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에 따랐을 뿐!?
2025년 02월 07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1월 2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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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프롤로그: 독자에게 010
서론: 집단학살을 예방하려면 이해가 필요하다 022
신경과학의 역할 030
WEIRD가 아닌 인구 집단은 거의 만나지 않는 신경과학자들 034
연구 방법론으로서의 인터뷰 수행 039
인터뷰 진행 045
이 책에 관하여 051
단 하나의 생명도 중요하다 059
1장 집단학살 가해자들의 말 들어보기 062
르완다와 캄보디아에서의 인터뷰 수행의 어려움 068
인터뷰 해석 080
집단 공격 082
(나쁜) 권위에 대한 복종 084
강요에 따른 가담 090
결론 106
2장 복종에 관한 실험적 연구의 간략한 역사 108
복종 연구의 탄생: 초기 실험 연구의 통찰력 112
밀그램의 복종 실험 116
밀그램과 유사한 접근법을 사용한 다른 연구 121
밀그램과 유사한 연구의 결함 126
밀그램의 연구 이후의 복종 연구 130
복종을 연구하는 새로운 실험적 접근법 133
실험실 실험이 실제 잔혹행위를 반영할 수 있을까? 147
결론 148
3장 우리는 어떻게 우리 행동에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가지는 것일까? 150
주체의식과 인간의 두뇌 157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기 162
개인 간 책임의 분산 167
복종 상황에서 감소된 주체성과 책임감의 신경적 근원 173
고도로 계층적인 사회 구조의 영향 181
결론 186
4장 복종할 때의 도덕적 감정 188
뇌는 공감을 느끼도록 설정되어 있다 191
공격성 증가, 공감 저하, 공감 조절 203
‘우리’ 대 ‘그들’ - 비인간화와 집단 잔혹행위로 가는 길 214
인간 행동에 미치는 비인간화의 영향 223
명령 복종은 죄책감과 관련된 신경 기반에 영향을 미친다 229
결론 234
5장 명령을 내릴 때 명령자의 뇌 속에서는 236
계층적 사슬의 복잡성에 관하여 243
지도자들이 자신의 명령 아래 행해진 잔혹행위를 책임지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245
지도자의 도덕적 의사 결정 251
명령자와 중간자의 뇌 256
기계에 명령하기: 계층적 사슬의 새로운 과제? 262
6장 황폐함은 어디에나 있다 266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이해 271
스트레스가 많은 사건은 뇌를 변화시킨다 275
전투원들의 말하지 않은 고통 280
전쟁의 도덕적 결과 283
전쟁 트라우마 피해자의 PTSD 288
회복력의 개념 294
트라우마의 후유증이 세대를 거쳐 전해질 수 있을까? 298
전쟁, 트라우마, 갈등, 전쟁, 트라우마, 갈등: 끝없는 순환 303
7장 결론: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이 부도덕함에 맞서 싸우는 것일까? 306
역사 속에서 구조자 알아보기 313
타인을 도우려고 모든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은 누구인가? 319
비용이 많이 드는 도움 행위의 신경과학 325
실험실 환경에서 사람들을 불복종하게 만드는 방법 329
부도덕한 명령에 대한 저항의 신경과학 334
결론 340
에필로그: 희망의 지평선 342
감사의 글 346
참고문헌 350
찾아보기 376
충격적인 진실은 가해자들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과거 연구를 예로 들면 연구자들은 테러 공격을 계획하는 지하드 구성원들에게 정신 건강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11 실제로 그들은 대부분 교육을 받았고 결혼했으며 자녀도 있었다. 그들은 비록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며 자신과 강하게 연결된 가치를 공유하는 집단의 운동에 참여할 의향이 있었지만, 정신 질환을 앓고 있지는 않았다. 유명한 정치 철학자이자 나치 집단학살의 생존자인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나치의 주요 기획자 중 한 명인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이 괴물이 아니었다고 이미 결론을 내렸다. 그보다는 총통Führer을 섬기며 총통의 이념을 공유하는 관료적 광대로 보았다. 유대인 생존자 엘리 위젤Elie Wiesel은 이렇게 말했다. “그들이 악마가 아니었다는 것이 악마적이다.”
