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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는 미술

그림으로 만나는 인문학
박홍순 지음
모난북

2025년 02월 0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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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4.77MB)   |  약 12.3만 자
ISBN 9791198688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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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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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로 세계·인간의 핵심 주제와 대화한다!

 여러 종류의 사회적 통제와 금기 아래에서 그나마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효과적인 통로 가운데 하나가 미술 작품이었다. 시각 예술로서의 미술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표현 방법이 철옹성 같은 통제와 금기의 벽에 미세한 틈을 만들었다. 미술은 다양한 비유나 상징을 이용해 억압의 칼날을 우회하는 방법으로 시대 정신을 표현해 왔다. 등장인물의 동작이나 표정, 하다못해 손질 하나까지 은밀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여기에 사람들을 꾸미는 옷이나 도구, 배경 장면의 설정, 색채의 대비 등 수많은 장치로 검열의 벽을 넘어선다. 미술 작품은 일상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던 우리에게 생각을 자극하고 진지한 대화를 걸어온다.
 이 책에서는 미술을 매개로, 일상에서 억압적인 통념이 가장 크게 강제되는 두 개의 주제를 다룬다. 각각 인문학의 가장 중요한 두 영역인, 세계와 인간의 이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주제다. 하나는 ‘세계’ 이해에서 핵심 영역이면서도 통념이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 ‘역사와의 대화’다. 다른 하나는 ‘인간’ 이해에서 가장 근원에 해당하는, 사랑·가족·성을 둘러싼 주제 등을 포괄하는 ‘사랑과의 대화’다.
 역사와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시 각각 다섯 꼭지의 소주제로 나누어 깊이 깊고 풍부하게 접근할 생각이다. 각 글은 미술을 매개로 인문학 고전으로까지 심화해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작품 감상에서 시작하여 우리의 일상에서 접하는 직접‧간접 경험을 사회적·철학적 영역으로 문제의식의 지평을 확장한 후 관련한 인문학 고전의 핵심 대목에 접근하도록 했다. 최종적으로는 그 이론적·실천적 의미를 각 주제와 관련하여 이해하도록 했다.
저자의 말 : 대화의 즐거움을 주는 미술

[1부] 역사와의 대화

 역사란 무엇인가?
  ― 토네 <단두대의 승리>
 민족이란 무엇인가?
  ― 마네 <막시밀리안 황제의 사형>
 문명의 충돌인가?
  ― 들라크루아 <십자군 콘스탄티노플 입성>
 역사는 자유인가, 필연인가?
  ― 메소니에 <바리케이드>
 역사는 진보하는가?
  ― 보초니 <동시적 시각>

[2부] 사랑과의 대화

 사랑은 이성인가?
  ― 카노바 <에로스와 프시케>
 사랑은 감정인가?
  ― 브론치노 <욕망의 알레고리>
 결혼은 사랑의 결실인가?
  ― 호가스 <결혼계약 >
 다양한 가족을 인정할 것인가?
  ― 로트레크 <침대 위에서의 키스>
 성의 자유를 어떻게 볼 것인가?
  ― 마네 <풀밭 위의 식사>

[저자의 말] 대화의 즐거움을 주는 미술
이 책에서는 미술을 매개로, 일상에서 억압적인 통념이 가장 크게 강제되는 두 개의 주제를 다룬다. 각각 인문학의 가장 중요한 두 영역인, 세계와 인간의 이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주제다. 하나는 ‘세계’ 이해에서 핵심 영역이면서도 통념이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 ‘역사와의 대화’다. 다른 하나는 ‘인간’ 이해에서 가장 근원에 해당하는, 사랑·가족·성을 둘러싼 주제 등을 포괄하는 ‘사랑과의 대화’다.

[1부] 역사란 무엇인가?
마오쩌둥은 “중국 인민의 삼 분의 일이 죽어도 혁명은 해야 한다.”라고 했던가. 민주주의의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섬뜩하기는 하지만 분명 진리의 일부를 담고 있다. 이성과 이성이 만나기보다는 힘과 힘이 충돌하는 현장이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기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비교적 평화적으로 사회 변화에 이르는 길이 ‘가능하다면’ 우선 선택해야 할 방향이 아닐까? 공포로 성취되고 유지되어야만 하는 그러한 종류의 혁명이라면 그 피의 대가가 너무 커서 혁명의 취지가 방식에 의해 퇴색해버리지 않을까? - 본문 중에서

[1부] 민족이란 무엇인가?
오히려 지금 우리가 민족문제와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점은 각 지역의 민족개념과 민족의식이 형성 과정을 탐구하는 것 이상으로 ‘지금, 여기’에서 민족주의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실천적으로 고민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일제강점기에 민족의식이 능동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곧바로 지금 우리 사회에서 민족주의의 정당성을 증명해주지는 않는다. 사실 해방 이후 민족의식은 주로 이승만 정권이나 박정희 정권 등 기존의 권위주의 정부 아래서 전체주의적 통치를 정당화하는 구실로 이용된 측면이 있다. - 본문 중에서

