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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정의 위로

이혜미 지음
위즈덤하우스

2025년 01월 22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1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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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5.48MB)
ISBN 9791171717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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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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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여 독자에게 젠더ㆍ페미니즘 뉴스레터를 보내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과 함께 해방할 길을 모색하는 이혜미 기자의 신작 에세이. 저자는 약 100년 전 영국에 살던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 《자기만의 방》에서 열두 문장을 가려 뽑아 현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답장을 썼다. 책 속에는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자기만의 방’을 뒤로하고 잠정의 자리에서 써 내려간 ‘자기만의 삶’이 담겨 있다.
일러두기: 이 책은 ‘허구적 에세이’다

1. 고향: 먼 들판 너머로 떠나다
◦ 거대한 히잡이 덮인 곳, 고향
◦ 개척의 시작, 익숙한 곳을 떠나는 것
◦ 현모양처 말고 나 자신의 이야기

2. 정착: 서울로 향하는 길에 오르다
◦ 스물한 살, 집을 나갔다
◦ 서울 거리 헤매기

3. 500파운드: 투표권과 돈, 둘 중에서
◦ 자유를 가능케 하는 경제적 토대
◦ 다시, 고향

4. 자기만의 방: 이제 영원히 내 것이지요
◦ 자기만의 집
◦ 어디든 집이 될 수 있어

5. 여성과 직업: 글을 써서 무얼 한다고
◦ 변두리에서 낙관하기
◦ 젠더 뉴스레터를 보내는 마음

6. 개척하는 영토: 자신을 거부했던 여행과 경험, 지식
◦ 엄마와 휴대폰
◦ 자동차, 나의 작은 방

7. 관계: 사랑만이 유일한 통역가일까
◦ 욕망되는 존재, 욕망하는 존재
◦ ‘욕망 억누르기’에서 벗어나자
◦ 사랑은 무얼까
◦ 그래서, 어떤 사랑을

8. 사랑: 남성 없이 설명되는 여성
◦ 나도 엄마가 될 수 있을까
◦ 사랑과 우정

9. 글 쓰는 여성: 그에게 자기 생각을 말하게 하고
◦ ‘집 안의 천사’ 살해하기

10. 세계: 아무리 하찮아도 주저하지 말고
◦ 고백, 해방의 시작

나가며: 100년 후, 여성은
◦ 집을 떠나고 국경을 넘다

감사의 말

그럴 때마다 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상과 불화했던 여자들이 쓴 글과 그들이 겪은 삶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여성’이라는 것 외에 어떤 접점도 없는 이들이지만 나는 책 속에서 이 여자들과 만나면서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나처럼 가부장적 사회에 잘 섞이지 않는 여자가 도처에 널렸다는 데 위안 삼았다. _17쪽

그렇게 가까스로 들어간 안정이라는 틀 안은 따스했다. 무엇보다 평온했다. 내 것 같지 않았으나 탐났다. 그래서 더욱 안정을 타고난 사람인 듯 굴었다. ‘평범’, ‘보통’, ‘정상’ 같은 수식어와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자 애썼다. 좋은 교육과 직업 덕에 얻은 안정이라는 ‘구심력’은 단숨에 나를 원의 한가운데로 끌고 들어왔다. 나는 원 안에서 이탈하지 않는 하나의 점이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시선은 자꾸만 ‘원심력’에 이끌려 바깥을 바라봤다. 원 안에 있는 것이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 어색했다. ‘정상 각본’에 따라 연기하는 내 모습이 불편하게 여겨졌으나, 따뜻하고 평온한 원 밖으로 쉽게 나갈 수가 없었다. ‘온전한 나’로 있을 수 있는 공간은 나의 시선이 머무는 곳, 즉 원 밖에 있음을 직감했다. _20~21쪽

