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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김재규

10・26 비공개 재판 통합 증언록
김재홍 지음
폴리티쿠스

2024년 12월 15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1월 2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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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1.89MB)
ISBN 9791157069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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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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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보부장 김재규는 왜 대통령 박정희를 권총으로 쏘았는가? 《피고인 김재규》는 이 물음에 가장 실증적인 해답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10·26 군사재판의 1심 공판 10개 회와 2심 공판 4개 회의 전 녹음을 정리한 비공개 재판 통합 증언록이다. 당시 군사재판을 이끈 재판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했으며 변호사의 녹취도 허락하지 않았다. 이 책은 저자가 1993년 한 의인으로부터 테이프를 제공받은 덕분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김재규는 군사법정에서 박정희에게 권총을 쏜 이유에 대해 “다수 국민의 희생을 막기 위해 나의 가족과도 같은 각하 한 사람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12·12 군사반란으로 실권을 쥔 신군부가 조정하는 군사재판의 재판부가 그것을 인용할 리 만무했다. 2020년 김재규의 유족들은 재심신청을 하며 그에게 사형을 선고한 죄목 ‘내란 목적 살인’이 “사실과 법리에 위반되며 사법살인과 다름없다”고 재심 청구 이유를 밝혔다. 유족이 제출한 재심신청은 2024년 들어서 구체적인 심리를 몇 차례 마친 채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45년이 지난 오늘의 사법부가 그의 유족들이 신청한 재심에 대해 과연 제대로 역사 재판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추천의 말
서문 10· 26 거사, 김재규는 왜 박정희를 쏘았는가?

1장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재판이 시작되다(계엄보통군법회의 1회 공판, 1979년 12월 4일)
국민 의사에 따른 심판이 아닌 군사재판 / 공안검사들의 각본에 따른 불공정 재판 / 중앙정보부장의 거사 결심
2장 집권 쿠데타인가 민주 회복 거사인가(2회 공판, 12월 8일 오전)
피고인 진술에 대한 변호인 녹음도 금지 / 긴급조치 해제로 시작된 민주화 움직임 / 우발적 범행 아닌 사전에 결심한 결행 / “각하까지입니까?” / “각하, 정치를 대국적으로 하십시오” / 대통령이 죽었다 / 계엄 선포 사유는 대통령 유고로 / 유신헌법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 늦은 시간까지 재판을 강행하는 재판부 / 유신체제가 계속되면 미국이 한국을 버린다
3장 국가안보를 이유로 비공개 재판으로 전환되다(2회 공판, 12월 8일 오후)
막무가내 공판을 강행한 재판부 / 박정희와 자유민주주의, 함께 살릴 수 없어 / 살해 후 자결 생각 없었나
4장 청와대 비서실장 김계원을 신문하다(3회 공판, 12월 10일)
중앙정보부장 대 청와대 경호실장 / 남자란 그만둘 때를 아는 게 중요하다 / “어떻게 각하까지 그렇게 했어?” / 김재규를 체포하라 / 운명의 술, 시바스 리갈 / 보안사 전두환 소장, 수사에 착수하다 / 경호실장의 정치 개입과 월권 / 총리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하다 / 남산의 부장을 누가 체포하나
5장 궁정동 안가의 대행사 소행사(4회 공판, 12월 11일)
해병대 출신 채홍사 박선호 대령 / 비운의 육사 18기 선두주자 박흥주 대령 / “변론이 혁명 대의를 퇴색시켜” / 궁정동 안가에서 벌어진 총격전 / 남산의 율법, 맹목적 복종
6장 중앙정보부 의전과장과 청와대 경호관의 권총 대결(4회 공판, 12월 11일)
“호텔에 여자 데리러 간 거조?” “야, 얘기하지 마” / 총을 뽑으려는 경호부처장을 먼저 쏘다 /
“어떻게 됐어, 깨끗하게 됐어?”
7장 거부할 수 없는 운명(5회 공판, 12월 12일)
중앙정보부장 수행비서 박흥주 / 나만 모르는 거사 계획이? / “어디로 갈까, 중앙정보부? 육본?”
‘왜’ 같은 건 생각 안 해 / “차지철은 덤으로 보낸 거지” / 박정희의 사생활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생각 달라 / 김 부장이 차 실장의 위세에 꿀린다더라
8장 기타 반주 속의 총성(6회 공판, 12월 14일)
경호병력 공격하면 응사하라 / 연회실은 조명이 어두웠다 / 방향 모르고 복종했다 / 경호원 확인사살 혐의를 부인하는 박선호 / 김계원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다 / 이기주에게 경호원 확인사살을 인정하라고 종용하다 / 경호실 병력 이동 상황을 감시하라 / 미국의 압박에 애태운 김재규 / 충신의 직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 국군서울병원으로 후송 / 피범벅 된 각하의 얼굴 / 경호실 습격 대비해 시신 옮겼나 / 중정부장과 경호실장의 갈등은 높아만 가고 / 증인은 현직 대통령부터 술 시중든 여인까지
9장 승리했으나 포로가 된 장군(7회 공판, 12월 15일)
군인 김재규 / 박정희 연금 계획 / 발포 직전의 외침들 / “10·26 혁명은 성공했다” / “김계원 실장은 혁명할 사람이 못 돼” / 계엄 선포 사유는? 유고, 서거, 치안 / 박정희 병원 후송 알았다면 승낙 안 했을 것 / 김계원은 동조자가 아니다 / 자유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혁명회의를 꿈꾸다
10장 대통령의 죽음을 둘러싼 증언(8회 공판, 12월 17일)
10·26 술자리의 최후를 본 두 여인 / 배꼽 아래 흰 반점으로 대통령을 확인하다 / 시신은 ‘코드 원’이다 / 시신의 얼굴을 가리는 사람들 / 궁정동 연회장 담당 사무관 남효주의 증언 / 누가 전기를 껐나
11장 보통군법회의 최후진술(9회 공판, 12월 18일)
박흥주 “나라 잘못되면 모두 죽어” / 박선호 “정보 가장 잘 아는 분의 결심이었다” / 김계원 “중세기의 궁중 모반사건 같은 것” / 김재규 “더 많은 국민 불행 볼 수 없어 뒤돌아서 원천을 때렸다”
12장 항소심 진술 - 박정희의 술과 여자(고등군법회의 2~3회, 1980년 1월 23, 24일)
“술자리 여자 명단을 공개하면 세상이 시끄러워질 것” / 최고권력자 환락 뒷바라지 의전과장이 중정부장의 최측근 / 항소심, 모든 증인신청 기각해 초고속 재판 / “자결하게 해달라” / 박정희 술 행사 사흘에 한 번꼴 / 김재규의 항소심 최후진술, “보다 많은 희생을 막았다”

