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나는 다시 삶을 선택했다
2025년 01월 24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2월 1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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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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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게 달려왔던, 그러나 평범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깨달으면서, 여전히 불확실한 삶을 순간순간 충실히 채워가기로 한 작가. 완벽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런대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지금을 받아들이고,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불안은 뒤로 한 채 다시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현재를 살아가기로 한다. 어두운 터널과 같은 시간을 지나오면서 더 중요한 가치, 더 소중한 사람들, 더 행복해지는 방법을 발견한 작가는 며칠 전 불가능할 것 같았던 마흔 번째 생일을 맞았다.
내가 희미해진 날 -- 12
불빛 -- 23
열다섯 명 -- 33
엄마의 김밥 -- 41
궁극의 배신 -- 51
선택지는 항상 존재한다 -- 58
해줄 수 있는 것은 위로뿐 -- 68
병든 자의 인간관계론 -- 78
비관적 낙관주의자의 플렉스 -- 86
런던 하이드파크에서 만난 사람들 -- 94
2부 바다가 보이는 방향으로 달리기
D-Day : 궤도 이탈 -- 106
지루한 결정 -- 114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사회 -- 121
감사하지 않을 권리 -- 128
일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135
플랜B -- 143
경기장에서 나올 수 있는 자격 -- 152
나에게 버림받은 것들 -- 162
슈뢰딩거의 암 환자 -- 170
3부 그렇게 나는 다시 삶을 선택했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초능력 -- 180
별5개 ★★★★★ -- 188
처음 그리고 마지막 -- 195
바위, 파도, 다스베이더, 빨간 망토 차차 -- 203
아주 공적인 험담 -- 212
마흔이 될지도 모르겠다 -- 219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 229
작가의 말 -- 239
영원할 것 같았던 내가 죽게 될 줄 몰랐다. 적어도 서른일곱 살의 나는 전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_15쪽
사람들에게 ‘내일 봅시다!’라는 인사를 하고 나온 그날을 마지막으로1년 동안 회사에 돌아가지 못했다. 다음 날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기 직전, 의사로부터 전화가 왔기 때문이다.
“Sorry to be the bearer of bad news but your life is about to change.”
(나쁜 소식을 전하게 돼서 미안합니다. 당신 인생은 앞으로 큰 변화를 맞이할 것입니다.)
내가 알던 세상은 그렇게 흔적도 없이 지워져버렸다. _21~22쪽
모든 상황이 좋을 때 같이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관계가 있고, 세상이 무너질 때 지푸라기를 같이 내어주는 관계가 있고, 또 그 두 지점 사이에 무수히 많은 스펙트럼의 관계들이 있다. 어떤 관계가 어느 지점에 있는지, 죽음 앞에 다가가면 관계의 명도가 본능적으로 보이기 시작하고 분명해진다. 인간관계들에 대한 내 진짜 속마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_38쪽
엄마의 김밥을 보고 있노라면 그 한결같은 모습에 웃음이 났다. 재료를 너무 가득 넣어 터져버린 김밥을 보며, 내가 비록 바닥에 와 있지만 이렇게 꽉 담긴 사랑을 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가까스로 기억해냈다. _45쪽
이유 없는 불행이 힘든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신체적으로 힘들어서도 아니고 정신적으로 힘들어서도 아니다. 이유 없는 불행이 힘든 이유는 내가 여태까지 살면서 진실로 믿고 있던 세상의 이치가 산산조각 나버리기 때문이다. 내 삶을 지탱하고 있던 근간이 흔들리면서 세상에 대한 극도의 불신이 생기기 때문이다. 단순히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속상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고통이다. 내 몸이 나를 죽이기로 한 그 결정에, 나는 형언할 수 없는 분노와 허무를 온몸으로 느꼈다. _54~55쪽
삶은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또 배신했다. 이번에는 정말 궁극의 배신이었다. 나는 너를 용서할 수 있을까. _57쪽
죽음이 두려운 건지, 죽음이 신기한 건지, 죽음에 매료된 건지 스스로 헷갈릴 정도로 죽음에 완전히 넋을 놓아버렸다. 죽음은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그런 압도적이고 강력한 중압감은 살면서 처음 느껴봤다. _ 58쪽
"30년간 진료했던 수많은 환자들이 이런 상황에 놓이면 늘 책의 마지막 챕터로 바로 훅 넘어가려고 했죠. 책의 마지막 장에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만 알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 마지막 챕터로 가기까지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과 서사들이 있어요. 결말에 대한 통계를 알려드릴 수는 있지만 결말만이 의미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고 싶다면 알려드리죠. 알고 싶으세요?” _59쪽
그리고 한 가지를 깨달았다. 지난 열흘간 지옥을 오가며 가장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암이 전이되었다는 사실도 아니었고, 생존율이 매우 낮아졌다는 사실도 아니었고, 끔찍한 치료를 더 해야 한다는 사실도 아니었다. 내가 가장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두려움에 잠식되어 인생을 완전히 놓아버린 내 태도였다. 그 두려움은 암보다 빠르게 내 온몸에 퍼져나갔다. 얼마나 남았을지 모를 내 인생에 대해서 이렇게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 나 자신이 암보다도 싫었다. _64쪽
