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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무한

채사장 지음
웨일북(whalebooks)

2025년 01월 08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2월 2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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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3.68MB)
ISBN 9791192097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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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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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앎을 삶에 뿌리내리게 하는 가장 최후의 교양
이 책은 진정한 행복, 진정한 삶의 이해로 나아가게 한다!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베스트셀러에서 내려온 적이 없는 우리 시대 교양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으로 대표적인 인문학 작가로 자리매김한 채사장이 5년 만에 다시 시리즈의 신작으로 돌아왔다. 작가는 전작 1, 2권에 이어 3권이 아니라 0권 〈제로〉 편을 출간하며 전례 없는 시리즈 구성을 보임과 동시에, 0이라는 숫자로 인류의 방대한 지성사를 연결하며 깊은 지식까지 아울렀다. 그리고 이제 5년 만의 신작 ∞권 〈무한〉 편은 깊은 지식으로 잠영했다 삶으로 돌아오게 하는 ‘실천’의 영역을 다루며, 10년간 인문 분야에 큰 반향을 일으킨 시리즈의 정점을 찍는다.
그 어떤 시대보다도 수많은 지식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왜 알면 알수록 채워지지 않을까? 작가는 이 문제에 오랜 시간 천착한 끝에, 지식이 삶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이유가 실천하지 못해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서 실천이란 바로 나와 세계의 실체를 알고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코페르니쿠스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간 지식의 모든 분야를 종횡무진하며 자신만의 연결고리로 인문학의 대축적지도를 그려낸 작가는 어느덧 지식과 지혜를 넘어 삶이라는 영원한 숙제를 풀어내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지식이 무엇인지 강렬하게 깨달음으로써 요원할 것만 같던 좋은 사람이 되는 법,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법, 고요하고 평온하게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10년간 베스트셀러 작가 채사장 《지대넓얕》에 마침표를 찍다
시리즈를 완결하는 거대한 정점, 이번엔 ∞(무한)이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절반의 영역을 다루다
인류가 좀처럼 다루지 않는 ‘지식의 실천’이란 무엇인가?
이제껏 다루어지지 못한 앎에 대한 과감한 도전, 역사적 서술

지난 10년간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명실공히 인문 교양 분야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 하나의 대명사가 된 ‘지대넓얕’ 시리즈는 어렵고 방대한 인문학 분야에 큰 지도를 그려주었다. 그러나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식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지식이 적체된 시대, 지도마저도 하나의 정보처럼 피로해지는 이런 시대에 책은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왜 인간은 지식을 채워도 행복해지지 않는 걸까? 작가 채사장은 우리가 그것을 소화하지 못해서임을 깨달았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어서임을. 그렇게 작가는 새로운 질문을 품었다. 과연 어떤 앎이 인간을 도울 수 있을까?
10년 만에 완결하는 이번 책 〈무한〉 편에서 작가는 오랜 탐구 끝에 길어 올린 해답을 내놓는다. 바로 인류가 좀처럼 다루지 못하는 거대한 절반의 영역, ‘실천’에 대한 것이다. 실천은 머리가 아니라 몸, 사유가 아니라 행동이다. 지식을 체험하는 것이다. 삶에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다. 《지대넓얕》 시리즈의 1, 2권과 0권이 지식에 대해 다루었다면, ∞권은 나머지 절반의 영역인 실천에 대해 다룬다. 실천은 나와 세계의 실체를 알기 위해서 내면으로 나아가는 것이며, 나를 기준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를 완전히 뒤바꾸는 것이다. 그것은 모든 것을 다르게 보이게 한다는 점에서 가히 코페르니쿠스적이다.

지식의 끝에서, 구부러져 되돌아온다는 것
어떻게 하면 지식을 끌어안고 삶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나와 세계의 실체를 알기 위한 7단계, 진정한 자기계발의 과정