-서론 「연구 방법론으로서의 인터뷰 수행」 39쪽
실제로 밀그램의 연구 결과는 이런 종류의 자기 예측 결과와 약간 달랐다. 밀그램의 획기적인 실험에 참가한 사람은 40명이었다. 이들 중 65퍼센트는 실험을 중단해 달라는 학습자의 비명과 애원 소리가 들리는데도 최대 전압 강도를 부과했다. 중요한 것은 참가자 중 누구도 300볼트의 충격 강도 전에 멈출 것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결과는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 참가자들은 왜 복종했을까? 일반적인 사람이 다른 참가자에게 고통스럽고 치명적인 전기 충격을 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밀그램은 자신의 연구를 통해 얻은 복종 수준을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사람들이 실험자의 명령을 따를 때 자신의 주체성과 책임을 실험자에게 넘긴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생각 없는 행동 주체thoughtless agents of action’가 되어 ‘대리적 상태agentic state’에 들어간다.
-2장 복종에 관한 실험적 연구의 간략한 역사 「밀그램의 복종 실험」 119쪽
우리는 명령에 따르는 경우가 행동을 자유롭게 선택한 경우보다 행동과 신호음 사이의 간격을 더 길게 인식한다는 것을 관찰했다. 참가자들은 실제로 강압적인 조건에서의 자신의 행동과 그에 따른 신호음 사이의 간격이 자유 선택 조건에서의 간격보다 더 길다고 말했다. 이 결과는 참가자들이 스스로 결정했을 때보다 무엇을 해야 할지 지시를 받았을 때 자신의 행동 결과에 대한 주체성이 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접근법을 통해 참가자들은 시간 간격 추정 과제와 자신의 주체의식 평가를 연결 지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 결과가 사회적 바람직성에 의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줄일 수 있었다.
처음에 이 결과는 우리를 정말 놀라게 했는데 두 경우, 즉 사람들이 자유롭게 결정하든 지시를 받든 모두 그들이 자기 행동의 주체였기 때문이다. 누가 버튼을 눌렀는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그들이 키를 누르도록 만드는 뇌 자극 기술도 사용하지 않은 실험이었다. 참가자들은 단순히 ‘피해자’에게 충격을 가할지 혹은 가하지 않을지 명령을 받았을 뿐이다. 즉 그저 명령과 관련된 동작을 실행하기만 하면 되었다.
-3장 우리는 어떻게 우리 행동에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가지는 것일까? 「복종 상황에서 감소된 주체성과 책임감의 신경적 근원」 178~179쪽
변연계는 일반적으로 감정 뇌라고 불리며 뇌의 깊은 곳에 있는 피질 하부 구조다. 주로 감정과 정서적 상태, 그리고 행동 양식과 연관되어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타인의 고통을 목격하는 것은 통증 처리 시스템 전체를 활성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변연계의 일부만을 활성화한다. 이는 다른 사람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목격하는 것이 실제로 감각적 고통의 느낌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의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느낌을 유발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여러분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육체적으로 느끼지는 않지만, 정서적으로 그것을 처리하고 이해하게 된다.
-4장 복종할 때의 도덕적 감정 「뇌는 공감을 느끼도록 설정되어 있다」 194~195쪽
흥미로운 점은 모든 사람이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22년에 우리는 참가자들에게 화면에 고통스러운 자극이나 고통스럽지 않은 자극이 나오는 그림을 단순히 지켜보라고 요청하는 두 가지 연구를 진행했다. 우리는 뇌파로 그들의 뇌 활동을 기록했고, 예상대로 뇌가 고통스러운 자극과 고통스럽지 않은 자극을 다르게 처리하는 것을 관찰했다. 또한 그러면서 우리 참가자들에게는 추가로 두 가지 노력을 하라는 요청을 했다. 먼저 한 조건에서는 그들에게 공감을 키워 그림 속 사람의 고통을 더 많이 느껴보라고 했다. 또 다른 조건에서는 공감을 낮추어 동일한 고통스러운 자극을 덜 고통스럽게 여겨보라고 했다. 결과는 정말 흥미로웠는데 그 이유는 사람들이 그림 속 사람의 고통을 두고 신경 반응을 성공적으로 조절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4장 복종할 때의 도덕적 감정 「공격성 증가, 공감 저하, 공감 조절」 209~210쪽
예를 들어 어떤 지도자는 자신이 이끄는 사회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므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어떤 지도자는 강력한 이익 집단과 로비스트가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압력을 느끼기도 한다. 또한 어떤 지도자는 자신이 다루어야 할 문제에 이해가 부족해 시민들에게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지도자는 도덕적 이탈moral disengagement이라는 자기 조절 메커니즘을 이용해 양심에 거리낌 없이 위법 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 도덕적 이탈은 자기 행동을 재구성해 그것이 덜 해로운 것처럼 보거나, 타인에게 미치는 괴로움에 대한 인식을 줄이거나, 자신의 책임을 최소화하는 것을 포함한다.
