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예측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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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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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즈 정리는 18세기 영국의 아마추어 수학자 토머스 베이즈가 발견한 이론으로, 우리가 가진 정보를 바탕으로 사건의 확률을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강력한 원리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정리는 오늘날 스팸 필터에서 법률 시스템, 의료 진단, 뇌과학,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 도구로 쓰이고 있다. 또한 베이즈 정리는 우리의 마음과 의식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를 설명하기도 한다. 이 책은 일상의 친숙한 예시와 함께 베이즈 정리의 개념과 논쟁점, 철학적 의미 등을 경쾌하게 풀어내어, 독자들이 세상을 보다 합리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1장 : 《공동기도서》에서 알몸 공연까지
토머스 베이즈의 삶|파스칼과 페르마|큰 수의 법칙|드무아브르와 정규분포|심프슨과 베이즈|베이즈의 당구대 비슷한 테이블|최초의 베이즈주의자, 흄에 맞서 신을 옹호하다|베이즈에서 골턴으로|골턴, 피어슨, 피셔와 빈도주의의 부상|빈도주의자는 인종차별주의자?|베이즈주의의 몰락|통계적 유의성|위기의 베이즈|영광, 영광, 확률이여
2장 : 과학 속의 베이즈
과학의 재현성 위기와 해결 방안|초능력, 치즈로 이루어진 달, 빛보다 빠른 입자|포퍼의 백조|베이즈와 재현성 위기|데니스 린들리의 역설|사전확률 구하기|아직 끝나지 않은 논쟁
3장 : 베이즈 결정이론
아리스토텔레스와 조지 불|의사결정의 핵심은 베이즈|크롬웰의 법칙|기대 증거의 보존 법칙|효용, 더치북, 게임이론|오컴 사전확률|초사전확률|다중 가설|AI와 베이즈
4장 : 세상 속의 베이즈
인간은 비합리적인가?|몬티의 난감한 거래|슈퍼예측가(1부)|슈퍼예측가(2부)|베이즈주의 인식론
5장 : 베이즈 뇌 모델
플라톤에서 그레고리까지|착시 현상|현실은 제어된 환각|도파민과 첨단 컴퓨터 로봇|워들, 테니스, 신속안구운동|조현병 환자가 자기 몸을 간지럽힐 수 있는 이유|네 손을 정말 제대로 들여다본 적 있니?|하느님 제발
맺는 글 : 삶 속의 베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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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게임에 비유하자면 체스가 아닌 포커다. 체스는 완벽한 정보가 주어지며 원칙적으로 ‘해법’이 있지만, 포커를 칠 때는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최선의 결정을 내리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것을 가능케 해주는 공식이 바로 이 책의 주제다.(10쪽)
베이즈 정리는 참 묘하다. 짧은 식인 데다 초등학교 1학년생도 할 수 있는 사칙연산인 곱셈과 나눗셈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이 공식을 처음 제시한 베이즈는 18세기 런던 외곽의 작은 마을에서 비국교도 목사로 일하면서 취미로 수학을 연구하던 사람이었지만, 이 공식은 그야말로 심오한 함의를 갖는다. 암 검사의 정확도가 99퍼센트라 해도 양성 판정자의 99퍼센트가 사실 암이 아닐 수 있는 이유가 이 공식에 있다. DNA 검사가 아무리 정확하여 무고한 사람이 일치 판정을 받을 확률이 2000만분의 1이라 해도 생사람을 잡기 쉬운 이유 또한 거기에 있다. 과학 연구의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다 해도 틀렸을 가능성이 높을 수 있는 이유 역시 이 공식으로 설명된다.(13쪽)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이론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고는 할 수 있다. 일단 베이즈적 시각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모든 곳에서 베이즈 정리가 보일 것이다. 이 책의 목적은 독자의 눈을 그렇게 틔워주는 것이다.(15쪽)
인간은 베이즈 기계라고 할 수 있다. 일단 꽤 높은 수준에서 봤을 때 그렇다. 우리는 베이즈 정리의 공식을 정확히 계산하는 데는 영 서툴지만, 일상에서 이런저런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보면 이상적인 베이즈 추론에 따라 결정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의견 일치에 이르는 건 아니다. 두 사람이 사전에 가진 믿음이 크게 다르다면, 똑같은 증거를 접하고도 서로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다. 그래서 기후변화, 백신 등 증거가 충분해 보이는 현안을 놓고도 사람에 따라서는 진심으로 완전히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32~33쪽)