부록
계엄사 검찰부의 10·26 사건 공소장
보통군법회의 변호인단 변론(9회 공판, 1979년 12월 18일)
김재규 피고인 변론 - “시저와 브루투스다”
보통군법회의 판결문(1979년 12월 20일)
김재규 형사 재심 청구에 관한 유족 입장문
재심신청 이유서

이 책을 10·26 이후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항쟁 전후의 내란집단에 의한 피해자들에게 바치고자 한다. 나 또한 5·18 광주민주항쟁을 보도하기 위한 검열거부 등 언론자유 투쟁을 벌이다 당시 보안사가 내려보낸 명단에 따라 신문사에서 축출된 강제해직 기자로 소회가 남다르다. 그에 앞서 대학생 때인 1971년 10·15 위수령 당시 반 박정희독재 민주화운동을 벌이다 중정과 경찰에 잡혀가 모진 고문을 당하는 등 정치군인 정권과 악연이 깊다. 그러나 주관적 편견에서 벗어나 실증적 자료에 의존하려 최대한 노력했으며, 책에 대한 평가는 독자의 몫이다.
- 23쪽, ‘서문 10· 26 거사, 김재규는 왜 박정희를 쏘았는가?’ 중에서

김재규 그래서 내가 볼 때는, 미국이 영원히 한국을 버리지 않겠지만 유신체제가 없어질 때까지 한시적으로, 정책적으로 한국을 버릴 가능성은 다분히 있습니다. 옛날에 애치슨 라인이 잘못 그어져서 한국이 미국의 방어선 밖에 놓이는 바람에 6·25를 자초했습니다. 미국의 정책이 바뀐다면 또다시 6·25가 오지 말리는 법이 없습니다. (중략) 이런 끔찍한 일을 생각해볼 때 우리는 소름 끼치는 일입니다. 미국은 한국에게 독재체제를 하지 말고 민주주의체제로 환원하라는 선의의 권고와 충고를 여러 번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한국 정부는 더 강경해졌습니다.
변호사 날짜와 시간이 필요하니까 보충해서 묻겠습니다만, 미국이 선의의 권고를 한 것이 언제 일입니까?
김재규 그것은 오래전부터인데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일입니다.
변호사 소위 유신헌법이라는 것을 전제로 해서 박정희 대통령이 독재체제로 몰고 갈 당시부터 미국에서는 그런 권고가 있었다, 국제적인 정세로 봐서는 한국이 그런 우방 국가를 잃으면 국제
적인 고립을 자초해서 우리나라가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에 놓인다는 얘기죠?
김재규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에는 혈맹의 자유우방인 미국인들까지도 회의를 느끼는 이런 유신과 같은 정책을 쓸 것이 아니라…
법무사 잠깐, 제한하겠습니다. 아까도 경고했습니다만, 사회 안녕질서라든지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이 있으면 비공개로 하겠습니다.
-159~160쪽, ‘2장 집권 쿠데타인가 민주 회복 거사인가’ 중에서

법무사 동기생이고 각하를 살해함으로써 이 나라에 곧 자유민주주의가 찾아온다, 이런 소아를 버리고 대아의 입장에서 했다고 했는데 각하를 살해한 후에 자신이 자결이나 뭐 이런 것을 할 생각은 없었습니까? (중략)
