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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파리의 작은 미술관

아주 특별하고 멋진 파리 탐방기
신정아 지음
휴인

2024년 11월 22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1월 0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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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7199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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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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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파리의 작은 미술관」은 작지만 꼭 가 볼 만한 파리의 골목 골목 숨겨진 미술관을 소개하며, 그 미술관 속의 작품과 작가의 이야기 등,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아낸 책이다.
파리의 미술관 하면 흔히 루브르나 오르세와 같은 유명한 대형 미술관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우리는 이렇게 거대한 미술관이 아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놓치면 너무도 아쉬울 미술관 8곳을 찾아가려고 한다. 인기 있는 카페 앞을 지나가고, 때로는 골목 사이에 숨겨진 미술관을 발견하는 여정을 따라가는 동시에 단순히 예술가나 미술 작품의 설명을 넘어 오랫동안 프랑스의 예술을 사랑한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도 있다. 또한 미술관에 걸린 작품들의 가치에 더해, 그 작품을 ‘만들고’ ‘수집하고’ ‘전시했던’ 사람들의 삶과 열정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한 가지 더 눈여겨볼 부분은 바로 여성 화가의 이야기이다. 남성이 주류를 차지했던 과거 프랑스의 예술계에서, 주눅들지 않고 또렷이 자신의 자취를 남긴 여성 화가들에 집중하고 있는 저자의 시선을 따라간다. 페르낭드 올리비에에게서 피카소의 뮤즈라는 수식어를 벗겨내고, 당사자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만들어진 라이벌 구도에서 엘리자멧 비제 르 븨룅과 아델리아드 라비유기아르를 꺼내보자.
그리고 어디서도 듣지 못했던 파리의 화가와 수집가의 흥미로운 이야기는 『내가 사랑한 파리의 작은 미술관』의 가장 큰 매력이다. 마네를 사랑했으나 그의 동생과 결혼할 수 밖에 없었던 베르트 모리조, 아들 모리스의 친구와 결혼해버린 쉬잔 발라동 등 작품에 얽힌 인물들의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알아보는 재미를 담뿍 느껴보기를 고대한다.
지은이의 말 5

PART 1 수집가의 집
01 오랑주리 미술관
튈르리 정원과 위대한 세기의 정원 조경사 르 노트르 20
왕실의 오렌지 정원에서 미술관으로 24
도메니카의 세 남자, ‘장 발터와 폴 기욤 컬렉션’ 기증의 뒷이야기 27
수집가가 사랑한 화가 모딜리아니 31
앙드레 드랭의 전시실에서 35
르누아르와 아들 39
마리 로랑생과 여인의 초상 44
피카소의 초기작 49
파리의 표현주의 화가 샤임 수틴 52
모네의 수련 대작 57
미술관 내 카페에서의 짧은 휴식 61

02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
미술관 가는 길의 풍경 68
같으면서도 다른, 마르모탕 부자의 이야기 70
마르모탕 미술관에서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으로, 컬렉션 변천사 74
특별 전시실에서 77
인상주의 시작, 모네의 〈인상, 해돋이〉 82
근대를 그리는 화가 86
수련에 취하다 92
나폴레옹 시대 가구와 인상주의 회화의 조화, 다이닝룸 95
마네의 제비꽃 여인, 베르트 모리조 99
소소하지만 따스한 일상의 풍경들 104
별책부록의 즐거움 109

03 니심 드 카몽도 미술관
대 大 부르주아 수집가의 꿈 118
프랑스 18세기 장식예술 컬렉션Ⅰ 124
프랑스 18세기 장식예술 컬렉션Ⅱ 131
몽소가 저택의 연례 만찬 137
우아하지만 편리하게, 가족의 생활 공간 143
부엌과 하인들의 전용 공간 148
삶 앞에서의 겸손을 배우다 152

04 자크마르 앙드레 미술관
프랑스 건축가 앙리 파랑의 야심작 159
수집, 부부가 공유한 열정 163
손님맞이와 성대한 연회를 위한 응접실 170
유리 정원과 계단 178
이탈리아 미술관 181
부부의 사적 공간 186
아주 특별한 특별 전시 191

PART 2 화가의 집
05 들라크루아 미술관
유명 카페의 이름값 200
퓌르스탕베르 광장의 추억 203
외젠 들라크루아, 그는 누구인가? 206
들라크루아의 대작은 루브르에서 210
화가의 집에서 미술관으로 215
아프리카의 추억 216
셰익스피어 애호가 218
화가의 아틀리에 219
아틀리에의 그림들 221
비밀의 정원 228
생 쉴피스 성당 ‘천사들의 예배당’ 벽화 229