-5장 명령을 내릴 때 명령자의 뇌 속에서는 241~242쪽
주목할 점은 명령을 내릴 때 주체의식이 가장 낮은 명령자가 정신병적 특성을 측정하는 척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즉 정신병적 특성은 사람들이 명령을 내릴 때 주체성을(그러므로 책임감까지) 느끼지 못할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 연구에서 사업이나 기타 분야의 지도자들에게서 정신병적 특성이 매우 흔하다고 밝힌 것을 고려하면 특히 우려스러운 결과다. (…)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 보면 누군가가 자신의 명령에 대한 주체성이나 책임감을 느끼지 못할 때 다른 사람에게 더 해로운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장 명령을 내릴 때 명령자의 뇌 속에서는 「명령자와 중간자의 뇌」 259~260쪽
따라서 군인은 불법적인 명령은 거부해야 하지만, 군사법원에 기소되는 것을 피하려면 부도덕한 명령에는 복종해야 한다. 군인들은 종종 자신의 도덕적 가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야 하는 매우 힘든 임무에 직면하는데, 그 이유는 그들의 직무가 주어진 명령에 따르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도덕적 상처’라는 개념은 도덕적 가치에 어긋난 행위를 목격하거나 그러한 행위를 저지른 군 참전용사나 아직 복무 중인 군인에게 일어난다.
-6장 황폐함은 어디에나 있다 「전쟁의 도덕적 결과」 283~284쪽
갈등은 전염된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었을 때 그 사람에게 보복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 그러나 복수심은 장기적으로 PTSD 증상이 나타날 위험을 키우기도 한다. 이러한 복수심은 정의가 실현되지 않을 때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캄보디아의 크메르루주 정권이 몰락한 후 시민들은 과거 가해자들이 법의 심판도 받지 않고, 많은 경우 여전히 정부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변의 모든 것이 황폐해지자 복수하고 싶은 감정이 종종 나타났다. 복수심의 존재는 갈등이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질 가능성을 만든다. 따라서 유사한 정도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새로운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마치 끝없는 악순환처럼 보인다.
-6장 황폐함은 어디에나 있다 「전쟁, 트라우마, 갈등, 전쟁, 트라우마, 갈등: 끝없는 순환」 303~304쪽
올리너 부부의 기념비적인 연구 이래로 많은 연구자들이 전쟁과 집단학살 동안의 구조 활동과 관련된 특정한 성향을 파악하려고 노력해 왔다. 2007년에 실시한 한 연구에서 연구팀은 구조자들이 방관자보다 더 높은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며 이타주의를 더욱 중시하는 도덕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음을 관찰했다. 그들은 다른 사람에게 공감적 관심이 높았고 위험을 좀 더 감수하려 했다. 이러한 결과는 인구통계학적 요인이나 상황적 차이와는 관계가 없었다. 유대인에게 연민과 공감을 느끼는 것이 죽음을 초래할 수 있었음에도, 구조자 집단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공감이 아주 높았다.
- 결론: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이 부도덕함에 맞서 싸우는 것일까? 「타인을 도우려고 모든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은 누구인가?」 320쪽
내가 개발한 고통스러운 전기 충격 연구에서 불복종률은 매우 (매우) 낮았다. 너무 낮아서 아무리 여러 번 실행해도 불복종에 관한 신뢰할 만한 통계 분석을 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을 해치라는 명령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최소한 몇 명은 있게 하려고 다른 접근 방식을 찾아야 했다. 참가자들이 내 명령에 따른 이유에 대한 사후 보고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여섯 개의 실험 연구를 더 하며 그렇게 하기까지 5년이 걸렸다.
