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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폭스트롯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8
무스잉 지음 | 강영희 옮김
휴머니스트

2025년 01월 15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2월 0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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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2.03MB)
ISBN 9791170872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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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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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모던 상하이의 밤 문화를 사랑했던 작가 무스잉의 소설집을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다. 무스잉은 류나어우 등과 함께 중국 최초로 모더니즘 문학을 도입한 신감각파의 선구자로 불리는데, 그의 문학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대표 단편소설 일곱 편을 모았다. 쏟아져 들어오는 서구의 문화와 사상 속에서 순응하거나 도태될 수밖에 없는,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춤추는 것밖에 없던 상하이 젊은이들의 불안감과 두려움을 폭스트롯 댄스 리듬에 맞춘 듯한 감각적인 문장으로 그린다.
심심풀이가 된 남자 _7
상하이 폭스트롯 _51
나이트클럽의 다섯 사람 _73
거리 풍경 _109
팔이 잘린 사람 _121
검은 모란 _159
공동묘지 _177

해설 | 상하이의 이중성을 세련된 기교로 예리하게 포착한 무스잉 _212

‘인생에 무슨 쓸쓸함이 있겠는가? 인생에 무슨 고통이 있겠는가?’(〈심심풀이가 된 남자〉, 23쪽)

맥주와 땅콩처럼, 초콜릿 사탕과 선키스트(Sunkist)처럼…… 심심풀이가 된 남자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내 환상 속에서 둥둥 떠다녔다.(〈심심풀이가 된 남자〉, 31쪽)

인파 속 사람들은 하나같이 뇌가 없는 파리와 판박이다!(〈상하이 폭스트롯〉, 63쪽)

새로운 건물이 조성된다! 여느 호텔과 마찬가지로, 류유더 선생이 막 들어서는 화둥 호텔과 마찬가지로, 그의 노동력, 그의 피, 그의 생명을 밑에 깔고서 솟는다.(〈상하이 폭스트롯〉, 64쪽)

새로운 삶, 나이트클럽 사람들의 운명을 노래한다!
상하이가 깨어난다!
지옥 위에 세워진 천국, 상하이.(〈상하이 폭스트롯〉, 71쪽)

토요일 밤은 이성이 없는 날이다.
토요일 밤은 판사도 죄를 짓지 못해 안달하는 날이다.
토요일 밤은 하느님도 지옥에 가는 날이다.(〈나이트클럽의 다섯 사람〉, 82쪽)

“아직 젊을 때 조금이라도 더 춰야지 왜 안 춰요!”(〈나이트클럽의 다섯 사람〉, 101쪽)

“이것이 바로 세상이야! 봐봐, 터져버린 풍선…… 터져버린 풍선아!”(〈나이트클럽의 다섯 사람〉, 101∼102쪽)

“인간으로 사는 것에 정말 지쳤어요!”(〈나이트클럽의 다섯 사람〉, 108쪽)

“내일이면 부자가 될지도 몰라. 내일이면…… 서른이 넘을지도 몰라.”(〈거리 풍경〉, 115쪽)

그들은 하나같이 절단의 순번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반드시 이 말을 듣게 되리라. 팔이 잘린 사람은 그 한 사람이 아니고 이 말을 하는 사람은 공장장 한 사람이 아닐 것이다. 한 사람이 깔려 죽는다 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누군가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팔이 잘린 사람〉, 158쪽)

“당신도 알잖아요. 삶의 격류에 휩쓸려 한숨 돌리면 이미 물밑으로 가라앉아 다시는 떠오를 수 없다는 것을요.”
“우리 세대는 뱃속의 노예로, 팔다리의 노예로…… 하나같이 삶에 짓눌린 사람들이죠!”(〈검은 모란〉, 163쪽)

그의 별장에서 주말을 소비할 때마다 전속력으로 내달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불행한지 온몸으로 느꼈다.(〈검은 모란〉, 167쪽)

