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일 간의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여행
2025년 02월 0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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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정보 PDF (11.43MB) | 390 쪽
- ISBN 9791192666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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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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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돈이 있어도 물건을 사지 못하였다. 그래서 있는 돈을 몽땅 가지고 다니면서 긴 줄이 있으면 어떤 물건을 파는지 묻지도 않고 무조건 줄을 선다. 이렇게 두 세 시간 줄을 서 기다려 겨우 우유 한 병 사 가지고 나오는 처참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크라이나의 밀만 해도 소련 국민이 먹고 남을 양이지만, 운송 수단이 마비되어 원활하지 못하여 공급이 안된 것이다. 석유가 공급이 안되니 고속도로는 텅비어 있었다. 모스코바에는 양파와 당근이 없어 곤란한 형편인데, 생산지에서는 야채가 썩어가고 있었다. MBC 다큐멘타리 팀은 돈이 있어도 식사를 못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먹을 음식을 가지고 떠났다.
이런 상황에서도 필자는 소련 유네스코의 초정으로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탐사 팀의 일원으로 참여하였기에 정말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그리고 탐사팀 60명은 모두 중앙아시아 전문가로 이 중에는 역사학, 민속학, 종교학, 음악학 정말 쉽게 만날 수 없는 분들이었다. 필자는 이곳을 탐사하면서 영어가 안 통하는 현지인과 대화하려고 러시아어 회화책과 사전을 가지고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하였다.
이때 만난 학자들은 나의 아시아음악학 연구에 엄청난 자산이 되었다. 필자가 발행하는 영문학술지 Asian Musicology에 당시의 학자들이 참여하였다. 그리고 탐사 활동을 마치고도 오랫동안 메일로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미지의 땅 소련은 56일 동안 여행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생애에서 엄청난 사건이었다. 이것은 하나님이 내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요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네스코에서 실크로드 탐사 계획에 추천할 자료로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했지만 나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탐사가 시작되어 그 여행기가 신문 지상에 연재되고 tv에서 방송되어도 내가 이렇게 실크로드 탐사에 참여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A. 중앙아시아 개관/ 15
II. 첫 걸음 : 모스코바/ 19
A. 1991년 4월 17일/ 19
1. 세레메티에보 Ⅱ 공항/ 19
2. 마구잡이 사회주의/ 21
3. 모스코바의 호텔/ 22
4. 안내인 음악가 강명철 선생/ 23