06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
파리 안의 아테네, ‘누벨 아텐’ 246
모로의 집, 미술관이 되다 251
1층 전시실에서 만난 〈나르시스〉 254
짧지만 강렬했던 우정의 상대, 샤셰리오와 드가 259
“가장 좋은, 유일한 친구” 알렉상드린 뒤뢰 264
은둔자 모로의 인간적 면모 266
모로와 상징주의 269
인간의 편에 섰던 신 〈프로메테우스〉 272
모로가 그린 살로메 276
말년의 대작 〈제우스와 세멜레〉 284
페넬로페의 〈구혼자들〉 288
제우스가 사랑한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 292
그림으로 배우는 학교 294

07 낭만적 삶의 미술관
누벨 아텐의 사랑방, 아리 셰퍼의 아틀리에 303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사이에서 308
미술관 변천의 역사 311
저택의 귀빈, 조르주 상드 313
조르주 상드의 삶과 사랑 321
에르네스트 르낭, 셰퍼가의 일원이 되다 330
오를레앙가의 사람들 332
19세기 오페라 무대를 점령한 두 자매 이야기 335
낭만의 끝에서 현실을 만나다 344

08 몽마르트르 미술관
몽마르트르 가는 길 353
르누아르의 정원과 그네 355
몽마르트르 역사 따라잡기 361
몽마르트르 최초의 카바레 르 샤 누아르 366
르 샤 누아르의 예술가들 369
카페 라브뢰부아르의 아연 카운터 373
몽마르트르의 화가들 376
특별 전시 작가의 자격 382
쉬잔 발라동을 추억하며 387
생 뱅상 묘지에서 모리스 위트릴로를 생각하다 398

참고문헌 404

03 니심 드 카몽도 미술관 | 프랑스 18세기 장식 예술 컬렉션 Ⅰ 中
p. 130
전에도 늘 서로 비교 대상이 되곤 했던 두 화가는 아카데미 입회 사건 이후로 원했든 아니든, 의도했든 아니든 공공연한 라이벌이 되었다. 사람들은 두 사람의 작품 자체를 평가하기보다 라이벌 관계라는 프레임 안에서 두 여성 화가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데만 열을 올렸다. 만일 당대인들이 여성에 대한 편견이나 정치판의 싸움 논리 따위에 휘둘리지 않고 두 사람을 있는 그대로 그림 실력만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또 이 두 사람이 남들이 만들어 놓은 경쟁 구도에 빠져 기력을 소진하는 대신, 보기 드문 여성 화가로서 애환을 나누며 서로 연대하고 동지애를 쌓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만일 그랬다면 18세기 프랑스 왕실에서 활동했던 탁월한 두 여성 화가와 관련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많은, 그리고 더 생산적인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전해져 내려오지 않았을까? 아쉬움과 더불어 오늘을 사는 여성으로서 나를 돌아보게 된다.

05 들라크루아 미술관| 생 쉘피스 성당 ‘선사들의 예배당’ 벽화 中
p. 232
그때 누군가 야곱에게 다짜고짜 결투를 신청해 오는 것이 아닌가. 야곱은 싸움을 걸어오는 자가 형과 외삼촌의 첩자가 아니라 천사임을 깨닫고 그 천사, 즉 하느님에게 매달린다. “나를 축복하여 주소서,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갈 수 없나이다.”라고 하면서. 극한 위기의 상황에서 하느님의 도움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음을 깨달은 야곱은 새벽이 지나도록 천사-신에게 간청하고 애원했다. 이에 지칠 대로 지친 천사가 야곱의 넓적다리뼈를 쳐서 탈골시킨 후 그를 주저앉히고 그의 이름을 이스라엘로 고쳐 부를 것을 명하니, 이 말은 곧 “하느님과 싸워서 이겼다.”라는 뜻이다.