상하이의 이중성을 세련된 기교로
예리하게 포착한 무스잉

1930년대 상하이에는 영국과 미국, 프랑스의 조계지를 중심으로 서구의 온갖 문물이 빠르게 수입되었다. 댄스홀, 영화관, 호텔, 백화점 등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상하이의 밤을 물들였고, 댄스홀에서는 폭스트롯과 찰스턴 같은 사교춤이 매일 밤 펼쳐졌다. 어린 시절부터 외국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무스잉은 상하이 광화 대학 서양문학과에 입학해 당시 득세하던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의 소설과는 전혀 다른 다양한 작품 세계를 경험한다. 하루가 다르게 뒤바뀌는 상하이의 풍경과 외국 소설에서 접한 실험적인 문학 형식이 무스잉의 작품을 당대 중국 소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세계로 이끈 것이다.

행복의 바깥으로 내던져졌지만 죽을 생각 따윈 고사하고 그저 ‘제기랄’이라고 한마디 욕설을 내뱉으며 다시 생활 속으로 걸어간다.(〈상하이 폭스트롯〉, 70쪽)

당시 상하이는 ‘동양의 파리’라고 불릴 정도로 화려함을 자랑했지만, 그 뒤쪽에는 급속한 도시화의 물결에 올라타지 못한 채 소외되어가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누군가에게는 상하이가 활력 넘치는 기회의 땅이지만, 굉음을 내지르는 기계에 “벽돌처럼 평평하고 매끈하게 싹둑” 팔이 잘린 사람에게는 지옥 같은 도시일 뿐이다. 〈팔이 잘린 사람〉은 상하이라는 근대화 도시의 말단에서 폭력과 착취의 노동 현장을 견디다가 한순간의 사고로 팔을 잃고, 엇나간 자격지심 때문에 가정에서까지 스스로를 내몰며 끝내 파멸에 이르는 도시 노동자의 비참한 삶을 리얼하게 펼쳐 보인다.
표제작인 〈상하이 폭스트롯〉은 밤과 유흥 문화를 선망하고 즐기면서도 댄스홀의 불이 꺼지듯 한순간에 그것이 사라져버릴까 두려워하는 인물들의 이중적인 심리를 당시 유행하던 폭스트롯 댄스 리듬에 맞춘 듯한 감각적인 문장으로 그린다. 어머니와 아들의 연애를 묘사하는 장면도 파격적이다.
〈심심풀이가 된 남자〉는 여자를 혐오한다면서도 “자극과 속도를 추구하는” 도시 문화의 상징 같은 여성 ‘룽쯔’에게 끌려다니다 심심풀이로 전락하고 마는 남자의 심리를 재즈, 네슬레 초콜릿 사탕, 선키스트, 애프터눈 티 같은 도시 이미지 속에 자연스레 녹여낸 작품이다. 아울러 클래라 보, 빌마 뱅키, 노머 시어러 등 당대의 스크린을 주름잡던 영화배우의 이름도 자주 등장하는데, 작가가 영화예술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스잉은 각종 영화 논평에 참여해 글을 쓰거나 직접 영화를 감독하기도 했다. 무스잉 소설의 주된 특징 중 하나로 꼽히는 ‘영화적 상상력’ 역시 이러한 배경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무스잉은 빠른 장면전환과 속도감 넘치는 묘사로 소설을 자주 시각화하는데, 특히 점점이 흩어진 듯한 상하이 사람들의 모습을 하나의 거대한 서사로 긴밀히 이어 붙이는 몽타주 기법에 능했다.

느닷없이 튕! 한 줄의 현이 뚝 끊어졌다. 조니가 고개를 숙이고 손을 내렸다.
“어쩔 수가 없어요(I can’t help)!”
춤추던 사람들도 멈춰 서서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정핑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누구도 어쩔 수가 없어(No one can help)!”
지제가 끊어진 현을 보고 불쑥 말했다. “이게 그의 삶의 전부야(C’est totne, sa vie).”(〈나이트클럽의 다섯 사람〉, 107쪽)