서울을 향한 내 마음은 외사랑이었다. 2009년 서울에 도착한 뒤, 한 해 한 해가 흐를수록 이 도시가 빈곤한 나를 밀어낸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착할 수 있을까 불안했고, 거리의 간판이 나를 향해 입을 모아 말하는 듯했다. “어차피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이 거대한 도시에 네 자리는 없을 거”라고. 직장을 갖게 된다고 한들, 온전한 서울 시민의 느낌을 갖는 건 또 다른 의미였다.
대치동 키즈이기는커녕, 제대로 된 사교육 한 번 받은 적 없지만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 떡볶이는 좋아했다. 언젠가 봐뒀던 인터넷의 호평을 기억하고 있다가, 과외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 상가에 들렀다. 교복을 입은 동네 학생들, 대대손손 근처에서 살아 이 분식집 떡볶이 하나로 가족 에피소드 수십 개는 엮어낼 수 있을 것 같은 단란한 가족 손님들 사이에 혼자 자리 잡았다. 떡볶이는 맛있었다. 밀떡을 사용한 소박하고 단조로운 맛이었다. 그리고 ‘강남 원주민’의 맛이었다. _69~70쪽

현관문을 열어 한 발자국 내디디며 스스로를 낯선 곳으로 내던지고 기꺼이 모험을 만끽하다 익숙한 곳으로 회귀하는 삶. 매일매일의 담금질이 용기 근육을 키워줬다. 익숙한 고향이 아니더라도 나만의 요새를 얼마든지 구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그래서 집을 구할 때도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살아보고 싶은 동네를 거리낌 없이 탐색한다. 왕복 한두 시간이 걸리는 거리에도 심리적 장벽이 거의 없다. 이 같은 맘이면 40세, 50세가 되어서 훌쩍 외국에서 살아볼 수도 있겠다 싶다. 이 모든 마음의 시작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닫힌 문을 열고 내딛는 한 걸음, 바로 그 작은 걸음에 있다. _79~80쪽

스물일곱, 나는 부산의 9평짜리 임대아파트로 돌아갔다. ‘연간 500파운드’를 위한 기틀을 마련하면서 아빠와 마침내 단절했다. 과거와 달리 더 이상 나는 자존심을 굽히지 않아도 됐다. 행여 한 푼이라도 기대할 수 있을까 매달리지 않아도 됐다. 드디어 내게도 ‘정규직’이라는 경제적 울타리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렇게 기자가 되었다. _90쪽

2017년, 나는 망명했고 동시에 정착했다.
떠돌아다니는 삶에 이골이 났지만 결국 밀려날 것을 각오하고 또다시 서울로 향했다. 사전적 의미의 고향을 떠나, 스스로 규정한 나의 진짜 고향으로. 이것을 위해 나는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을 거머쥐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돈벌이가 되는 직장을 서울에 구하는 것이었다. 야생을 갈망하면서도 맨몸으로 수풀 속으로 뛰어드는 무모한 성격이 아니었던 난, 그 와중에 텐트와 침낭을 야무지게 챙겨야만 비로소 모험할 수 있는 재미없는 인간이다. 지독하도록 안정이 담보되어야 떠날 수 있는 타협적 부랑자이자 조건적 망명자. _105쪽

고양이는 순식간에 모노톤의 단조로운 일상을 따스한 색깔로 물들였다. 나는 내가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고독감에 사로잡힐 새가 없었다. 외동으로 자란 데다 의지할 데 없는 환경이 배양해준 독립심은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데에는 편리했지만, 감정 교류를 풍성하게 나누는 데에는 쥐약이었다. 기질적으로 타인에게도, 자기 자신에게는 특히 더 관대하지 못한 성격이었다. 하나, 고양이를 키우면서 평생 느껴보지 못한 감정에 빠져버렸다. 함께한 지 8년, 이제는 눈빛만 봐도 서로의 뜻을 알고 공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얀색과 치즈 색이 조화롭게 자리한 이 고양이들의 외양에 잠시 싫증이 난다 할지라도(놀랍게도 그런 적은 전혀 없어 이는 100퍼센트 상상의 영역이다) 이 고양이가 벵갈 무늬를 가지기를, 혹은 장모 품종묘의 우아한 자태를 닮기를 바라지 않는다. _114쪽