B. 1991년 4월 18일/ 25
1. 붉은 광장/ 25
2. 아르바트 거리/ 26
3. 모스코바의 식당/ 28
4. 불호크 거리 주변/ 29
C. 1991년 4월 19일/ 32
1. 소련의 국내선 비행기/ 32
III. 투르크메니스탄/ 34
A. 1991년 4월 20일/ 34
1. 수도 아쉬하바트/ 34
2. 바드의 종마장(種馬場)/ 36
3. 니사의 파르티안 왕조 유적/ 36
4. 항아리 관 옷수아리안 그리고 중앙아시아 전문가 가토교수/ 39
5. 바하이즘(Bahaism)/ 40
6. 투르크메니아 춤/ 41
B. 1991년 4월 21일/ 42
1. 트루크멘 음악/ 42
2. 두타르와 끄작크/ 43
3. 현악기 두타르/ 45
4. 아비버드 유적/ 48
5. 농경지 개발/ 49
C. 1991년 4월 22일/ 50
1. 물이 새는 호텔 천장/ 51
2. 메르브(merb) 유적/ 51
3. 몰몬교도 인류학자 윤인인(Richar B. Stamps) 박사/ 57
4. 투르크메니아 식사/ 59
D. 1991년 4월 23일/ 60
1. 타사욜 박물관/ 60
2. 딸카딴바바 모스크/ 63
E. 1991년 4월 24일/ 64
1. 소련 정부의 환대/ 64
2. 민속 악기 : 까라나이와 다이라/ 65
3. 레페테크 사막 연구소/ 65
F. 1991년 4월 25일/ 67
1. 비오지 말라고 기원하는 노래/ 67
2. 알렉산더대왕과 아무다리아강/ 69
3. 아스데나바바 모스크와 아물/ 69
4. 11시 반에 호텔 돌아오는 무대포 안내/ 72
G. 1991년 4월 26일/ 73
1. 오른쪽은 남자 왼쪽은 여자, 즉흥 야외 화장실/ 73
2. 다야 하틴 카라반 사라이/ 73
H. 1991년 4월 27일/ 78
1. 한국 취재팀/ 78
2. 이즈묵 씰 성채/ 79
3. 고려인의 이중송씨 환갑잔치/ 80
IV. 우즈베키스탄/ 84
A. 우즈베키스탄 개요/ 84
B. 1991년 4월 28일/ 89
1. 꾸냐 우르겐치/ 89
2. 미즈다흐칸 유적지/ 92
3. 사회주의의 현실 : 담배를 팔아 주려나?/ 93
C. 1991년 4월 29일/ 95
1. 무이낙항의 폐허/ 95
D. 1991년 4월 30일/ 98
1. 첼팩(Chelpak)/ 98
2. 도프락 깔라/ 100
3. 히바/ 101
4. 중앙아시아의 고고학/ 102
E. 1991년 5월 1일/ 103
1. 자유시간/ 103
2. 소련식 마구잡이(Ⅲ)/ 104
3. 소련의 물건 값/ 106
4. 호라즘의 수도 히바/ 107
5. 우르겐치의 고려인/ 109
F. 1991년 5월 2일/ 114
1. 우즈벡의 신부값/ 114
2. 국제무역부장 사티모프 동무/ 117
3. 소련식 마구잡이 Ⅳ/ 119
G. 1991년 5월 5일/ 120
1. 배탈/ 120
H. 1991년 5월 6일/ 123
1. 안국기(安國伎)의 나라 부하라/ 123
2. 최치원의 속독(束毒)/ 124
3. 국제상인 소그드인/ 126
4. 바가지 자유시/ 128
5. 이스마일 사마니왕/ 130
6. 몽고의 부하라 파괴/ 132
7. 이슬람 신학교와 메드레세/ 133
8. 칼랸 미나레트/ 134
9. 마고키 아타리 박물관/ 135
10. 소그드인 도시 : 바락샤/ 136
I. 1991년 5월 7일/ 138
1. 샤크리 사브즈/ 138
2. 에르쿠르간 유적지/ 139
3. 아크 사라이(Ak Saray) : 우즈베키스탄 샤크리스얍즈/ 140
J. 1991년 5월 8일/ 143
1. 손님은 신의 축복/ 143
2. 싸이롭(달콤한 물)/ 144
3. 소련의 물가 2/ 145
K. 1991년 5월 9일/ 147
1. 파야즈 떼페/ 147
2. 사빨리 문화 유적/ 150
3. 떼르메즈의 고려인/ 155
L. 1991년 5월 10일/ 159
1. 우정의 다리 : 침략의 다리/ 159
2. 민속 음악/ 161
3. 옥서스 사원/ 164
4. 옥서스 보물 165
5. 고대 도시 타티 상긴/ 166
M. 1991년 5월 11일/ 167
1. 쵸르톡 계곡/ 167
2. 양귀비 언덕 사진 넣기/ 167
N. 1991년 5월 12일/ 169
1. 소련의 암시장/ 169
O. 1991년 5월 12일/ 170
1. 몽골인과 중국인/ 170
P. 1991년 5월 13일 171