그렇다면 나와 세계의 실체를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작가 채사장은 이에 대한 답으로 나아가기 위해 일곱 가지 단계를 제시한다. 그것은 발심, 정비, 정진, 견성, 출세, 조망, 전진이다. 이 단계는 현실로부터 멀어지며 깊은 심연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현실로 나오는 구조로 되어 있다. 먼저 마음을 내어 세계를 의심하고, 내 주변의 세계를 정비하며, 매력과 혐오라는 심리적 기제를 이해함으로써 내면을 정리한다. 그러면 이 책의 핵심인, 내면의 가장 깊은 곳까지 다다라 새로운 지식을 체험하게 된다. 작가는 우리가 한 번도 가닿지 못했던 세계를 펼쳐낸다. 그가 인간을 나누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면, 바로 이 견성의 단계를 이해한 자와 이해하지 못한 자일 것이다. 이곳에서 나와 세계의 실체가 비로소 드러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실체를 이해하면 그때부터는 삶이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제 작가는 바닥을 차고 삶으로 서서히 올라온다. 세상으로 나와 세상과 적절한 거리를 두며 살아갈 수 있도록, 넓어진 시야로 삶을 조망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마지막으로는 좋은 사람이 되는 법에 대한 작가만의 깊은 해석을 풀어낸다. 이러한 과정에서 독자는 책이 어떻게 나를 달라지게 함으로써 진정한 자기계발이 되는지 절감할 수 있다.
독자는 일곱 단계를 통해 한계가 없는 앎으로까지 나아간다. 그리고 그 끝에서 구부러져, 전과는 다른 시선을 지닌 채 다시 삶으로 되돌아온다. 지식은 삶에 뿌리내려야 비로소 그 의미를 가지며, 삶에 뿌리내린 지식은 지혜가 되어 다시 새로운 지식의 토대가 되는 무한한 이어짐. 이것이 무한의 의미다. 《지대넓얕》 시리즈는 0에서 출발하여 ∞으로 돌아오는 기나긴 과정을 통해 인류가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지식과 실천의 두 가지 축을 세워줄 것이다.


인문학 대축적지도로 새로운 신화 쓴 작가 채사장,
10년간의 지적 대장정
사자, 코끼리, 혹등고래와 함께 여행한 《지대넓얕》 시리즈의 의미

2014년 12월 혜성같이 등장한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그리고 작가 채사장은 인문학 분야를 뒤흔들어놓았다. 현실 세계와 현실 너머를 이원론의 틀로 연결하는 독보적인 전개는 독자들의 감탄을 자아냈고 무수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세렝게티의 사자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을까? 1권과 2권의 시작에서 작가는 진정한 대화란 무엇인지 우리에게 질문한다. 그리고 지적 대화를 위해서 필요한 건 언어가 아니라 공통분모이며, 그 공통분모가 바로 인문학이라고 답한다. 이어서 작가는 “인문학은 단적으로 말해서 ‘넓고 얕은 지식’을 의미한다”고 선언한다. 그동안 인문학에 씌워져 있던 무게의 굴레를 벗겨내는 이 과감한 선언이야말로 《지대넓얕》 시리즈의 신화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5년 후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은 3권이 아니라 0권으로 출간되면서 전례 없는 시리즈 구성을 선보였다. 이원론의 세계 이전 일원론의 시대를 하나의 틀로 꿰뚫는 이 〈제로〉 편을 통해 작가는 더 깊은 지식까지 나아가며 경계를 확장했다.
여기서 작가는 또 한 번 질문을 던진다. 코끼리의 영혼을 파괴하는 파잔 의식을 보라, 당신은 매 맞는 코끼리인가, 아니면 몽둥이를 든 자인가? 이 아픈 물음을 통해 그는 우리가 오래된 고전을 만나야만 하는 이유로 “위대한 스승을 만나기 위해”라는 해답을 제시한다. 이 스승들이 전하는 거대 사상으로 지식 이전의 선(先)지식을 선취하라는 것. 〈제로〉 편은 《지대넓얕》 시리즈가 모든 지식을 아우를 수 있는 방점이 되게 했다.

2024년 12월, 작가는 이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의 네 번째 책으로 ‘∞’이라는 편제를 선택해 또 다른 행보를 시작한다. 〈무한〉 편은 지식의 영역 외에 우리 시대가 다루지 못하는 절반의 영역, ‘실천’을 말함으로써 지식과 실천이라는 두 개의 축을 완성해낸다.
마지막 질문은 이것이다. 혹등고래가 사는 깊고 어두운 심해, 그들의 이야기를 알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방법은 “혹등고래가 되는 것뿐”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답에 아연해질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우리를 깊고 어두운 심연으로 데려가, 우리가 지금껏 보지 못했던 놀라운 세계를 펼쳐준다. 그곳에서 우리는 혹등고래도 되고 돌멩이도 되고 신도 된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종국에는 다시 내가 된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문제, 바로 내면의 세계를 이해하게 함으로써, 〈무한〉 편은 우리가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뒤바꾸어놓는다.

