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봄의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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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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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
2부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나는 왜 평생 애도하며 사는 기분인지 알고 싶다. 그 감정은 지금까지도 남아 있고 도무지 사라지려 하질 않는다.
─ 20면
이야기할 가치가 있는 모든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 하고 내가 한때 무척 사랑했던 사람이 말했다.
하지만 이건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 21면
나는 유레카가 나와 놀고 있지 않을 때, 내가 거기 있다는 사실조차 잊었을 때 그 새를 지켜보는 게 좋았다. 새들은 세상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공룡이다. 나는 그 경이로운 사실을 마음에 담고 유레카를 지켜보는 게 좋았다.
─ 134면
「요즘은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한다는 게 불가능한 일이야. 이해하려는 시도도 하지 마.」
─ 195면
나는 의자 위에 서 있었고, 엄마는 입에 옷핀을 물고 말했다 ─ 엄마는 용케 옷핀을 떨어뜨리거나 삼키지 않고 말할 수 있었다. 엄마의 또 다른 이미지: 저녁마다 흔들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수를 놓는, 1백 년 전의 장면처럼 보이는 모습. 그리고 사실, 지나간 과거에 대한 슬픔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내가 일찌감치 알 수 있도록 해준 건 엄마였다.
─ 247면
난 시인이 될 거야.
그때 그 경이로운 깨달음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내가 거기 개울 속 바위 위에 앉아서 방금 겪은 몹시도 기이한 일을 모조리 이야기하고 싶었다.
─ 249면
누군가에게 글이 잘 안 써진다고 말했을 때, 그럼 쓰지 말라고 하는 사람이 왜 아무도 없는 걸까?
편집자가 이렇게 말하는 걸 상상해 보라: 꼭 완벽한 글을 쓸 필요는 없어요.
〈매우 불완전한 글이 될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새 소설을 시작하면서 일기에 쓴 말이다. 그럼에도, 열성적이었다.
─ 285면
언젠가, 소녀 시절에, 나는 벽에 기대어 서서 여학생들 무리가 수녀의 인솔 아래 공원으로 줄지어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여학생들은 교복 차림이었다. 흰 블라우스에 진청색 플레어스커트. 그들은 둘씩 짝을 지어 손을 잡고 걸었다. 수녀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더니 그들에게 내 귀에는 들리지 않는 무슨 말을 했다. 그러자 여학생들이 짝지어 뿔뿔이 흩어졌다. 한 마리 애벌레에서 날아오르는 열두 마리 나비.
─ 305면
★★★전미 도서상 수상 작가 시그리드 누네즈 3년 만의 신작
★★★NPR, 커커스, 보그, 하퍼스 바자 등이 선정한 올해의 책
무엇도 알 수 없는 세계,
일상의 평범함에 담담히 건네는 안부
「뉴욕 타임스」 21세기 최고의 책에 선정된 「친구」의 저자이자 전미 도서상 수상 작가 시그리드 누네즈의 신작 장편소설. 버지니아 울프를 인용하며 〈불확실한 봄이었다〉라고 시작하는 이 소설은 감염병에 따른 봉쇄 조치로 인적이 뜸해진 뉴욕 맨해튼에서 우연히 지인의 반려 앵무새를 돌봐 주게 된 한 나이 든 소설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친절했던 이웃이 차갑게 돌변하고, 거리를 산책하는 개들마저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아는 듯했던 그 봄, 우리에게 주어져 있던 평온한 일상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 것이었는지 돌아보는 책이다. 「그해 봄의 불확실성」은 누네즈의 아홉 번째 소설로, 특유의 건조한 듯 온기 있는 문체와 독특한 유머 감각이 빛을 발한다. 산문처럼 읽히기도 하는 이 소설은 함축적인 일상의 대화와 문학에 대한 인상 비평 들 사이에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사회적 트라우마를 녹여 내며 기억과 상실, 애착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한다.