1. 월요일의 도시 : 두샨베/ 172
Q. 1991년 5월 14일/ 174
1. 두샨베의 교포 : 김 발레리씨/ 174
2. 살베르진 떼페/ 176
R. 1991년 5월 15일/ 178
1. 사마르칸트의 역사/ 178
2. 소그디아나의 알렉산더의 침입/ 178
3. 아랍의 침입/ 179
4. 칭기스칸의 침략/ 179
5. 티무르 제국시대/ 180
6. 레기스탄 광장/ 180
7. 구르 에미르 묘/ 181
8. 샤히 진다 묘/ 183
9. 티무르의 전성시대/ 184
10. 티무르와 명과의 관계 그리고 죽음/ 186
11. 아름다운 전설의 비비하눔 모스크/ 187
12. 울루그 베그 천문대/ 188
S. 1991년 5월 16일/ 191
1. 소련의 물가/ 191
2. 아프라샤프 언덕 : 칭기스칸의 철저한 파괴/ 194
3. 소그드 궁정에 파견된 고구려 사신 : 역사 박물관/ 196
V. 타지키스탄/ 201
A. 타지키스탄 개요/ 201
B. 1991년 5월 17일/ 202
1. 쟈르 떼페/ 202
2. 소그드인의 고향 펜지켄트/ 204
3. 펜지켄트 유적/ 205
4. 조로아스타교 여신 아나히따/ 206
5. 우루굿 파티의 바이올린 연주/ 208
C. 1991년 5월 18일/ 210
1. 우라떼페/ 210
D. 1991년 5월 19일/ 210
1. 타지키스탄의 호젠트/ 210
2. 우룬 효자예프 문화궁전/ 211
3. 호젠트 극장의 음악 : 한국 굿거리 장단과 농악 장단/ 213
4. 몽고사람의 이름/ 216
E. 1991년 5월 21일/ 218
1. 오쉬의 박물관 ; 우즈벡 제2의 도시/ 218
2. 키르기즈스탄의 코무스/ 221
3. 킬 키악(kyl kiak)/ 224
4. 티무르 코무즈(Timur kumuz)/ 224
5. 지가치(Jigatch)/ 225
6. 키르기즈의 민속놀이 씨름/ 226
7. 중앙아시아 음식/ 228
F. 1991년 5월 23일/ 233
1. 생일 잔치/ 233
G. 1991년 5월 24일/ 234
1. 나만간 박물관의 갈대관/ 234
2. 나만간(Namangan) 주의 문착코 떼파(muchak tepa)/ 235
3. 비옥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 236
4. 그 많은 돈을 어떻게 가지고 다니지요/ 238
5. 나만강 복숭아와 요리/ 239
H. 1991년 5월 25일/ 240
1. 타쉬겐트/ 240
2. 구시가와 신시가/ 242
3. 샤쉬떼파와 아크떼파/ 245
4. 이슬람 중앙아시아 본부/ 247
5. 소련의 이슬람/ 249
I. 1991년 5월 27일/ 249
1. 캉카 유적 : 치나지겐트(China Town)/ 249
2. 샤크리스탄 유적/ 250
3. 초원의 기마 소년/ 251
4. 고려 여학생의 춤/ 253
5. 우즈베키스탄의 전통 음악/ 255
6. 우즈벡의 전통 가수 박시/ 257
7. 비파의 고향 – 우즈베키스탄/ 259
J. 1991년 5월 28일/ 265
1. 소련의 한인 교회/ 265
2. 사랑은 여자에게 필수품/ 268
VI. 카자흐스탄/ 272
A. 카자흐스탄 개요/ 272
B. 1991. 5. 29일/ 274
1. 카자흐스탄의 악기/ 274
2. 카자크스탄의 전통 음악/ 281
3. 오트랄의 영웅 : 칭기스칸과 티무르/ 282
4. 중앙아시아의 성생활/ 285
5. 소련의 부패/ 289
6. 콜호즈 운영 비리/ 290
7. 공화국 대통령의 자살/ 293
8. 열심히 일하면 손해?/ 294
9. 시간만 가면 월급 받는다/ 295
C. 1991년 6월 1일/ 295
1. 쟘블시/ 295
2. 문맹의 시인 쟘불/ 296
3. 고선지 장군 : 실크로드를 호령한 고구려인/ 297
4. 소련식 마구잡이/ 304
5. 소련의 물가/ 307
D. 1991년 6월 2일?/ 308
1. 소련식 마구잡이/ 308
2. 카자흐의 기마 경주/ 309
VII. 키르기스스탄/ 313
A. 1991년 6월 3일/ 313
1. 키르기스스탄 개요 : 유목국가의 문화/ 313
2. 키르기스스탄 음악/ 315
3. 천마의 고향 키르기즈 공화국 페르가나 골짜기/ 316
4. 천마의 전설/ 319
5. 바위에 그려진 천마/ 321
