끼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래에 해당하는 Klover 리뷰는 별도의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도서나 타인에 대해 근거 없이 비방을 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리뷰
  • 도서와 무관한 내용의 리뷰
  • 인신공격이나 욕설, 비속어, 혐오 발언이 개재된 리뷰
  • 의성어나 의태어 등 내용의 의미가 없는 리뷰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문장수집

문장수집 안내
문장수집은 고객님들이 직접 선정한 책의 좋은 문장을 보여 주는 교보문고의 새로운 서비스 입니다. 교보eBook 앱에서 도서 열람 후 문장 하이라이트 하시면 직접 타이핑 하실 필요 없이 보다 편하게 남길 수 있습니다. 마음을 두드린 문장들을 기록하고 좋은 글귀들은 ‘좋아요’ 하여 모아보세요. 도서 문장과 무관한 내용 등록 시 별도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리워드 안내
  • 구매 후 90일 이내에 문장 수집 등록 시 e교환권 100원을 적립해 드립니다.
  • e교환권은 적립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 리워드는 1,000원 이상 eBook에 한해 다운로드 완료 후 문장수집 등록 시 제공됩니다. (5,000원 이상 eBook으로 변경 예정, 2024년 9월 30일부터 적용)
  •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 sam 이용권 구매 상품 / 선물받은 eBook / 오디오북·동영상 상품/주문취소/환불 시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구매 후 문장수집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교보eBook 첫 방문을 환영 합니다!

    신규가입 혜택 지급이 완료 되었습니다.

    바로 사용 가능한 교보e캐시 1,000원 (유효기간 7일)
    지금 바로 교보eBook의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해 보세요!

    교보e캐시 1,000원
    TOP
    신간 알림 안내
    크리티컬 포인트 웹툰 신간 알림이 신청되었습니다.
    신간 알림 안내
    크리티컬 포인트 웹툰 신간 알림이 취소되었습니다.
    리뷰작성
    • 구매 후 90일 이내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최초1회)
    • 리워드 제외 상품 : 마이 > 라이브러리 > Klover리뷰 > 리워드 안내 참고
    • 콘텐츠 다운로드 또는 바로보기 완료 후 리뷰 작성 시 익일 제공
    감성 태그

    가장 와 닿는 하나의 키워드를 선택해주세요.

    사진 첨부(선택) 0 / 5

    총 5MB 이하로 jpg,jpeg,png 파일만 업로드 가능합니다.

    신고/차단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신고 내용은 이용약관 및 정책에 의해 처리됩니다.

    허위 신고일 경우, 신고자의 서비스 활동이 제한될 수
    있으니 유의하시어 신중하게 신고해주세요.


    이 글을 작성한 작성자의 모든 글은 블라인드 처리 됩니다.

    문장수집 작성

    구매 후 90일 이내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eBook 문장수집은 웹에서 직접 타이핑 가능하나, 모바일 앱에서 도서를 열람하여 문장을 드래그하시면 직접 타이핑 하실 필요 없이 보다 편하게 남길 수 있습니다.

    P.
    크리티컬 포인트
    저자 모두보기
    저자(글)
    낭독자 모두보기
    sam 이용권 선택
    님이 보유하신 이용권입니다.
    차감하실 sam이용권을 선택하세요.
    sam 이용권 선택
    님이 보유하신 이용권입니다.
    차감하실 sam이용권을 선택하세요.
    sam 이용권 선택
    님이 보유하신 프리미엄 이용권입니다.
    선물하실 sam이용권을 선택하세요.
    결제완료
    e캐시 원 결제 계속 하시겠습니까?
    교보 e캐시 간편 결제
    sam 열람권 선물하기
    • 보유 권수 / 선물할 권수
      0권 / 1
    • 받는사람 이름
      받는사람 휴대전화
    • 구매한 이용권의 대한 잔여권수를 선물할 수 있습니다.
    • 열람권은 1인당 1권씩 선물 가능합니다.
    • 선물한 열람권이 ‘미등록’ 상태일 경우에만 ‘열람권 선물내역’화면에서 선물취소 가능합니다.
    • 선물한 열람권의 등록유효기간은 14일 입니다.
      (상대방이 기한내에 등록하지 않을 경우 소멸됩니다.)
    • 무제한 이용권일 경우 열람권 선물이 불가합니다.
    이 상품의 총서 전체보기
    네이버 책을 통해서 교보eBook 첫 구매 시
    교보e캐시 지급해 드립니다.
    교보e캐시 1,000원
    • 첫 구매 후 3일 이내 다운로드 시 익일 자동 지급
    • 한 ID당 최초 1회 지급 / sam 이용권 제외
    • 네이버 책을 통해 교보eBook 구매 이력이 없는 회원 대상
    • 교보e캐시 1,000원 지급 (유효기간 지급일로부터 7일)
    구글바이액션을 통해서 교보eBook
    첫 구매 시 교보e캐시 지급해 드립니다.
    교보e캐시 1,000원
    • 첫 구매 후 3일 이내 다운로드 시 익일 자동 지급
    • 한 ID당 최초 1회 지급 / sam 이용권 제외
    • 구글바이액션을 통해 교보eBook 구매 이력이 없는 회원 대상
    • 교보e캐시 1,000원 지급 (유효기간 지급일로부터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