- 결론: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이 부도덕함에 맞서 싸우는 것일까? 「실험실 환경에서 사람들을 불복종하게 만드는 방법」 329~330쪽
우리는 신경과학적 관점으로 책 전반에서 공감, 죄책감, 주체성 같은 친사회적 행동에 여러 가지 신경인지적 메커니즘이 관여되어 있는 것을 살펴보았다. 더불어 집단학살 이전과 집단학살 중에 일어나는 많은 과정이 그 메커니즘을 쉽게 모호하게 만드는 것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집단학살에는 증오 선전, 비인간화 과정, 개인이 폭력에 참여하도록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형태의 심리적 조작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집단학살은 오랜 갈등, 즉 ‘우리’ 대 ‘그들’이라는 범주화의 증가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긴장은 증오와 폭력을 부추길 수 있다. 더 나아가 사람들이 권위자의 명령에 따르기로 했을 때 그들의 친사회적 메커니즘 또한 변화하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은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이 줄어드는 것과 죄책감과 책임감, 주체성이 약화되는 것을 경험한다. 이러한 영향은 자신이 하는 행동의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집단학살을 저지른 자의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집단학살을 저지르는 데 이바지하는 무의식적 신경 활동 같은 복잡한 역학을 이해하기 위해 섬세한 학제 간 접근 방식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다음 이러한 지식을 활용해 공감, 도덕적 용기, 독립적 사고를 촉진하는 개입 방안을 개발할 수 있다. 예방의 열쇠는 이해다.
-에필로그: 희망의 지평선 344쪽
“한나 아렌트가 뇌과학자였다면 바로 이런 책을 썼을 것이다”
그들은 왜 명령에 복종했을까?
집단 폭력에 가담하는 인간에 대한 인지신경과학 연구
“역사적으로 전쟁, 집단학살, 노예 제도 같은 가장 끔찍한 일들은 불복종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복종 때문에 일어났다”
“명령에 따랐을 뿐이다.” 국가적 폭력 사태나 집단학살이 일어났을 때 사건의 책임자들을 포함해 모든 가담자에게서 들을 수 있는 책임 회피성 진술이다. 제2차 세계대전 전범의 책임을 물었던 1차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에 기소된 24인의 지도자 대다수가 주장한 변론이기도 하다. 물론 이들의 변명은 참작되지 않았고, 세 명을 제외한 모두가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그중 12명의 피고인은 사형에 처해졌다. 그럼에도 지시체계 최하단에서 명령에 따라 잔혹한 행위를 수행한 사병들과 부사관을 어떻게 처벌해야 할지는 논쟁의 대상이 됐다. 강압적 상황에서 명령을 따르는 이들에게는 일시적으로 자유의지가 없어지는 걸까? 그렇다고 해도 그토록 잔혹한 행위들을 단순히 명령 때문에 실행할 수 있는 걸까?
『명령에 따랐을 뿐!?: 복종하는 뇌, 저항하는 뇌』는 벨기에 겐트대학교 실험심리학과 부교수 에밀리 A. 캐스파가 2016년부터 지속해 온 자신의 연구들을 정리해 명령에 복종할 때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인지신경과학적 과정을 밝힌 책이다. 책은 또한 방대한 사회ㆍ심리학 및 인지신경과학 자료를 분석해 집단학살ㆍ집단 폭력 사태가 일어나는 원인에 대한 종합적 지식을 제공한다. 특별한 점은 한정된 연구 틀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통제된 환경과 일부 인구 집단에 국한되는 실험실 연구의 한계를 인정하고 집단학살이 발생했던 르완다, 캄보디아를 방문해 실제 학살의 가해자들을 인터뷰한 후 실험 결과를 종합해 낸다. 그뿐 아니라 이들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집단적 폭력에 물들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신경심리학 및 인지신경과학을 전공한 에밀리 캐스파는 권위와 명령에 대한 복종이 개인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해 왔다. 캐스파 연구의 독창성은 명령과 수행 과정에서 일어나는 실험자의 변화를 인지신경과학의 수준에서 객관적으로 관찰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심리학 연구가 인간이 명령에 복종해 어떤 잔혹한 행동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그쳤다면, 그의 연구는 명령에 따르는 사람의 뇌에서 나타나는 변화와 그 의미를 밝혀준다. 박사 학위 논문 「강압은 인간 뇌의 주체의식을 변화시킨다」는 이러한 뇌과학적 접근법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일거에 심리학계 및 과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캐스파는 이 논문으로 2016년 3년마다 최고의 심리학 박사 논문을 뽑는 벨기에 왕립아카데미 심리학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관련 연구물에 수여하는 의식과학연구협회 윌리엄제임스상과 이븐스 과학상을 모두 수상했다. 같은 주제로 일련의 연구들이 이어져 2017년에는 국제 심리학회의 라이징스타에 노미네이트 됐고, 2023년에는 국제 사회신경과학회의 얼리커리어상을 수상했다. 이 둘은 모두 연구 경력이 짧은 신인 연구자를 위한 상으로 캐스파의 행보가 얼마나 큰 관심을 받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수상이다.