정해진 결말이 있다고 해서 선택할 수 없는 건 아니다. 결말이 어떻든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인생을 완주하겠다는 결정도 선택이다. 이 선택이 열심히 살아온 내 인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책임이다. _64쪽
단 하루도 더 이상 두려움에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죽음은 나를 한 번만 죽일 수 있지만 두려움은 나를 몇천, 몇만 번이고 갈기갈기 찢어서 죽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두려움에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 두려움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할지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_65쪽
위로가 필요한 사람은 항상 주위에 있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힘들면 울어도 된다고 위로해주고 싶다. 아니, 오히려 강함을 잠시 내려놓고 온전히 울어야 다시 강해질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니까 완주만으로도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위로해주고 싶다. 원하는 결말이 아니더라도 그 결말을 마주하는 것만큼은 함께해주겠다고 말해주고 싶다. _76~77쪽
다양한 모양새의 인간관계를 유연하게 유지해나가는 것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닐까 싶다. 내 이불 속에 기어들어와서 귓속말을 들어줄 사람도 필요하고, 먼 발치에서 나를 지켜보며 때때로 손을 흔들어줄 사람도 필요한 것이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필요하다. _83쪽
끝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을 인정하면서 잠시 멈추었던 내 삶이 조금씩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_93쪽
저녁만큼은 남편, 엄마, 아빠, 나 이렇게 넷이서 모여서 집에서 먹었고 하루 중에 유일하게 내 세상에만 갇혀 있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은 웃었다. 내 세상이 당장 내일 끝난다면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이 세 사람이었다. 이 세 사람이 곧 나의 세상이었고 내가 집착해야 할 세상은 밖이 아니라 이 밥상 앞에 있었다. 우주는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앞에 계속 존재해왔던 것이다. _103쪽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알고 있다. 예전의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앞으로 내가 걸어야 할 길은 그 누구도 걸어본 적이 없는 길이다. 데이터도 없고, 정답도 없고, 지도도 없다. 영구 궤도 이탈이 발생한 것이다. 그렇지만, 괜찮다. 돌아갈 수 없으면 그냥 앞으로 나아가면 되니까. 오랜 시간 만들어진 내 궤도의 관성을 뿌리치고, 새로운 궤도를 만들어가면 될 뿐이다. 계획했던 대로, 상상했던 대로, 염원했던 대로 인생이 풀리지 않았다고, 궤도를 이탈했다고 절망하고 슬퍼할 이유도 없고 시간도 없다. 돌아갈 곳이 없어졌으면 그냥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단순하다. _ 112~113쪽
통신사의 인증 시스템을 활용한 모바일 송금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시장에서 꽃을 파는 아주머니가 살면서 처음으로 계좌를 열 수 있게 되었다. 통신사의 데이터를 활용한 소액 대출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농부들이 더 이상 살인적인 금리의 사채를 쓰지 않아도 되었다. 기술은 더 나은 미래를 제시했다. 내가 플랜 B를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경험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를 계기로 나는 기술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고 그렇게 테크놀로지로 커리어를 완전히 전향하게 되었다. 플랜 B는 나에게 기술을 통해 세상을 발전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을 선물했다. _ 148쪽
혼자가 되는 경험은 생각보다 큰 해방감을 선사했다. 세상이 나 없이도 잘 돌아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나도 세상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역으로 알게 되었다. 마지막에 내 삶을 평가하는 것도 오로지 나 자신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_159쪽
회사에서도 검진 전날 나는 평소보다 조금 더 바쁘다. 혹시라도 회사에 돌아오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서 내가 없어도 돌아가야만 하는 일들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이메일을 보낸다. 팀원들에게도 좀 더 장기적인 이야기를 하고 좀 더 장기적인 디렉션을 준다. 혹시라도 다시 못 보는 사람들이 있을까 봐 진심을 담은 이야기들을 조금 더 해주려고 노력한다. 혹시라도 마지막일까 봐 모든 사람, 사물, 공간에 눈을 오랫동안 맞추고 퇴근한다. 내가 알던 세계가 얼마나 한순간에 종말을 맞을 수 있는지 이제는 너무나 잘 안다. ‘내일 봅시다’라고 가볍게 인사하고 1년 넘게 회사에 돌아가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검진을 앞둔 전날, 내가 숨 쉬는 공기는 조금 더 매서워지지만 나라는 사람은 조금 더 따뜻해진다. _ 172쪽
참 아이러니하게도 4기가 되면서 미래를 빼앗겼다. 미래의 끝이 보이는 순간,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고 과거에 대한 후회도 무의미해졌다. 오로지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있는 사람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해졌다. (중략) 미래를 다 빼앗기고 나서야, 현재를 살 수 있게 되었다. _183쪽