[1부] 역사는 자유인가, 필연인가?
하지만 사회 역사에서는 행위자가 모두 의식이 있고, 의도나 열정을 가지고 행동하며 특정한 목적을 향해 움직이는 사람이다. 따라서 의식적 목적, 의도된 목표 없이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콜비츠의 <모의>는 직조공들의 행동이 일시적인 충동이 아니라 의식적인 목적과 연관되어 있음을 잘 보여준다. 참혹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현재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동료들과 함께 모의하는 장면이다. 화가는 전반적으로 어두운 배경과 짙은 그림자 속에서 고개를 숙인 채 의논하는 몇몇 사람들의 얼굴과 손만 드러냄으로써 은밀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연출하고 있다. - 본문 중에서

[2부] 사랑은 이성인가?
둘 사이에 사랑이 사라져버린 원인을 대개 상대방 탓으로 돌린다. 상대의 마음이 변했기 때문에, 혹은 상대가 나에게 과도한 요구와 간섭을 하기에 나타난 문제로 진단한다. 자신은 속았을 뿐이고 잘못 선택한 사랑의 피해자일 뿐이다. 그리고 새로운 상대나 상황이 나타나면 이제는 제대로 사랑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새로운 기대가 새로운 실패로 귀결되는 사람들도 많다. 사랑을 소유할 수 있다는 생각이 사랑하지 않게끔 한 잘못임을 아무도 생각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이 상호 존재의 표현이 아니라, 상대방이 자신에게 속하고 복종하기를 바라는 집착에 있었음을 성찰하지 않는다. - 본문 중에서

[2부] 다양한 가족을 인정할 것인가?
로트레크는 그녀들의 관계를 단순한 일시적 충동이 아니라 사랑의 한 부분으로 다뤘다. <침대에서>는 언뜻 보면 뜨거운 사랑 행위 후에 곤하게 깊은 잠에 빠진 모습으로 보이기에 십상이다. 자세히 보면 두 여성이 실눈을 뜨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눈빛을 주고받으며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꽤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처럼 섬세한 표현을 고려할 때 화가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그녀들의 삶에 깊이 들어가 있음을 알게 한다. - 본문 중에서

 세상이든 인간이든 자기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허구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흔히 겉으로 드러난 말이나 행동과 실제 마음의 분리 상태인 ‘본심’을 일본인의 특징으로 거론하지만, 인간 사회의 공통적 특징이 된 지 오래다. 적어도 지배와 피지배 관계가 정착된 이래 멍청이가 아닌 이상 본심을 그대로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개인 성향이 아니라, 국가와 제도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 나타나는 공통 현상에 가깝다. 수많은 역사적 사건을 통해 서로 집단적 학습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배와 억압에 대한 직접적·직선적 불만은 무자비한 보복을 각오해야만 했다. 반대로 속내를 다 드러내는 무식한 지배방식은 자기 수명을 단축하곤 했다. 그 결과 어느 쪽이든 자신의 본심을 그대로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여러 종류의 사회적 통제와 금기 아래에서 그나마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효과적인 통로 가운데 하나가 미술 작품이었다. 미술 작품은 일상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던 우리에게 생각을 자극하고 진지한 대화를 걸어온다. 물론 전체로 보면 기존 체제나 이데올로기를 대변하는 작가와 작품이 훨씬 더 많다. 하지만 모든 영역이 그러하듯이 금기의 벽에 균열을 낸 소수의 선구자가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 마련이다. 또한 두 경향을 비교하는 작업도 흥미로운 자극을 준다. 견고한 벽을 유지하는 데에 열중하는 작품과 균열을 내는 작품을 매개로 그 시대와 만나고 대화함으로써 세계와 인간에 대한 풍부한 이해의 기회를 열린다.
 인문학적 사고는 일상적 사고와 행위를 지배하는 통념에 대한 도전에서 시작된다. 독자들이 이 책과 함께 그림·고전과 대화를 나누며 인문학 산책을 하고, 한편으로 통념이라는 우상에 대해 뾰족하고 삐딱한 시선, 다른 한편으로 세계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키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박홍순

뒤돌아볼 틈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느라 자신과 세상에 대한 성찰 기회를 잃어버린 우리 사회의 허약한 인문학적 토양에 깊은 갈증을 느꼈다. 인문학적인 르네상스 없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일은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어리석음이다. 그래서 인문학을 향한 관심과 탐구에 기여하고픈 마음에서 글을 써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기본으로 돌아가는 일이기에 동서양 고전을 친근한 벗으로 만드는 일, 고전의 정수를 가까이하는 일을 실천하고 있다. 인문학이 생생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순간 화석으로 굳어진다는 문제의식으로 철학적 사유가 ‘지금, 여기’, 즉 오늘 나와 우리의 문제로 끌어안으며 일상의 삶에 밀착하는 방향으로 글을 써왔다. 엄밀한 독서와 치열한 토론만이 고전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라는 믿음의 결과물로서 다수의 저서를 내놓았다. 동서양 미술작품을 매개로 철학과 사회로 인식 지평을 확장한 《미술관 옆 인문학》, 우리 헌법을 인문학을 통해 해석한 《헌법의 발견》을 비롯하여 철학·심리·사회·경제·역사·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수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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