작가 채사장은 기실 〈무한〉 편이 말하는 내면의 세계를 말하기 위해 멀고
프롤로그

1. 발심 - 세상을 의심하다
2. 정비 - 주변을 정리하다
3. 정진 - 내면의 길로 들어서다
4. 견성 - 길의 끝에 있는 것
5. 출세 - 세상으로 나아가다
6. 조망 - 시작과 끝, 생과 사를 보다
7. 전진 - 계속 걸어가다

에필로그

저자의 말 -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혹등고래가 자신의 하얀 배를 뒤집고 지느러미를 흔드는 것은 다이버에게 보내는 신호다. 너는 너무 작아. 이 아래는 위험해. 그게 그런 의미인지 도대체 어떻게 알았느냐고 의심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신호를 무시하고 더 깊이 내려갔던 다이버들이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우리를 귀여운 무엇인가로 생각하는 듯한 이 아름답고 거대한 녀석의 생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길이가 건물 4층 높이에 이르고 몸무게가 보잉737기에 육박한다는 외형적인 특징 외에는 어떤 생활을 하는지, 어떤 여행을 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혹등고래의 수신호가 말해주는 것처럼 그가 활동하는 바다는 우리에게 너무나 깊은 것이다.

상상해본다. 희뿌연 빛 몇 줄기만이 간신히 닿는 깊고 검푸른 심해. 신비한 노래로 서로의 거리를 확인하면서 혹등고래들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그곳에는 무엇이 있고 어떤 이야기가 숨겨진 것일까? 인간의 몸을 걸친 이번 생에 나는 결코 그것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숨 막히는 어둠과 심해의 압력을 이겨낼 수 없을 테니까. 그것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혹등고래가 되는 것뿐이다.
오래된 소문이 있다. 자기 내면의 바다로 뛰어든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 아무도 돌아오지 못한 심연까지 내려가 그 누구도 이르지 못한 그 끝에 닿고 돌아왔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다. 나는 수많은 고전에서 이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이 그곳에서 가지고 돌아온 것을 사람들은 깨달음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들이 가지고 돌아온 것을 자기 눈으로 확인했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들의 마음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말했다. 당신도 그것을 볼 수 있다. 숨 막히는 어둠과 심연의 압력을 당신은 이겨 낼 수 있다. 그 방법은 당신이 혹등고래가 되는 것이다.

(중략)

현대인은 지식의 광야에 던져졌다. 그곳은 거리를 가늠할 수 없는 아득히 먼 지평선만이 끝없이 나를 둘러싼 광활한 공간이다. 길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시리즈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현대인이 지식의 광야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지도를 제시하는 일이었다. 다양한 학문 분야 간의 연결고리를 거대하게 그려낸 이 대축적지도는 현대인이 지식과 지식을 이어가며 길을 헤매지 않도록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면에서 지도 역시 또 다른 지식이었던 까닭이다. 광야가 가물듯 길도 메말랐고, 끝없이 이어지는 길 위에서 우리는 지쳐갔다. 이제야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쏟아지는 지식이 아니었다. 지친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앉아 그것을 소화할 여유. 우리에게는 그것이 부족했던 것이다.
실천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천은 광활한 지식의 대지 저변을 흐르는 지하수와 같다. 실천이 없는 지식은 메마를 수밖에 없고 그 땅에는 비쩍 마른 잡초만이 앙상한 머리를 내밀 뿐이다. 실천의 과정을 통해 지식이 소화되어 지혜가 될 때, 지혜는 땅 위를 적시고 대지는 그제야 꽃을 피워낼 수 있다.
이 책의 목표는 뚜렷하다. 지식의 포화 시대에 그것을 소화할 나머지 절반의 영역으로서의 실천을 제안하는 것. 이것이 이 책이 세상에 나온 이유다.
_〈프롤로그〉 중



가끔은 궁금하다. 우리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나는 혼란스럽고 주저앉고 싶은데, 어떻게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자신이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처럼 바쁘게 걸음을 옮길 수가 있는 걸까?
모두가 삶에 중독되어 있기 때문이다. 환상에 빠진 자가 현실을 보지 못하듯, 현실에 빠진 자는 의문을 품지 않는다. -〈발심〉 중