6. 소련 안내자의 안내 방법/ 322
7. 키르기즈스탄의 그랜드캐넌 : 스카즈카(Skazka) 협곡/ 322
8. 유르트 보는 키르기스인의 삶/ 328
9. 마나스의 전승자, 마나스치/ 330
10. 키르기즈의 따뜻한 차 대접 하기/ 332
11. 비쉬케크(프룬제)/ 334
12. 프룬제의 스키타이의 황금 유물/ 337
B. 1991년 6월 5일/ 339
1. 츄 계곡의 석상과 제주도 하르방/ 339
2. 비쉬케크 근교의 토크마크(Tokmark) : 옛 소엽수성(素葉水城)/ 341
3. 현장법사의 : 대자은법사전 기록/ 342
4. 츄계곡의 세 가지 종교/ 343
5. 회족 마을 퉁간/ 344
6. 소련의 유통 구조/ 346
7. 이식 쿨 : 뜨거운 호수/ 346
8. 호수 바닥의 유적/ 348
9. 신라 금관과 키르기즈의 암각화/ 349
10. 촐폰아타 암각화 박물관/ 350
C. 1991년 6월 9일/ 354
1. 유목민의 이동 주택 : 유르타/ 354
D. 1991년 6월 10일/ 359
1. 중국식 모스크 : 쟈르켄트 모스크/ 359
E. 1991년 6월 11일(카자흐스탄 Ⅱ)/ 361
1. 중구 소련 국경 : 코르고즈/ 361
2. 알마티의 작곡가 정추 선생/ 363
3. 작곡가 정추의 생애/ 364
4. 작곡가 집을 턴 알마티의 강도/ 366
5. 알마타 공항의 해프닝/ 367
VII. 후기/ 368
A. 그 후의 이야기/ 368
B. 저자 소개/ 374
1.1.1. 비오지 말라고 기원하는 노래
챠르죠우(Chardzhou)에서 케르키(Kerki) 방문을 위해 아침 일찍 출발했다. 중간에 시 경계를 넘어서면서 이 지역 방식의 환영을 받았다. 혼성 무용단이 나와서 춤을 추고 악단은 반주한다. 그리고 간단한 차를 마신다.
차를 마시는 동안에 한 투르크멘 사람이 대나무로 만든 피리를 들고 있다. 길이는 15cm 정도이고 구멍은 4개이다. 악기의 크기에 비해서 엄청나게 손가락 짚는 구멍이 넓다. 이름은 필리 튜이국. 손으로 잡고 감싸면 손 안에 들어간다. 손으로 감싸 잡고 음향효과를 내는 모습이 마치 하모니카 부는 효과와 같다.
<그림 > Turk 관악기 Balaman
노래의 제목이 놀랍게도 “비오지 말라고 기원하는 노래”라고 했다. 지금은 한창 목화씨를 심는 철인데 목화씨를 심고 싹이 나기 전에 비가 오면 씨가 싹이 나기 전에 땅이 굳어 버려 싹이 나오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씨앗이 싹이 트기 전에 비가 오면 다시 씨를 심어야 된다고 한다. 그래서 비오지 말라고 기원하는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다. 이곳 땅의 지질은 너무 차져서 비가 오면 완전히 뻘처럼 굳어져버리기 때문에 이런 노래를 부르게 된 것이다.
1.1.2. 알렉산더대왕과 아무다리아강
한참 달려가니 높은 언덕에 송전탑이 세워져 있다. 그냥 봐서는 평범한 언덕에 불과한데 알렉산더 대왕이 아무다리아 강을 건넌 지점이 바로 이 지점이라는 것이다. 카라쿰 운하가 생기기 전에는 물이 많이 흘러서 큰 강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운하로 물이 빠지기 때문에 강폭은 넓은데 물이 조금 밖에 흐르지 않고 있다. 길가에 쇠로 만든 선착장이 높다랗게 세워져 있는 것은 곧 그만큼 수량이 많았기 때문이리라. 이곳은 매우 중요한 고통 요충지로 기원 전 1세기의 기록에 이미 이곳에 성채가 있었다고 한다. 이 부근에는 2~3세기의 동전이 흔히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러시아 황제의 군대가 주둔하고 있었다고 하니 영욕이 교차된 지역이다.
아무다리아 강은 시커먼 흙탕물이다. 이곳의 흙이 회색의 뻘흙이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깨끗한 강물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알렉산더 대왕을 위인전의 늠늠한 모습을 상상하고 있지만 당시 이 지역 사람들이 그의 모습을 보고 얼마나 두려워 떨었을까 생각하며 언덕을 내려왔다.