베이즈가 확률론에 남긴 큰 업적 한 가지는 수학적 측면이 아닌 철학적 측면에서 논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확률을 논할 때 확률이 세상에 실재하는 어떤 것인 양 이야기했다.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올 확률은 0.5다.’ ‘동전을 100번 던졌을 때 앞면이 60번 이상 나올 확률은 약 2.8퍼센트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확률을 세상의 객관적 사실인 것처럼 말한다. 베이즈는 그러한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놓았다.(84쪽)
베이즈주의가 주관적이라는 말은 바로 그런 의미다. 확률과 통계는 불확실성을 평가하고 측정한 결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X라는 사건이나 Y라는 사건이 일어날지 여부는 알지 못하지만, 우리가 세상에 관해 아는 지식에 비추어 그런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 하는 판단은 시도할 수 있다. 그리고 갑이라는 사람이 세상에 관해 아는 지식은 을이라는 사람이 아는 지식과 많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두 사람이 보는 가능성도 서로 많이 다를 수 있다.(201쪽)
불확실한 상황에서 내린 결정은 베이즈 정리에 가까울수록 우수한 결정이고, 베이즈 정리에서 벗어날수록 열악한 결정이다.(232쪽)
그 어떤 것에도 확률을 0이나 1로 부여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 어떤 것도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떤 조각상의 팔을 구성하는 모든 원자가 동시에 앞뒤로 움직여서 조각상이 내게 손을 흔드는 일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정상적인 동전을 던져서 10만 번 연속으로 앞면이 나오는 일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런 사건은 우주의 일생 동안, 아니 수조 개의 우주가 탄생하고 사라지는 동안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가능성이 희박하다. 극히 희박한 확률은 말 그대로 극히 희박하다. ‘1조분의 1이라는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그럼 가능성이 있다는 거네?!’라며 눈을 반짝일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그리스도의 자비를 빌어 간청하건대 여러분이 틀렸을 가능성도 생각해보십시오”라는 크롬웰의 말은 옳다. 설령 그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해도.(240쪽)
그러나 현실에서, 특히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확증 편향과 집단사고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추론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이런 식으로 추론하지 않는다면, 있는 증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최선의 방법으로 믿음을 갱신하지 못하는 것이다. 예컨대 악행의 증거를 발견하리라 강하게 예상했는데 발견하지 못했을 때 어깨를 으쓱하며 ‘뭐 어쨌든 나쁜 사람일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믿음을 더 옳은 쪽으로 조정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243쪽)
나는 한때 이 모든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인간은 참으로 비합리적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다. 이상적인 결정은 베이즈적이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인간이 대체로 좋은 결정을 내리는 것도 맞다. 대부분의 경우에 우리는 먹을 음식을 찾고, 비를 피할 거처를 찾으며, 자동차에 치이지 않고 잘 다니지 않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정도 제대로 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또, ‘인간은 너무 편향적이다!’라는 담론에 담긴 의미는 사실 ‘나 말고 다른 인간들은 너무 편향적이다’인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281~282쪽)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이 있다. 예측가들은 기록을 남긴다는 것이다. 자신의 예측을 공개적으로 기록하고, 그중 몇 개가 실현되는지, 60퍼센트 확률로 예측한 것이 실제로 60퍼센트의 빈도로 실현되는지 등을 따져본다. 그러지 않으면 틀린 예측은 잊고 맞은 예측만 기억하기 쉽다. 스토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옳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기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자기가 가진 믿음이 틀렸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자기에게 틀린 믿음이 있다면 털어버리고 싶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옳고 싶다는 욕구는 두 가지 상반된 행동을 낳을 수 있다. 자신의 의견을 남들에게 강요할 수도 있고, 틀린 생각을 버릴 수도 있다.”