수상한 시절 속 유령 같은 도시
노년의 소설가와 대학생, 그리고 초록빛 앵무새 사이의 이상하고 따뜻한 유대
이 소설은 봄과 꽃 이름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가 화자의 일상으로 시작한다. 그가 통과하고 있는 봄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서서히 사회적 혼란이 시작되고 있는 바로 그 봄이다. 뉴욕에 봉쇄령이 떨어지고 소설가는 지인의 부탁으로 사람이 없는 집에서 유레카라는 이름의 앵무새를 돌봐 주기로 한다. 선명한 초록색 깃털이 매력적인 유레카와 함께 고급스러운 아파트에서 홀로 지내던 것도 잠시, 불청객이 찾아든다. 소설가보다 앞서 유레카를 돌보던 대학생인 베치가 한밤중 불쑥 들어온 것.
소설가는 우연치 않게 시작된 동거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한산한 공원을 산책하며 일상을 이어 가지만, 마주치는 사람들은 어쩐지 조금씩 예민하고 날카롭다. 산책길에 낯선 이에게 〈기침 테러〉를 당하고 침대에서만 시간을 보내던 소설가는 어느 날 베치가 사다 놓은 아이스크림 한 통을 다 먹어 치운다. 베치는 그를 위해 같은 아이스크림을 네 통이나 사 오고, 그 후로 둘 사이에 조금씩 유대감과 친밀함이 쌓여 간다. 수상한 시절 속 유령 같은 도시에서 노년의 소설가와 대학생, 그리고 앵무새 한 마리는 서로에게 점차 위안이 되어 준다.
다시 찾아오지 않을 바로 지금,
삶과 문학에 보내는 시그리드 누네즈의 헌사
시그리드 누네즈는 작품들을 통해 동시대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그들이 발붙인 현실에 대한 사유를 예리하면서도 다정하게 그려 내며 독자와 평단의 인정을 두루 받아 왔다. 2018년작 「친구」는 전미 도서상을 수상하였고, 「뉴욕 타임스」 21세기 최고의 책 1백 권 중 하나로 선정되었으며, 「어떻게 지내요」는 2024년 영화로 제작되어 베니스 영화제 황금 사자상을 받았다. 신작 「그해 봄의 불확실성」은 앞선 작품들에서 보여 주었던 유머와 통찰력을 잃지 않고 이어 가며, 삶의 비루하고 어두운 순간들을 따스하게 조명하는 누네즈의 특별한 재능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나는 왜 평생 애도하며 사는 기분인지 알고 싶다. 그 감정은 지금까지도 남아 있고 도무지 사라지려 하질 않는다〉(20면)라는 문장을 읽고 가슴 한 편이 먹먹해졌다가, 〈나는 코믹한 소설을 쓰고 싶었고, 내 인생에 대해 쓰면 된다는 걸 깨달았다〉(184면)이라는 문장을 읽으면 피식하고 웃음이 나온다.
한편 이 소설은 누네즈의 전작들과 비슷하게 글쓰기와 문학에 대한 단상들이 이야기 전개 사이사이에 자리하며 읽기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특히 1부와 2부 사이를 잇는 〈막간〉에는 루소부터 고다르, 앨런 긴즈버그에 이르기까지 많은 유명인들이 쓰기에 관해 남긴 말들이 이어지며, 화자이자 자기 자신이기도 한 소설가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그러면서 소설가는 책의 말미에, 자신이 사용하고 싶었던 상징을 쓸 기회가 영원히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는 〈그 상징을 여기에 둬야겠다〉고 하는데, 이는 「그해 봄의 불확실성」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추천의 글〉
누네즈의 소설에 대해, 나는 그와 나 둘 중 한 명이 죽을 때까지 헌신할 것이다. 누네즈의 소설은 이상적이다. 짧고, 지혜롭고, 도발적이며, 재미있다.
- 드와이트 가너, 「뉴욕 타임스」 리뷰에서
좋은 대화가 주는 친밀함과 유머를 통해 우리를 더 현명하고 더 살아 있는 기분이 들게끔 만드는 책.
- 『피플』
시그리드 누네즈를 한번 알게 되고 나면, 뒤를 돌아볼 일은 없다.
- 앤 엔라이트(2007년 부커상 수상 작가)
떨어져 있으라 말하는 위기의 시간에도, 타자와 - 사람과 동물을 막론하고 - 연결되고자 하는 우리의 원초적 욕구에 부치는 송가.