이 기록은 필자가 경험한 1991년의 소련연방 해체 직전의 중앙아시아에 관한 이야기이다. 왜 25년 전의 이야기를 꺼내는가? 1922년 건국한 소련은 건국 69주년을 4일 앞둔 1991년 12월 26일 붕괴하였다. 필자의 이 기록은 붕괴 7개월 전의 혼란이 극심했던 시기의 기록이다. 식당에서 매일 음식값을 올려야 하니 아예 분필로 메뉴판을 걸어두고 수시로 고치고 있던 그런 때였다. 이렇게 사회주의의 모순이 극대화되어 이제 더 이상 버티지 못하던 망해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돈이 있어도 물건을 사지 못하였다. 그래서 있는 돈을 몽땅 가지고 다니면서 긴 줄이 있으면 어떤 물건을 파는지 묻지도 않고 무조건 줄을 선다. 이렇게 두 세 시간 줄을 서 기다려 겨우 우유 한 병 사 가지고 나오는 처참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크라이나의 밀만 해도 소련 국민이 먹고 남을 양이지만, 운송 수단이 마비되어 원활하지 못하여 공급이 안된 것이다. 석유가 공급이 안되니 고속도로는 텅비어 있었다. 모스코바에는 양파와 당근이 없어 곤란한 형편인데, 생산지에서는 야채가 썩어가고 있었다. MBC 다큐멘타리 팀은 돈이 있어도 식사를 못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먹을 음식을 가지고 떠났다.
이런 상황에서도 필자는 소련 유네스코의 초정으로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탐사 팀의 일원으로 참여하였기에 정말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그리고 탐사팀 60명은 모두 중앙아시아 전문가로 이 중에는 역사학, 민속학, 종교학, 음악학 정말 쉽게 만날 수 없는 분들이었다. 필자는 이곳을 탐사하면서 영어가 안 통하는 현지인과 대화하려고 러시아어 회화책과 사전을 가지고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하였다.
이때 만난 학자들은 나의 아시아음악학 연구에 엄청난 자산이 되었다. 필자가 발행하는 영문학술지 Asian Musicology에 당시의 학자들이 참여하였다. 그리고 탐사 활동을 마치고도 오랫동안 메일로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미지의 땅 소련은 56일 동안 여행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생애에서 엄청난 사건이었다. 이것은 하나님이 내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요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네스코에서 실크로드 탐사 계획에 추천할 자료로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했지만 나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탐사가 시작되어 그 여행기가 신문 지상에 연재되고 tv에서 방송되어도 내가 이렇게 실크로드 탐사에 참여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4월 5일 학교 학생들을 인솔하여 수련회에 다녀오고 보니 4월 19일부터 시작되는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초원의 길에 참여하도록 연락이 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내가 유네스코의 누구를 잘 아는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부탁한 적도 없고, 더구나 저명한 학자도 아닌 내게 이런 일이 맡겨졌다는 것이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한양대 김병모 교수에게 고맙다는 인사로 전화를 했더니 “아무도 도와준 사람은 없고 다만 신의 섭리로 그렇게 된 것이요. 잘 다녀오시오.” 하고 말을 맺는다. 그렇다 이것은 분명히 하나님의 도움이다.
특히 이번 초원의 길 탐사는 소련 정부에서도 외국인 출입을 금지하여 외국 사람들이 못 가던 곳이 대부분이다. 나는 몸과 마음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소련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역사와 음악을 알아보리라, 그리고 소련의 고려인도 만나보고 그들을 사랑해야지.
필자는 여행하는 동안 이 글의 대부분을 썼다. 여행 중 이 글을 쓰기 위한 나의 노력은 정말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여행 일정이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고 아침 8시에 식사를 시작하면 식사 후 세미나 그리고 나면 밤 10부터 11시에나 일정이 끝나기 때문에 도무지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별수 없이 식사 시간을 줄이고 잠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토록 이 글을 쓰려고 극성을 부린 이유는 이번 중앙아시아의 여행 경험은 나 혼자 간직하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보통 아침 5시에 일어나 이 글을 썼는데 신기한 것은 그토록 피곤한 중에도 웬일인지 아침 다섯시에 일어나면 몸이 가뿐했다. 몽골 학자 간볼트씨와 방을 함께 썼는데 새벽에 일어나 떨그럭거리고 수선을 피어도 양해를 해주었다. 정말 착하고 좋은 친구였다.