스토리는 이렇게 설명을 이어간다. “내 예측을 공개하면, 내가 가진 정보가 옳아야 할 인센티브가 생긴다. 모든 사람이 내 예측에 동의하도록 강요할 방법은 없다. 나는 특정한 예측을 했고, 예측을 기록했으며, 확신하는 정도까지 기록했다. 만천하에 공개했으니, 이제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다. (그 예측이 빗나갔다면) 내가 옳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 의견을 바꾸는 것이다.”(318쪽)
결국 모든 것은 예측이고, 흥미로운 것은 예측오차다. 강하게 믿고 있고 정밀한 사전확률이 세상에서 얻은 정밀한 정보와 모순될 때는 사후확률이 대폭 바뀌어야 한다. 그때 믿음을 어느 정도 바꾸어야 하는지 말해주는 것이 바로 베이즈 정리다.(396쪽)
대중을 위한 통계의 대가가 쓴 베이즈 정리에 관한 단 한 권의 책
영국 왕립통계학회 저널리즘 통계 우수상과
올해의 과학 작가상에 빛나는 톰 치버스의 신작
★★★영국 왕립학회 과학도서상 최종 후보★★★
★★★아마존 수학 분야 베스트셀러★★★
★★★김범준, 필립 볼, 팀 하포드, 윌 스토 추천★★★
“불투명해 보이는 세상을 꿰뚫어 보고 싶은 모든 이에게 추천하는 멋진 책”
_김범준(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까? 물론 예측할 수 있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맞서는 단 하나의 정리
베이즈 정리로 알아보는 예측의 과학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불투명한 미래를 자기 나름대로 그려보곤 한다. 사실 우리 삶은 처음부터 끝까지 크고 작은 예측의 연속이다. 우리는 내일 아침에도 해가 뜰 것이라거나 자신이 곧 숨을 들이쉬고 내쉴 것이라는 기본적이고 암묵적인 예측을 한다. 만나기로 한 친구가 제시간에 올지, 편의점에 내가 좋아하는 오렌지 주스가 남아 있을지처럼 조금 더 복잡한 예측을 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날씨와 기후, 수십 년 후의 경제 상황처럼 오만 가지 요인에 좌우되는 예측도 한다. 모든 예측에는 불확실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우리가 대략이나마 세상을 예측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신비로운 예지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과거에 수집한 정보 덕분이다. 이렇게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최선의 결정을 내릴 때 도움이 되는 강력한 도구가 바로 베이즈 정리다.
베이즈 정리는 18세기 영국의 아마추어 수학자 토머스 베이즈가 발견한 이론으로, 우리가 가진 정보를 바탕으로 사건의 확률을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강력한 원리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정리는 오늘날 스팸 필터에서 법률 시스템, 의료 진단, 뇌과학,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 도구로 쓰이고 있다. 특히 데이터가 넘쳐나는 현대에 이 정리는 불확실성을 줄이고 신뢰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는 데 필수적이다. 베이즈 정리는 유용한 도구, 최선의 사고방식을 넘어 우리의 마음과 의식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일상의 친숙한 예시와 함께 베이즈 정리의 개념과 논쟁점, 철학적 의미 등을 경쾌하게 풀어내어, 독자들이 세상을 보다 합리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기하학에 피타고라스 정리가 있다면 확률론에는 베이즈 정리가 있다”
모든 사람이 이해해야 할 역사상 가장 중요한 공식
수학 지식 없이도 이해하는 빅데이터 시대의 필수 교양