김재규 옛날에 각하하고 저하고 같이 없어져야겠다는 생각은 제가 건설부에 있을 때라든가 한때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혁명을 하기로 결심하고부터는 그 문제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왜냐하면 혁명이라는 것은 결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행 뒤의 뒤치다꺼리, 즉 혁명과업 수행이 더 중요합니다.(중략)
그래서 저는 그 자리에서 자결할 것이 아니라 혁명과업을 수행하고, 새로 발족되는 정권을 보호하고, 그다음에 더 나아간다면 지금까지는 물리적인 방법으로 정권이 오고 갔지만, 제가 있는 한, ‘한 분이라도 좋으니까 국민의 투표에 의해서 정권이 왔다 갔다 하는 역사를 만들자’ 하는 원대한 꿈을 갖고 있었습니다.
-188~189쪽, ‘3장 국가안보를 이유로 비공개 재판으로 전환되다’ 중에서

검찰관 지난 10월 26일 대통령 각하 주재 만찬이 있다는 연락을 언제 누구로부터 받았습니까?
박선호 26일 오후 4시 25분경에 청와대 경호처장으로부터 “오늘은 대행사가 있다. 장소는 나동이다” 이렇게 나왔습니다. 그래서 내가 그 연락을 직접 받고 바로 나동을 관리하는 남효주 사무관에게 “나동에서 대행사가 있다. 대행사가 있다”고 그러면… (“네, 알겠어요”라며 검찰관 이 말을 끊음), 그래서 준비시켰습니다.
검찰관 김재규 피고인이 남산분청에서 본관 집무실에 몇 시에 도착했습니까?
박선호 약 4시 30분경으로 생각됩니다.
검찰관 피고인이 식당 관리인인 남효주에게 만찬 준비를 시킨 후에 시내에 손님을 만나러 간 사실이 있죠?
박선호 네.
검찰관 몇 시에 나갔다가 몇 시에 들어왔나요?
박선호 부장님이 4시 30분경에 도착하셨기 때문에, 행사 관계를 보고를 드리고 제가 차를 가지고 바로 플라자호텔을… (이때 검찰관이 “네, 알겠습니다” 하고 말을 막음. 플라자호텔은 박 대통령의 술자리 여인들을 만나 데려오는 장소들 중 하나였다.)
-320~321쪽, ‘5장 궁정동 안가의 대행사 소행사’ 중에서

변호사 그러니까 피고인의 그 당시 심정은 어차피 누가 가긴 가야겠는데… 그래도 내가 가는 것이 내 친구를 구할 수 있는, 피해가 가장 적을 것이라 생각하고 갔다는 거죠? (중략)
박선호 안에서 부장님의 총소리가 한 방 나자, 전부 의아해서 서로 쳐다보고 있는데, 보고 있으면서 두 사람이 다 권총으로 손이 갑디다. 그래서 그들이 빼기 전에 제가 먼저 뽑았습니다. 두 번째 나기 직전에 내가 먼저 뽑았습니다. 뽑으면서 “꼼짝 마라. 움직이면 쏜다”고 했는데, 이 사람들이 묵묵하게 가만히 있어요. 그래서 보니까, 정 처장은 이미 모든 걸 포기한 상태였고 얼굴색까지 확 변했습니다. 그때 “우리는 같이 살자”고 얘기하니까 잠시 주춤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시간이 흘렀고 그때 이미 안에서는 총 두 방 다 끝났을 때고, 이 사람들이 둘이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이럴 수가 있느냐’는 식으로…. 제가 볼 때는 안에 일이 났으면 자기네
는 살아도 안 된다는 각오 같았습니다. 그래서 부처장이 속사기 때문에, 먼저 쓱 뽑아서 저를 겨누기 직전에 제가 먼저 발사했습니다.
-440~441쪽, ‘6장 중앙정보부 의전과장과 경호관의 권총 대결’ 중에서