집을 사는 데 머물렀으면, 그저 나는 어린 나이에 주택담보 대출을 가득 끼고 서울 아파트를 산 사람에 불과했을 것이다. 집 자체가 주는 안온함을 누리며 안정적 삶에 머무르는 데 만족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박또박 들어오는 월급으로 매달 빚을 갚아가며, 쳇바퀴 굴리듯 사는 삶에 스스로를 욱여넣었을 것이다. 그러한 삶에도 숭고한 면이 분명 존재한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의 내가 자부심을 갖는, 글 쓰는 여성으로서의 충만한 커리어와 경험은 갖지 못했을 수도 있다. 고양이가 없었다면 말이다.
‘자기만의 집’은 내게 새로운 이름과 역할을 주었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며 페미니스트, 글 쓰는 여성, 오롯이 존재하는 주체적인 인간. _116~117쪽

사실 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세상을 바꾸는 글의 힘’을 온몸의 피부로 느낀 것이었다. 이로써 ‘자기 확신’을 체화하게 된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모든 것을 잠식하여 모든 것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고, 동시에 거대한 구조와 권력이 시민성이나 민주주의, 관용 같은 사회 진보적 가치를 압도하게 된 시대에 ‘세상을 바꾼다’는 두 마디가 얼마나 허황된 말로 들릴지 너무나 잘 안다. 하지만 나는 늘 세상을 바꾸기를 꿈꿨다. 이타적인 목적만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세상이 조금 더 섬세하고 따스해졌을 때 사회에서 낮은 자리만이 주어졌던 내가 더 살기 수월해진다는 것을 체감하면서다. 2025년의 한국 여성이 놓인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지만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이 촉발한 페미니즘 리부트 시기와 2018년 불편한 용기 집회 등 일련의 움직임 이후로 비로소 숨통이 트인 기분이랄까. ‘없는’ 젊은 여성일수록 느낄 것이다. 지금의 세상은 조금도 평등이나 연대 같은 단어와 어울리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년 전의 세상보다는 차츰차츰 더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_138~139쪽

나는 이렇게 살아왔고, 살아남았다. 결코 정답은 아니며 앞으로도 오답을 반복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살아도 꽤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보이고 싶다. 깎여나가는 일들이 없지는 않지만, 매 순간 성찰하며 잘 더듬어가고 있다고. 그리고 이 모든 성장과 성취, 자존의 근간은 내가 직접 쌓아 만든 안전 요새, 즉 ‘자기만의 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감히 증언하고 싶다. _258쪽

100년 전 울프는 “다른 무엇이 되기보다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나는 이 결정이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길이라 확신한다.
잠정을 사랑하는 탓에 영영 안정의 세계를 겉돌 뿐이라 해도, 고향 없는 슬픔과 야생의 행복 사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나의 삶 있으리니. _263쪽

최은희여기자상 · 올해의 여기자상 수상
《착취도시, 서울》 《여자를 돕는 여자들》 이혜미 기자 신간 에세이
최은희여기자상, 올해의 여기자상, 이달의 기자상 등을 수상하고 1만여 구독자에게 여성·젠더·페미니즘 뉴스레터 〈허스펙티브〉를 보내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과 함께 해방할 길을 모색하는 이혜미 기자의 신작 에세이 《잠정의 위로》가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저자는 약 100년 전 영국에 살던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 《자기만의 방》에서 열두 문장을 가려 뽑아 현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여성의 삶으로 답장을 썼다.
버지니아 울프는 1928년작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 ‘자기만의 방’과 ‘1년에 500파운드’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100년 뒤 자기만의 방과 소득을 가진 교육받은 여성들의 삶을 상상했다. 약속된 100년까지 3년이 남은 지금, 이혜미 기자는 여전히 여성에게 사나운 세상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내며 살아가고자 애써온 시간을 털어놓는다. 보호받는 성별로서 안정적인 원 안에 머무를 수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자꾸만 원심력에 이끌려 바깥을 바라봤다. 안온하고 풍요로운 원을 벗어나기란 어려웠으나 끝내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자 그곳에는 ‘온전한 나’로 사는 삶이, 잠정의 위로가 있었다.