작가정보
저자(글) 전인평
저자 전인평은 난데없이 국악계에 들어선 비가비이다. 2025년 중앙대 정년 후 15년이 흘렀다. 이 <보고 듣는 국악개론>은 정년 후 15번째 저서이다. 그는 자전적 에세이를 쓰면서 “쓸개와 간은 선반에 얹어두고”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렇게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도 늘 삶을 긍정하고 승화시키려 노력하며 살아왔다. 그는 항상 자신을 객관화하려 노력하며 고난을 발전의 동력으로 삼고 살아온 작곡가이며 음악학자이다.
저자는 서울대 음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1970)하고 델리 간다르바 마하 비디알라야에서 수학(1986)한 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문학박사를 취득(1999)하였다. 중앙대 국악대 학장을 역임하였고, 현재는 중앙대 명예교수, 한국음악협회 부이사장,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평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인도음악을 접한 후 완전히 인생이 바뀌었다. 그래서 인도음악이 ‘나의 눈에서 비늘을 벗겨 주었다.’라고 생각한다. 인도음악을 접한 후, 한국음악을 바라보는 시각, 한국음악과 이웃 나라의 교섭과 융합, 한국음악의 다양성에 대한 미학적 이해가 깊어졌다. 덕택에 연구 방향도 바뀌고 작품도 새로운 감각으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도음악 연구 과정에서 새로운 인적 네트워크를 갖게 되어 UNESCO 주최의 World Intangible Heritage (세계무형문화유산) 파리 유네스코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하였다. 또한 한국음악의 연구 성과를 영어권 학자들에게 전하기 위하여 아시아음악학회(Council for Asian Musicology)를 조직하고 2002년부터 영문국제학술지 Asian Musicology를 발행하고 있다.
동아음악콩클 심사위원, 중앙음악연구소 소장, 문화재청전문위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심사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아시아 음악학회 회장으로 영문 음악학술지 Asian Musicology 발행인이다. 대한민국작곡상(1981), KBS 국악대상(1998), 난계음악학대상(2003), 기독교문화대상(2004), 한국음악협회 한국 음악상(2015), 한국음악평론가협회 서울음악대상(2018), 국민음악 작곡대상(2023)을 수상하였다. 2024년에는 대한민국 대표 작곡가 10인에 선정되어 마스터피스 페스티발에서 작품이 연주된 바 있다.
중앙대 교수(학장),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국립극장 자문위원, UNESCO world cultural heritage(세계문화유산) 심사위원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영문학술지 Asian Musicology 발행인, 한국음악평론가협회 이사장, 한국국민악회 명예회장, 한국음악협회 부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
겨레음악(재순악보출판사, 1984)
국악작곡입문(현대음악출판사, 1988)
동양음악(삼호음악출판사, 1989, 한만영과 공저)
국악감상(중앙대학교출판부, 1993)
새로운 한국음악사(현대음악출판사, 2000)
실크로드 음악과 한국음악(아시아음악학회, 2000)
아시아음악연구(중앙대학교출판부, 2001)
아시아음악 아시아문화(아시아음악학회, 2001, 공저)
작곡가 10인의 고백(아시아음악학회, 2002 공저)
쉽고 재미있는 가야고 교본(삼호출판사, 2002)
실크로드, 길 위의 노래(소나무, 2003)
인도음악의 멋과 신비(아시아음악학회, 2003)
한국음악의 멋(아시아음악학회, 2004)
한국음악 장단의 역사와 논리(중앙대학교출판부, 2005)
아시아음악의 이해(중앙대학교출판부, 2005)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음악(현암사, 2007))
아시아음악의 아름다움(아시아음악학회, 2008 공저)
아시아음악의 어제와 오늘(아시아음악학회, 2008 공저)