이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덜었다. 좀 망하면 뭐 어떤가. 아무것도 해보지도 못하고 안 망하느니 뭐라도 해보고 거하게 망할란다. 망했어도 축배는 들 것이고 가장 비싼 샴페인을 살 것이다. _186쪽
선택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얻을지보다 무엇을 포기할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마흔에 가까워져서 주위를 둘러보니, 가장 불행한 사람들은 놀랍게도 아무것도 갖지 않은 사람들이 아니라 그 무엇 하나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_226쪽
어차피 죽을 거라 잃을 것이 하나도 없다. 뭐, 죽기밖에 더 하겠는가. 내 몸을 무겁게 짓누르던 평생의 군더더기들이 사라지고 알맹이만 남았다. 그렇게 가장 중요한 것들만 내 곁에 남았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나는 마지막으로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처음으로 살고 있는 거라고. _236쪽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는 삶에 대한 호기심을. 죽음에 대한 저항보다는 삶의 의미를. 죽음에 대한 분노보다는 삶을 향한 에너지를. 죽음을 인정하는 순간 진짜 삶이 시작된다는 것이 내가 겪은 인생의 가장 큰 아이러니였다. 결국 유서를 쓴 이후의 모든 날들이 보너스이자 선물이었다. 그리고 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은 결국 일맥상통하는 같은 이야기였다. _237쪽
극복하지 못하더라도 선택은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결말이 정해져 있더라도 그 결말까지 가는 길은 무한하고 흥미롭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플랜 A가 대차게 망해버렸어도 우리에게는 플랜 B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돌아갈 수 없으면 앞으로 나가면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_239~240쪽
“울고 또 웃으며 읽다가 문득 생에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세상 어딘가 이 사람이 살아서 이런 글을 쓰고, 내가 살아 있기에 읽을 수 있어서.”
황선우 작가 추천!
메타, J. P. 모건,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현대카드…
커리어의 정점에서 죽음을 준비하며 처음으로 삶을 살게 된 이야기
최지은 작가는 대학 졸업 후 카드회사를 시작으로 투자은행과 핀테크 등 금융 업계와 테크 업계에서 약 18년간 끊임없이 치열하게 일하며 커리어를 쌓아왔다. 뉴욕 월스트리트 그리고 J. P. 모건을 떠나 싱가포르로 이주하면서 동남아시아 시장을 새로이 경험하고 글로벌 빅테크 회사인 메타에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부문 전무로 일했다. 당연하게 여겼던 시간과 건강만 있으면 금방 가능한 더 큰 성공이 코앞이던 커리어의 정점에서 작가는 처음으로 걸음을 멈추고 죽음에 직면하게 된다.
작가는 무엇을 잘못해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는지,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어차피 죽을 텐데 이 모든 것이 무슨 소용인지를 생각하며 극심한 육체적 고통과 함께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압도당한다. 그렇게 “죽음이 그렇게 두렵고 싫으면서 죽음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이 돼버린 자신을 다시 일깨워준 것 역시 자신이었다.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는 인생에 대해 이토록 무책임해진 자신을 깨닫고, 결말이 이미 정해져 있고 그것을 바꿀 수는 없더라도 거기까지 가는 길에서 가장 나은 선택들을 하며 걸어가보기로 한다.
그래서 목표를 바꿨다. 살아서 나가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매일을 사는 것으로 목표를 완전히 바꿀 수밖에 없었다. 다시 살아갈 날을 기다리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었다. 지금 살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더 이상 삶을 유예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1년여의 치료 후 작가는 다시 예전의 직장으로 돌아갔다. 화려한 성과가 아니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이 작가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지만 동시에 모든 것이 바”뀐 일상 속에서 여전히 3주마다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회사에서는 리더로서, 집에 돌아오면 귀여운 조카의 이모로서, 친구들과 하는 와인 파티의 호스트로서, 암 환우들과 주말을 보내는 환자이자 상담가로서 매일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작가정보
1984년 겨울에 태어났다. 어린 시절을 한국, 미국, 유럽을 오가며 다소 혼란스럽게 보냈다. 아빠가 ‘제니’라는 영어 이름을 지어주셨다. 인생의 정점에 있던 만 37세 봄, 살날이 9개월 남았다는 진단
을 받았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고 여전히 치료 중이지만 잘 살아 있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카드와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을 거친 후 매사추세츠공과대학 (MIT)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의 J. P. 모건에서 미국 기업들의 M&A(기업 인수합병) 및 IPO(기업공개)를 도왔다. 이후 노르웨이 통신사 텔레노의 아시아 투자를 총괄했다. 현재는 메타의 아시아태평양 본사인 싱가포르에서 전무로 재직 중이며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들과 일하고 있다.
트위터 @jennyliives
인스타그램 @jennyliives
* 작가의 인세는 소아암 관련 재단과 병원에 기부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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