민감도, 즉 병에 걸린 사람이 병에 걸렸다고 옳게 나올 확률이 80퍼센트인 암 진단검사에서 양성 결과가 나왔다. 암에 걸렸을 확률은 얼마일까? 80퍼센트? 아니다. 그 이유가 바로 베이즈 정리에 있다. 베이즈 정리는 P(A|B)=P(B|A)×P(A)/P(B)로 표현되는데, 이 공식은 사건 B가 일어났다는 조건에서 사건 A가 일어날 확률을 계산한다. 진단검사의 경우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검사 결과가 양성일 때 내가 암에 걸렸을 가능성’이다. 그런데 ‘민감도’가 말해주는 것은 정반대의 정보, ‘암에 걸렸을 때 검사 결과가 양성일 확률’이다. 비슷한 말처럼 들리지만 둘은 전혀 다른 의미다. 마치 ‘어떤 인간이 교황일 확률은 80억분의 1이다’와 ‘교황이 인간일 확률은 80억분의 1이다’가 전혀 다른 진술인 것과 같다. 이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추가적으로 유병률, 즉 베이즈 정리에서 말하는 ‘사전확률’이라는 정보가 필요하다. 그 암의 유병률이 가령 1퍼센트라면 내가 실제로 암에 걸렸을 확률은 7퍼센트에 불과할 수 있다. 이처럼 베이즈 정리는 의료 진단뿐 아니라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과학 활동 자체, DNA 검사 결과를 토대로 용의자가 범인일 가능성을 밝히는 법의학적 활동 등 불확실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내릴 때 가장 합리적인 기준이 된다. 또한 베이즈 정리는 철학적으로도 흥미로운 질문을 제기한다. 확률이란 무엇일까?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올 확률은 1/2이다‘라는 진술은 세상에 대한 객관적 사실일까? 베이즈 정리는 확률을 객관적인 세계의 고정된 속성이라기보다는, 관찰자에 따라 달라지는 주관적인 믿음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주관적이라고 해서 근거가 없다거나 무작위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베이즈 정리는 우리가 가진 정보와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하여 합리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모든 것은 예측이고, 흥미로운 것은 예측오차다”
진단검사에서 뇌의 작동 원리까지,
베이즈 정리에 관한 단 한 권의 교양서
책은 한 줄짜리 수학 공식인 베이즈 정리가 어떻게 세상을 설명하고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다섯 가지 주제로 풀어낸다.
1장에서는 18세기 아마추어 수학자이자 성직자였던 토머스 베이즈의 삶과 베이즈 정리의 탄생 과정을 소개한다. 통계학의 발전 과정에서 벌어진 빈도주의와 베이즈주의 간의 대립을 조명하며, 주사위와 카드놀이 같은 도박에서 시작된 확률과 통계의 역사가 우생학 같은 인종차별주의와 어떻게 얽혀 있는지도 흥미롭게 풀어낸다.
2장에서는 과학적 연구에서 확률과 통계학의 역할을 탐구하며 과학계에 파문을 일으킨 ‘재현성 위기’ 사건에 주목한다. 2011년,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대릴 벰은 ‘예지력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상식과에 반하는 내용이었으나, 올바른 방법론과 도구를 사용해 도출된 ‘과학적으로 유의한’ 결과였다. 이와 비슷하게, 이목을 집중시키는 여러 연구 결과가 반복 실험을 통해 재현되지 않는 사례들이 대거 드러나며 심리학을 중심으로 ‘재현성 위기’가 촉발되었다. 이 위기는 빈도주의 통계학이 연구 결과의 신뢰도를 어떻게 저하시킬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저자는 베이즈주의가 어떻게 이런 문제를 해결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지 보여주며 베이즈주의 방법론의 장점을 부각시킨다.