한국음악의 멋 열 가지(현대음악, 2010)
동북아시아음악사(아시아음악학회, 2012)
「국악작곡 길잡이(현대음악, 2013)
국악관현악법(아시아음악학회, 2014)
한국창작음악사』(아시아문화, 2017)
인도 그리고 인도음악』(아시아문화, 2018)
한국음악 장단의 역사』(아시아음악학회, 2018)
한국음악 선구자들의 삶과 음악』(아시아문화, 2019)
한국음악의 미학』(아시아문화, 2019)
한국음악계의 뜨거운 감자』(아시아문화, 2020)
한국음악 작곡가들의 작곡 기법』(아시아문화, 2021)
동아시아 음악 탐구』(2022 eBook)
신악회 50년사』(아시아문화, 2022 eBook)
아시아 음악의 어제와 오늘』(2022 eBook)
아시아 음악의 역사』(2022 eBook)
한국현대음악사의 뒷 이야기』(2022 eBook)
한국음악계의 뜨거운 감자』(아시아문회, 2022)
한국음악과 중국음악』(2022 eBook)
창작음악의 태동, 성장 그리고 정착』(아시아문화, 2023 eBook)
새로 보는 한국음악사 (아시아문화, 2024)
새로 보는 국악개론 (아시아문화, 2025)
<주요 작품>
바이올린 독주곡 <바이올린 산조>(서울음악제 위촉, 1984)
해금독주곡 <알타이 춤곡>(신악회 위촉, 1991)
거문고 협주곡 <왕산악>(국립국악관현악단 위촉, 1996)
실내악 <타골의 노래>(신악회 위촉, 1998)
실내악 <여름풍경>(KBS 위촉, 1998)
거문고 합주곡 <가야의 노래>(국립국악원 위촉, 1999)
국악관현악 <고구려 송가>(KBS국악관현악단 위촉, 2000).
피리 합주곡 <고구려를 위하여>(KBS국악관현악단 위촉, 2001>
협주곡 <가야고 협주곡 제3번>(시립국악관현악단 위촉, 2002)
성악과 관현악곡 <갠지스강 어머니강>(월화문화재단 위촉, 2003)
실내악 <거문고가 보이는 풍경>(중앙창작악단 위촉, 2005>
국악관현악곡 <바이칼 환상곡>(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위촉, 2008)
국악관현악곡 <반구대 환상곡>(국립국악관현악단 위촉, 2009).
성악과 국악관현악<두 편의 가을노래>(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위촉, 2010)
거문고 판타지(전인평 작품 음반발행, 거문고: 전진아, 2010)
성악과 관현악 <강 가에서>(국립국악원 ‘새노래 새가락’ 위촉 2011)
국악관현악곡 <실크로드의 노래>(성남시립국악단 정기연주회, 2013)
거문고 협주곡 <여섯줄 판타지>(KBS국악관현악단 위촉, 2013)
음악극 <선비와 호랑이>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2014)
성악곡 <들어라 일본아!>(‘위안부 할머니의 눈물’ 신악회 정기연주회, 2016)
실내악 대금과 25현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한국음악협회, 대한민국 창작페스티발, 세종체임버홀, 25현: 이수은, 2016)
관현악곡 <페르시아 공주와 신라 왕자의 사랑이야기 쿠쉬나메> (서울대학교 정기연주회 위촉, 2016)
실내악 <희망이란 무엇인가?>(신악회 위촉, 2017)
실내악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서 가는가?>(소정탄금악회 창단 공연, 2019.6.19)
가곡과 관현악 <설악산> 작시 이은상, 작곡 전인평, 노래 임선혜. (주최; 마산 합포문화재단, 장소: 315문화재단, 관현악; 창원시립교향악단, 지휘; 김대진)
거문고와 대금 <새벽 그리고 아침 안개> Sweet Braian College performing atrs program, present on Korean Music, 2022. 8. 23. Mills Chapel)
인공지능과 거문고를 위한 <파르시와 까르마>, 한국국민악회 제39회 작곡발표회, 2023. 9. 2, 거문고: 전진아, 인공지능 음악; 조지연.
벨칸토 판소리, 대한민국 작곡가 10인의 마스터피스 페스티발, <흥보가 쫒겨나는 대목>, <흥보가 좋아라고>, <흥보가 밥 먹는다> 2024. 11. 21. 프르지오 홀. 성악: 소프라노 허민경, 피아노 : 윤혜영.
해금과 거문고, 대한민국 작곡가 10인의 마스터피스 페스티발, <빛나는 젊은이에게>, 2024. 11. 21. 프르지오 홀. 해금: 강은일, 거문고: 신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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