이기주 거기서 조사받을 때 영창이 여섯 개씩이나 있었는데, 방 안에서 받는 데 다 들렸습니다. 담당 수사관하고 얘기하는 게. 서로 다 알죠, 듣고 있다는 걸. 김태원이 자기가 얘기한 대로 하라고 얘기하길래 우리 담당 수사관에게 김태원이 자꾸 그렇게 말하면 내가 인정해버리겠다고 그렇게 얘기했다고 했습니다.
변호사 그게 무슨 뜻인가요?
이기주 우리 수사관이요 김태원이 너하고 그런 대화를 나눴다고 하는데 사실이냐고 자꾸 그래서 그렇게 여러 가지 대화 나눈 적도 없고 그냥 과장님 지시한 것 얘기해주고 그냥 들어갔다고 했는데… 김태원은 그러는데 너는 왜 안 그러냐고 그러길래, 김태원이 정 그러면 내가 인정하겠다고 그랬습니다. 그랬더니 그렇게 하면 안 되고 내가 했다고 그러라는 겁니다.
변호사 뭐를 했다고 그러라는 건가요?
이기주 김태원이 얘기한 대로 내가 얘기했다고 그러라는 겁니다.
법무사 피고인, 그게 검찰에서 얘긴가요, 헌병대에서인가요.
이기주 수사과, 보안사 수사실에서입니다. 정 김태원이 우기면 내가 인정하겠다고 했어요.
-552~553쪽 ‘8장 기타 반주 속의 총성’ 중에서

검찰관 죽은 사람을 수술만 잘하면 살릴 수 있나요, 그런 명의가 있는가요?
김계원 각하께서 총탄에 맞으셨기 때문에, 그때는 각하가 돌아가신 줄 몰랐습니다. 총탄을 맞아서 외과수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수술을 빨리해야 한다고 했던 겁니다.
검찰관 이미 5분 전에 절명하셨다는 말을 들은 후, 살려봐달라고 했죠?
김계원 그건 그 전 얘기입니다. (중략)
검찰관 전 국무총리에게 김재규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하지 않은 이유는, 변호인 신문 중에서, 육본 총장실에서 혁명 운운할 때까지는 의도적 사살로 보지 않아서 사실만 보고했다고 했는데, 그직전에, “어떻게 각하까지 그렇게 했어?”라는 얘기는 어떻게 된 것입니까? 그건 이미 알고 있는 얘기 아닙니까?
김계원 김재규를 만나서 그렇게 물은 것은 김재규 자신이 각하가 돌아가신 것을 모르고 있는 줄 알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각하를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총리께도 차지철과 김재규가 싸우는데 김재규가 쏜 총에 각하가 맞아서 돌아가셨다고 보고드렸는데, 허위보고 아닙니다.
-605~606쪽, ‘8장 기타 반주 속의 총성’ 중에서

김재규 저는 10·26 혁명이 없었다면 이 나라에는 지금 현재까지도 자유민주주의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천하의 공지사실입니다. 10·26 혁명이 있었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는 완전히 회복될 것이 보장되어 있어요. 이것은 최 대통령께서 권한대행 때 국민 앞에 공약했습니다. 국회에서는 긴급조치 9호가 해제되었고요. 이런 일련의 행위가 10·26 혁명 없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를 생각할 때, 혁명의 목적은 완전히 달성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저는 죽어도 아무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죽어도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자유민주주의를 회복시키기 위한 투사로서, 영웅으로서 저는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혁명과업을 마지막까지 수행하지 못하고… 하고 말았기 때문에 앞으로 해야 할 혁명과업이 많습니다. 이 문제를 성공적으로 치러주시고 이 혁명이 악순환의 요인이 되고 혼란의 요인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제 지금 기분이 전쟁에서는 승리를 한 장군이 우연한 기회에 적에게 포로가 된 기분입니다. 저는 혁명을 완성해 놓고 심판을 받고 있습니다.
-660쪽, ‘9장 승리했으나 포로가 된 장군’ 중에서