“결국 100년 전 영국 여성과 현재의 한국 여성이 발 딛고 있는
기울어진 땅은 본질적으로 같으리니”
서울의 사립대학교를 졸업한 뒤 주요 일간지 기자로 온갖 사건 현장을 누비고 다양한 무대에 연사로 등장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지금의 이혜미 기자에게서 가난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그가 기자가 된 이유를 “따뜻한 시선으로 공동체의 변화와 공존을 모색하고 싶”어서라고 답한 까닭에는 빈곤과 수치가 깊이 새겨진 지난 기억이 있다. 부산의 한 영구임대주택, 가난한 싱글맘 가정에서 기초생활수급을 받으며 ‘보통’의 조건만이라도 갖추고 싶어 악착같이 배우고 살아남은 그는 사람들의 만류를 뒤로하고 서울이라는 더 넓은 세상을 만났다. 서울을 사랑했고 서울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으나 그 사랑은 지독한 외사랑 같았다.
다행히 글쓰기를 업으로 삼게 되었지만 많은 여성이 그러했듯 자기의 글과 생각을 의심하게 하는 이는 너무 많았고 자기만의 방을 갖기는 너무 어려웠으며 자주 남성과의 관계로 정의되었다. 똑같은 주제를 다루어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공격받기도 했고 그에게 중요한 이슈들은 신문의 맨 뒤에 조그맣게 다뤄지는 데 그치곤 했다. 그런 그의 모습은 버지니아 울프가 약 100년 전 《자기만의 방》을 썼을 때의 여성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는 앞선 여성들의 텍스트에 기대며, 성취와 관계를 믿으며 한 걸음씩 나아가 마침내 자기만의 방과 500파운드를 손에 쥐고, 끝내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페미니스트이며 글 쓰는 여성, ‘자기만의 삶’을 사는 주체가 되었다. 그리고 울프의 시대 여성들이 그러했듯 어떤 억압 앞에서도 자신으로 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100년 전 영국과 현재의 대한민국의 기울어진 땅이 본질적으로 같다 할지라도, 오늘날의 이혜미는 자기만의 삶을 살며 “여성들이 보호받는 성이었을 때 관찰된 사실들에 기초한 모든 가정”을 허무는 방식으로 울프와 공명한다.

“그러나 이 수단을 얻었을 때,
나는 여전히 내가 해방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울프가 틀린 걸까”
마침내 자기만의 방과 안정적인 소득을 얻었으니 해방된 것일까? 가난 때문에 늘 밀려나는 삶을 살았던 그는 결코 자기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안정을 갈망해왔다. 하지만 그토록 원했던 자기만의 방과 연간 500파운드를 거머쥐었을 때 그는 오히려 ‘부자유’를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글을 통해 시대를 가로지르며 글 쓰는 여성들과 만난 끝에 발견한 ‘잠정’의 자리가 그에게 위로가 되어주었다.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 자기만의 방과 1년에 500파운드가 필요하다던 울프의 말이 강조하는 바는 안정적인 삶일지 몰라도 안정적인 삶을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한 바는 남성들과의 관계로만 설명되지 않는 삶, ‘집 안의 천사’를 살해하고 기꺼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삶, 언제든 원하면 자기만의 방을 훌쩍 떠날 수 있는 ‘잠정적인 삶’이었다.
잠정은 그에게 ‘자기만의 삶’을 살더라도 불안으로 굴러떨어지지 않고 머물 공간, 여전히 기울어진 땅 위에서 안정적으로 주어진 여성의 역할을 거부할 수 있는 자유를 선물했다.

“증명해 보이고 싶다.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공표하고 강력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도
정말로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는다고”
오늘날 어떤 여성들은 여전히 독립된 자기만의 방을 갖지 못하고 비정규직으로 불안정노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궁금하다. 우리가 자기만의 방을 가질 수는 있는 건지, 언젠가는 1년에 500파운드를 벌 수도 있는 건지. 어떻게 하면 그러면서도 나의 존엄을 지키며 살 수 있을지. 이혜미 기자는 자신이 울프와 나혜석, 시몬 드 보부아르, 아니 에르노 그리고 자신을 축조한 모든 여성들의 말을 붙잡고 그 길을 건너왔듯, 이후에 올 여성들의 질문에 삶으로 답을 건넨다. 울프와 약속한 100년까지 아직 3년이 남았고 이 여성들이 자기만의 방을 얻어 그 방 밖으로 나가기를 응원하며. “잠정을 사랑하는 탓에 영영 안정의 세계를 겉돌 뿐이라 해도, 고향 없는 슬픔과 야생의 행복 사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나의 삶 있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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