3장에서는 베이즈 정리가 의사결정 이론에서 왜 필수적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특히 인공지능과 게임이론에서 베이즈 정리가 의사결정의 핵심 원칙으로 작동하는 방식을 다룬다. 논리적으로 반드시 참이거나 거짓인 명제 외의 그 무엇에도 100퍼센트나 0퍼센트의 확률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크롬웰의 법칙, 백신 음모론처럼 명백한 증거에도 요지부동인 주장 역시 합리적 추론의 산물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다중 가설 문제 등에 관한 설명을 읽노라면 베이즈 정리가 결정이론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4장에서는 일상에서의 베이즈 추론을 다룬다. 인간은 온갖 오류와 편향에 휘둘려 비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 쉬운 존재인 듯하지만, 실제로는 베이즈적 사고에 가까운 합리적 결정을 내린다는 점을 강조한다. ‘몬티 홀 문제’와 같은 유명한 퀴즈를 비롯해 언론인, 군 지휘관, 정치인, 학자 등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 예측 연구에서 평균적인 예측가들의 성적이 ‘다트 던지는 침팬지’보다 나을 게 없었던 반면, 뛰어난 예측력을 보여준 ‘슈퍼예측가’들의 비결도 함께 다룬다.
5장은 우리 뇌의 작동 방식, 지각과 의식 자체가 베이즈적이라는 사실을 설명한다. 기이한 ‘오목 가면’ 착시나 한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드레스 착시’ 같은 착시 현상, 지각 과정, 정신질환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뇌가 예측하고 이를 수정하는 베이즈적 과정을 탐구한다. 특히 조현병,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이 예측 과정에서 생기는 오류로 설명될 수 있음을 제시하며, 인간 의식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간청하건대 여러분이 틀렸을 가능성도 생각해보십시오”
새로운 증거를 바탕으로 믿음을 갱신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
스팸메일 필터링에서 진화의 과정은 물론 결정에 관련된 모든 것, 인간의 가장 고차원적인 사고 활동이라 할 과학, 뇌의 작동 방식 자체까지 베이즈 정리는 세상을 설명하는 강력하고 유용한 도구이다. 저자는 이 정리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을 제시한다. 먼저, 옳다/그르다, 참/거짓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실제 세상에는 그런 명확한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정당 A는 파시스트 조직인가?’, ‘집단 B는 사이비 종교 집단인가?’, ‘인물 C는 인종차별주의자인가?’와 같은 모호하고 애매한 범주 정의를 둘러싼 논쟁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접근 대신 우리는 확률적 사고를 통해 믿음의 강도를 조정할 수 있다. 새로운 증거를 반영하여 우리의 지식을 갱신하는 것이 베이즈적 사고의 핵심이며, 이러한 태도가 합리적 판단으로 이어진다. 이는 우리가 불확실성과 마주하더라도 피상적인 포스트모더니즘의 상대주의에 빠지지 않고, 예측오차를 줄이며 가장 타장한 믿음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책은 단순히 수학의 한 분야를 다루는 책이 아니다. 믿음을 갱신할 줄 아는 태도, 확률적 사고를 통해 불확실성을 다루는 능력이 베이즈 정리에 담겨 있다. 우리가 세상을 더 합리적으로 바라보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현명하게 살아가는 법을 알고자 할 때 베이즈 정리는 필수적인 나침반이자 지도가 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톰 치버스
영국의 과학 저술가. 리버풀대학교에서 철학을, 킹스칼리지런던에서 의료법윤리학을 공부했다. 2017년에 심리과학협회(APS) 미디어상을 받았으며, 2018년과 2020년에 왕립통계학회로부터 ‘저널리즘 통계 우수상’을 수상했다. 2021년에는 영국 과학저술가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과학 작가로 선정되었다. 2019년 출간한 첫 책 《합리주의자의 은하계 안내서The Rationalist’s Guide to the Galaxy》가 〈더 타임스〉 선정 ‘올해의 과학책’에 뽑혔으며, 2021년에는 사촌인 데이비드 치버스와 함께 《숫자에 속지 않고 숫자 읽는 법》을 출간했다.
번역 홍한결
서울대 화학공학과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영어 교육 쪽 일을 하다가 책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쉽게 읽히고 오래 두고 보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어한다. 옮긴 책으로 《삶은 몸 안에 있다》 《인간의 흑역사》 《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 《스토리 설계자》 《먼저 우울을 말할 용기》 《신의 화살》 《한배를 탄 지구인을 위한 가이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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