- 『NPR』
재치 있으며 몹시 사색적이다.
- 『타임』
누네즈는 우리가 동물과 맺는 이상하고 감동적인 관계를 가장 잘 다루는 작가이다. 애석한 슬픔과 날카로운 유머를 동시에 품는 그의 드문 재능은 이 책을 하나의 축복으로 만든다.
- 『보스턴 글로브』
누네즈는 밝고 유머러스하게 소설을 진행시키면서도 그 속에 어두움을 몰래 들여 놓는 스토리텔링의 재능을 우리에게 보여 주어 왔다. 그는 직설적이면서 정교하고, 죽음에 시달리는 만큼 삶을 불러온다.
- 『뉴욕 타임스 매거진』
누네즈는 비통함과 같은 커다란 감정으로부터 문학적 일탈, 혹은 날카로운 재치로 우아하게 도약한다. 이 책은 장난스러우면서도 동시에 지독할 만큼 진지해지는 데 성공한다.
- 『월 스트리트 저널』
이 소설은 무엇보다, 우리가 여전히 겪고 있는 이 기이하고 적대적인 분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를 위해 곁에 있어 준다는 것의 의미를 우리가 어떻게 찾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창문을 열고 시원한 바람을 불어넣어 주는 소설로, 서로를 필요로 하는 일이 괜찮은 것이고, 어쩌면 필수적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그저 인간이기에 그렇다는 것을.
-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옮긴이의 한마디〉
『그해 봄의 불확실성』에는 이 작품의 일인칭 화자인 소설가의 삶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 작가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지닌 두
작가는 버지니아 울프와 조 브레이너드이다.
우선, 의미심장한 첫 문장(〈불확실한 봄이었다〉)부터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세월』의 서두에서 가져온 것이다. 플롯이 아닌 의식의 흐름에 따른 이야기 전개에도 의식의 흐름 기법의 개척자인 버지니아 울프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 있다.
조 브레이너드로 말할 것 같으면, 『나는 기억한다』의 오마주라고 할 수 있는 〈나는 기억한다〉로 시작하는 서술 형식이 이 작품의 근간을 이룬다.
사실 이 소설은 두서없이 떠오르는 단편적인 기억
들의 모음집이며, 소설가의 뇌 갈피갈피에 남아 있던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의 기억들이 의식의 리듬을 타고 재조명되지만 〈불확실한 봄〉이었던 2020년 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나는 기억한다, 나는 기억한다. 그 비현실적이었던 팬데믹의 봄을.
작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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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rid Nunez)
미국의 소설가. 독일인 어머니와 중국계 파나마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성장했다. 바너드 칼리지에서 학사 학위를, 컬럼비아 대학에서 순수예술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학 졸업 후 『뉴욕 리뷰 오브 북스』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사랑과 우정, 문학과 예술을 둘러싼 담론을 독특한 유머 감각과 우아한 사유로 풀어낸 소설 『친구』가 2018년 전미 도서상을 수상했고, 『뉴욕 타임스』에서 발표한 21세기 최고의 책 중 하나로 선정됐다. 2020년 발표한 소설 『어떻게 지내요』는 영화로 제작되어 2024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 사자상을 받았다. 다수의 소설 이외에 수전 손태그에 관한 회고록 『우리가 사는 방식』을 펴내기도 했다. 2020년 구겐하임 펠로십 수상자이며, 프린스턴 대학, 뉴스쿨, UC 어바인 등에서 문학을 가르쳤다. 현재 뉴욕에 살고 있다.
『그해 봄의 불확실성』은 그의 아홉 번째 소설로, 특유의 건조한 듯 온기 있는 문체와 독특한 유머 감각이 빛을 발한다. 산문처럼 읽히기도 하는 이 작품은 함축적인 일상의 대화와 문학에 대한 인상 비평 들 사이에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사회적 트라우마를 녹여 내며 기억과 상실, 애착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한다.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제15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E. M. 포스터의 『인도로 가는 길』, 카렌 블릭센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 시그리드 누네즈의 『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별의 시간』, 앤 카슨의 『빨강의 자서전』, 메리 올리버의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 앤드루 솔로몬의 『한낮의 우울』, 폴 오스터의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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