유물론과 과학이 정신적인 요소를 완벽히 배제함으로써 얻은 것은 무모순성이다. 모든 신념이 제한적인 영역에서만 언제나 무모순적일 수 있듯, 경험의 의미를 제한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유물론과 과학은 물질의 울타리 안에서 완벽히 무모순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은 대중으로 하여금 유물론과 과학이 하나의 이념이 아니라 세계 전체를 설명하는 객관적인 진리라고 상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실상은 세계를 축소했다고 할 수 있다. 무모순성의 영광은 정신과 관련된 모든 가치를 세상 밖으로 쫓아냄으로써 얻게 된 반쪽짜리 승리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얻게 된 승리는 오늘날의 학계와 대중의 유물론 편향 패러다임으로 작동하고 있다. -〈발심〉 중

예를 들어 당신이 완벽하게 외부와 차단된 철제 박스에 갇혀 있다고 해보자. 당신이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키보드와 모니터다. 당신이 쓰는 말은 철제 박스 외부에 붙은 모니터에 표시된다. 박스 밖에는 하나의 키보드가 더 있어서 지나가는 아무나와 채팅을 할 수 있다. 당신은 당신이 채팅 프로그램이 아니라 박스 안에 갇힌 의식적 존재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아무리 오랜 시간이 주어진다 해도 그건 가능하지 않다. 물질세계에서 인간은 철제 박스 안의 갇힌 사람과 다르지 않다. 물질적 신체와 언어만으로는 타자에게 결코 나의 의식을 증명할 수도, 보여줄 수도 없다. -〈발심〉 중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데도 무언가 부족하다. 더 많은 콘텐츠를 욕망하게 되고 그것을 향유하지만 부족함은 채워지지 않는다. 채워지지 않는 이 갈증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미디어의 형식에 따라 담아낼 수 있는 콘텐츠의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짧은 길이의 미디어는 당연하게도 긴 길이의 콘텐츠를 담아낼 수 없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소비자가 극도로 많은 양의 콘텐츠를 접하게 되지만 동시에 극히 제한된 콘텐츠만을 소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분절된 시간을 원래의 연속된 시간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비어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행위하지 않는 충분한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_〈정비〉 중

우리가 자신의 스마트폰 사진첩을 정리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그것을 실행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공통적으로 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반복되는 비슷한 사진들부터 지우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우리가 머릿속을 정돈하려 마음먹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생각의 반복을 끊어내는 일이다. (...) 물론 당신이 생각의 반복을 증폭하는 것이 매력과 혐오의 감정임을 아는 사람이라면 보다 더 근본적인 방법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불에 연료를 공급하는 어리석음을 멈추는 것이다. 즉, 생각에 매력과 혐오의 감정을 덧붙이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는 데 매우 핵심적인 방법으로, 우리는 다음 장에서 이를 자세히 다루게 될 것이다. 지금의 단계에서는 우리가 이것을 끊어내겠다 다짐하는 지혜만으로도 괜찮다. _〈정비〉 중

마음이 어지럽고 스스로 자극에 취약하다 느끼는 것은 실제로 당신이 취약해서가 아니다. 세상이 어떻게든 당신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극단적으로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혜가 없는 사람들은 이러한 자극에 쉽게 휘둘리고 이리저리 끌려다닌다. 반면 지혜가 있는 사람들은 그 자극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정확히 꿰뚫어보고 그것과 적절한 거리를 두려 한다. _〈정비〉 중


바다를 보라. 행복, 분노, 질투, 혼란, 우울, 쾌락, 즐거움. 이 모든 감정의 파도는 바다의 표면에서 일어나고 사라진다. 하지만 이 모든 파도의 바탕이 되는 깊은 마음의 심해, 텅 비어 있음은 파도치지 않고 흐르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가 깊게 침묵한 이유는 이 움직이지 않는 심해에 닿기 위해서다. 이제 이곳에 이르렀고 이곳이 어떤 모습인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고요와 평온이다. 사람들은 고요와 평온도 감정의 하나일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고요와 평온은 인간적 감정에서 비롯된 무엇이 아니라 마음의 본질적 상태다. 이것은 바탕이자 배경으로, 모든 인간적 감정은 여기에서 일어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_〈정진〉 중

인간이라는 종은 인간을 가장 좋아하고 인간을 가장 미워한다. 인간의 마음은 인간으로 가득하다. 당신이 종일 들여다보는 스마트폰을 한걸음 떨어져서 보라. 당신은 무엇을 보고 있나? 당신은 종일 이 사람의 얼굴과 저 사람의 얼굴, 이 사람의 신체와 저 사람의 신체를 들여다보며 좋아하고 미워한다. 당신은 종일 인간의 말과 글을 들여다보며 좋아하고 미워한다. 당신은 종일 인간의 사물을 들여다보며 좋아하고 미워한다. 당신의 의식 세계는 인간으로 가득하다. 당신은 인간이었고 인간이며 인간으로 돌아올 것이다. _〈견성〉 중