p. 240
새해 첫날부터 동이 트자마자 지치고 병든 노구를 이끌고 성당 벽화 작업장으로 향하던 노년의 들라크루아. 그가 남긴 짧은 일기에서 우리는 예술 작품을 창작해 내는 고통스러운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에 좌절하기도 하지만 지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불굴의 예술가, 뼈를 깎는 고통에도 예술 창작 자체로 위로받고 힘을 얻는 타고난 예술가 들라크루아의 위대한 예술혼을 본다.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하는 벽화를 마음에 담고 성당 문을 나선다. 그리고 잠시 생각한다. 들라크루아가 생 쉴피스 예배당 벽화 작업을 통해 어쩌면 외롭고 고단했을 노년의 삶을 고귀한 용도로 바꾸었듯이, 우리 모두에게도 지리멸렬한 일상의 삶을 빛나게 해 줄 어떤 계기가 찾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08 몽마르트르 미술관 中
p. 352
이들이 살아 숨 쉬던 공간이 1960년 미술관으로 변모했다. 앞서 언급된 화가들의 목록을 생각하고 화려한 회화 컬렉션을 기대한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이곳은 매번 주제를 달리해 열리는 기획 전시를 제외하면 미술관치고 화가들의 그림을 많이 소장한 편이 아니다. 물론 미술관 전시의 한 축인 몽마르트르에 관한 자료라면 그 양이나 다양성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미술 작품에 한정해서 본다면 오랑주리 미술관이나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처럼 관람객의 눈길을 확 잡아당길 만한 유명한 소장품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곳엔 컬렉션의 양과 질로만 평가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 공간 자체에서 뿜어 나오는 신비한 아우라라고 할까. 현재 몽마르트르 미술관에는 제일 마지막까지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던 화가 쉬잔 발라동과 모리스 위트릴로가 생활하던 공간과 작업실이 예전 모습에 가깝게 복원되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매번 그 안으로 들어설 때마다 정확히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파도가 내 안에서 퍼져 나간다. 현재의 내가 과거의 예술가들과 잠시나마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 우디 앨런(Woody Allen)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처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는 없겠지만 하나의 공간을 매개로 과거를 살았던 그들과 현재를 사는 우리의 시간이 교차하는 찰나를 경험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미술관이 내세우는 “확실히 파리에서 가장 매력적인 미술관”이라는 문구가 과장은 아닌 것 같다. 이곳을 찾는 당신의 마음속에도 그 경이로운 찰나의 순간이 도달하기를.

08 몽마르트르 미술관 | 쉬잔 발라동을 추억하며 中
p. 387
특별 전시가 열리는 공간을 나와 계단을 오르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작은 아파트에 들어서게 된다. 거울과 꽃병이 있고, 여기저기 그림과 사진이 걸린 아담한 공간이다. 그림들은 복제품이지만 흑백 사진 속 주인공을 통해 여기가 쉬잔 발라동의 사적 공간을 재현해 놓은 곳임을 알 수 있다. 이쯤에서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기구한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면서 당당히 동료 화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화가로 우뚝 선 쉬잔 발라동이라는 여인의 삶에 대해 조금 더 상세히 이야기해 보기로 하자.
쉬잔 발라동의 어릴 적 이름은 쉬잔이 아니었다. ‘마리아’라고 불리던 마리 클레망틴은 1865년 가난한 세탁부의 사생아로 태어났다. 딸 둘을 데리고 파리 몽마르트르 뒷골목에 정착한 그녀의 어머니 마들렌은 입에 풀칠할 돈을 버느라 어린 딸들을 보살필 여력이 없었다. 열 살도 안 된 어린 나이에 몽마르트르의 거리에서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가족의 생계에 손을 보태던 마리 클레망틴은 열네 살 때 서커스단에 입단해 곡예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화려한 성공을 꿈꾸게 했던 서커스단 생활은 서커스 공연 중 공중그네를 타다 추락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사고 후 더는 서커스를 할 수 없었던 마리 클레망틴은 생계를 위한 자구책으로 화가의 모델이 되기로 한다. 서커스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면 대신 그림 속 주인공이라도 되고 싶었던 걸까.

작가정보

저자(글) 신정아

한국외국어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3대학에서 「17-18세기 장 라신과 그 작품 수용에 관한 사회시학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파리 고등통번역학교(ESIT) 번역학부 한불과를 졸업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귀국 후 2004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외대 프랑스학과에서 〈프랑스 예술입문〉 강의를 개설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서울시민대학에서 〈역사와 예술을 만나는 파리 미술관 탐방〉이라는 제목의 강의를 통해 10주간 수강생들을 만났다. 문학과 예술을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주된 관심을 사람과 역사에 두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바로크」, 「노랑신호등」(공저)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페드르와 이폴리트」, 「신앙과 지식, 세기와 용서」(공역), 「수전노 외」, 「최후의 인간」(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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