이 변호사 각하가 총에 맞았을 때 비명소리가 있었나요?
정혜선 숨소리가 좀 거치셨습니다.
이 변호사 증인은 그날 김 실장님을 처음 보았고 조명도 흐렸지요?
정혜선 조명은 말하기 곤란합니다.
안 변호사 조명이 어두웠나요, 밝았나요?
정혜선 조명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조명에 대한 질문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은 실내가 밝지 않았음을 반증한다. 시중의 룸살롱처럼 어두컴컴한 조명 아래 권력자 그리고 술과 여자가 함께 있었다. 이어 가수 손양이 증인석에 앉았다.)
검찰관 그날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대통령의 이야기 소리가 들리던가요?
손금자 조금 높은 소리가 들렸습니다.
검찰관 만찬석에 들어간 뒤 대통령 각하께서 총에 맞을 때까지 생각나는 대로 얘기해보세요.
손금자 처음 들어가니 각하께서 차 실장에게 “TV에서 삽교천 행사를 방영하지 않느냐?”라고 물었고 차 실장은 “시간이 되면 제가 켜드리겠습니다” 하면서 시계를 봤습니다. 이때 저도 시계를 봤는데 7시 10분 전쯤이었어요. 삽교천에 대한 말씀이 계속됐고 심부름하는 사람이 들어와 김 부장의 귀에 대고 “과장님이 뵙자는데요” 하자 바로 나갔습니다. 그 후에 나갔던 김 부장이 언제 들어왔는지 곧 총소리가 났어요.
-716쪽, ‘10장 대통령의 죽음을 둘러싼 증언’ 중에서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10·26은 5천 년 역사의 이 나라에서 ‘충성의 전근대적 개념’을 붕괴시킨 사건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10·26이라는 사건을 기점으로 ‘충성’의 개념은 ‘국민과 국가,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한 희생’으로 그 의미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즉 10·26은 국민주권에 대한 인식의 수준을 달리하도록 만든 상징적 사건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10·26은 바로 이런 면에서도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유족들은 생각합니다.
저희 유족은 이번 재심을 계기로 10·26이 다시 한번 대한민국 국민의 기억 속에 소환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 재심의 과정에서 10·26과 김재규라는 인물에 대한 역사적 논의의 수준이 진화하고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해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깊이 생각하고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850쪽, ‘부록: 김재규 형사 재심 청구에 관한 유족 입장문’ 중에서

박정희 살해 사건
10ㆍ26은 국민의 희생을 막은 정당방위다!