복종하는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명령에 따르는 행동의 신경적 뿌리 찾기
“그보다 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명령에 복종하기로 동의했을 때 그들의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고 싶었다.”
에밀리 캐스파는 자신의 연구가 밀그램 실험의 영향 아래에서 고안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1961년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이 시행한 ‘귄위에 대한 복종’ 연구는 실험자의 명령을 받은 참여자가 다른 이에게 얼만큼의 고통을 줄 수 있는지를 확인한 실험이다. 실험에서는 참여자 65퍼센트가 상대의 “비명과 애원에도 불구하고” 명령에 따라 최대치인 450볼트의 전압을 가했다는 결과가 나타나 충격을 주었다. 이 실험은 복종 연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레퍼런스로 자리잡았고 이어진 다른 연구자들의 유사 실험들은 밀그램 실험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
밀그램 실험과 여타의 유사 실험들은 모두 특별한 동기 없이 명령만으로도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상당한 수준의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에밀리 캐스파는 밀그램 실험과 유사 실험들이 “주어진 상황에서 개인이 권위자의 명령에 복종할 것인지 아닌지만 알려주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동안의 연구로는 “사람들이 명령에 따를 때 잔혹 행위를 저지르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어떻게’에서 출발한 저자는 밀그램 연구에 인지신경과학을 결합한 실험을 고안해 낸다. 즉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명령에 복종하기로 동의했을 때 그들의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확인한 것이다. 그리고 신경학적 수준에서 일어나는 복종의 메커니즘을 파악해 파괴적인 복종을 방지할 수 있는 단서를 추적한다.
『명령에 따랐을 뿐!?』에서 에밀리 캐스파는 명령에 따르는 우리 행동의 신경적 뿌리를 찾아내는 자신의 연구를 빠짐없이 소개하고 있다. 2016년부터 시작된 다수의 실험에서 저자는 복종하는 사람의 뇌에서 주체의식 즉 책임감 및 공감 능력, 죄책감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과 회로에서 활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확인했다. 각각의 연구 결과는 다양한 가설과 관련 자료들의 면밀한 분석을 통해 타당성을 확보한다. 결과적으로 저자의 연구는 뇌 영역별 기존 신경과학의 연구 내용과 호응하며 이미 밝혀진 인간적 특성에 대한 이해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는 한편 명령에 따르고 복종하는 인간 행동에 깃들어 있는 다양한 과학적 기제들을 명확하게 설명해 낸다.
집단적 폭력 현상을 설명하는
개인의 신경과학적 데이터
“우리가 동물이 아닌데도 사람을 죽이고 동물이 되라고 지시한 것은 바로 나쁜 지도자입니다. 맞아요. 이 일을 일으킨 것은 우리가 아니라 지도자였습니다.”
『명령에 따랐을 뿐!?』은 단순히 연구 결과를 나열한 책이 아니다. 명령에 복종할 때 일어나는 개인의 신경적 작용은 기존 사회ㆍ심리학적 연구들에 대한 분석과 통합을 통해 사회 현상을 파악할 수 있는 넓은 이해로 확장된다. 즉 저자의 연구들은 집단학살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한 일종의 패치워크와 같다. 예를 들어 집단학살이 발생한 르완다와 캄보디아에서의 가해자 인터뷰는 매우 인상적이다. 이들이 저마다 다른 형태로 고백하는 예의 명령에 복종했다는 취지의 진술은 실험 결과가 말해주는 뇌의 신경적 작용이 어떻게 현실화할 수 있는지 놀랍도록 선명히 보여준다. 또한 명령받는 자뿐만 아니라 명령을 내리는 자 역시 낮은 수준의 책임감을 느낀다는 실험 결과는 책임 분산에 대한 기존 연구들과 상응하며 군대 등 계층적 구조에서 집단 폭력이 쉽게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해 준다. 공감에 대한 연구 해설도 눈여겨볼 만한다. 명령을 받을 때 공감과 관련한 뇌 활동의 감소는 인간이 외집단과 내집단에 차별적 공감을 보인다는 진화론과 사회심리학의 범주화 및 비인간화 연구 내용과 결합해 집단적 폭력의 총체적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한다.