허무하게 멈출 것을 알면서도 춤추는 일밖에 달리 할 일이 없었던 다섯 사람의 좌절과 몰락을 나이트클럽의 리듬감으로 그려낸 〈나이트클럽의 다섯 사람〉에서처럼 무스잉의 소설에는 외국어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중국어 번역 없이 쓰인 영어나 프랑스어 문장들은 당시 상하이 밤 문화를 즐기던 사람들의 언어 습관을 엿보게 하는 동시에 본래의 의미가 지닌 리듬감을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나아가 급격하게 유입되는 서양의 문화를 미처 체화할 틈도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의 방증으로도 볼 수 있다. 1930년대 모더니즘의 기수였던 시인 이상의 작품에서도 외국어 문장을 자주 마주칠 수 있는데, 외국 언어에 대한 번역과 차용의 문제에 깊이 고민하고 소설 안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구현하고자 한 실험 정신이 무스잉의 그것과도 맞닿아 있다.

지팡이를 짚어 기우뚱한 발걸음이라도
어디로든 건너갈 수 있다는 가능성

위태로운 상하이의 밤을 무대로 하는 일련의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소설들 외에 따뜻하고 너그러운 어조로 상하이 젊은이들을 감싸 안는 단편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을 정취로 가득한 상하이의 풍경과 그 이면에서 지워진 존재의 목소리를 섬세하게 되살린 〈거리 풍경〉,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담담하게 풀어낸 〈공동묘지〉는 무스잉이 인간의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도 장기가 있음을 잘 보여준다.
무스잉은 전통과 근대, 동양과 서양, 가난과 부의 어느 쪽으로도 쉽게 몸담지 못하는 상하이 사람들의 불안감을 아슬아슬하게 그렸지만, 그들이 끝내 네온사인 아래 주저앉거나 소설 밖으로 밀려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심심풀이가 된 남자〉는 룽쯔의 심심풀이로 전락한 현실을 자각한 남자가 “외로운 남자는 지팡이를 사야지”라며 지팡이를 구입하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끝맺는다. 도회적인 이미지로 가득한 소설 속에서 ‘지팡이’는 언뜻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만, 각 단편의 곳곳에서 귀중하게 나타나 위태로운 인물들이 어디로든 건너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비록 지팡이를 짚어 기우뚱한 발걸음이라도 “한 걸음 또 한 걸음의 인생 여정에 늘 함께하는 반려”의 존재는 무스잉의 인물들에게도,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도 더없이 소중하다.

작가정보

저자(글) 무스잉

穆時英 | 1912년 중국 저장성 츠시현에서 태어났다. 은행가였던 아버지가 파산하면서 어려움을 겪다가 1929년 광화 대학 서양문학과에 입학해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1930년 첫 단편소설 〈우리의 세계〉를 발표하며 류나어우, 스저춘, 다이왕수 등의 신감각파 작가들과 조우했고, 1932년부터 《남북극》, 《공동묘지》(1933), 《백금의 여체 조각상》(1934), 《성스러운 여자의 감정》(1935) 등 네 권의 소설집을 연달아 펴냈다. 무스잉은 전통과 근대, 동양과 서양, 가난과 부가 뒤엉킨 근대화 도시 상하이의 이중성을, 그런 도시에서 어느 쪽에도 몸담지 못하는 상하이 사람들의 불안감을 폭스트롯 댄스 리듬에 맞춘 듯한 감각적인 문장으로 포착해내며 단숨에 신감각파 작가의 대표자로 발돋움했다. 1934년 대학 때부터 사귀던 상하이의 유명 댄서 추페이페이와 결혼했고, 항일 전쟁이 발발하자 홍콩으로 건너가 《성도일보》의 편집장을 지냈다. 이후 상하이로 돌아와 친일파 왕징웨이 정부의 기관지인 《국민신보》의 사장을 거쳐 《중화일보》의 문예 선전 업무를 주관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반대파의 협박을 받았고, 1940년 상하이에서 인력거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 암살되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사랑하는 안드레아》, 《뭇 산들의 꼭대기》, 《시간의 서》,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 《인간의 피안》, 《마지막 연인》, 《비 온 뒤 맑음》, 《격정세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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