10·26 거사가 일어난 지 올해로 45주년을 맞았다. 김재규가 쏜 두 발의 총탄은 강고하던 유신을 한순간에 사라지게 만들었다. 세계 역사상 희귀한 사건인 10·26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과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10·26의 주역인 김재규의 군사재판 진술을 총정리해서 정제해낸 박정희 살해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유신독재에 대한 미국의 비판과 그것에 반발해 반미 노선을 감행하려는 박정희를 보며 김재규는 국가적 위기에 대한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미국은 유신체제를 고쳐 민주헌정으로 복원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압박했다. 김재규는 군사법정 진술에서 “그렇게 되면 한국은 태평양상의 일엽편주에 불과하며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한다”고 토로했다.
둘째, 1979년 10월 중순 폭발한 부산·마산 시민항쟁이 단순한 재야 민주화 운동권이나 대학생 단체의 행동을 넘어서 전국적으로 독재 반대의 민심이 발화점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정희는 “서울에서 사태가 발생하면 발포 명령을 내가 직접 내리겠다. 대통령인 내가 직접 명령하는데 누가 막겠느냐”고 했다. 김재규는 이런 말들을 들으면서 이대로 가면 조만간 숱한 국민이 희생당할 것이 불을 보듯 빤하다고 보았다.
셋째 원인은 대통령 박정희의 사생활 문제였다. 박정희는 궁정동에 사실상 비밀 요정인 안가를 두고 여기서 사흘에 한 번꼴로 외부에서 여자를 불러들여 술자리를 가졌다. 아무도 견제할 수 없었던 1인 독재 유신체제의 절대권력자는 그렇게 주색에 빠져들었다. 마음은 권력에 취하고 몸은 술과 여자에 취한 유신 이후의 박정희는 판단력 마비로 인한 국가 위기감을 불러왔다. 김재규는 박정희가 주색에 빠져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은 것으로 우려했다.
이러한 내용이 당시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피고인 김재규》는 우리가 궁금해했던 10·26 거사의 본질에 대해 가장 실증적인 해답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는 10·26 군사재판의 1심 공판 10개 회와 2심 공판 4개 회의의 전 과정이 담겨 있다.
김재홍 저자는 80년 신군부의 언론검열에 맞서 싸운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으로 1987년 6·10 시민항쟁 덕택에 〈동아일보〉에 복직해 정치 군벌 하나회를 파헤친 특집 등으로 관훈언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자는 〈동아일보〉 기자 시절 계엄사 군법회의 관계관 출신인 한 ‘의인’으로부터 10·26 비공개 군사재판 내용이 담긴 녹음테이프를 입수했고, 이것을 정리해서 1993~1994년 기획 시리즈 ‘군 ‐ 어제와 오늘’을 취재 집필했다. 이후 시리즈를 묶어서 1994년 2권의 책으로 펴냈다. 《피고인 김재규》는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오늘의 관점에서 10·26을 재조명하기 위해 새롭게 재출간하는 책이다.
기존의 2권을 한 권으로 묶어 현대적인 감각에 맞춰 편집과 디자인을 새롭게 했고, 내용적으로는 현 시점에서의 새로운 서문은 물론 2020년 유족들의 재심신청 입장문과 변호인단의 재심신청 이유서를 함께 실었다. 또한 김재규의 최후진술을 들을 수 있도록 해당 본문에 QR 코드를 수록했다. 녹음테이프를 디지털 파일로 변환하고 자료 사진과 자막을 입힌 유튜브 영상을 통해 독자들은 45년 전 법정에서 진술한 김재규의 생생한 육성을 들을 수 있다.
김재규는 다수 국민의 희생을 막기 위해 각하 한 사람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정당방위론과 내란 목적 살인이라는 대척적 견해 사이에서 김재규의 재심은 진행될 것이다. 이는 박정희 평가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역사 재판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재홍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하버드대학교 니만펠로우 언론연구과정을 수료했다. 1971년 10월 15일 박정희 정권이 전국 대학가에 위수령을 발동할 당시 서울대 문리대 대의원회 의장으로 학생총회 성토대회의 단골 사회자와 지하신문 '의단'(議壇)의 발행인 활동을 해오다가 캠퍼스에서 불법 체포됐다. 경찰과 중앙정보부에서 모진 고문을 받은 뒤 군에 강제 입영됐다.
동아일보 기자로 일하던 1980년 4월 17일 동아일보 기자 일동의 이름으로 발표한 '자유언론 선언문'을 작성했으며 5·18 광주 민주항쟁을 보도하기 위해 당시 보안사의 기사 검열에 대한 거부 등 언론자유 투쟁을 벌이다 강제 해직당했다. 현재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8년의 해직 기간(1980.8.~1988.2.) 동안 서울대에서 정치학 강사와 대학신문사 편집국장으로 일했다. 1987년 6·10 시민항쟁 덕택으로 동아일보에 복직해 정치부 차장과 논설위원을 지냈다. 통일부, 외교부, 국회, 정당, 국방부와 군의 출입기자로 일하면서 '정치 군벌 하나회'를 파헤쳐 1993년 1월 관훈언론상을 수상했다.
경기대 교수 및 정치전문대학원장, 한양대 특훈교수, 서울디지털대학교 총장, 한국정치학회 상임이사, 한국정치평론학회 초대회장과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제17대 국
회의원(문체위 간사 겸 법안심사소위원장), 국회 정치커뮤니케이션연구회 회장,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및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하면서 ESG실
천국민연대 상임의장, 유신청산민주연대 상임대표를 맡고 있으며 〈헤럴드경제〉에 '김재홍 칼럼'을 고정 집필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한국정당과 정치지도자론》, 《한국정치와 현대정치사상》, 《군부와 권력》, 《군1: 정치장교와 폭탄주》, 《군2: 핵 개발극비작전》, 《박정희의 후예들》, 《박정희 유전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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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고인 김재규
    10・26 비공개 재판 통합 증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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