꿈이 환영인 것처럼 현실도 환영이라는 진실이 우리를 반드시 무기력과 허무로 이끄는 것은 아니다. 같은 깨달음에도 어떤 이는 이 순간이 환영이라는 진실을 긍정적인 삶의 태도에 연결한다. 꽃이 지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꽃병에 꽂아두듯, 그는 환영처럼 사라질 현실을 사랑하겠다고 다짐한다. 현실이 환영이고 유한하다는 것은 존재론적 사실이지만, 그것을 무기력으로 연결할지 혹은 긍정적으로 수용할지는 주관적 해석이다. 삶을 허무로 평가하고자 하는 사람은 삶이 유한하다 해도, 삶이 영원하다 해도 그것이 가치 없고 무의미하다 평가할 것이다. 삶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자 하는 사람은 삶이 유한하다 해도, 삶이 영원하다 해도 그것이 가치 있고 의미 있다 평가할 것이다. 현실이 환영임을 직시한다는 것은 그저 삶에 너무 빠져들지 않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세계가 유의미하다는 판단에서의 물러섬이고, 동시에 세계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서의 물러섬이다.
시야가 좁고 지혜가 부족한 사람일수록 극단적인 평가에 익숙하다. 그들은 좋아 보이면 긍정하고 나빠 보이면 부정한다. 매력적이면 끌어당기고 혐오하면 밀어낸다. 눈에 보이면 있다고 생각하고 보이지 않으면 없다고 생각한다. 존재는 실재라고 생각하고 부재는 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이렇게 쉽게 판단해버리는 이유는 이들의 사유가 거칠어서다. 하지만 세계의 실상은 언제나 섬세하다. 세상을 섬세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충분한 지혜가 요구된다. 미각이 섬세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달고 짠 맛에만 끌리듯, 지혜가 섬세하지 않으면 극단적 사유에 쉽게 이끌린다. _〈출세〉 중

말과 판단은 언제나 어리석음과 연결되어 있다. 왜냐하면 말의 본질은 세계를 분절하는 것이고 판단은 언제나 좋고 나쁨의 이분법적 분할이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는 분절되어 있지 않고 이분법적으로 나뉘지 않는다. 그래서 세계의 실상을 보는 사람은 말을 줄이고 판단을 멈춘다. 우리가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지혜로워지는 방법은 말과 판단을 멀리하는 것이다. _〈조망〉 중

물질은 중독적이기에 당신이 그것을 너무 적게 가질수록, 또는 너무 많이 가질수록 그것을 더 사랑하게 됨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물질이 필요한가? 그것은 자신이 잘 알고 있다. 샤워를 할 때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찬물과 더운물을 미세하게 조절하여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온도를 맞추듯, 자신의 몸과 마음이 가장 편안한 정도의 물질을 마련해야 한다. _〈전진〉 중

작가정보

저자(글) 채사장

저자 채사장은 2014년 겨울에 출간한 첫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권과 2권이 밀리언셀러에 오르며 2015년 국내 저자 1위를 기록했다. 차기작으로 현실의 인문학을 다룬 《시민의 교양》과 성장의 인문학을 다룬 《열한 계단》, 관계의 인문학을 다룬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까지 연이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명실상부 오늘날 한국 사회의 가장 흥행하는 인문학 작가가 되었다. 저자는 세계에 대한 관심에서 자아에 대한 탐구로 더욱 넓어지며 점점 깊어졌다. 그 결과물이 2019년 겨울에 출간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제로 편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인간의 가장 본질적 질문인 자아와 세계 그리고 그 관계에 대한 오래된 해답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이후 저자의 관심은 지식에서 실천으로 확장되었다. 떠도는 말이 아니라 그 말 이면의 구체적 체험이 비로소 우리를 자아와 세계에 대한 진실에 다가서게 한다는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출간한 책이 2021년에 출간한 첫 소설 《소마》이며, 그로부터 3년 후에 출간한 이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무한 편이다. 저자는 현대인이 혼란에서 벗어나 내면의 지혜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현재는 언어가 사라진 자리인 침묵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일상이라는 소소한 정원을 가꾸는 삶을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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