신경학적 수준에서 복종의 메커니즘을 확인하려는 저자의 실험 의도에는 사회적 개입에 대한 고려가 이미 전제돼 있다. 복종에 의한 잔혹 행위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확인할 수 있다면 사회가 이를 예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실험 결과는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주체적 의지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그에 더해 책은 실제 역사에서 부도덕한 명령을 거부하고 타인을 도우려고 노력했던 이들도 소개하고 있다. 르완다 집단학살 당시 적극적으로 구조 활동을 했던 펠리시앙 바히지와 주라 카루힘비 등에 대한 이야기에서 독자들은 희생을 감수하며 정의를 택한 이들의 실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괴물’이다
‘악의 평범성’에 대한 과학적 해답
“그들이 악마가 아니었다는 것이 악마적이다.”
유대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1961년 예루살렘에서 열린 재판에서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이 자신은 독일이라는 “기계의 작은 톱니바퀴 이에 불과했다”며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주장을 반복하는 것을 보고 악의 평범성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수백만 명의 유대인 학살을 주도한 아이히만은 ‘괴물’이나 ‘악마’가 아니라 윤리적 주체로서 사유하지 못한 무능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악의 평범성 개념은 당시 아이히만과 전범들에게 면죄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이제 모든 이들이 전체주의 체제에서 손쉽게 악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책에서 저자는 명령에 저항하는 이들에게서 일어나는 신경학적 변화를 연구하며 마주친 특별한 곤란을 고백한다. 불복종하는 이들의 뇌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강압적 명령에 따르지 않는 이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불복종률이 너무 낮아 실험 설계를 계속해서 번복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명령에 복종하는 뇌에서 일어나는 책임감과 공감 능력, 죄책감의 감소 결과는 에밀리 캐스파의 연구를 악의 평범성에 대한 과학적 해답으로 느껴지게 한다. 한나 아렌트가 말하고자 한 것과 같이 복종의 평범성은 인류에 대한 절망적 진단이 아니다. 오랜 시간 집단을 형성해 문명을 발전시킨 인류는 자연스럽게 내집단을 따르고 외집단을 배척하도록 진화해 왔다. 복종에 대한 신경과학적 결과를 경유한 저자 역시 부당한 명령에 굴복한 이들을 ‘악인’이나 ‘괴물’로 상정하는 것을 경계하려 한다. 이러한 감정적 분류가 “사건에 참여하게 된 더 광범위한 역사적,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맥락을 간과”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섬세한 학제 간 접근”을 통해 “공감, 도덕적 용기, 독립적 사고를 촉진하는 개입 방안을 개발”하고 폭력의 악순환을 끊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여전히 명령과 복종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이야기다.
작가정보
저자(글) 에밀리 A. 캐스파
Emilie A. Caspar
벨기에 겐트대학교 실험심리학과 부교수. 브뤼셀자유대학교에서 인지ㆍ신경심리학 석사와 사회ㆍ인지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학위 준비 중 같은 대학교에서 법과학ㆍ법정신의학 과정을 이수하기도 했다. 권위와 복종에 대한 인지신경과학적 연구인 박사 학위 논문 「강압은 인간 뇌의 주체의식을 변화시킨다」는 발표 후 곧바로 심리학계 및 과학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주목받았다. 해당 논문은 학문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6년 벨기에왕립아카데미 심리학상, 의식과학연구협회 윌리엄제임스상, 이븐스 과학상 등을 수상했다. 관련 연구를 지속해 2017년에는 국제 심리학회의 라이징스타에 노미네이트 됐고, 2023년에는 사회신경과학회의 얼리커리어상을 수상했다. 현재 겐트대학교 ‘도덕 및 사회적 뇌 연구실Moral and Social Brain Lab’을 이끌고 있다.
의사이자 번역가. 환자를 진료하고, 책을 번역한다. 사회에서 조명받지 못한 진실에 관심이 많다. 옮긴 책으로 『사로잡힌 사람들』, 『생물학적 풍요』, 『똥이 약이다』, 『제국은 왜 무너지는가』가 있다. 제주에서 아내, 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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